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가브는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가 보다.
하긴, 피리아씨의 훌륭한 가정교육 덕분에 포크와 나이프에 익숙한 녀석을 보자니, 내가 다 뿌듯했다.
길다란 테이블에 세명 밖에 없었지만, 촛불은 밝았고, 방엔 따스한 기운이 넘쳤다.
오랜만이군. 이런 느낌. 역시, 나는 왕궁보다는 이런 가족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 리나언니, 가우리 오라버니... 그리고.. 그 사람, 피리아씨... 덤으로 제로스씨까지... 늘 벅적하게 지내던 것....
추억이 되었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 그렇지만도 않잖아.... 이제 궁중 생활이 몸에 익어, 이런 것쯤은 향수로 취급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도 않잖아... 난 어쩔 수 없나...
그리고... 다시 떠올랐다. 늘 식사 후, 한잔의 커피를 마시던, 그 사람. 제르가디스....
" 바르가브~ 많으니, 얼마든지 먹어."
" (우물우물~ 간신히 음식을 목으로 넘긴 후) 예~"
" 피리아씨~ 어떻게 입맛에 맞으신지요??"
" 세이룬의 왕실요리사 실력인데, 어찌 아니그럴까요?"
" 아까 하신 말씀... 말인데요..."
순간의 적막. 피리아씨는 슬쩍 포크와 나이프질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 무슨... 일이신지..."
" ....... 제 용점을 믿으신다고 하셨지요?"
" 그것은, 억지로 믿는 것이 아니라, 믿음직한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짐때문만이 아니런지요?"
" 용점에서 전하에 대한 점괘가 나왔었더랬지요. 저의 의지와는 상관 없었습니다. 화룡왕께서 주시는 능력, 또한 예지시니, 저의 의지와는 관련 없습니다."
" 알고 있습니다."
"말씀... 드리겠습니다..."
" 예... 하시지요."
" .... 그 곳에서 보인 것은.... 결혼이었습니다."
" 푹!!!!"
마시고 있던 와인이 튀어 나올 뻔했다. 뭐??? 너무 놀라서 냅킨을 입에 대고 진정을 해 보았지만,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혼이라고?
" 하지만, 그 결혼은 결혼운만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 ????"
" 제압의 운세도 지니고 있더군요."
" 예????"
" 이 결혼의 운세는 전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어떤 세력에 의해서 추진될 것입니다. 그것도, 전하의 권력만을 탐한 것이 아닙니다. 왕실전체를 제압하기 위한, 그런 의미에서의 결혼이 될 것입니다. 어떻게 하셔서든지, 이 결혼은 피하셔야 합니다."
"..... 감히 세이룬의 국왕인 내게, 결혼을 강요한단 말입니까? 또한 제가 할리가 없잖습니까..."
" 잘 생각해 보십시오. 전하께, 결혼을 강요할 만한 사람이, 과연 없습니까? 결혼을 빌미로, 전하께, 아니 세이룬 전체를 뒤 흔들려고 작정한 이가, 없습니까??"
"..............!!!!!"
순간 몸이 어는 것을 느꼈다.
뇌리를 스치듯, 나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 그리고 그 속에서 검은 드레스를 입은... 그리고 내게 독소를 퍼 붓던... 그것은.... 오스틴 고모님....
아버지의 3남매 중에서 가장 큰 누님인 오스틴 고모님은 서열로만 따지면, 왕위서열 1위였던 자신이었지만, 신성국가에 위배되는 국가의 교리를 숭배, 또한 그 국가의 왕자와 결혼, 그 지위를 박탈당했다. 하지만 그 배우자 역시, 그 국가의 왕이 되지 못했고, 그녀는 어중이 떠중이 신세가 되었었다.
이번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도, 그녀가 왕위를 노린다는 이야기가 들렸으나, 크리스토퍼 숙부님께서 나를 지지, 일은 무산되었다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나의 즉위식에서 퍼부었던 독소는 잊지 않는다.
