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감상]
자화상
권달웅
지금은 아름다운 시 한 편 쓰는 것이 꿈이지만
일곱 살적 나는 매미 한 마리 잡는 것이 꿈이었다.
한여름 낮 나는 매미 한 마리 잡기 위하여
살금살금 오동나무에 기어 올라갔다.
나무 꼭대기에 붙어 배를 발랑거리며 울고 있던 매미는
내가 손으로 잡으려고 하는 순간
그만 내 얼굴에 오줌을 찍 갈기고 날아가 버렸다.
그 바람에 나는 오동나무 썩은 가지를 헛짚고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매미를 잡지 못했다.
나는 지금까지 돈이 되지 않는 시를 써왔다.
거울 앞에서 내 일곱 살 적 꿈이 찍힌
왼쪽 눈썹 위 상처 바라보면
그 한여름 낮 오동나무를 살금살금 기어오를 때
내 눈앞에서 배를 발랑거리며
맴맴맴 맴부랑 하고 절정으로 치닫던 매미 울음소리
불을 지르는 것 같다.
-시집 '반딧불이 날다'(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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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시/정환웅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누워
시원한 잠 청하며 하늑하늑
한여름 햇볕을 박박 문지르는 소리
엥엥 엥엥
영필이와 나는 벌떡 일어나
숨죽이며 살금살금
소리의 흔적을 찾아
두리번두리번
싱그럽기도 해라
저 노래
갖고 싶기도 해라
저 소리
미끄럽기도 해라
나무 등
아슬아슬하기도 해라
손가락
안타깝기도 해라
저 매미
허탈하기도 해라
내 마음
나를 떠받치느라 끙끙대던
영필이의 배 위로
사정없이 나뒹굴던
소년의 꿈
창피하기도 해라
하늘 위의 구름
밉기도 해라
도망간 매미
땀 범벅이 된 두 아이
날아가 버린 꿈에
부딪힌 아픔에
서러움을 훌쩍훌쩍
저어기 높은 가지 속에
몸을 감춘 매미
용용 죽겠지
놀려댄다
에엥에엥
분한 마음에
나무 밑동
사정없이
차 보지만
아파 오는 건
내 발바닥뿐...
유년의 여름은
한가로이
미소 지으며
흘러간다.
어제의 일처럼...
2005.8.20
~~~~~
매미가 울면 나무는 절판된다
박지웅(1969~ )
붙어서 우는 것이 아니다
단단히 나무의 멱살을 잡고 우는 것이다
숨어서 우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들키려고 우는 것이다
배짱 한번 두둑하다
아예 울음으로 동네 하나 통째 걸어 잠근다
저 생명을 능가할 것은 이 여름에 없다
도무지 없다
붙어서 읽는 것이 아니다
단단히 나무의 멱살을 잡고 읽는 것이다
칠년 만에 받은 목숨
매미는 그 목을 걸고 읽는 것이다
누가 이보다 더 뜨겁게 읽을 수 있으랴
매미가 울면 그 나무는 절판된다
말리지 마라
불씨 하나 나무에 떨어졌다
마로니에
from Cafe 마로니에 그늘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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