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6기 졸업생 정다현입니다. 저는 지금 학교에 일찍 내려와 있어요. 기숙사에 처음 입관했는데.. 방에 에어컨이 없네요. 억.. 오늘은 아침부터.. 씻으러 가는데 수건도 안들고 가고.. 방에 키를 두고 잠가버리는 둥.. 사감님이 안 계셔서 제 방 열쇠를 제가 훔치고 방에 선풍기 줄을 잡아당기다가 끊어놓는 둥.. 혼자서 잘 놀았습니다. ㅋㅋ입관하자마자 사감님께 요주의 인물로 찍혔어요..이런.. ㅋㅋㅋ 어릴 때부터 의도치 않게 엉뚱한 일 벌이는 데에는 이골이 나서ㅎㅎ.. 오랜만에 맡는 풀 냄새가 참 좋습니다. 아까 탁 트인 푸른 논밭 앞에 한참 있다 왔는데.. 통영 바다가 생각났습니다. 이곳과는 비교도 안되게 아름다운 그 곳..
지난 8월 22일부터 24일, 2박 3일로 큰선생님, 상희언니, 도원이와 함께 통영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행이 제게는 8월의 네 번째 여행이었고, 방학의 마지막 여행이었습니다. 큰선생님과 그렇게 가까이, 오랫동안 있어본 적은 처음이었어요. 덕분에 제 모습을.. 남김없이 보여드렸지요.. ㅠㅠ 버벅대는 말들.. 고상하지 않은 단어들.. 엉망진창으로 깎은 사과.. 버스에서 다리 올리고 자는 모습.. 몸에 배인 터프한(?) 모습까지 다 보여드렸습니다..ㅋㅋ ㅠㅠ
22일 고속터미널에서 열시에 모여 설렁탕을 먹고 통영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도착해서 마리나 호텔까지 택시를 탔어요. 가다가 택시 기사님 소개로 최초로 꿀빵을 만들었다는.. 오미사 꿀빵 가게를 찾았는데 인기가 엄청나서 이미 다 팔렸더군요.. 대신 주변에 있는 빵집에서 한 세트 사갔습니다. 오미사 꿀빵가게는 다음날 아침 일찍 가게 열자마자 와야겠다고 다짐하며.. 호텔에 도착.
방 앞에 보이는, 청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바다가 너무 예뻐서 한참을 베란다에 서있었습니다. 풀리지 않은 채 기억에서 사라진 여러 잡생각들이 마음에 꿍하니 얹혀있어서 좀 답답했었는데, 청록빛.. 투명한 바다를 보고 있으니, 그나마 좀 살 것 같았습니다. 비 그치기를 기다리는 동안 매점에서 사온 붉은 딱지놀이를.... 전 할 줄 몰라서 가만 앉아있었는데 제 앞에는 뭔가 수북히 쌓였지요.. 포커도 처음 배웠는데 재밌었어요- 큰선생님 손끝에서 벌어지는 마술.. 그저 신기했습니다..ㅋㅋ 민우가 그러더군요.. 처음엔 따게 하시다가 나중에 다 가져가신다고 ^^ㅋㅋㅋ 그렇게 한동안 시간 보내다가 보슬비가 내릴 즈음 횟집에 갔어요. 푸짐-하게, 엄청 배불리 먹었습니다. 아.. 싱싱한 간장게장 맛이 입 안에 생생히 감도네요:).. 식사 마치고 다시 숙소로 와서 간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슬픈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돌아가면서 질문하기를 했어요.. 큰선생님 말씀, 상희언니, 도원이얘기.. 마음터놓고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는 연애의 진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만 했는데.. 저의 폭탄발언에 큰선생님의 그 표정..→(◉▼◉ㅋㅋㅋㅋ)아 이모티콘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부족하네요. 정말로.. 잊을 수가 없어요 ㅋㅋㅋ 저는 그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얘기를 쏟아내서, 말도 별로 안했지만 제가 한 말들이 모두 가슴 어딘가에 잠잠히 묻혀 있다가 지뢰처럼 터져 나온 말들이어서, 가슴에 구멍이 난 기분이었습니다.. 시원하면서도 뭔가 허전하고 왠지 서글픈 기분이었달까요..
