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역 / 이동순
서역이란 말에는 향긋한 무화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하미과의 단내도 물씬 풍기고 백양나무 가로수 길을 달려가는 노새의 방울 소리도 들린다 그 노새가 끄는 수레에 올라탄 일가족의 도란거리는 이야기도 들린다
서역이란 말에는 아득한 모래벌판을 성큼성큼 걸어오는 황사바람의 냄새가 난다 그 사이로 악기 반주에 맞추어 휘도는 호선무와 구릿빛 얼굴로 바라보던 위구르 사내의 동그란 모자가 보인다
서역이란 말에는 땅 속에서 파내었다는 비단 조각, 거기서 보았던 천 년 전 물결무늬가 먼저 떠오르고 그 비슷한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상추처럼 웃던 쿠차의 한 처녀가 생각난다 잠시 스쳐간 그녀 내 전생의 사랑이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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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淸韻詩堂, 시를 찾아서 원문보기 글쓴이: 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