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2 / 유진택
저기 산마루에 꽃이 피었다
저곳을 수없이 넘나들었지만
만개한 꽃에 한나절 나비처럼 취해 있었다
취하는 일도 때로는 꿀을 빨듯 달콤해진다
그래서 꽃에만 앉으면 떠날 줄 모르는 나비의 마음을 안다
꿀을 위해서가 아니라 꽃이 좋아 종일토록 시간을 보낸다
저렇게 한가롭다고 세월이 무너지지 않는다
다른 꽃에 욕심내지 않고
속절없이 한 꽃에만 머무는 나비를 그래서 사랑한다
아무리 급해도 오랫동안 꽃에 앉아
취할 줄 아는 나비를 사랑한다
- 시집 『염소와 꽃잎』(푸른사상, 2019. 5)
* 유진택 시인
1957년생 충북 영동군 황간면 안화리 출생, 부산 경성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1996년 『문학과사회』 가을호 등단
시집 『텅 빈 겨울 숲으로 갔다』 『아직도 낯선 길가에 서성이다』 『날다람쥐가 찾는 달빛』
『환한 꽃의 상처』 『달콤한 세월』 『붉은 밥』
2013년, 2016년, 2019년 대전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현재 한국작가회의와 좌도시 회원, 무천문학 회장, 서대전 세무서 운영지원과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