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밝히는 퇴직연금의 속살
퇴직연금은 기업이 도산하거나 폐업한 경우에도 근로자의 퇴직금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입해야 하지만 둘러싼 오해도 많다. 연금 전문가들이 꼽은 퇴직연금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5가지를 정리했다.
첫째 ‘퇴직연금은 수익률이 낮다’는 오해다. 작년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전체 평균 수익률은 2.58%이다. 코스피지수 상승률 30.8%에 못 미치는 것을 물론,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률 9.58%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하지만 퇴직연금의 종류별로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근로자 개인책임형인 DC형의 실적배당 상품 수익률은 13.24%, 개인형 퇴직연금인 IRP형의 수익률은 11.95%에 달한다. 종류에 따라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퇴직연금 전체 평균 수익률이 낮은 것은 원리금을 보장하는 형태인 확정급여형(DB) 가입자가 전체의 89.3%에 달하기 때문이다. DC형 가입자는 10.7%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의 경우 국내외 채권자산에 44%, 주식 외 자산에 44% 자산을 분배해 수익룔이 높은 편이다.
둘째, 그렇다고 무조건 개인책임형인 DC가 유리한 것은 아니다. 회사책임형인 DB가 유리할 때도 있다. 우선 두 상품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DB형은 퇴직 당시 평균임금에 근속연수 이상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DC형은 월 또는 연 급여의 12분의 1을 연금계좌로 적립하는 방식으로, 근로자가 직접 운용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DB는 가만히 있어도 임금상승률만큼 수익률이 오르고, DC는 근로자의 운용 능력에 따라 수령액이 달라진다.
최근 5년간 평균 명목임금 상승률은 연 3.3%였는데, DC형의 최근 5년간 평균 수익률은 연 2.14%에 불과했다. 내 임금상승률이 운용수익률보다 높으면 DB형이 유리하다는 소리다. 물론 임금상승률이 높더라도 근로자가 예금과 펀드를 잘 활용해서 임금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면 DC가 적합할 수도 있다.
셋째, 퇴직연금을 활용하면 무조건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말도 오해다. 일시금으로 타면 혜택을 누릴 수 없다. 현실에서는 퇴직연금을 받는 사람의 96.7%가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받고 있다. 3.3%만 연금으로 받는 것이다.
퇴직연금제도의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55세 이후 연금 개시 신청’, ‘최소 5년 이상 연금 가입일 경과’, ‘연금 수령 한도 내에서만 인출’ 세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넷째, ETF(상장지수펀드)를 활용한다고 반드시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ETF는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특성 때문에 단기 매매로 수익을 올리려는 욕구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장기 적립 상품이라 단기 매매를 자주 한다면 수익률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이 올 수 있다.
한 전문가는 “ETF를 퇴직연금 투자 꾸러미에 넣더라도 단기 수익을 올리려는 목적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측 불가능한 투자이자 투기의 영역으로도 꼽히는 단기 매매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다섯째 퇴직연금은 무조건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오해다. 공격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도 있다. 예컨대, 요즘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사회 초년생이 정기예금 방식으로 가입하면 넉넉한 노후 자금 마련에 실패할 수도 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될 수도 잇다.
퇴직연금은 자신의 상황, 연령, 투자 지식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운용 기간이 많이 남은 사회 초년생은 공격적으로 운용해도 되지만,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라면 이제까지 쌓아 놓은 운용액을 잃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보수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