영어에 '다이(die)'와 '패스 어웨이(pass away)'가 있어, 후자는 전자의 완곡한 표현에 쓰인다. 일본어에도 '시누(しぬ)'와 '나쿠나루(なくなる)'가 있어 마찬가지 뉘앙스로 쓰인다. 한국말에 있어 '죽다'와 '돌아가시다'간의 차이점으로 보아 무방하겠다. 그런가 하면 뜻글자인 중국어는 엄청나게 다양해 '세상을 떠나다'란 뜻인 취스(去世)와 스스(逝世) 외 무려 50여 종이 있다. 아마추어인 나로서 분석한 재간은 없으나, 얼핏 들여다보는 언어에도 죽음에 대한 시각차는 느껴진다. '패스 어웨이'란 직역하면 '지나가 버리다'이겠고, '나쿠나루'는 '없어지다'인데 반해 한국어는 분명 '돌아가시다'이니, 이는 곧 '자연에로의 회귀'를 중요시했음이 틀림없다. 실물과 실용을 우선하는 서구식 접근 방법에 따르면 눈앞에 보이느냐의 여부가 주요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니 '통과'의 의미로 표현되었거나, 아니면 기독교 문화의 영향 탓으로 현세에서 내세로의 '분기점' 개념으로 그렇게 표현되었을 수도 있겠다. 또한 '없어지다'는 곧 '소멸'의 의미로 해석되니 일본문화의 내면이야 알 도리가 없으나 어쩐지 허망하고 삭막한 표현이라는 느낌이다. 그에 반해 '(∼로)돌아가시다'는 '자연에서 태어나(와) 자연으로 돌아가다'는 '회귀'로의 새김이 가능하겠기에 노장(老壯)류의 동양철학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우리네 조상님들께선 자연과 더불어 함께 하는 자연친화적 사상을 일찌기 통찰하고 계셨나 보다. 저간의 사정이 이러하다면 한국어를 구사하는 한국사람들이야말로 그 어느민족보다 더욱 자연스럽게(?) 자연친화적이어야 마땅할 터, 온갖 부메랑(飛蝶)을 얻어맞은 후 뒤늦게 깨닫기라도 한다면 조상님들께서 보시기에 참으로 딱하다 하실 것이다. '자연보호'라는 용어가 내게는 무척 건방진 표현으로 들린다. '보호자'란 느낌이 들어서다. 굳이 쓰자면 '자연보존'이나 '자연보전'으로 고쳐 써야 마땅하리라. 다행히 연전에 개정된 법령 이름이 '환경보호법'이 아닌 '환경보전법'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