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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가 바다에 떠내려간다면. 글/사진: 이종원
인천의 섬여행 취재를 맡았다. 원래 나의 목적지는 '춤추는 옷' 무의도다. 그런데 선착장에 갔더니 11시부터 3시까지 배가 뜨지 못한다. 썰물 때문이라는데... 내가 보기엔 손님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마지막 배가 6시라는데 일몰을 찍고 나면 막배를 타는 것이 힘들 것 같다. 일이 왜이리 꼬이지. 다시 영종도 인천공항을 지나 삼목선착장에 갔더니 신도-시도-모도 2시 10분 배가 방금 떠난 것이다. 제기랄...또 꼬이네.. 그래도 이 배의 막배는 6시 30분에 떠나기 때문에 일몰을 찍기에 충분했으니 이젠 선택이 없었다.. 3시 10분 신도행 배에 올라탔다. 영화 '슬픈연'가 세트장은 시도에 있다. 신도를 일주하고 연육교를 거쳐 시도를 넘었다. 그런데 표지판을 잘못 본 것이다. '슬픈연가' 세트장은 직진인데 우회전 바다로 간 것이다. 이런 내가 슬픈연가의 주인공이 될줄은.....
분명 이 길은 아닌데....타이어자국이 있길래 들어갔다가...나중에 잘못 들어간 것을 깨달았다. 차를 뻘에서 돌리다가 그만 바위에 부딛쳤다. 당황해서 앞으로 간다는 것이 모래밭에 빠진 것이다. 모래구덩이 한번 빠진 차는 어찌 대책이 없었다. 손으로 땅을 파도 소용없었다. 물은 조금씩 조금씩 차 오르지... 뻘에 갔더니 할머님이 굴을 캐고 있었는데..... 그 나약한 분이 밀어도 소용이 없었다. 미친듯이 마을로 달려갔더니 ...걱정만 할 뿐...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구하다가 자기 차도 빠지게 되니까...이해는 할 만하다. 간신히 인천의 119에 연결되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이 오지 않는다. 물은 내 목덜미까지 찬 것이나 다름없다. 죽음만 기다릴뿐... 결국 모든 것을 포기했다. 차에서 꼭 필요한 귀중품을 꺼냈다. 패트물병이 있길래 실컷 마셨다. 카메라와 랜즈 그리고 때묻은 지도책, 마지막으로 가수 영조님 CD도 꺼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내가 죽을 때는 무엇을 가져갈까? 그걸 이웃에게 내주었을 때 훨씬 홀가분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먼 바다를 바라보며 그동안 카렌스와 함께 했던 추억을 곱씹었다. '너도 참 고생 많았다. 여행작가 주인을 잘못 만나 전국을 뱅글뱅글 돌고 쉬지도 못하고...결국은 겨울에 수영을 하게 되겠구나.' 내 차와 마지막 이별식이다. 간절히 기도를 했다. 제 애마 꼭 구해주세요. 저 멀리서 차가 한
대 온다. 일반 소방관이 아니라 조그만 섬의 의용소방관이다. 어찌나
고마운지 모른다.
소방대장과 그 친구가 4륜구동형 차를까져 왔는데 ....이 차도 그만 모래에 빠진 것이다. 나 때문에 또 한 대의 차가 수장될 위기에 놓였다. 죄책감...내 차는 못구해도 죄없는 차는 꼭 구해주세요.
물은 코까지 차올랐다. 요즈음 사리이기 때문에 그냥 놔두면 끝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15분... 그런데 저 멀리서 포크레인 한 대가 나타났다. 오! 주여 ^^
우선 찦차부터 구해야 한다.
흙을 파내고 이리저리 흔들면서.....
간신히 그 차를 구했다. 시간이 없었다. 이젠 바닷물이 바퀴까지 적시고 있다. 물이 차지 않고 10분의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차가 사람을 가르쳐 준다. 하긴 차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자일을 묶고...이리저리 흔들면서 뒤로 빼낸다. 한쪽 바퀴는 이미 바닷물이 푹 빠졌다. 힘내라 힘...눈뜨고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기어코 차를 돌렸다.
