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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二 )
사천성에 자리한 아미산(峨嵋山)은 대아산(大我山), 이아산(二
我山), 삼아산(三我山)의 총칭으로 면적은 육백여 리에 이른
다. 주봉은 셋으로 만불정(萬佛頂), 금정(金頂), 천불정(ㅊ天
佛頂), 그 높이는 각기 천 장을 넘는다.
절강성(浙江城)의 보타산(普陀山), 안휘성(安徽城)의 구화산
(九華山), 산서성(山西城)의 오대산(五臺山)과 함께 불교의 사
대 명산으로 불리는 명산.
아미산 삼봉에 걸쳐 밀리 퍼져 있는 아미파의 중심은 복호사
(伏虎寺)였다. 금정 산기슭에 있는 보국사(保國寺)를 지나 삼
백 장정도 올라가면 십만여 그루의 수림으로 뒤덮인 복호사가
나타난다.
누구든 복호사는 한 눈에 알아보았다.
밀림 속에 자리잡은 절간, 그러나 희한하게도 지붕에 나뭇잎과
가지가 하나도 없는 영험한 절, 부처의 기운이 몸에 스미는 듯
했다.
또한 이곳은 당금 무림을 지배하는 열 개의 하늘중 아미파의
장문이 기거하는 곳이기도 했다.
미독환사 전유는 아미장문 소석(蘇石) 선사(禪師)가 들어서는
순간 몸을 일으키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의 양 어깨에
무산파의 부흥이 걸려 있다 생각하니 천근 바위에 짓눌린 듯
마음이 무거웠다.
"아미타불...전 시주, 오랜만이구려."
"장문께서는 더욱 기후가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허허허...!"
의례적인 수인사가 오고 갔다.
"이렇게 불원천리 찾아오신 연유는..."
전유는 다시 한번 마른침을 삼켰다. 입 안이 바짝 타 침도 나
오지 않았지만...
"도움을 청할까 합니다."
간신히 말을 내뱉고 소석 선사의 기색을 살폈다. 그러나 선사
에게서 마음을 읽기는 불가능했다. 변함없이 인자한 미소를 머
금은 얼굴, 웃음이 배인 얼굴이었다.
오척 단구의 작은키, 살점이 하나도 없는 뼈만 남은 늙은이.
이런 노인이 금광도법(金光刀法)과 금정산수(金頂散手)를 절정
으로 익혔으며 대정신공(大靜神功)의 달인이라면 누가 믿을까?
"허허허! 아미파에 무슨 힘이 있다고..."
"장문, 무산파를 재건하려 합니다. 장문도 아시다시피 무산파
는 인의를 중시했습니다. 다른 문파에 해악을 끼친 적이 없잖
습니까?"
"허허허...!"
소석 선사는 사람좋은 웃음만 실실 흘렸다. 승낙도 아니고 거
부도 아닌 묘한 웃음이었다.
"장문!"
갈은 연배,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 중 한사람은
대문파의 장문으로 또 한 사람은 멸문 직전인 문파의 장로로
만났다. 그러나 전유는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든가 모멸감 같
은 것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그만큼 아미파의 도움은 절대적
이었다.
"허허허! 무산에서 문파를 다시 일으키려면 당문의 입김을 많
이 쐐야 할 텐데. 당문에 도움을 청하지 그랬소? 같은 독문이
니 훨씬 도움이 될 텐데..."
'여우같은 늙은이.'
전유는 부지불식간에 튀어 나오려는 욕설을 간신히 억눌렀다.
"장문, 당문은 오히려 무산파를 멸문시키려 합니다. 그런 점을
모르시지는 않을 텐데요."
"허허허! 그렇소? 당문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재기불능인데...
어찌 할 심산이오?"
"도와만 주신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아미타불...! 호북성에서 일전을 겨웠다고 들었소. 아마 독비
독심 당철목이 이끄는 형옥실과 싸운 것으로 아는데..."
당문 십절 중 일절과 싸우고도 승부를 가름하지 못한 주제에
무슨 헛소리냐? 지금도 당가 애송이들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
고 있지 않느냐? 독술로도 상대가 되지 못하고 세력도 없으면
서 무슨 문파를 만들겠다고 이 난리냐?
뻔한 소리였다. 그리고 맞는 말이었다. 한 문파의 재건을 도와
주려면 막대한 금전을 소모해야 한다. 제삼 제사 숙고한 다음
투자해야 한다. 밑 빠진 독인 줄 뻔히 알면서 물을 부어 넣을
사람은 없었다.
보국사에서 받은 천대가 이와 무관하지 않으며, 복호사까지 와
서도 장문 처소로 안내받지 못하고 조그만 암자에서 만나는 까
닭이 그런 연유였다.
