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국제업무지구(철도정비창 부지)과의 통합개발 계획 발표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서부 이촌동 일대 부동산시장의 열기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 8월30일 이주대책 기준일을 1년이나 앞당겨 공고하면서 일대 부동산 거래는 사실상 중단됐다.
한강로1가 동아공인 이대섭 사장은 “빌라 값 등은 현재 보합세인 가운데 매도·매수세가 모두 사라진 상태”라고 전했다.
빌라 지분값 ㎡당 6000만원으로 치솟아
그동안 용산구 서부이촌동은 동부이촌동에 비해 교통이 불편하고 편의시설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부동산값이 낮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를 컨벤션 센터 등을 갖춘 국제업무단지로 개발한다고 발표하면서 재개발 지분 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서울시와 코레일이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44만㎡)와 서부이촌동 지역(12만4㎡)를 동시에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해 7월 ㎡당 1000만원(평당 3300만원)이던 서부이촌동 15㎡짜리 지분값은 발표 이후 ㎡당 6000만원으로 6배 가까이 치솟았다.
통합개발의 최대 수혜지로 서부이촌동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철도정비창 남쪽인 서부이촌동이 통합 개발되면 해당 지역 주민들은 주택을 내놓는 대신 국제업무단지에 짓는 주상복합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았다.
실제 거래도 적지 않게 이뤄졌다는 게 현지 부동산업계자의 설명이다. 서계동 포커스공인 관계자는 “현지 상황을 잘 아는 동부이촌동 주민들이 통합 개발계획 발표 이후 주상복합아파트 입주권을 노리고 지분을 사들였다”고 말했다.
대책 발표 이후 거래 끊겨, 가격은 보합세 유지
하지만 서울시가 입주권 등 보상과 관련된 이주대책 기준일을 8월 30일자로 발표하면서 거래가 끊겼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1년 정도 앞당겨진 것이라는 게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주대책 기준일이란 이주대책 대상자를 선정하는 기준이 되는 날짜다.
이렇게 되면 이주대책 기준일(8월 30일) 현재 서부이촌동으로 주택등기와 주민등록 이전이 돼 있지 않은 사람은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전 세대원이 무주택자인 경우 기준일 이후 재개발 지분을 매입하더라도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주대책 기준일 이전 주택 보유자에 비해 배정 평형 등에서 제한을 받게 된다.
때문에 다세대주택 등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도 기준일까지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계약 해지 사태도 예상된다는 게 현지 부동산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부이촌동 포커스공인 관계자는 "8월 30일 이후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면 대부분 현금 청산 대상이라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거래 두절 여파 이어질듯
입주권을 받아도 추가 부담금을 치를 능력이 없는 현지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대부분 소규모 빌라 등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에 입주할 여력이 없어서다.
서부이촌동의 한 빌라에 사는 김모씨는 "집을 팔고 나가려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 걱정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서부이촌동 일대 부동산 거래 두절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입주권 부여 자격이 강화된데다 당국의 세무조사 방침 발표로 매수세가 당분간 붙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서계동 삼원공인 관계자는 "이미 지분값이 상투 끝까지 올라 투자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인식이 많아 당분간 투자 수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