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바람꽃 이야기

긴 겨울 웅크렸다고
기다림이 길었다고
어둡다고 입밖에 내지 않고
참았던 숨을 꽃으로 피었노라고
너는 내게 말하지 않했다
검은 세월을 견디어 하얗게 피었노라고도
너는 생색 조차 하지 안는다
눈물 방울이라고도
빛이 그리웠다고도 입 밖에 내지 않고
소리 없이 빙긋 웃었다
내게 건낸건 그것 뿐이었다
바람이 머물지 않듯이
꿈이 길지 않듯이
별빛 달빛도 그랬다
너도 또한 그랬다
가슴에 숨겨 넣어 가라고
가다가 바람이 불면 잊어도 된다고
눈으로만 담아 가라고
너는 온 몸으로 말했다
그래도 바람은 불었고
그래도 눈에 다 못 채우고
나는 너를 앓는다
나는 너를 앓는다
바람꽃 너를 깊이 앓는다.
-3월 마지막 날 수리산에서-

수리산도립공원탑.
야생화 탐사를 마치고 밝은 웃음으로 섰다.

안양역 나비천사계단.
날 듯이 춤 추듯이 나래 펴며 내딛었다.

인사를 나눴다. 11시5분.
파도타기님 첼로님 깔순이님 초록님동행 초록님 금송화님 퍼커션님 단운님 찬샘님(사진 왼쪽부터)

첫번째 상견례(?) 현호색. 이 꽃은 지천이다.
꽃 이름은 씨앗이 검은 데서 유래한다고 한문으로는 玄胡索.
꽃말이 재밌다. 보물주머니 비밀이라고. 긴 꽃주머니에 무슨 비밀스런 보물이 있나 보다.
비밀은 열지 않는게... ㅎ

계곡에서도 길섶에서도 탐사는 계속된다.
먼저 간 사람이 먼저 찾는 법은 없다.
뒤에서 "심봤다"하면 "어디, 어디?무슨 꽃?"하며 달려간다.

가랑잎 사이를 뚫고 꽃 이름처럼 바람 처럼 일어섰다.

때로는 수줍음으로 때로는 당당하게.
또한 어느 꽃은 단체로 타이머를 켜놓고 D데이 H아워를 센다.
기다림의 미학은 꽃에게도,우리 인간에게도 필요한 교양학이고 철학이 아닌지.

노랑 빨깡색만 꽃이랴?
죽은 가지 초록의 옷을 입었다. 외로울까봐 같은 색의 넝쿨이 같이 한다.
초록 이끼가 정말 곱다.

쓰러진 고목이나 수명을 가한 고목을 베어 없애지 말라.
거기 온갖 생물의 양식이 있다.
외국에서는 나무를 죽은 채로 그대로 둔다고 한다.
죽었어도 그 안에는 또다른 생명체들이 둥지를 튼다.

노루귀. 연분홍새색시 볼이다.
향긋 분 냄새를 느끼지 않았는지? 당신은요.

한국전쟁의 상흔이 여기에도 있었다.
한국군 네 구의 시신과 600여 점의 유품을 수습했다고 한다.
여기 쉼터의 이름은 평화의쉼터.

제3산림욕장 입구.
여름철 한번 들려 볼 곳이다.

무단 채취. 훼손 등 야생화가 여기 뿐 아니라 곳곳에서 수난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눈으로만 경외심을 갖고 봐야 하는데...

바람꽃 찾아 가는 길은 고행같다.
포장길을 30분 이상 올렸다. 정상의 8부 정도까지다.
바람꽃을 만나기 위해서는 시간의 품을 팔아야 한다.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찾아야만 한다.

다시 되돌아 내려오다 계곡으로 접어들었다.
계곡에는 발길이 많아서인지 길이 자연스레 나있다.

바람꽃이 몇 종인지 아시는가?
산림청 산하 국가생물지식정보시스템에 의하면 무려 18종이 있다고 한다.
기억나는 대로 옮기면...
변산...회오리..쌍둥...꿩의...너도... 나도...만주...홀아비... 하늘...숲...등등이다.


괭이눈꽃.
순간의 아름다움이 꽃말이란다.
순간의 시간은 보는 이에 따라 0.5초, 1초 1분, 10분,1시간... 하루, 일주일, 한달, 일년...
아니 평생일 수도 있다.내 기준으로는 적어도 1년은 아닐까 한다.
순간이라도 그 여운의 시간은 잴 수 없지 않을까.