'결국은...'
제갈문, 온갖 귀계에 뛰어난 그자가 하필이면 이런 자리에 자
신을 보낸 까닭을 몰랐다. 그의 말대로 당문과 대적 하겠다는
주장은 설독력이 없었다.
"차앗!"
우렁찬 일갈이 조그만 암차를 쩌렁 울렸다. 그와 동시에 전유
의 손에서 흑풍사가 양각풍(羊角風)처럼 말려 올랐다.
파앗!
소석 선사는 과연 일파의 장문이었다. 지척에서 전개한, 그 누
구도 피하지 못할 것 같은 흑풍사를 간단한 신법으로 비켜 내
며 턱밑까지 파고들었다. 무공을 떠나 신의 몸짓이라고 해야
할까?
"전 시주, 이게 무슨 짓이오?"
소석 선사의 눈은 화염처럼 이글거렸다. 감히 아미파에 들어와
장문인 자신에게 독을 전개하다니, 흑풍사 같은 것에 당할 줄
알았던가.
대나무 가지처럼 마른 그의 손은 칼끝처럼 날카롭게 곤두선 채
전유의 목젖에 들이대졌다. 아미파의 이름난 절기 금정산수였
다.
"문파가 재건될 수 없다면...같이 죽읍시다."
흑풍사로 어찌할수 없다는 것은 너무 잘 알았다. 그런데도 흑
풍사를 전개한 이유는 단지 그를 가까이 끌어들이기 위한 것.
전유의 손에는 어느새 흡혈단이 들려졌다.
"전 시주!"
아미장문의 눈에는 놀람과 분노가 함께 피었다.
"도와 주시오."
전유는 그렇게 나이를 많이 먹었으면서도 마음에서 이는 격정
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도와달라는 말을 하면서도,
불가능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매달리고 싶었다. 무산파
파를 위해서가 아니라 무산파를 위해서...일생을 쓸데없이 허
송 세월로 보냈는데, 죽어서도 조사를 떳떳하게 대하지 못한다
면 말이 되는가.
"으음...!"
소석 선사는 금정산수를 거두고 좌점(좌点)에 앉았다.
짹! 째째짹...!
맴! 맴! 메엠...!
매미의 울음소리와 산새의 우짖는 소리가 정적을 갈랐다.
오랜 침묵. 소석 선사는 벌써 두 시진 동안 눈을 감은 채 명상
에 젖어 있었다. 전유는 감정이 많이 가라앉았다. 힘이 없는자
는 도태되는 것이 세상 이치, 자신이 너무 떼를 썼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와 주지 않는다고 같이 죽자니...후후후, 웃음만 실
실 새어나왔다.
"장문, 돌아가리다."
전유는 힘없이 중얼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때,
"아미타불...! 전시주, 얼마나 도와 주면 되겠소?"
소석 선사의 입에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자, 장문...지금 뭐라고...?"
"도와 주리다. 하지만 시주들이 불전에 바친 공양을 함부로 쓸
수는 없는 일, 단 한번의 도움으로 그치리다."
"고,고맙..."
주책없는 눈물이 또 볼을 타고 흘렀다.
"허허허! 은자 오백 냥 정도면 어떻소?"
"장문...!"
전유는 소석 선사의 두손을 마주 잡았다. 비로소 제갈문이 왜
자신을 아미파로 보냈는지 알 만했다. 진정(眞情)이었다. 문파
를 위하는 마음, 목숨을 걸고 문파를 지킬 만한 마음을 보여
준 것이 주효했다.
그것이 소석 선사를 움직였다.
* * *
비홍사는 겨울이 되면 무기로 사용할수 없었다. 가을에 독이
잔뜩 오르고 겨울이 되면 똬리를 틀고 깊은 동면으로 들어갔
다. 정태구 역시 비홍사와 행동을 같이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활발하게 움직이다가도 겨울이 되면 무산에
자리를 잡고 움직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결전을 치르는 계
절이 겨울이면 그동안 비홍사의 독샘에서 채취한 독분을 살포
했지만 위력이 약할 수 밖에 없었다.
사충전도 입장이 같았다.
청사파와 삼목파에서 교대로 장문을 맡는 이유도 좀더 강한 문
파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었다. 과거 사충전의 행적을 살펴보면
맹위를 떨친 것은 계절상으로 여름이었다. 겨울에는 황학산에
은거한 채 움직이지 않았지만 다른 문파 역시 함부로 공격할수
없었다. 삼목파의 혈봉(血蜂)이 황학산을 에워쌌기 때문에...
그런 그들이 갑자기 사라진 것도 겨울이었다.
