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4(약평)
시인은 수시로 우리가 모르는 낯선 곳에 서 있다. 그 이국적인 풍경에는 왠지 쓸쓸함이 배어있다. ‘상처의 목록’으로 기록된 것들은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소멸되어 가는 기억을 기록하는 일, 그것은 낯선 여행에서부터 시작된다. 처음 보는 것들의 냄새, 촉감, 느낌, 그리고 눈빛, 이 공허한 낭만은 시인의 가슴으로 들어와 살고 있다. 시인은 이질적인 장소에서 유년의 가족을 발견하거나 무의식에 억압된 기억을 되살려낸다. 시인은 박제된 과거의 모습에서 일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서늘한 기억으로 걸어 들어가 상처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무의식의 내면에 ‘잠복한 통증’이 시인으로 살게 하는 힘일 지도 모른다. 불안한 색채의 흐름으로 표정을 만들고 공포를 담아낸 에드바르 뭉크와 달리 시인은 몸에 파생된 ‘흔적’을 담담한 언어로 펼쳐낸다. 그의 언어들은 절반쯤 물에 잠긴 찌처럼 한가롭지만 그 평화로움 속에는 입질을 기다리며 촉을 세운 긴장감도 들어있다. 시인은 자신의 ‘삶과 기억’을 통해 조곤조곤 진경(珍景)을 꺼내놓곤 하는데 어디엔가 마음을 걸러내는 여과장치가 있기 때문이다._마경덕(시인)
■ 차례_
시인의 말·05
제1부
이스탄불 대합실 의자·13
편두통의 공식·14
만 개의 골목·16
Sale 마네킹·18
멀고 먼 앞집·20
N16 심야버스·22
레일의 법칙·24
광장·26
그때·27
천장의 집·28
곰배령 가는 길·30
포스트 잇 1·31
한 잔의 값·32
장미꽃 접시·34
솟대·36
제2부
감정을 비비다·41
물품 보관함·42
배심원·44
원산지 본인·46
비닐봉지·48
미싱사의 꿈·50
카지노·52
운주사 와불·54
겨울 한강·55
커피 컵·56
손금·57
해바라기 무덤·58
포스트 잇 2·59
철길의 공식·60
행인 1, 행인 2·62
담배·64
옷걸이·65
제3부
과메기 덕장·69
돌의 시간·70
지퍼·72
몸을 풀다·74
비누·76
파도막이·77
또 다른 시작·78
달걀·80
카페, 길들여지기·82
침묵·84
토끼도 포수도 떠난 뒤·85
중형(中形)과 중형(重刑)·86
허허허·87
엄마가 음매 하면 아기도 음매 한다·88
찬밥·90
제4부
노모(老母)·95
바닥·96
위층·97
쓸쓸한 문상·98
역전 카바레·100
뒷모습·102
신발·103
뭐야·104
소리 ON·106
부부·107
땅끝마을 유선관·108
장애물·110
특실문상·112
양은주전자·113
슬픈 풍경·114
스테이플러·116
해설·117
■ 시집 속의 시 한 편
먼로를 만났다
이스탄불 국내선 대합실에 혼자 앉아있었다
한눈에 알아본 그녀
매력인 금발과 하얀 이가 눈부셨다
누가 그녀를 이곳에 두었는지
언제부터 혼자 있었는지 창밖은 막 어둠이 걷히고
밤새 누군가의 가슴을 달래주었을 그녀는
여독에 지친 이방인에게 환한 웃음을 보내주었다
그렇게 그녀를 바라보기는 처음이었다
보딩 준비를 알리는 스피커소리에
몇 걸음 걷다 뒤를 돌아보았다
텅 빈 대합실 차가운 의자,
반쯤 졸고 있는 조명 아래
가슴을 훤히 드러낸 먼로가 웃고 있었다
플레이보이 표지를 붙잡고 그녀는 아직 살아있었다
―「이스탄불 대합실 의자」 전문
■ 시인의 말
잡히지 않는
바람의 조각을 기웠다
그 시간은
나에게 인디언 썸머의 날들이었다
2015년 늦가을
유성임
■ 유성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시에』로 등단하였다.
첫댓글 유성임 시인의 첫 시집 『만 개의 골목』(詩와에세이, 2015), 독자들부터 사랑받는 시집 되길 소망합니다. 11월 24(화) 전후 시에 후원회원님께 발송 예정입니다.
유성임 선생님 첫 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매일 골목을 드나드는데 지금껏 몇 개의 골목을 타고 놀았는지 모르겠네요. 만 개의 골목을 찾아 떠납니다.^^
만 개의 뿌리를 가진 골목으로 휘어있었다 이 시귓가 저를 압도하네요
샘 첫 시집 출간 축하드립니다 첫 찻 그 첫 저는 언제 올라나
유성임 시인님, 첫 시집 『만 개의 골목』 출간 축하합니다. 만 개의 골목으로 이 시집이 걸어나가면 좋겠습니다.
토요일 시에 대전 모임에서 보았어요, 첫 시집 출간 축하해요.
드디어 출산을 하셨군요. 축하와 더불어 독자들로부터 듬뿍 사랑받는 시집이 되기를 바라옵니다.
축하합니다. 찬찬히 맛나게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고맙게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