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카르멘 공연을 보고
10월24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국립발레단 117회 공연의 일환이었다. 이 공연은 공연 전부터 영화 “쉘위댄스?“의 여주인공 쿠사카리 타미요가 카르멘 역으로 나온다하여 댄스스포츠계에도 일찍부터 화제가 되었던 공연이다.
오페라 하우스 매표소 근처에는 이 공연에 대해 취재한 매체들의 기사를 확대 전시하여 공연에 대한 이해와 열기를 고조시켰다. 댄스스포츠 코리아도 그 중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10월호 관련 기사가 입구에 전시되어 있었다.
5일간 전회가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호응 속에 공연이 성공적이었는데 국립 발레단의 저력과 쿠사카리 타미요의 매력, 2006 Benois de la Dance에서 최고여성무용수상을 수상한 김주원의 인기와 국립발레단의 쟁쟁한 무용수들의 실력이 한 몫 했을 것이다.
전반 40분은 세계적인 안무가 조지 발란신이 52명의 남녀 무용수들과 비제의 교향곡에 맞춰 펼치는 화려한 클래식 발레였다. 이것만으로도 관객들은 공연 관람 온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50여명으로 구성된 서울로얄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연주에 맞춰 하얀 드레스의 여성 무용수들과 검은 드레스의 남성 무용수의 조화는 흑백의 조화 속에 즐거움과 열정을 표현함으로써 발레를 처음 접하거나 잘 모르는 일반인들의 탄성까지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스피디하면서도 침착하고 깔끔한 신체라인이 돋보이는 동작들을 보면서 댄스스포츠와 발레의 관계를 짚어 볼 수 있는 무대였다.
이윽고 카르멘 공연, 마츠 에크의 모던 발레로 발란신의 클래식 발레와 대조 되었다. 원래는 기존 발레작품이나 오페라로도 2시간 정도나 소요되는 카르멘 공연을 45분으로 압축하여 파격적인 모던 발레 형식으로 엮은 안무에 매순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원래 줄거리가 사형수인 호세의 사형 직전에 얘기를 듣는 방식의 전개라서 줄거리가 순서대로 전개 되지 않아 줄거리를 미리 알고 있지 않으면 상황 반전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후문으로 듣기에 남자 무용수들과 발레리나들이 소품으로 쓴 시가를 피우는 장면 때문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시가 연기도 괴롭지만 담배도 피워보지 못한 여린 입술에 시가 연기를 빨아들이는 것도 괴로웠을 것이다. 연습과정에서도 극이 요구하는 시가 피우는 장면에서 성냥이 부러지거나 시가에 불이 붙지 않으면 낭패였을 것이다.
공연 5일간의 배역부터 카르멘 배역을 쿠사카리 타미요, 김주원, 노보연씨가 교대로 맡기도 했지만 김주원씨는 쿠사카리와 노보연씨가 카르멘 역으로 나오는 날은 대조적인 캐릭터인 마담 M 역을 또한 소화 해내어 화제가 되었다.
이 공연은 1년 전부터 세계적인 스탭들이 국립발레단과 무대장치, 의상, 안무까지 치밀하게 기획되어 국내외에서 수차례의 회합과 연습이 있었고 안무 연습 때문에 지난 8월 쿠사카리 타미요가 내한 했던 것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매혹적인 빨간 의상의 카르멘은 자유분방한 춤을 추며 섹시한 매력과 남자를 파멸시키는 마녀의 두 모습을 보여준다. 원작자인 프로스퍼 메리메는 카르멘을 교활하고 창녀이고 도둑이고 불화를 가져오는 여자로 썼지만 비제는 그녀를 강하고 자유를 사랑하며 독립적인 성격의 여자로 해석했다. 봉건적이고 윤리적인 성격의 호세와 대비되며 차분한 성격의 미카엘라(마담 M)과도 대조된다. 이런 설정이 카르멘을 미워하기 보다는 돋보이게 하여 작품의 재미를 더 했다.
카르멘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서 클래식을 잘 모르는 관객들에게도 귀에 익은 음악이 자주 나온다. 카르멘 모음곡이 그만큼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을밤에 연인들이 함께 감상하기에 어울리는 공연이었다.
처음 “쉘위댄스?” 영화 때문에 댄스스포츠하는 사람인 줄 알았던 쿠사카리 타미요 덕분에 발레까지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인터뷰 때 앞으로 댄스스포츠인들도 발레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그녀의 부탁대로 토요일 오후를 발레에 푹 빠져 보았다.
-글: 강신영 기자-
첫댓글 좋은공연 보고 오셨네요~~~부럽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