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내게는 원군이 없었다. 모두들 나를 괴롭히고는 즐거워하는 분위기였다. 허허~~ 이게 소위 왕따의 고통이었던가...
자초지종을 서사적인 방식으로 서술하도록 하겠다. 직접 현장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하였더니 소위 사체과가 자전거를 타고 와 있었다.나중에 여학생들은 그를 하이에나, 타잔 등으로 불렀다. 왜 그렇게 여학생들이 부르는가는 직접 그의 얼굴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친구, 바위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마구 뛰어다니는데 그 모습은 완전히 고삐 풀린 망아지였다. 나는 왜 이 친구가 그런 행동을 하는가 잠시 고민해 보았다. 그리고 나는 이를 그의 말을 통한 위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는 무언의 시위를 한 것이다. 그는 내가 약간 주저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말을 하려 하면 능선 아래로 밀어버린다는 등의 말로 나를 위협했다. 그리고 난 후 그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까불지 말라는 뜻을 행동으로 전한 것이다. 나는 그로 인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소위 등산을 하면서도 나는 어떻게 걷고 있는지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떤 외로움 1
그 다음으로 궁시렁쟁이들이 둘 있었다. 이들은 말을 별로 하지 않았다. 아니 자세히 보면 말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벼라별 수다를 둘만이 알아 들을 수 있는 언어로 속삭이면서 나를 자신들의 대화에서 제외시켜 버린 것이다. 나는 극심한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그 중 한 친구는 나중에 담을 넘을 때에도 나의 도움이 우습다는듯 가비얍게 나를 완죤히 무시하구 담을 넘어버렸다. 어떤 외로움 2
등산을 하면서 맨 뒤에 처진 인간들이 있었다. 소위 정모 1대 커플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보이지 않으려구 항상 제일 뒤에서 따라왔다. 하지만 행동이 안 보인다구 보이지 않는가? 그들의 간혹 지르는 고함(사실 고함이 아니다) 소리, 괜시리 약한 척 쓰러지는(사실 내가 일하는 거 봐서 알지만 이 친구 무지 터프하다)소리, 오늘 눈이 왔음 좋겠다구 하는 소리 등을 통해 나는 굉장한 소외감을 느꼈다. 게다가 정모 1대 커플 여성 동지는 11월이라는 시기를 무시하고 완전히 한여름 복장으로 산을 오르는데 완전 무장을 한 나로서는 철저한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외로움 3
또다른 여성 동지가 둘 있었다. 그 중 한명은 내가 먹기 위해 가져온 사과를 발견하고는 '맛있다', '힘이 난다'를 연발하며 가비얍게 한 자리에서 그 사과를 먹어치워버렸다. 그리고 누가 투덜공주가 아니라는가. 머 약간 힘들다느니 어떻다느니 하면서 계속 올라가는데, 사실상 이 학우는 전혀 힘든 것이 아니었다. 돌아오는 길에 모든 사람들이 뻗어서 자는데, 그녀만은 한 잠도 자지 않고 고대 근처에 오자 사람들을 깨웠던 것이다. 그녀가 뺏어먹은 사과는 나로 하여금 음식으로부터의 소외를 불러왔다.
어떤 외로움 4
마지막 학우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로 하여금 권력으로부터의 소외를 가져왔다. 사실 나는 과거에 수업 들었던 학생들에게는 이빨 빠진 호랑이다. 머라고 해 봤자 학점과 무관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도무지 내 말은 말이 아니다. 피식 웃기만 하면 다행이지. 그들은 온갖 면박을 주면서 나의 가슴을 쑤셔댄다. 그나마 나로서는 학점을 앞으로 받을 학생들을 보면서 어깨에 힘을 줄 수 있는데, 이 81년생은 도무지 그게 통하지 않는다. 자신은 학점 포기했다면서 망무가네로 덤비는데...나로서는 마지막 남은 보루인 마지노선이 무너져 버린 느낌이었다. 어떤 외로움 5
이런 외로움으로 인해 나는 산행을 하면서 몹시 울적해졌다. 그 울적함을 어찌할 수 없어서 나는 산에다 대고 '훠리훠리'하고 외쳐댔다. 그러니까 울분을 토해내면서, 이 모든 고통 모두 썩 물러나라구 훠리~~이
훠리~이를 외쳐댄 것이다. 그런데 왠걸? 나의 이 고통을 그렇게 희화할 수 있다니...이 친구들은 내 맘을 몰라주고 고통의 일갈을 원숭이들 불러내는 소리란다. 그것두 '오리오리'라고 잘못 들으면서. 에잇! 도대체 오리오리가 뭬야? ㅠㅠ
나는 이 친구들을 이제 더이상 맨눈으로 볼 수가 없었다. 아니 보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다소 날씨가 우중충함에도 썬그래스를 썼다. 사실 이 썬그래스 쓴 내 모습, 정말 내가 생각해도 멋있다. 근데 올가을을 강타할 훼션으로 썬그래스를 썼더니 이 친구들 어찌나 시기를 하던지 나로서는 더 이상 그걸 끼고 다닐 수가 없었다. 내 얼굴 위에 있어야할 썬그래스가 가방 속에 처박혀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아도 결말은 이해가 갈 것이다. 정신적인 상처를 입은 나로서는 정신이 한개도 없었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혼절과 다름 없는 상태로 묵묵히 내려갈 밖에. 그런데 이로 인해 내려오면서 나는 길을 잃고 말았다. 엉뚱한 데로 내려오다 어떻게 손병희 선생 산소로 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것은 원인과 결과가 있는 법이다. 내가 그렇게 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데, 그건 싸그리 무시하구 길 잃었다고 얼마나 타박을 주는지...나로서는 치유될 수 없는 정신적인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없었다. 담을 넘는데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욕을 한다. 나잇쌀 먹어서 월장을 한다구. 이는 2차 가서의 환란을 이미 예고하고 있었다. 우씨~~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