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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편지 -목필균- 지구가 뜨거워졌는지
갈색 플라타너스 너른 잎새에 11월이 되고서도 모니터에 네 전령처럼 네가 그립다고 11월이 보낸 편지 -목필균- 달력 마지막 장을 남겨두고 은행나무는 빈 가지에 바람을 담고 있다 밤새 뒤척이며 썼다가 아침이면 구겨버렸던 소심한 편지가 배달된다 수십 년 전 가슴에 그려진 선명한 붉은 흔적은 열 번도 지웠다 펼쳤다 해도 그대로 매일매일 쓸려간 시간들 거슬려 갈 수 없는 만큼 주름진 나이에 어느 날 문득 찾아낸 책갈피 속 단풍잎 같은 사랑 한 해의 끝자락 혜화동 거리가 바람 속에 옷을 벗고 있다 아직은 11월 -신경희-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린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네 모습이 낯설지가 않구나 비가 많이 내리는 이국땅 이미 충분히 젖어 있는 마음 더 이상 젖어 있을 수 만은 없는 아직은 11월... 긴 침묵의 나무가지위에 높은 하늘을 보았으니 힘차게 뻗어 있는 외로운 너의 자태 그러나 아직은 11월.. 또 다시 새 생명의 씨 눈들이 힘을 모아 숨을 몰아쉴 때 긴긴 겨울밤의 외로움도 잊혀지는 봄이 있음을 기억하노라
가뭄에 목말랐던 계절은
오점만 가득했던 인생의 날개가 부끄럽던 날
"낙엽을 태우며"라는 고등학교 시절 국어 책에
하나 둘 중구난방으로 피었던
마지막 가을을 장식하듯
11월이 걸어서 -이기철- 두 나무가 나란히 걸어오는 11월에게 10월을 데리고 오라고 말할 순 없으리 마지막 홑옷까지 다 벗은 30일에게 20일에 입었던 옷을 입고 오라고 말하진 못하리 이미 깃털이 두꺼워진 재두루미에게 날개를 가볍게 하라고 말하진 못하리 호수는 이미 명경이 되었고 돌을 던지면 하늘은 유리 깨지는 소릴 낸다 체온이 떨어진 낙엽에게 초속으로 달려가 짐승의 발을 덮어주라고 말할 순 없으리 12월을 일찍 장만한 개여울에게 눈 내린 날의 모직 재봉을 부탁하진 못하리 BGM=Autumn Leaves(고엽) "Giovanni Marradi" 피아노 연주 |
첫댓글 좋은글....감사합니다
11월의 편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