이십여 년 전, 그 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고, 혈봉들도 벌통
속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도 사충전이 어떤 연유로
사라졌는지 알지 못했다.
봄이 왔지만 움직이지 않는 사충전을 기이하게 생각한 무림인
몇 명이 황학산을 뒤진 끝에 발견한 것은 무더기로 죽어 있는
비홍사와 불타 버린 벌통, 그리고 창승과 섬여를 길렀음 직한
연못에 유충(幼蟲)을 죽이는 기름띠가 퍼져 있었다는 것 뿐.
쉬익!
정태구는 음습한 연못가에 내려서며 조심스럽게 사위를 살폈
다. 인공으로 만들어진 못, 사충전이 날개를 활짝 펼쳤을 때의
영광이 어땠는지 짐작할수 있을 만큼 넓었다.
그곳에서는 심한 악취가 풍겼다. 그것 또한 사람이 만든 악취
였다. 창승과 섬여를 길러 내기 위해서는 이런 연못이 필요했
기에 불결하다 싶은 것은 죄다 쓸어 모았다.
그것이 이십 년이 지난 지금도 정화되지 않고 코를 찡그리게
하는 악취를 풍겨 냈다.
'중원 천지에 이런 못은 여기뿐이다. 다른 못이 있다는 이야기
는 듣지 못했다.'
품속에서 비홍사를 꺼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은 미물에게도 해당되는 말인가, 주
인의 손을 벗어난 비홍사는 쏜살같이 풀 숲을 헤쳐 나갔다.
휘익! 휘이익...!
구초공(口哨功)을 전개하여 비홍사가 나가는 속도를 조절했다.
그러나 종족(種族)의 냄새를 맡은 비홍사는 흥분했는지 좀처럼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품속에 있는 두 마리도 발버둥쳤다. 그
러고 보니 늦 여름, 교미(交尾)할 계절이 되었다. 그런 놈들이
암컷의 냄새를 맡았으니...
쉬이익!
정태구는 섬전처럼 신형을 날리며 어쩌면 마지막 길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서리쳤다. 비홍사가 말을 듣지 않는다면 끝
장이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으로 보아서는 그럴 가능성이 다분했다.
"음...! 휘이익!"
다시 구초공을 전개했다. 하지만 비홍사는 구초공에 아랑곳 없
이 시커먼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동혈로 쏙 기어 들어갔다.
품속에 있는 비홍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심하게 꿈
틀거리는지 가슴이 쇠망치로 후려 패이는 듯 했다.
삐이익...!
경적(警笛) 부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빌어먹을! 다 틀렸네..."
비홍사 두 마리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꺼내자마자 놓아 버려
야 했다. 이미 제어할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낄낄낄! 어떤 놈이 아가리 속으르 기어 들어오는가 했더니 정
가 네놈이구나."
음악한 웃음소리와 함께 이십여 명이 나타났다.
"사두열목(蛇頭熱目) 마대(馬臺)..."
자신과 비홍사로 겨뤄 양패구상한 청사파 대두(大頭). 아직 살
아 있었던가? 놀람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뱀처럼 정수리가
뾰족한 머리, 언제나 붉디붉은 눈, 두툼한 입술을 거치고...눈
길이 다리에 이르는 순간 다시 한번 놀랐다.
철족(鐵足), 묵강철(墨鋼鐵)로 만든 의족이었다. 어쩐지 행동
이 부자연스럽더라니.
"낄낄낄! 고마워서 어쩌지? 비홍사를 세 마리나 헌납하고 말
야. 공로를 인정해서 깨끗한 죽음을 내려 주지, 낄낄낄...!"
"빌어먹을 마대, 이놈아! 죽일 때 죽이더라도 이십 년 만에 만
난 친구한테 술한잔 줄수 없단 말이냐? 이 썩을놈아!"
"친구? 낄낄낄! 급하니까 별말이 다 나오는군. 내가 왜 네 친
구냐?"
"썩을 놈...! 문주의 전갈을 가지고 온 사신이다. 이놈아 너는
사신을 죽이지 않는다는 규칙도 모르냐?"
"호오! 요즘은 그런 규칙도 있나? 낄낄낄! 나불댈 것 있으면
빨리 나불거려."
"호오! 쳐죽일 놈아, 우선 술이나 한잔 먹자."
"낄낄낄! 내가 속을 줄 알고? 그럼 가만히 있거라. 애들아, 저
놈 마혈을 짚어라."
정태구는 눈을 질끈 감았다. 대항을 하려면 못 할바는 아니지
만 사충전을 찾아온 보람이 없어질 것이고...아예 눈을 감아버
리고 목숨을 하늘에 맡기기로 작정했다.
"그런 일이..."
