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선생님이
3회에 걸쳐서 영수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얼마나 운동을
좋아했는지, 얼마나 아빠가 억압적이었는지, 자신의 꿈이 깨졌을 때
얼마나 앞이 캄캄했는지, 그 세월이 4년에 걸쳤을 때 어떻게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버텼는지. 몇 주 후 격렬한 감정의 폭풍이 수그러들 무렵 상담선생님이 물었습니다. “너희 아빠는 왜 너의 꿈을 깼을까?” “아마 장래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 그러고
보니 아빠 말이 맞을 수도 있어요.
제가 야구부에서 운동을 그렇게 잘 하진 못했어요. 계속했어도 별 볼일이 없었을 수도 있겠네요.” 영수는 자신이 말해놓고
한참 멍해졌습니다.
상담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영수야,
너는 여태까지 아빠가 꿈을 꺾어서 4년간
억울하게 살았다고 했는데, 지금 판단해보니 아빠 말도 영 틀린 건 아닌가봐. 자, 네
앞에는 두 갈래 길이 있어. 아빠를 원망하면서 계속 화를 내며 살고, 플러스로 해마다 만나는
선생님들께 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공부를 안 하는 이유를 이해받는
것, 두 번째 길은 억울을 접고 지금부터 새로운 미래를 찾아보는 것. 두
번째 길로 가겠다면 내가 도와줄게.”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억울하게 큰 피해를 당하기도 하는데 그때 그 피해를 가슴 한복판에 새기고 평생 피해자로 살지, 아니면 비록 피해가
크지만 자기 인생의 주요한 사건이 되지 못하도록 마음 언저리로 밀어내고 다시 용기를 낼지 선택합니다. 영수는 많이 힘들어하다가
용기를 내어 자신이 자랑(?)하던 ‘억울
스토리’를 잊었습니다.
영수는 저녁에
요리를 배우러 다니고 낮에는 영어와 국어를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학교에 오면 하루
중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을 번호순으로 플래너에 쓰고 그 옆에 그 일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적고 하나씩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시간을 낭비하던 습관을 줄여 주었습니다. 또 담임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서 도저히 따라가기 힘든 학과 시간에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이나 요리책으로 자습을 하기로 여러 선생님들의 양해를
얻었습니다.
영수야, 네가
만든 ‘억울 스토리’는 드라마틱하긴 했지만 좀
어두웠어. 지금 가는 길은 힘들고 낯설지만 밝을거야. 부디 좋은 요리사가
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