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대입니다. 거리의 광고판이 제 효용을 잃을 만큼, 사람들은 길을 걸으면서도 작은 디바이스의 화면에 눈을 집중시킵니다.
이렇게 작은 세계에 주의를 집중하면, 사람들과는 점점 더 소외되어 자아의 고립을 촉진할 것 같은데, 꼭 그런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SNS는 웹 시절부터 있던 것이지만, 모바일 시대를 맞이하여 완전히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
화면에 고개를 묻고 지내는 세대는, 이전 세대가 전혀 상상하지 못하던 의미에서 "소셜"해지고 있습니다. 어떤 나이든 이들은 과연
이것이 "소셜"인지 아닌지도 의아해합니다. 분명한 건 이 트렌드를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고, 이 트렌드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버드 대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는 이런 "또하나의 신세대"를 가리켜 "앱 제너레이션"이라고 명명합니다. 어느 데케이드의 10대들도
새로운 이름을 부여 받지 않고 자라는 일이 없으니, 과연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변화가 빠르긴 한가 봅니다. 어느 미래 세대도, 그
앞 세대를 닮지 않고, 새로운 개성을 키워 나간다는 점은, 좀 과장하자면 진화를 촉진하는 건전한 움직임입니다. 뿌듯한 일이고
장려할 만한 현상입니다. 지금까지의 무슨무슨 세대에 대해서는, 다소의 (부작용처럼 언제나 끼어 들기는 했으나) 우려를 깨끗이
불식할 만큼, 찬양과 기대가 주조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새로이 "발견"한, 이 "앱 제너레이션'은, 그런 장밋빛 전망과는 상당히 큰 폭의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일단 이런 추세가 아무 제동 장치 없이 전행되는 사태에 대해, 적신호를 울리고 있습니다. 사실, 앱(여기에는 물론 SNS 미디어 뿐
아니라 게임 등 모든 애플리케이션 환경이 다 포함됩니다)의 매커니즘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학부모들과
전문가들이 일찍부터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가드너 교수의 주장이 갖는 차별점이라면, 이런 모바일 중독을 전체 세대의
특성으로 파악하고, 이를 통해 보편적, 포괄적, 사회학적 접근을 베풀고 있다는 사실이겠습니다.
앱은 TV의 부작용과는 또 다릅니다. TV가 투영하는 세상은, 실제의 세계와 아주 차별화한 별천지만은 아닙니다(그런 것도 일부
있지만요). 시청자가 아주 바보가 아닌 이상에는, 어느 정도 잘 기능하는 필터를 통해 자신에 해롭지 않은 부지런한 해석을 거치는
것이 보통입니다. 반면 모바일의 앱은 개인과 완전히 밀착한 소통 방식입니다. 어느 것이 자아이고 외계이며, 진정한 실재와 모바일이
구현한 버츄얼이 무엇인지 분간이 안 갑니다. 앱의 논리는 현실과 대단히 동떨어져 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SNS에는 아이가
만나고 접촉하며 때로 적대하는 실재 인물들이 다 구현되고 활동하고도 있기 때문에, "이것이 현실이 아니며 왜곡과 오해가 끼어 들 수
있다"는 최소한의 경계심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성질 때문에, 가드너 교수는 "앱이 아이들 창의력을 망칠 수 있다"며 강력히 경고합니다. 이것은 인터넷이나 게임이 끼친다고
경고받던 여러 위험과는 또 차원을 달리하는 경지입니다. 앱은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아직 인격과 성숙한 감성이 채 형성되지 않은
아이에게 총체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이동할 때도 언제나 몸에 휴대하는 기기가 지속적으로 발휘하는 여러 압력이란,
이전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 가드너 교수는 과거로의 회귀만을 지향하는 보수주의자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도 이 트렌드가, 거역할 수 없는 도도한
흐름임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는 앱 제너레이션, 앱 에이지의 밝고 희망찬 면도 넉넉히 지적할 줄 압니다. 도구가
늘어나면, 같은 창의성도 움츠려듦 없이 더 마음껏 나래를 펴는 게 당연한 이치입니다. 구글이라는 놀라운 검색 엔진이 제공하는
무한에 가까운 리소스는, 기존의 창의성을 다른 레벨로 도약시켜 줄 수 있습니다. 이는 이전 그 어떤 천재도 누리지 못 했던, 앱
세대만의 특권이자 비장의 무기이기도 합니다. 온라인은 집단 따돌림, bullying도 존재하지만,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광폭의
소통과 실시간의 동시간 의사 교환이 가능합니다. 이는 도전인 동시에 기회의 새로운 창출입니다.
중요한 건 부모의 올바른 양식과 사회의 건전한 관심입니다. 앱은 사실 위협이나 도전이라기보다, 이전 그 어느 부모나 자식 세대가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의 도래입니다. 이런 새로운 변화의 물결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 왔고, 그 응전을 효과적으로 이뤄 왔기에
오늘의 번영하는 인류가 생존해 있는 것입니다. 가드너 교수가 주장하는 건, "이대로는 아이들을 망친다"는 것입니다. 창의적인
기업이 미증유의 환경을 조성하여 세상에 내놓았다면, 일찍이 없던 정신과 영혼의 성장과 진화, 그리고 소통과 연대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도 이 "앱 제너레이션" 앞에 제시된 분명한 옵션 중 하나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