정태구는 이를 부드득 갈면서 과거사를 이야기하는 마대가 갑
자기 측은하게 느껴졌다.
입김이 바로 얼음 조각이 될 것 같은 추운 겨울날, 갑자기 밀
어닥친 괴한들에게 너무도 허망하게 당했다. 당시 전주는 삼목
파의 대두였던 흑시암영(黑屍暗影). 사충전의 총단에는 삼목파
의 인물들로 바글거렸다. 그들은 단 한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독문사람들이 독에 중독되었다. 그리고 쏟아지는 살공들...
삼목파의 식솔들이 거주하던 산채는 불에 타 흔적도 없이 사라
졌다. 청사파도 마찬가지였다. 살아남은 사람은 마대, 단 한
명. 나머지 식솔들은 죽음을 면치 못했다.
비홍사가 동면에 든 토혈을 팠다. 똘똘 말린 커다란 공, 그중
에 손에 잡히는대로 두마리를 꺼냈다. 나중에 알았지만 암수
각 한 마리씩, 천운이었다.
두다리가 잘렸다.
배에 검이 쑤셔들었다.
그리고도 마지막 사력을 다해 도주했다. 손이 발이 되어 갈
곳, 못갈 곳 가리지 않았다.
지금 동혈에 있는 이십여 명은 나무꾼을, 엽사를, 약초캐는 젊
은이를 강제로 납치해 수하로 만든 사람들이었다. 무공을 전수
해 주고 독공을 전수해 줬지만 비홍사를 다루는 법은 가르치지
않았다. 그들에게 복용시킨 만성독약이 비홍사의 독으로 해독
될 수 있으니까.
"낄낄낄! 그래도 비홍사는 서른일곱 마리로 불려 놓았지, 낄낄
낄."
마대는 고적한 이십 년을 보내는 동안 성격이 많이 편협해졌지
만, 그래도 아는 얼굴을 만났다고 반가운 기색을 드러냈다.
비홍아를 기르던 것이 독공이 아니라 취미로 전락하고 만 사두
열목이었다.
"도대체 무슨 독이기에 그토록 허망하게..."
"히히힛! 알수가 없었어. 전혀 처음보는 독이었어. 희한한 독
이었지, 증독되면 몸이 마비되는데 지속시간은 일 각밖에 안
돼. 그 시간이면 검을 맞기에 충분한 시간이지. 히히힛! 다들
물러가고 난 다음 시신을 부검해 봤는데 독에 중독된 증상이
전혀 없었어. 누구 시신을 부검했는지 알아? 내 마누라였어.
낄낄낄...!"
사두열목 마대의 입에서 괴소가 터져 나왔다. 듣기 무척 역겨
웠지만 정태구의 마음은 오히려 찢어지는듯 아팠다. 모를 일이
었다. 평생 숙적으로 생각했던 마대에게서 이런 기분을 느낄
줄은...
"무산파로 가자."
"낄낄낄! 이놈아, 내가 움직일 상황이나 되냐? 괜히 죽기 싫으
니까...헛소리하지 마."
"썩을놈, 네가 무산파에 간다고 해서 도움이 되냐? 네 몰골을
봐라, 어디 써먹을 데가 있나, 불쌍해서 같이 가자고 하니
까..."
"뭐야?"
"안 그러냐, 이놈아! 이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들
끼리 서로 의지하면서 살면 어디가 덧나냐?"
"이놈의 새끼가 정말 죽으려고..."
하지만 말만 거칠게 내뱉었을 뿐 죽이려는 의사는 전혀 없는
것 같았다. 한때는 사충전의 재기와 복수를 꿈꿨던 적도 있지
만 세월이 흐르면서 퇴색해 버린 옛이야기였다. 지금은 그저
후회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격전을 치렀던 옛 적수를 만난 것으
로 자족했다.
비흥사들이 운집한 곳은 동혈 안쪽이었다.
마음껏 정혈(精血)을 토해 낸 비홍사 세 마리가 돌아온 것은
이틀이 지나서였다.
그동안 정태구는 혼자서 무료한 세월을 낚았다. 강제로 입 속
에 만성독약을 틀어 넣은 마대는 비홍사가 있는 안쪽으로 들어
가 나오지 않았다. 만성독약이라고 해야 해독법이 간단했다.
겨우 독에 입문한 놈들은 쩔쩔맬지라도 독사우공 같은 대가에
게는 어린애 팔목 비트는 것보다 간단했다.
덧없이 나흘이 지나고 밤이 이숙해질 무렵, 마대는 의족을 버
리고 앉은뱅이가 되어 나타났다.
"내...몸이 이래. 꽨...찮겠어?"
