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조선조 내내 오랑캐란 말을 많이 썼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북한 인민군을 그렇게 부르고, 툭하면 남의 나라를 이런 식으로 부른다.
오랑캐는 원래 만주와 몽골에 걸쳐 유목 생활을 하던 우량카다이란 부족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자로는 ‘兀良哈’이라고 적었다. 우량카다이족은 칭기즈 칸 시절에도 건재한 부족이다. 여러 부족 중에 몽골족이 최종 승자가 되어 지금은 몽골이라고 하지만, 원래 타타르부, 우량카다이부 등이 더 유명했다. 서양에서는 지금도 타타르를 몽골을 가리키는 말로 쓴다.
그런데 우량카다이 부족을 가리킬 때 묘하게도 ‘캐’ 비슷한 발음이 들어가면서 이 말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듯하다. 왜냐하면 몽골족을 가리킨 최초의 말이 흉노(匈奴)였던 것처럼(흉노라는 한자어를 들여다보면 흉흉할 ‘흉’자에 노비를 가리키는 ‘노’자가 들어 있다) 어떻게든 유목민들을 낮춰 부르려고 애를 썼기 때문이다. 원래 오랑캐라는 개념은 중국이 개발한 것이다. 그들은 중국 외의 모든 민족을 오랑캐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동이(東夷, 고구려 · 거란족 · 여진족), 서융(西戎, 티베트족 · 위구르족), 북적(北狄, 몽골족 · 선비족 · 흉노족), 남만(南蠻, 미얀마족 · 대리족 · 베트남족 등 장강 이남의 모든 종족), 이렇게 오랑캐를 네 부류로 나눴다.
중국인들이 굳이 남의 민족을 이렇게 혐오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중국 역사의 절반 이상을 이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동이 중에서 고구려는 현재의 북경 일대인 유주를 차지한 적이 있고, 고구려의 후예인 거란, 여진은 요(遼)와 금(金), 청(淸)을 세워 중국을 지배했다. 일본도 현대 중국의 북부를 차지한 적이 있다. 북적 중에서는 흉노가 한나라를 3백 년간 지배했고, 몽골이 원(元)나라를 세웠다. 선비족은 북위(北魏), 수(隋), 당(唐)의 건국 세력이 되었다. 서융 중에서는 위구르가 위구르 제국을 세워 중국 북서쪽 일대를 통치했고, 서하족이 서하(西夏)를 통치했고, 티베트족이 초기 주(周)나라 집권세력을 이루었고, 이후로도 크고작은 나라를 만들어냈다. 남만 중에서도 베트남, 미얀마, 그리고 대리족의 대리국이 있었다.
이렇게 따져보면 중국사의 절반 이상이 이민족 지배사다. 중국인들은 이런 역사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민족을 경계하자는 뜻에서 오랑캐 개념이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중화(小中華)를 자처하던 일부 유림들이 즐겨 썼다. 그러면서 북한도 오랑캐요, 같은 고구려 민족인 여진족도 오랑캐라고 깔아뭉갰다.
따라서 동양사를 기술하면서 꼭 ‘오랑캐’란 어휘를 써야만 뜻이 통하는 부분에 이르면 ‘북방 유목민족’이라고 쓰면 된다. ‘유목민족’이라고 줄여 써도 된다.
바뀐 뜻
‘여진족’만을 가리키던 고유명사였는데 후대로 오면서 예의를 모르는 미개한 종족들을 멸시하는 보통명사로 쓰였다. 특히 조선 후기 서양인들이 몰려올 때는 특별히 그들을 가리켜 서양 오랑캐라고 부르기도 했다.
보기글
ㆍ서양 오랑캐들이 몰려온다는데 무슨
대책이라도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ㆍ오랑캐를 이용하여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