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법석 보리수나무 아래 /bbs]
군대에 가면 다양한 훈련을 받는데 저는 화생방 교육이 정말 힘들었어요.
왜냐 하면 눈하고 코가 통제가 안 돼요.
눈에서 물이 줄줄 나오고요, 코에서도 물이 줄줄 나오고..
그런데 가스실에 들어가기 전에 방독면을 주고 먼저 검사를 하게 하는데
조교가 와서 호언장담을 하는 거예요.
"여기 계신 분들은 장교님들이시니까 10개 중에 9개는 새지 않는 방독면으로 준비했습니다.
이건 굉장히 획기적인 겁니다. 병사들은 10개 중에 반은 새요. 그런데 장교님들이니까 1개만 샙니다.
그리고 그 1개 새는 걸 발견하시면 바꿔드리겠습니다. 안 새는 걸로.."
그러고서 훈련을 하는데 내 것이 새는 거 같았어요.
그런데 처음이라서 잘 모르니까.. 혹시나 하고 새는지 봐 달라고 했더니 안 샌대요.
그런데 또 확인을 하는데 또 새는 거 같아요. 또 줬더니 역시 안 샌대요.
그래서 '믿자!' 했는데.. 또 확인을 하는데.. 정말 새는 거 같아요.
이제 조교는 못 믿겠고 신부님한테 여쭤봤어요.
참고로.. 군종장교로 가면 신부님, 목사님, 스님들이 함께 훈련을 받습니다.
그래서 신부님한테 여쭤봤더니 샌대요. ^^
그래서 조교한테 가서 3자 대면을 했는데
그래도 조교는 끝까지 안 샌다는 거예요. 21살 짜리 조교가.. ㅎㅎ
거기에다 대고 화를 낼 수도 없고..
그래도 화가 치밀려고 하는 그때 조교가 저한테 은밀한 거래를 하더라구요.
"제가 보기엔 진짜 안 새는 거 같은데 들어가서 혹시 새면, 손만 드시면 바로 내보내 드리겠습니다."
이건 무슨 소리냐 하면 '새는 거 아니까 일단 들어가서 쭉 들이키고 나와라~' 이거죠.
마음에서 갈등을 하다가 'Ok~' 들어갔어요.
그래서 화생방 교육장에 딱 들어갔는데.. 습관이 참 무서워요.
숨을 조심해서 쉬지 못하고 들어가자 마자 평소처럼 복식호흡을 했어요.
가스가 저 아래 배 밑까지 쑥~ 들어간 거죠. 3초 동안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아요.
그러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물 콧물이 마구 흐르는 거예요.
창피하잖아요? 창피해서 또 2초 동안 정신이 없더라구요 ㅎㅎ
그렇게 5초 동안 정신없다가 번뜩 본전생각이 나는 거죠. 나가야 하니까..
그래서 내보내 달라고 신호를 하려고 조교를 찾으니까.. 없어.
그리고 그 안에서도 문제가 있으면 내보내 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그 안에 있던 다른 조교들한테 계속 손짓을 했는데.. 외면하는 거예요.. 배신감!
화가 나지만 참았어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정말 힘들었던 건
아무리 힘들어도 한 1분 정도만 하면 된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어요.
1분이 지났어요. 1분 10초가 지났어요. 2분이 지나도 안 내보내 줘요.
3분 딱 있다가 내보내 주더라구요.
그런데 정말 힘든 순간은 1분과 3분이 3배가 아니라 3,000배예요.
그래서 나오면서 그동안 쌓였던 분노가 폭발했어요.
훈육대장이 "괜찮으시냐?"고 물어볼 때.. 외면하고 그냥 휙 지나가는 화 ^^
제 인욕바라밀은 그렇게 끝나 버렸습니다 ㅎㅎ
그런데요.. 사실 가스를 한 번 먹어보면 그렇게 힘든 건 아녜요. 알면..
그래서 군에서 법회를 하거나 강연을 할 때마다 병사들한테 항상 조언을 해 줘요.
화생방 교육을 잘 받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먹는다고 생각하고 들어가라.
실은 아무것도 아녜요.
해인사에서 행자생활 할 때는 매일매일 그렇게 힘들어요.
그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왜 그렇게 화가 났는가?
일단 그때보다 내가 좀 잘났다는 생각..
저 21살 짜리가 나를 속였다는 생각..
또 1분이 3분이 됐잖아요? 이 기대심..
우리가 생각하는 고통이라는 것은, 그 크기가 어떻게 결정되느냐 하면
물리적인 통증이 있어요. 꼬집으면 아픈 거..
그 통증에다가 <플러스 알파>를 하는데.. 이게 아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거예요.
그 알파가 뭐냐 하면 스스로의 정신적 스트레스..
사실 통증은 별 게 아녜요. 그런데 그걸 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 어떻게 느끼느냐..
이 공식을 잘 기억하셔야 합니다.
고통은 <통증+스트레스>다.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오늘도 또 화생방 교육이 있을 수 있어요.
<인생의 화생방 교육>이 계속 일어납니다.
눈물이 통제가 안 돼서 정말 슬픈 순간..
콧물이 통제가 안 돼서 정말 스타일 구기는 순간..
그 화생방 교육을 잘 받으려면 딱 한 가지밖에 없어요.
열외 이런 거 없습니다. 내 마음 대로 안 돼요.
경험해야 하니까.. 그냥 먹는다고 생각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그렇게 할 때, 고통에 끌려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통증을 경험하는 사람으로 될 수 있어요.
그냥 단순히 통증을 경험하는 사람..
이렇게 되면 우리가 느끼는 행복지수가 조금은 더 높아지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은 딱 훈련한 만큼입니다. 수행한 만큼입니다.
요행은 전혀 없습니다.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단지 통증을 경험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 감옥보다 더 지독한 절?
첫댓글 고맙습니다. ()
네 저도 고맙습니다.. 늘.. _()_ ....
재미난 비유로 좋은 설법을 ...
감사합니다~~~
소중한 글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_()_
고통으로 바라볼 것이냐 통증으로 바라볼 것이냐.. 알기 쉽고 가슴에 와닿는 법문 감사합니다. 원빈스님께서 BBS라디오 진행하시더라고요. 이번에 새 책을 내셔서 싸인회도 한다고 하시니 한번 찾아 뵙고 싶네요^^ 감사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