23일 일어나보니 눈앞에 오미사 꿀빵이 있었습니다. 저는 눈 밑에 그늘이 하품처럼 늘어지게 생겨나있는데.. 어느새 라면 물도 끓고 있고.. 달리는 체력에 죄책감을 느끼며 아직도 불러있는 위장에 라면을 부어넣었습니다. 그리고 오미사 꿀빵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별로.. 그저 그런 맛이었어요. 빵집 꿀빵보다 반죽이 두껍게 되어있었는데.. 그래도 먹다보니 그런 대로 먹을 만했습니다. 아마 저만.. 아침을 먹고 각자 좋아하는 시를 낭독했습니다.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말하고.. 큰 선생님 말씀 듣고 많은 걸 배우면서 오전 시간을 보냈습니다. 호텔을 나와서 케이블카를 타러 가려했다가 날씨가 별로 안좋아서 그 길로 뚱뚱이 할매 원조 충무 김밥집을 찾아갔습니다. 그 때 깨달았어요. 큰선생님과 함께 하는 여행은 일정이 바뀌어도 신속하고 깔끔하고 보람차다는 것을.. :).. 식사 후 거북선 모양을 한 충무공 이순신장군 기념관을 견학하고, 욕지도로 가는 배를 탔습니다. 왠 꼬마아이가 배 안 창문가에서 춤을 추고 있더군요. 음..?ㅋㅋ 장판 위에 편히 누워서 갔습니다. 배가 요람처럼 흔들-흔들 거리는데 그 기분.. 너무 좋았어요.. 잠시 큰선생님 옆에 누워 단잠을 잤습니다. 욕지도에 내려서 여기저기 돌며 숙소를 알아보던 중 마침 펜션 주인 아주머니께서 지나가다 소개해주셔서 그 곳으로 갔습니다. 한려펜션이라는 곳이었는데, 최신식 시설에 괜찮은 가격의 방이었습니다. 펜션 앞에서 내려다보는 깨끗한 푸른 산과 바다..부드럽고 시원한 바람.. 시골에서 나고 자랐지만 자연경관을 보면서 그런 행복감을 느낀 건 처음이었습니다.. 바다가 잘 보이는 곳으로 내려가서, 파도 관객 앞에서 돌아가며 노래도 부르고.. 도원이는 ...음..ㅋㅋㅋ 그 바다.. 노래들.. 다시 생각해도 기분이 너무 좋네요. 좋은 추억 만들어주신 큰선생님.. 감사합니다:D
저녁에는 숙소에서 또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인생 최고의 영화를 말하는 시간이었는데, 저는 죽은시인의 사회, 피셔킹, 아메리칸 뷰티 이야기를 했어요. 본지 오래되서 그 때 그 감정도 줄거리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했는데 얘기를 하면서 머릿속에 예쁘게 정리됐습니다. 얘기를 하면서 앞으로는 영화보고 감상문을 쭉 써서 모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영화들, 언제든지 그 감동 그대로 전할 수 있도록..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도 하고,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는데, 머릿속에 한 편의 드라마가 지나가는 듯 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그런 아름다운 순간은 전혀 없었던 것처럼 살아온 저 자신을 발견하고.. 다시 인생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24일
눈을 떴는데, 꿈속에 있는 것 같았어요. 다정하고 부드러운 산바람이 지친 얼굴을 쓰다듬고 들리는 큰선생님의 목소리.. 꿈을 꾼 기억은 없는데.. 제 잠꼬대를 큰선생님이 들으셨나봅니다.. 제가 막 끄응...끄응.. 이랬다고.. ;; 아.. 여러모로.. 이미지가..;; T_T 아침으로는 짜파게티를 해먹었습니다.. 전기레인지가 물을 끓이는데 느려 터져서 전기레인지 대신 혼났어요.. 그리고 짜파게티를 비볐는데 밑에 양념 뭉쳐놓고.. 전 참...ㅋㅋㅋ 아침에 마당에서 주인 아주머니와 잠깐 얘기를 나눴는데 제게 같이 오신 어른이 어떤 분이시느냐고 물으셨어요. 글 가르치시는 시인 선생님이시라고 말씀드렸는데.. 아주머니 얼굴에 지나가는, 놀라움과 감동(?)의 표정.. 재밌었습니다.ㅋㅋ
다시 짐을 챙겨서 산 아래까지 걸어내려갔습니다. 올라갈때는 엄청 먼 길 같았는데 내려가니까 순식간이더군요. 욕지도를 떠날 때는 다른 항구에서 배를 탔습니다. 배 위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갔는데 바람, 바다냄새가 너무 좋았어요. 그대로 멈추지 않고 간다면 시가 저절로 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도착해서 다시 충무김밥을 먹고 김춘수 시인 기념관에 갔습니다. 며칠전 TV '짝‘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김춘수 시인의 친손녀가 나온걸 본 적이 있어요. 