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한대로 박근혜정부의 실망스런 대북관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북괴의 개성공단 차단에 대하여 근로자의 조속한 철수라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보편적 상식으로는 적지에 있는 자국민의 안전 도모가 일각이 여삼추인데 사태의 추이를 바라다보며 여차하면 군사 대응까지 하겠다며 으름장만 놓고 있는 것은 요즘 강조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서’와 공단폐쇄 조치의 엇박자에서 오는 딜레마 때문인가? 북괴가 경고를 무시하여 부득불 실제 군사대응을 하게 된다면 그 빌미의 제공은 박정권도 같이 한 것이다.
지금 분위기에 ‘한반도신뢰프로세스’란 구애의 메시지나 통일부장관의 10.4, 6.15선언을 이행하자는 발언을 보더라도 능히 박정권의 대북관을 짐작할 수 있다.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김대중 시절 ‘21세기 통일의 전망과 과제‘라는 논문에서 주한미군의 단계적인 감축과 전시작전통제권 완전환수를 주장했다. 그리고 북에 대하여 조건 없는 정권에 대한 지원과 체제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사람이다. 또한 관광객 박왕자씨 저격 살해에도 불구하고 계속 관광사업을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했던 현실감각이 없는 꿈 많은 사람이거나 신실[信實]한 종북주의자일 것이다.
박근혜 또한 북정권과의 약속을 이행할 수 있으면 하겠다는 뉘앙스를 간간히 던져왔다. 그러한 기조가 없이는 통일부장관이 함부로 대북관에 관한 발언을 할 수도 없거니와 만약 사전 교감 없이 새 정부의 뜻을 거스르는 일방적 발언이었다면 이렇게 조용히 넘어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를 지지한 우익국민들의 입장에선 뜻밖의 장관 기용에 뒷통수를 맞은 꼴이지만 사실 앞으로 더욱 실감나게 엄습 할 실망과 허탈감에 이미 대비되어 있다.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정계 보다는 상아탑에서 ‘통일한반도를 지향하는 민족의 과제’나 ‘이념을 초월한 정의로운 대북관’이란 주제의 강의를 하고 있어야 어울릴 사람이다. 아무튼 우익국민들은 지금 같은 전시 분위기에서 얼마나 깊은 뜻의 한반도 프로세서인가 몰라도 시국에 맞지 않는 뜬금없는 소리를 듣기가 몹시 거북하다. 북괴는 이미 류길재장관의 발언을 미루어 보고 박정권의 대북관을 익히 파악했으리라 본다. 만약 미국이 ‘선제공격을 하겠다’ 하면 박근혜 역시 김영삼처럼 말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