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PARK]기아 타이거즈가 팀의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를 포기했다.
기아는 8일 리오스를 내보내는 대신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세쓰 그라이싱어를 영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기아가 리오스를 방출한 이유는 ‘성적 부진’과 ‘구위 감소’ 때문.
여기에 꼴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의도도 숨어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아의 선택은 옳은 결정일까? 정답부터 공개한다면 No.
기아는 이번 시즌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일단 기아는 팬들과 등을 돌리게 됐다. 프로야구는 LG의 거듭된 프랜차이즈 스타 포기로
한 차례 홍역을 앓은 상태. 프로야구팀이 구단만의 것이 아님이 증명됐것만 기아는
다시 한 번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리오스라는 선수는 용병 이상의 상징성을 가진 선수이며 기아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
경기장에서 리오스를 지켜봤다면 선수로서 가장 이상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기장 밖에서는 팬들과 호흡하기 위해 애를 쓰며 덕아웃에서는 동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적극성을 보여준다.
또한 마운드에 위해서는 상대 타선을 압도하기 위해 강한 승부근성과 투지로 무장한
리오스를 만날 수 있다. 그뿐인가, 잘 생긴 얼굴은 김재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
게다가 틈틈이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보이거나 관중석으로 볼을 던져주는 팬서비스도
일품이다. 한 마디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밖에 없는 리오스다.
이러한 리오스가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다면 기아팬들을 두 번 죽이는 셈. 리오스가 선발 등판한 경기에는 ‘Still Miss You’와 같은 그리움이 묻어나는 문구를
적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리오스의 방출은 9년 동안 타이거즈 마운드를 지키고 팀을 떠났던 조계현의 1998시즌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두 번째 실수는 190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확실한 에이스를 잃었다는 점.
지난 3년 동안 리오스는 평균 190이닝 정도를 투구했다. 경기수가 적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190이닝은 미국 프로야구의 240이닝과 맞먹는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240이닝 이상을 투구한 투수는 랜디 존슨, 리반 에르난데스, 마크 벌리 3선수에 불과했다.
선발 투수의 주임무가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오랫동안 마운드를 지키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완투형투수’이자 ‘이닝이터’인 리오스는 최고의 선발 투수였다.
리오스는 성적도 빼어났다. 지난 3시즌 동안 41승 23패 13세이브 방어율 3.26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비록 2005시즌에는 6승 10패 방어율 5.23에 그치고 있지만 시즌 초반
타자들의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한 것과 야수들의 에러로 여러 차례 승리를 놓쳤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잠실처럼 넓은 구장을 홈으로 사용한다면 다시 2004시즌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
리오스다.
그렇다면 리오스 대신 기아가 선택한 세쓰 그라이싱어는 리오스를 능가하는 기량을 갖추고 있을까? 메이저리그 팬들이라면 그라이싱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
크리스 벤슨, 제프 위버, 빌리 카취 등과 함께 1996년 아테네 올림픽 때 미국팀의 마운드를 이끌었던 그라이싱어는 이미 기량이 바닥에 떨어진 선수. 한 때 유망주로 각광을 받았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라이싱어에게 관심을 보내지 않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의 기량이
더블 A 수준이라고 하지만 루더 해크만과 헤수스 산체스를 무너뜨린 한국 타자들을 상대로 그라이싱어가 호투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다.
팬들에게 또 다른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겨준 것도
기아의 실수. 리오스의 방출로 기아팬들은 또 다른 슈퍼스타와 결별할지 모른다는
걱정을 안고 있다. 당장 이번 겨울 FA가 되는 장성호와 이종범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는
상황. ‘LG의 유니폼을 입고 뛰는 이종범’, ‘롯데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장성호’
. 리오스를 봤을 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기아 프론트는 팬들의 거센 비난을 성적 향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그라이싱어 영입 후 성적이 좋아지고 4위안으로 진입한다면 팬들의
리오스 사랑도 조금씩 잊혀질 것이라고 판단했음이 분명하다.
지금쯤 기아 프론트는 “한 달만 귀를 막자”라는 말을 마음 속으로 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노릇. 모든 야구팬들이 알고 있는
성적 부진의 원인을 기아의 수뇌부는 정녕 모르고 있단 말인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