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한지 1시간도 안 돼 도시 곳곳에서 소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약 300명의 시위대는 고무총을 발포하는 경찰에 맞서 화염병을 던지며 충돌했다. 시위대의 요구는 정부가 브라질에서 개최되는 국제행사에 막대한 재정을 들이는 대신 교육, 의료, 빈곤 문제 해결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이날 시위는 지난달 브라질 전역으로 확산된 대규모 시위의 연장선이었다. 6월 상파울루에서 버스비 인상으로 촉발된 시위는 극심한 빈부격차와 고질적인 부정부패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며 브라질 전역으로 확산됐다.
특히 다수 국민들이 열악한 공공서비스와 물가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정부가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개최 준비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는 상황이 시위 확산의 계기가 됐다. 백여 개 도시에서 수십만 명이 거리에 나섰고,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 6명이 사망했다.
월드컵과 올림픽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세계청년대회 역시 브라질의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국제행사라는 점에서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23일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 안드레 리베이로는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문제는 정부의 지출이다. 정부는 5천만 달러 이상을 교황 방문에 쓰는데, 그 돈은 의료와 교육에 투자되어야 했다”고 말했다. 6월 대규모 시위를 조직했던 노조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세계청년대회가 막바지에 이르는 26일과 27일에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시위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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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 리우데자네이루 북쪽에 위치한 바르지냐 빈민가를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안수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유튜브 동영상 youtube.com/vatican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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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정부가 교황 방문과 세계청년대회 개최에 들이는 비용은 우리 돈으로 670억 원에 이른다. 이 중 80%는 브라질 정부가 지출하는 교황 경호비용이다. 브라질 국방부는 군 병력 1만 명을 배치했고, 경찰 1만 2천 명과 특수경찰부대 1천7백 명이 동원됐다. <가디언>은 리우데자네이루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리우데자네이루 역사상 가장 큰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시와 주정부는 세계청년대회 참가자와 순례자들에게 제공하는 교통과 식사 등의 비용으로 120억 원을 지출한다. 6월 말에는 교황청이 브라질 정부에 430억 원의 추가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 브라질 언론 <오 글로부>에 따르면, 교황청은 세계청년대회에 2백만 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행사 전체 예산의 70%를 참가비로 충당하려했다. 그러나 참가자 수가 예상에 크게 못 미치자 교황청은 부족한 금액의 절반가량을 브라질 정부에 요청한 것이다.
<오 글로부>가 보도한 세계청년대회 사전 등록자 수는 7월 초 32만 명에 불과했다. 브라질 언론들은 정부가 교황청의 추가 비용 요청을 거절한 배경에는 공적자금 지출에 부정적인 여론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보도했다.
반면, 교황청은 비용 문제에 관한 부정적인 여론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 가톨릭 언론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는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가 “(비용 문제는) 교황의 해외 방문 시 항상 제기되어 왔던 문제”라고 언급하며, “브라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황의 방문을 기꺼이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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