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라는 것
崔 秉 昌
동탁과 여포는 피도 눈물도 없었다는데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참기름 굴러가는 기가 찬 솜씨에
그 잘난 작도 춤으로
껍데기 포로 앞에서 현란한 칼춤을 추었다고,
허장상세를 맞줄임하여 허세라고 한다면
저마다 넘치게 터지도록 안고 와선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다고 선무당이 사람잡는 말
하루에 열두 번도 더한 변덕을 내보이며
척 보면 다 안다는 큰일도 아무걱정 말랬는데,
어쨌거나 동티나면 큰일난다는 엄포로
소문 아예 꿈쩍도 말라며
문패만 커다랗게 붙여놓고 앞서가는 척하더니
느즈막에 밑천 다 드러내고 몰골 휘어진 채 파장했다며
넙죽 업드려 설설 기다가 그대로 나 몰라라 누워버리는
껍데기포로는 끝내 오갈 데 없이 어줍잖은 지문만을 남기고
아슬한 저울질로 잣대를 내렸다는데
운명이란 뜻밖인 곳에서 뜻밖으로 만나는 것이라고
들어보셨는가,
동탁과 여포는 부모자식간인데도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피도 눈물도 없이 내팽겨 쳐진
초선의 그 비파소리를 .
<2000. 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