그러나 장애물...차가 바위를 넘기 위해서는 땅을 다져야 한다.
모레를 덮고... 땅을 다지고....
간신히 구렁텅이에서 벗어 났다. 그러나 차를 막는 것은 바닷물 선택은 없다. 오로지 바다로 들어가는 가는 수밖에 .....휴..심호흡
힘껏 엑셀을 밟고 내달렸어....휴- 만약 5분만 더 지체했다면 내 차하고는 영영...아듀다.
소방대원들께 얼마나 감사한지....몇번이나 고개를 숙였는지 모른다. "저녁이라도 드시지요." "막배가 6시 30분인데 ...빨리 가세요" 그러고보니 소방대장님 성함도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주머니에 있는 돈 탁탁 털어서 식사나 하시라고 드렸다. 그래도 죄송한 마음은 가시지 않는다.
또 한 분에게 감사해야 할 분이 있다.. 차가 빠졌다고 일부러 레카차를 끌고 영종도에서 배를 타고 시도까지 왔다. 레카차도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다가 그냥 돌아갔다. "배삯이라도 드려야 하는데...어떻하지요?" "제가 한 일이 뭐 있어요. 괜찮습니다. 차를 꼭 빼길 기도할께요." 차를 다빼고...배를 타면서... 너무나 감사해서 달려갔다. 가진 것이 있어야지...내가 쓴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렸다. 계좌번호 달래서 입금할려고 했더니...그냥 가란다. 막무가네다. 세상에 참 좋은 분들이 많다. 나 때문에 시간을 빼앗겨서...지금 야근을 하는 중이란다. 용유자동차 공업사 이원권사장님
신공항고속도로를 달린다. 그런데 멀쩡했던 차가 롤링이 심하고 핸들이 심하게 떤다. 비상등을 켜고..천천히 달렸다. 신공항고속도로-자유로-내부순환도로-그리고 마지막 신내동 내 집을 100미터 앞두고.... 바닷물 먹었으니 차를 세차하려고 세차장으로 핸들을 꺽는 순간....우두둑 소리가 나더니 차가 풀썩 주저 앉았다.
차 밖으로 나갔더니 이런 구슬이 길바닥에 굴러다녔다. 모래가 잔뜩 들어갔으니 차가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유심히 보았다. 스님의 사리처럼 영롱했다. 차도 마지막 힘을 낸 것이다. 미황사를 눈앞에 두고 쓰러졌던 소가 생각난다. 만약 내 차가 바다에 둥둥 떠다녔으면.....나를 도와줄 차도 떠내려갔다면...차 이상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다면...도로 한가운데서 멈춘 것이 아니라 그녀를 만나기 100미터 전에 멈췄으니...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카메라 장비를 다시 어깨에 이고 터덜터덜...내 집으로 향했다. 긴장이 풀린다. 온몸이 저려온다. 바지는 뻘흙으로 범벅이 되고...바퀴아래 모래를 파느라고 손등 여기저기 생채기가 났고 핏자국이 흐르고 있는 것도 몰랐다.
그 초쵀함이란? "자기야. 나 죽다가 살아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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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과 정수가 추천하는 가수-가수 영조의 '행복한 인연'
퍼온 곳; 영조사랑 http://cafe.daum.net/youngjo316이번에 나온 새앨범 중에 '세상에 태어난 이유'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 아이들을 위한 노래인 것 같아 배경음악으로 깔았습니다.
마음조리면서 이제사 읽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사과챙겨주시고 이 고마움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기쁜일 많이 있으시길 기도합니다.
아이고 대장님. 그 맘 고생을..ㅉㅉ
참 대단하시네요. 그 순간에도 사진을 찍어 올리시다니......
진짜 마음 졸이셨을 그 시간에 짬짬이 사진까지 찍으시고... 대단한 대장님....
아이구~ 이런 큰 일 날뻔, 아니 큰일 났었군요. 마지막 사진 `대장님의 귀향` ㅎㅎㅎㅎ
읽어내리다가 도저히 결과가 궁금해서 제대로 못읽고 결론부터 봤네요...정말 다행입니다..올한해도 별탈 없이 한해를 보내시기를 새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