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사신다는 사평 택시 기사분과 학동역에서 만나 예보와는 달리 아침부터 흩날리는 빗줄기를 심란하게 바라보며 자욱한 비안개에 덮여있는 주암호를 다리 3개로 건너 18번 국도의 양가랭이재에 내려 잡목들을 잡고 절개 지로 붙어 통신 시설물을 지나서 무성한 가시나무들을 젖히며 몇 년 전부터 계획만 잡고 있었던 능선을 올라간다.
조망 트이는 무덤가에서 다행히 비가 그치며 모습을 나타낸, 운해에 가린 천봉산과 모후산을 바라보다 빽빽한 가시덤불들을 헤치며 483봉을 넘으면 울창한 산죽 숲이 기다린다.
준비한 낫으로는 어림도 없는 산죽 밀림을 몸으로 젖히며 뚫고 쓰러진 나무들과 바위들을 힘겹게 통과해 한 시간도 넘겨 빠져나와 기진맥진해 세 마디 중 두 마디가 없어진 스틱을 쓴웃음을 지으며 던져 버린다.
흐릿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흔적들을 보며 그치지 않고 앞을 막는 진저리나는 가시나무들을 헤치고 가파른 능선 따라 둥그런 공터에 낡은 삼각점(381재설)이 놓여있는, 이 근방의 맹주인 망일봉(652.5m)으로 올라간다.
나뭇가지 사이로 짙푸른 주암호를 바라보며 막걸리 한 컵으로 갈증을 달래고 반원을 휘돌아 국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가니 널찍하게 산죽들을 정비한 기분 좋은 산길이 나오지만 동봉인 642.4봉을 지나며 오른쪽의 옥녀봉으로 꺾어져 버린다.
간간이 나타나는 산죽 지대들을 긴장해서 통과해 양쪽으로 길이 흐릿한 길마재를 건너고 송곡재는 어디인지도 모르게 지나쳐 낡은 폐 삼각점이 있는 525.3봉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송전탑들이 나오면서 조금씩 상태가 좋아지는 능선을 느끼며 여전히 조망은 가려있는 지루한 능선을 한동안 지나서 역시 도리재는 보지도 못하고 공터에 잡목들만 차 있으며 식별하기 힘든 삼각점이 있는 국기봉(526.2m)으로 올라가면 마치 산행이 다 끝난 것처럼 안도가 되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처음으로 이정표가 보이는, 호남정맥의 주릿재로 이어지는 삼거리를 지나고 잘 정비된 산죽 길을 따라가다 오른쪽으로 확 꺾이는 지점을 조심해서 아직 멀리에 솟아있는 동소산을 바라보며 미끄러운 능선을 뚝 떨어져서 안부로 내려간다.
점점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적막한 산자락을 멍하니 바라보다 랜턴을 켜고 서둘러 바위지대들이 혼재한 산길을 지나서 몇 번이나 속아가며 너른 공터 한쪽에 통신 시설물이 서 있는 동소산(x463.8m)으로 올라가 100여 미터 떨어져 있는 이정표의 정상으로 가 찬 바람을 맞으며 바위 전망대에 서서 점점이 불을 밝힌 동산리와 법화마을을 바라보고 돌아온다.
널찍하게 정비된 임도를 따라가 시멘트 소로가 넘어가는 동소령을 건너서 가파르게 봉우리를 올라 한치재가 아닌 북쪽의 법화제로 산길이 이어져 돌아오며 갈림길을 찾다가 광주 가는 막차를 놓치지 않을가 걱정이 들어 동소령으로 되돌아가 가까운 법화마을로 향한다.
바람결에 낙엽만이 구르는 쓸쓸한 임도를 한동안 휘돌아 내려가 어둠에 묻힌 법화저수지를 지나서 법화마을 버스 승강장에서 문덕 택시를 부르고 남은 술을 다 마시며 길이 없다고 해 몇 년째 미루어 계륵처럼 남아있던 망일봉 산행을 자축 한다.ㅣ
첫댓글 지역분들은 이 좋은 명산(?)을 안다녀서 에먼 생고생을 시키누만요~ 멀리까지 가셔서 고생하셨어요~
다녀오니 속은 후련합니다...
고생을 바가지로 하시네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잖아...?
@킬문 젊었을 때~ ㅋㅋㅋㅋ
@토요일 참내
@토요일 왜웃어요?
@ddc. 그람 울어? ㅎㅎ
와 억세긴 억세네요. 15에 12시간이 넘으니..ㅠㅠ
모후산 기상대가 예봉산꺼랑 비슷한데요.
모후산은 가봐야지요...명산인데. 산 꼭대기에 뭐 좀 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모후산 모습이 굳!
전에는 기상대가 없어서 긴가민가 했습니다. 명산이지요.
망일봉 접수하심을 추카합니다.^^
간만에 야간버스타고 멀리가셨는데
산행초장부터 비가내려 을씨년
스러웠겠어요.ㅠ
스틱 학씰하게 조이지 않으면
빠져 버립니다.
지두몇번 잊어버렸어요.ㅎ
나무 하러 안 다녀서 길이 아예 없어요...
@킬문 15에 12시간이면 죈종일
고생하셨다는 야그네요.
대신 성취감으로 보상을~~ㅎㅎ
그렇지요. 준비하고서도 몇년이 걸려 겨우 갔으니...
조망이 아주 시원한 산이네요.낫질을 하시다가 손도 다치시고~~~덕분에 모르던 산을, 잘 감상하고 갑니다.
완도쪽에 갈만한 산이 많습니다. 얼마전 을지병원 OS step 한분이 수술에 불만을 품은 환자에게 칼부림을 당해 왼손 엄지가 amputation 되어 모교인 한대병원에서 접합 수술을 받았다고 하네요. surgeon 이니 기능에 무리가 있으면 안되는데요...
낫+세마디 중 두마디 사라진 스틱,,,엄청 험한 산길이었나보네요 망일봉은 잊어야겠습니다 ㅎ 이번 연말 모임은 다른 중요 일정과 겹쳐 가기 힘들 것 같습니다
산죽 숲에 빠지면 움직이기도 힘듭니다. 내년에나 뵙지요.
엄청나네요 나같은 범인들은 생각하기어려운 구도자의 가시밭길을 걸으신듯 합니다.
얼굴 다치지 않게 잘 보하고 다니세요
시간 되면 저희 송년 산행에 나오십시요...
@킬문 선약때문에...방장님 이하 모두들 좋은시간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