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3년 인도네시아의 바닷속 화산 크라카타우가 폭발했다. 3만6000명이 죽었다. 40m 높이의 쓰나미가 해안을 덮치면서 어떤 마을은 3000명 거주자 중 단 2명이 살아 남았다. 그 쓰나미는 지구를 반 바퀴 돌아 영국해협의 수위까지 높여 놓았다. 화산이 분출한 아황산가스와 화산재가 세계의 하늘을 덮었다. 당시 유럽의 화가들이 그린 저녁 하늘은 검붉은 진홍빛이 많았다.
▶1816년 유럽과 미국에선 여름에 난 데 없이 서리와 우박이 내려 작물을 죽여버렸다. 곡물가격이 치솟았고 독일과 스위스는 국경지대에 경비병력을 세워놓고 곡물 유출을 막았다. 젊은이들이 길 잃은 고양이를 잡아 먹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한 세기쯤 뒤에야 1815년의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이 세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규명되었다. 화산이 뿜어올린 먼지가 태양광선을 차단한 것이다.
▶거대한 지각판이 반쯤은 고체이고 반쯤은 액체인 그 아래 맨틀층 위를 미끄러지면서 돌아다닌다는 판 구조론(plate tectonics)을 내놓은 사람은 독일의 기상학자 알프레드 베게너였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의 해안 경계선이 마치 조각 퍼즐처럼 딱 들어맞는다는 점에 착안한 이론이었다. 1912년 그가 대륙이동설을 주장하자 과학자들은 “그런 소리를 하니 지질학이 과학으로 대접을 못 받는다”고 했다. 그의 판 구조론은 반 세기가 지나서야 정설로 자리잡았다.
▶지구의 단단한 겉 껍데기인 지각판들이 맞물려 부딪치는 경계지점에선 열과 압력을 견디지 못한 마그마가 분출하면서 폭발한다. 이번에 수마트라에서처럼 지각을 뒤틀리게 해서 거대한 지진도 일으킨다. 지구의 바다 밑에는 이렇게 판과 판 사이 경계면에 형성된 화산과 지진지대가 마치 야구공의 실밥처럼 이어져 있다. 히말라야산맥은 인도 지각판이 매년 5㎝ 속도로 북쪽으로 밀고 올라가 아시아 대륙판과 충돌하면서 솟아오른 것이다.
▶판 구조론에 따르면 유럽과 북아메리카는 달팽이가 움직이는 속도로 멀어져 가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대륙에서 떨어져 나가 결국 태평양의 마다가스카르섬이 될 것이다. 아프리카와 유럽이 달라붙으면서 지중해는 사라지게 된다. 인도네시아의 불행은 아시아 지각판과 호주 지각판이 맞물리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지구의 수십개 지각판 끼리의 충돌은 대략 30초에 한 번 꼴로 지진과 화산 폭발을 일으킨다. 원자폭탄 수백만개를 터뜨릴 힘 앞에서 인간은 티끌과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