남자 넷, 여자 넷이 모여서 자신의 짝을 구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손녀분도 작가로 살고 있었습니다. 유명한 시인의 손녀가 그런 프로그램에 출연한 걸 보고.. 작가 그리고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 생각했었는데.. 기념관에 가서 김춘수 시인 육필원고를 보며 왠지 모르게 친근감이 들었습니다. 종이 안에서 영생을 사는 것에 대한 매력을 새삼 다시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기념관을 나와서는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길다고 하는 케이블카.. 그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도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지만, 케이블카에서 내려 산위로 올라가서 본 풍경은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바다와, 말 줄임표 같은 섬들과, 얼어버린 바다의 물결 같은 산들. 시야의 끝에서부터 끝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그 풍경을 바라보며, 온 몸이 환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진으로도 표현이 안 되고, 말로도 다 풀어내기가 어려운, 언제고 떠올리기만 해도 정신이 맑아질 것 같은 그런 경관이었습니다. 영원처럼 그 곳에 그렇게, 한동안 서 있다가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천천히 꿈에서 깨듯 내려왔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마음에는 어떤 목마름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더 많이 돌아다니고,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배우고 싶은 갈망.. 헤어지는 길은 아쉽고 또 뿌듯했습니다.. 큰선생님 말씀대로.. 일상으로 돌아오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내 영혼은 아직도 끝도 없이 펼쳐진 하늘과 산과 바다 앞에 있는데, 갑자기 좁고 지저분한 방으로 옮겨진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그 풍경을 내가 살아가는 길 앞에 펼쳐놓아야겠습니다. 세상을 더 보고 배우고 부딛쳐 가면서, 그 풍경이, 다시 내 눈 앞에서 살아날 수 있도록.. 어쩌면 통영 여행이 8월의 마지막 여행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렇게 또다시 새로운 공간에 와있으니까요. 이제 저에게 올, 이전과는 다른 특별한 일상이, 통영에서처럼 하루하루가 온통 보고 배우고 느끼며 보람을 얻는, 그런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뜻 깊은 여행을 하게 해주신 큰선생님께, 너무너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곁에서 수고해주셨던 든든한 상희언니- 감사해요:) 도원이도 꿀빵먹느라 진짜 수고 많았고ㅋㅋㅋㅋ 반가웠어!! ㅋㅋ
첫댓글 정말 재밌었겠구나...나도 케이블카 꼭 타보고 싶었는데...^^ - 영한
아..아쉬워요 오빠ㅠㅠ 담에기회되면같이가요ㅋㅋ
언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부러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도 진짜 가고 싶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엉어헝허어엏엏ㅇ헝헝헝헝헝허어헝허어헝허어 겨울에 여행 갈 때는 꼭 같이 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봄
웅 함께 하자 봄아 !! ㅋㅋㅋ
ㅠㅠㅠㅠㅠ 언니 내년에 저도 합.....류...부탁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연ㅋㅋㅋ
커몬 나연 ㅋㅋ 연락 자주해줘서 고마워 ㅋㅋ
참 재밌었..어
난 한 일이 꿀빵 먹는것밖에 없었지.. 그렇지.. 아 지금도 꿀빵 소리 들으면 눈물 콧물 신물이...ㅜㅜㅜㅜ
난 왠지 또 먹고 싶은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