" 세이룬의 왕족이란 혈통을 중시하지. 하지만 망가뜨려보이겠소. 네가 믿는 적통의 핏줄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가르쳐 주겠노라."
피리아는 다시 내게 물었다.
"없습니까? 그런 분이 아니계십니까?"
" .... 있습니다. 나를 이용해 권력을 탐할 자가 아닌, ... 나를 망가뜨리고 세이룬을 망가뜨리려고 하는 자. 있습니다...."
" 만만치 않은 상대일 것입니다. 또한 내부에서 적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항상 주의 하소서."
" ........... 진정, 만만치 않은 상대일 듯 싶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짐을 느낀다. 아직 권력도, 왕권도, 미미한 내게, 이런 시련부터일 줄이야. 그것도 결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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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자고 있는 바르가브를 안아들고, 피리아와 나는 티 타임을 가졌다. 벽난로 앞에 펴진 양털 양탄자위에 자는 바르가브를 곤히 내려다 놓고, 그녀와 나는 한잔의 차를 나누었다.
"..... ...... 오랜만이지요? 이런 여유... 이런 기쁨...."
" 그러게요. 항상, 바르가브를 위해, 항상, 그렇게 피해살았는데... 이런 여유라니요..."
" ................ 이렇게 함께 해서 기뻐요. 피리아 언니...."
한손을 그녀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가 아주 빙긋이 웃었다. 옛날 생각이 나는 군요. 당신은 늙지도 않고, 이렇게 그대로 아름다운 데...
나를 보세요. 인간이란 너무나도 짧게 살지요. 나의 키는 이제 당신만해졌고, 내 머리카락도 허리까지 내려온답니다. 나는, 당신보다도 더 일찍 늙어버리고, 더 일찍 죽어 버리겠지요. 아....
" ..... 전하... 제르가디스씨는...."
그 말에 나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 몰라요... 몰라요... 왜... 그 사람을...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 .......... 두 분이, 다크스타의 소멸 이후, 계속 연락하시고 있었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또한..... 두 분의 마음또한 같다는 것도....."
" ..... 용점의 힘인가요?"
" ......... 점괘말고도, 직감이라는 것이 있지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내가... 내가... 알리 없잖아요... 나도... 보고 싶어... 미쳐 버릴 것만 같은데... 아까... 결혼이란 점괘 듣고... 보고 싶어... 미쳐 버릴 것만 같다고요....
한번도 다른 사람과 생각해본적 없어.
다른 사람의 손을 잡는 것.
다른 사람과 아침을 맞이하는 것.
다른 사람과 입맞추는 것...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고......
그런 내게 피리아씨는 다가와서 다시 웃어 주었다.
" 그 직감이 말하고 있어요. .... 그도 당신과 같다는 걸... 아니... 어쩌면... 그가 더 전하께... 애틋하다는 것도요... 전 들리는 것 같은데요... 그가... 당신을 부르는 소리......"
처음이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누군가의 앞에서 이렇게 훌쩍 거린다는 거...
난 그렇게 찻잔을 내려놓고...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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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랜만인걸요~ ^^;;
잘들 지내시지요? 용점에 이상한 점괘라니...
아멜리아, 그 숙명의 대결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그리고 누가 아멜리아국왕의 부마의 자격으로 거론 되는가?
다음편, 아멜리아大帝- Valneti☆, 너무나도 달콤한 늪 속으로 출발 ~~
꼭 마니 봐주시기예요~~
첫댓글 네에~꼭 볼게요~~~~~[타앙!]
네에~~ 감사합니다~~ 열심히 쓸게염 ~^^
허어......아멜리아가 애처롭내요;; 다음편 꼭 보겠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린제님~~ ^^
아아, 정말 볼거에요~~~아멜리아를 지켜봐주겠어요!!
뽀라냥님~ 감사해요~~ 아멜리아 좀 많이 지켜 봐주세염.. ^^~ 하하
아멜리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