"이 빌어먹을 자식아...누가 뭐라고 하면 모가지를 따버릴 거
야."
"낄낄낄! 미친놈...그래, 가자."
정태구는 마대의 머리를 불잡아 가슴에 묻었다.
* * *
단비하는 쌍돛대를 단 이장선(二檣船)에 몸을 싣고 무싼파파가
일러준 하독 방법을 연구했다. 단가의 의독술이 의(醫)에 치중
한 반면 무산파의 의독술은 독(毒)에 역점을 두었다. 사실 의
와 독은 별개가 아니었다. 약재도 과중하게 쓰면 독이 되고,
독 역시 쓰기에 따라서 약이 되었다.
문제는 하독 방법.
당문은 조독기에 의존하던 것에서 탈피하여 당절삼해를 만들어
냈다. 절독도 중독시키지 못한다면 무용지물, 육신으로 펼치되
조독기를 사용한 것처럼 빠르고 정확한 방법, 평범한 독에 중
독되도 몸이 말을 안 듣고 고통이 찾아오는 것은 마찬가지였
다. 단지 죽음이 조금 늦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해독할수 있
다는 차이뿐...
어떻게 중독시키느냐가 문제였다.
단가의 독술은 물체를 이용했다. 물, 불, 바람...독을 옮길 수
있는 매개물이 없다면 아무 가치도 없었다. 일산촌에서 당철휘
를 중독시킬 때도 바람을 이용했다.
무산파의 독은 육장으로 펼치는데, 그것이 치명적이었다. 매개
물이 있다면 더욱 좋았다. 하지만 시술자 자신도 중독될 위험
이 늘 따라다녔고 중독 반경이 상대적으로 좁았다. 신법의 대
가와 싸운다면 고전이 예상되었다.
단가나 무산파나 당문의 당절삼해에는 역부족이었다.
'전위대주 당천우가 연습하는걸 봤지. 당절이해였던가? 두가지
독을 한번에 사용했다. 하나는 수비로, 하나는 공격으로...독
으로 독을 막으면서 공격해 온다면 속수무책...'
답답했다. 조독기뿐만 아니라 폭우빙혼통까지 사용하고도 당자
인에게 잡혔던 몸, 당문십절에게 대든다면...죽음이다.
"단비하!"
북풍한설처럼 차가운, 그러면서도 원한이 담긴 음성이 들렸다.
"먼저 살려 줘서 고맙단 인사를 해야겠어. 네가 아니었으면 벌
써 죽었을 테니까, 하지만 당철휘를 죽이고 나면 너 역시 죽일
거야. 이유는 알지? 네가 바보짓만 하지 않았어도 당철휘 그
새끼한테 쉽게 넘어가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보다 더한 이유는
잘 알테고..."
단비하는 고개를 들어 흑진주처럼 아름다운 갈홍아를 바라보았
다. 살결이 검어서인지 탄력적인 몸매가 더욱 두드러졌다.
그러나 전처럼 청순한 모습은 간데없고 염라사자의 모습만 보
였다.
말 한마디 않고 빈 허공만 쳐다보던 갈홍아의 말문이 트인 것
은 황학산에서 당철휘를 만나고 난 다음부터였다. 그때까지는
치명적인 절독에 지옥 문턱까지 갔다 왔으면서도 미련이 남았
던 모양이었다.
"...!"
아무 말않은 채 눈을 감았다. 마주치는 태양이 뜨겁다고 느껴
졌다.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그래도 한낮은 무척 더웠다.
"오늘은 바빠질 테니까..."
갈홍아가 직접 말을 건네 온 것은 만난 후 처음이었다. 혈변을
쏟으며 신음할 때도 모른 척했고, 무산파파에게 독술을 같이
전수 받으면서도 아무 소리 없었다. 반면에 가까이 다가온 사
람은 이경화였다. 그녀는 온갖 수발을 다 들면서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지금도 이경화는 전면을 쳐다보며 뒤를 흘깃거렸다.
관심도가 정도를 넘었다. 본인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생각하겠
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
는 사람이 없었다. 사랑, 혼자만 가슴 끓이는 사랑이었다.
단비하는 정에 굶주리며 자랐다.
어머니의 포근한 사랑은 받아보지도 못했고, 아버지와도 시간
을 얼마 갖지 못했다. 어렸을 적에는 꽤나 사랑을 받았을 터이
지만 기억에 없었다. 그런 그이기에 그녀가 쏟는 정의 성분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신을 푸르게 물들인 멍이 가시고 골병으로 스며든 아픔이 서
서히 아물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이경화가 할 일은 적어졌고
마음의 열병이 골수까지 파고들었다.
갈홍아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다시 시선을 전면
으로 돌렸다.