계곡은 생명체의 젖줄이고 보급자리다.

이름이 괴불주머니?

길에서도 눈은 길이 아닌 뭔가를 찾는다.
탐사단원의 자동 물적 행동이다.

자세히 보아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의 풀꽃 시다.
같이 보아야 한다. 네가 나를,내가 너를 서로 보아야 예쁘다. 로 바꿔 본다.



바위 한 면이 세월에, 풍파에 사라졌다.
세월은 혼자 가지 않는가 보다.

조심조심 내려가는 길은 더욱 그렇다.
어디 이 계곡뿐이랴. 우리네 삶의 길고 그러하려니...






수리산(475m)은 안양시 군포시 안산시를 품고 있는 산이다.
교통편이 좋고 등산로가 많아 등산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독수리가 많이 살았다고 해서, 수리사라는 사찰이 있어 수리산이라고 했다고 한다.
좌우지간수리산의 수리(修理)라는 글자를 다시 드려다 본다.
세상 삶의 이치를 닦고 다스린다라는 의미의 修理(수리)를 생각해 본다.

우리가 찾은 산길에는 유난히 잣나무가 많았다.
사철 푸른 옷의 잣나무가 있어 운치를 더해 준다.
잣향은 못 느꼈지만.

버들강아지 눈 뜬지 오래이다.
옛날 호드기를 불던 생각이 떠오른다.

이곳은 천주교 박해 시절 몸을 피해 교인들이 숨어 살던 데다.
담배농사를 지어 담배골이라고 했다.
최양업 신부님의 아버지 최경환과 어머니 이성례 두 분이 살던 골짜기로
마치 병목 같다하여 병목안이라는 지명도 있다.
성가정상이 눈길에 멈춘다.

성당에서 추천해준 식당. 두러터. 3시에 맛난 점심을 했다.
우연히도 금송화님이 8년전에 이 식당에서 맛난 식사를 했다고 찜했다.
만두전골을 주문. 많이 줘서 인지 만두가 여러개 남아 누군가가 포장을 해 가셨다.

스레트 지붕이 아직 있다. 벽화가 어느 정도는 커버를 해준다.
수리산 야생화 탐사.
바람꽃 등 풀꽃을 보며 나름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다시 한번 '수리'의 의미를 담아 본다.
낮에 대한 꽃들이 어른거린다.
봄 야생화 탐사 중독에걸렸나 보다.
4월 중 가평 화야산, 남양주 세정사, 강화도 어디에도 많다는데 한 곳은 더 가고 싶다.
첫댓글 로따님의 리딩하에 많은 야생화꽃을 보앗읍니다 벗님들모두 야생화 찾기에 돌입햇엇죠 신기하기도하고 찾는내내 보물찾기하듯.. 즐거웟읍니다 야생화의 매력에 푹빠진 하루엿어요~ㅎ 꽃말도 알앗고. 야생화찾으러 다시한번 가보고싶습니다~~감사드리며 추운날씨에 벗님들과더불어 지기님 수고하셧읍니다~~
맞아요. 마치 보물찾기 게임 같았지요.
작은 꽃들의 아름다운 자태가 생생하였겠지요.
집에서 멀지 않은 수리산이지만 야생화탐사 목적으로 가기는 첨이네요
먼거리도 마다않고 야생화 찾아 다녔는데
그곳에 그렇게 숨어 있었네요
로따님 덕분에 야생화의 보물창고를 만났어요
감사합니다
수리산 야생화 탐사를 전에 하신 경험 덕에 쉽게 길을 찾았습니다.
금송화님과 함께한 야생화 탐사 보람이 컸습니다.
야생화는 모두 같이 보았는데........
시로 표현한 로따님의 글이 더 야생화 같습니다. 부러울 따름입니다.
누구 보다도 야생화에 관심과 해박한 지식 덕분에 공부 잘했습니다.
야생화 탐사 중독이 생겼답니다. 4월 중 한두 번 더 다른 곳으로 가봐야겠네요.
이 풀은 어떤 야생화에 관심 많으신분이 (진범)이라는 꽃이 아닌가 했습니다
야생화는 비슷비슷 한게 워낙 많아서 사진으로 알기는 좀 힘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