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가 데이트를 청했습니다.
전 굴러온 복을 차내는 멍청한 내숭쟁이는 아닙니다.
기꺼이"예스!" 였습니다.
우린 일산쪽에 가기로 했습니다.
먼저 예정지로 중남미 박물관과 헤이리 한길사 기타등등이었습니다.
가는 길에 일산에 계시는 수녀님과 함께 식사도 하고...
근데 여행이라는 게 언제나 예정에 없는 난관을 잉태한지라
요즘이 휴가철임을 깜빡 했네요...
포천이나 춘천가는 분들이 많아 퇴계원 그리고 송추 계곡까지 밀리는 바람에
점심이 거의 두 시 반이 넘어버렸습니다.
다행히 기다려주신 수녀님과함께 배고픈 김에
백마역 근처의 목우촌에서 갈비와 오삼불고기를 적절히 시켜 포식했습니다.
냉면 곁들인 건 당연지사....
교통체증에 허기진 애들이 지나오는 식당간판에 씌어진 것들을 다 먹고 싶어해서
중간에 뻥과자 두 봉지와 오징어와 물을 안마실 수 없었습니다.
뻥과자 두 봉지는 배고프니 코끼리에게 준 비스킷이었습니다.
점심때 맛있게 먹으려고 아침을 간단히 먹은 건 역시 자살골이었습니다.
역시 내일을 위해 오늘을 대충 보내는 건 어리석다는 거죠...
식사하고 나니 네 시가 거의 다 되었습니다.
중남미 박물관 닫는 시간이 다섯시라니 밀리는 교통상황 고려하면 물건너 갔습니다.
빨리 포기하고 서둘러 헤이리로 갔습니다.
헤이리에서도 시간관계상 몇군데 갈 수가 없어
토이키노와 아프리카 갤러리 그리고 한향림갤러리를 들르기로 했습니다.
대체로 입장료를 받지만 천원정도니 부담은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갖고 놀던 장난감을 보고 마음이 들떴고
여기저기 둘러 보며 새삼스레 즐거워 했습니다.
아들은 둘째를 잘 챙기고 함께 이곳저것을 둘러 보며 즐거워했고
저 또한 아이들이 청한 데이트라는 기쁨이 내재했으므로 마음이 들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을 카메라에 담는 기쁨.. 애들 어릴 때나 가능한 줄 알았는데...
전 참 행복한 엄마입니다.
아프리카 갤러리에선 짐바브웨의 쇼나 부족이
돌에 새겼다는 아줌마 돌조각도 하나 사 들고
한향림갤러리에도 들렀습니다.
헤이리의 젤 꼭대기 갤러리이면서 옹기박물관으로 조성한 그곳은
여기저기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두 녀석 사진도 찍어 주고 백자 전시회도 둘러 보고
정원 여기저기에 있는 조형작품도 둘러 보는 여유를 갖었죠.
우린 수녀님을 본당에 모셔다 드리고
일산 호수공원의 노래하는 분수대를 보고 가자는데 합의 했습니다.
넓은 광장에서 아들과 이인승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즐거움 동반해서...
하절기엔 여덟시 반에 공연시작인데 시간이 남아
자전거를 타다 지치면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또 시원한 음료수도 사먹고
몸이 식으면 분수대 주변을 신나게 돌고...
아이들과 즐기는 시간 좋았습니다.
저도 나이들면 추억을 되짚어 가는 기쁨으로 살텐데
이날도 멋진 기억의 사진에 남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자신이 갖고 태어난 좋은 달란트를 맘껏 펼치고 사는 게 부모인 저의 바람입니다.
내내 동생은 형을, 형은 동생을챙겨주는 게 좋아보였는데
녀석들은 모두 저를 돌보아 주네요.
작은애는 자저거를 빨리 타고 싶었을텐데도
무서워하는 저를 위해 속도 조절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엄마, 더워요? 음료수 사줄까? 나 돈 많은데..."
하고 아가처럼 챙겨줍니다.
언젠가 어머니 치매증세 나타나시고 제가 했던 대사나 말투입니다.
둘째는 남을 배려하는 건 타고난 따뜻한 성품의 애입니다.
자꾸 집에 있을 아빠가 마음에 걸려 전화를 했더니
푹 쉬고 있으니 좋다고 즐겁게 지내고 오라더군요 .
그것도 감사~
첫댓글 그날은 저도 축복받은 날이었어요. 보고싶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다 보았으니 왠 횡재닙까? 우리 삶을 아쉬움없이 섭리하시는 하느님을 찬양할수밖에 없었답니다. 감사해요. 언제나 행복하시길...
ㅋㅋ... 배 고픈 중생에게 맛있는 음식점 소개해 주셨으니 복받으실겁니다. 정말 즐거운 하루였어요... ^^
마지막 사진 넘 예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