- 오늘 안으로 당자인이 공격해 오겠지요. 육십 대 오의 싸
움...상식대로라면 무조건 피해야겠지만 오늘만은 싸워 봅시
다. 세 사람이 뭉쳤다고 하니까 그들의 힘이 얼마나 되는지 가
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지요.
제갈문은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오늘 발생할 일을 설명했다.
장강에 나온 지 칠주야, 아무리 참을성있는 친구라해도 오늘쯤
은 공격해 오리라는 것이 제갈문의 예측이었다.
이경화는 모든 것이 귀찮았다.
공격도 제대로 못해 보면서 뒤만 쫓는 게 지겨웠고, 하나같이
살기만 드러내는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갈문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끈질기게 뒤를 쫓았다. 마치 너의 뒤에는 내가
있으니 기회만 주면 요절내겠다하는 심산처럼 보였다.
귀찮았다.
유숙부가 목숨을 버리며 지키려 했던 사람. 그사람이 만신창이
가 되어 나타났을때 할일이 생각났다. 정상적인 인간이 될 때
까지 돌보는 것, 그것이 이승을 하직한 숙부에 대한 도리라 생
각했다.
그랬는데...그것뿐이었는데...
지금 이경화가 관심을 쏟는 것은 단비하의 상세뿐이었다. 이번
격전에서도 단비하는 손을 들 기력조차 없기에 대상에서 제외
했다. 그래서 육십 대 오 만약 단비하에게 불상사가 생긴다면
맡은 임무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구할 각오였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그녀조차도 요 근래에야 깨달았다.
"경화야, 이 아비가 사망산검을 가르치면서 무엇을 강조했더
냐?"
이경화는 문득 결에서 들려 오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흠칫 놀랐
다. 마치 자신의 생각을 들킨 것 같아 귓불까지 빨개졌다.
"무광검을 만들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라고 배웠습니다."
"기억하고 있구나."
"네..."
이철진은 장강의 푸른 물결을 바라보았다.
"무광검을 만들려면 신념을 가지고 일로맹진(一路猛進)해야 한
다. 사람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지."
"네..."
모기 소리만하게 기어 들어가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너무 엄격
한 아버지였다. 잠시 자세만 흐트러져도 심한 질책을 하시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마음을 읽고 한 말에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나 용기를 얻었다. 아버지는 반 승낙한 셈이 아닌
가.
"정신 똑바로 차리거라. 제갈문은 보통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전혀 승산이 없어 보이는 싸움이지만 하려고 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게다. 실수를 한다면 천추의 한이 될 게야,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네."
제갈문의 예측은 한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장강 너머에 나타난 커다란 배 두척, 일행이 암중에 따르던 선
박이었다.
일순 제갈문은 품속에서 황색 통을 꺼내 허공으로 쏘아올렸다.
휘르릉...!푸악...!
누구에게 연락하는 것일까? 선호탄임에는 분명한데 사전에 말
한 바가 없어 알길이 없었다.
"퇴각합시다."
사전에 약속된 행동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졌다. 지금에 와서
는 그 누구도 제갈문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철진과 갈홍아는 이장선의 돛을 활짝 폈다. 때마
침 불어온 강바람을 타고 일행을 태운 이장선은 쏜살같이 움직
였다.
무산파파는 공기의 흐름을 감지했다.
당자인이 독을 전개한다면 분명 바람을 이용할 터, 어떤 독인
지 알아야 해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경화는 강 양안을 주의 깊게 살폈다.
휘르륵! 휘륵...!
공격은 화전(火戰)으로 시작되었다. 거리는 닿지 않았지만 배
두척에서 쏟아진 불화살이 뜨거운 창천을 가득 메웠다. 그때,
"후란독이야!"
무산파파의 일성이 터지고 모두들 품속에서 해독약을 꺼내 복
용했다. 해독약을 먹었다고 중독이 안될 리는 없지만 조금이라
도 면할수는 있었다.
퍼엉! 펑...!
화전에 매달린 조그만 죽통이 허공에서 폭발하며 새까만 연기
가 피어올랐다. 연기는 바람을 타고 이장선으로 빠르게 밀려왔
다. 벌써 매캐한 내음이 콧속으로 밀려들며 속을 거북하게 만
들었다. 꼭 음식을 먹다 체한것처럼 더부룩하면서 구토가 치밀
었다.
"제독수(除毒水)!"
무산파파가 다시 일성을 내질렀다.
일행은 물통을 꺼내 미리 준비했던 제독수를 들이켰다. 그러자
모든 증상이 씻은듯이 가라앉으며 신체 감각이 평형을 유지했
다.
퍼엉! 펑...!
허공에서는 계속 후란독이 피어 올랐다. 그럴수록 매캐한 내음
은 더욱 짙어졌다. 돛대를 두개 단 이장선보다 여섯 개 단 배
가 훨씬 빠른 까닭에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독분은 위험 수위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했다.
일반적으로 독은 면역성이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구분된다.
당문 십독이라 일컬어지는 것은 살상력이 강한 때문이기도 했
지만 면역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아무리 주의해도 방비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후란독은 면역성이 있어 중독당한 사람이 일단 해욕을
하게 되면 한 시진 정도는 재중독되는 일이 없었다.
지금은 그런 통념이 먹히지 않았다.
무차별로 살포되는 후란독은 능히 백여 명을 일거에 죽일 만한
분량이었다. 그러니 어지럽고 머리가 빠개질 듯 아파 오는 것
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저, 저것!"
이경화가 경악에 찬 음성을 토해 냈다.
좌측 강변을 따라 말을 달려오는 두사람이 보였다. 단지 두사
람뿐이기에 기다리는 사람이 아닌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중 한
사람이 보자기를 풀자 수십 마리의 물뱀이 장강을 헤엄쳐 오는
게 아닌가. 물뱀이 아니었다.
비홍사!
일반 뱀들과는 달리 비홍사는 뼈마디가 쇠처럼 단단했다. 가죽
도 두꺼워 물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물과 뭍을 가리지
않고 독사의 제왕 노릇을 하는 놈이었다.
아! 독사우공이었다.
그렇다면 제갈문은 독사우공이 성공할 줄 알았고, 사충전주와
함께 나타나리라 예측했단 말인가? 신산귀계(神算鬼計)가 아니
면 놀라운 정보력이었다.
당자인도 후란독을 무시하고 헤엄쳐 오는 비홍사 무리를 본
듯, 두척의 배가 뚝 멈춰 서더니 뒤로 십 장을 물러섰다.
"휴우!"
제갈문은 이마에 솟은 진땀을 소매로 닦으면서 긴 한숨을 몰아
쉬었다. 나타날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정확한 시간은 예측하지
다. 작은 이장선과 큰 선박 두 척은 잠시 동안 대치 상태를 유
지했다. 그사이는 비홍사 무리가 가로막은 채...
잠시 후, 당자인의 배는 서서히 물러서기 시작했다. 근 사십여
마리의 비홍사가 전력을 다해 달려든다면 비록 승리한다. 할지
라도 패배만 못한 승리가 될 것이다.
당자인은 서둘지 않았다.
정태구는 뱃전에 올라서며 얼굴색이 썩은 돼지 간처럼 시커메
졌다.
"야, 제갈문! 너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모든 사람을 무시하고 냅다 지른 소리였다.
"하하하! 조금 놀라셨지요?"
"뭐? 어째? 조금 놀라? 어휴! 이걸 그냥..."
주먹을 불끈 쥐어 내리치는 시늉을 했지만 때릴 의사는 추호도
없는 듯 했다. 아니 비록 습관대로 막말을 하고는 있지만 전과
같지 않게 어렵게 대하는 듯했다.
"무슨 소리냐? 알아듣게 자세히 이야기해야 알지."
"아, 글쎄, 이놈이..."
그리고는 급하게 말문을 닫았다. 그 행동이 너무 어색해서 한
눈에 무슨 사연이 있다는 것을 직감케 했다. 제갈문과 사전에
짜여진 각본이...
중인들은 정태구와 마대가 때맞춰 나타난 이유를 묻지 않았다.
어떻게 연락을 받았으며 필요한 시간에 바로 이 장소를 찾아올
수 있었던 까닭도...독사우공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단지 이
제 무산파는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만 전한 채.
제갈문...갈수록 신비한 인물이었다.
"무산으로 돌아가지요. 더 이상 당자인을 쫓는다는 것은 무의
미합니다."
제일 먼저 반대한 사람은 갈홍아였다.
"착각한 모양이군요. 우리는 당자인을 쫓지 않았어요. 당철휘
...그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놈을 쫓았지."
"잘 알지요. 하지만 당철휘를 죽일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밖
에 없었지요. 황학산에서...그 기회를 놓친 이상 우선은 참아
야지요."
"그런데 왜 뒤를 계속 쫓았죠?"
"강호에 나온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했지요. 당자인이 소파산에
있다는 것을 이 몸이 안다면 당문도 필히 알터...그런데 문주
를 시해하려 했던 놈을 내버려 둔다는 것이 찜찜했고, 당철휘
와 한연지가 무림에 나온 이유도 영 납득되지 않았지요."
"이제는 알았다는 말인가?"
무산파파였다. 그녀는 무산으로 돌아가리라 마음을 굳혔기에
굳이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었다.
"알았지요. 당문주 당기룡...늙은 여우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갈 소저, 내 분명히 약속하리다. 지금은 물러서지만 당철
휘가 당문으로 돌아가기 전에 반드시 목을 딸수 있을 것이오."
"그러자꾸나. 애야, 제갈문은 믿어도 좋아. 만약 이놈이 그런
기회를 만들지 않는다며 내가 이놈 모가지를 비틀어 버릴게.
어때, 괜찮지?"
"...좋아요."
갈홍아는 마지못해 대답했다. 멀어져 가는 선박 두 척을 쳐다
보는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당철휘...그 자식을 바로 찢어 죽
이지 못하는 것이 원통했다.
"이 대협도 우선 무산에 머무시지요. 지금 무산의 힘은 너무
미약합니다. 어차피 이 대협도 당자인과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단독으로 풀기는 힘들 테니..."
"흠! 그럽시다."
이철진은 혼쾌히 승낙했다.
이 순간 이경화는 단비하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두 눈에는 놀람과 기쁨이 일렁거렸다. 단비하 눈을 꼭 감고 있
는 단비하의 피부색이 급속히 붉어지더니 원래의 피부색을 되
찾았다. 혈액 순환이 잘된다는, 골병든 몸이 거의 완치되었다
는 증거였다.
'같이 있을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어.'
그녀의 마음을 읽었는지 이장선은 수로(水路)를 바꿔 무산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알았어. 하독방법을..."
단비하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들이 전부 해독약을 복용할때 단비하는 전신으로 맞
았다. 손에는 해독단이 쥐여져 있었고 친절하게 제독수도 옆에
놓아 두었지만 복용하지 않았다. 일척건곤(一擲乾坤)에 모든
것을 맡겼다.
당자인과 무산파파 일행이 결전을 벌인다고 했을 때부터 마음
속으로 생각한 일이었다.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육장으로 하
독하는 방법을 배워야했다. 그것도 무산파의 수준을 뛰어넘어
당절삼해와 비등할만큼 익혀야했다.
무모한 일은 아니었다. 골기도찰법과 함께 단가에서 구전되어
오는 하독법을 상기했다. 원래는 독에 중독된 환자를 치유하기
위해 독을 흡수하는 방법이었지만 반대의 개념을 생각했다.
흡수할수 있다면 발출 할수도 있지 않을까?
흡수하는 방법도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 단추강은 가람
거공을 극성으로 익혔을 때, 내공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방사
(放射)를 익히라고 누누이 당부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목숨을 걸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부딪
치는 것. 성공했다. 후란독이 온몸을 후벼 팔 때 전신 진기를
양손에 밀집시켰다 몸 속에 들어온 독기를 진기와 함께 돌리며
손끝으로 방사시켰다.
진기로 사람을 치료할 때처럼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고통이 가라앉았다. 독이 흘러나갔다. 바람결 따라 흘러드는
독과 체내에 잠복한 독이 부딪치며 상쇄 작용을 일으켰다.
당문이 구파일방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이유는 이것이었
다.
당문에서는 해독약을 복용하지 않고 제독하는 방법을 일찍이
알았을 것이다. 당연히 구파일방의 고수들은 잘 알고 있을 테
고...사망산검이 조독기로 쏜 독을 피해 내고 달려들수 있었던
것도 방사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지 말로 설명할수 없
는 심득으로 깨우쳐야 하는 너무 요원한 이야기라서 말하지 않
았을 뿐이었다.
그래서 중독되는 즉시 절명하는 독, 운기할 틈이 없는 절대지
독에 목을 메고 달려들었다. 만채실 독제실의 모든 사람들이
당문 십독을 놓고도 만족하지 못한 이유, 이제는 알았다.
무산파파 역시 방사 능력이 있을까? 미독환사나 독사우공, 당
철휘는 그런 능력이 확실히 없다. 그렇기에 조독기에, 비홍사
에, 흡혈단에 매달린다. 만약 방사 능력만 갖줬다면 어떤 독일
지라도 겁낼 게 없었다.
절명지독은 아직 시험해 보지 않았지만...
몸도 개운해졌다.
후란독이 몸을 휘돌면서 세맥을 자극했고, 덕분에 골병 든 것
처럼 욱신거리던 몸이 한결 개운해졌다.
하독 방법을 익히려다가 방사 능력과 독을 이용한 치료법까지
알게 되었다.
'이제는 완벽하게 습득하는 일만 남았어...'
독이 많이 필요했다. 가벼운 독부터 중한 독까지...실험 대상
은 물론 자신이었다. 누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기에 혼자 습
득해야 했다. 자칫하면 죽을지도 모르는 일을...
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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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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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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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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