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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七 章. 사지(死地), 죽고 죽이는 사람들
( 一 )
'지금이다.'
다섯 시진 동안 꼼짝 않고 바위 뒤에서 기회를 노렸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해는 빨리 졌다. 한여름 같으면 아직도 밝
은 대낮일 덴데 산정은 석양으로 물들었다. 청성산은 과연 도
교 삼대 성지 가운데 하나, 특히 산정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장
관이었다. 우뚝 솟은 거봉들과 그 멀리까지 붉은 노을로 물드
는 모습이라니.
당철휘는 석양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눈동자로 화구(畵具)를 챙기는 삼절의 빈틈을 노렸다. 기회는
나타났다.
삼절 진인이 한 손으로는 화구를 다른 손은 턱을 괸 채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의 등뒤는 완전히 열려 있
어 칠 곳이 너무 많았다.
쉬익!
당철휘의 신형은 번개같이 쏘아졌다.
타악! 타타탁...!
연이어 터지는 다섯 개의 음향. 아! 당철휘는 당문 십절이나
가능하다는 일수오독(一手五毒)의 절기를 펼쳐 냈다. 한 번에
조독기 다섯개를 발사한다는...
"어느 놈..."
과연 삼절은 일양자의 사형다웠다.
어느새 감상에서 벗어나 신형을 빙그르르 돌리는가 싶었는데
옆으로 일 장을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웨에엑! 쉐엑!
당뇌전(唐雷箭)에서 아홉 개의 화살이 터져 나가는 소리. 천산
(天山)에서 캐온 묵강현철로 주조하여 갑옷도 뚫을 수 있다는
소전들. 기구로 발사되는 소전은 빠르기가 섬전 같아 귀신도
피할수 없 다는 당뇌전, 당문 칠병의 하나였다.
당철휘의 공격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타앗!"
우렁찬 소리를 내지르며 붕새처럼 허공으로 솟구치며 비폭정
(飛暴丁)을 쏘아 냈다.
쐐에엑! 파앗!
현란했다. 일 장 정도 나아가다 폭죽처럼 비산하는 쇠털 같은
비침들, 역시 당문 칠병의 하나였다. 중지만한 쇠못, 그러나
투박하고 볼품없는 쇠못이 허공을 난다면 사정이 달랐다.
쇠털갈이 가느다란 비침 이십 개를 접착력이 약한 골교(骨膠)m
로 꼼꼼하게 붙였다. 사용법은 간단했다. 내력을 약간 가미하
여 던져 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일 장 앞에서 접착력이 풀
린 비침들은 공기의 흐름을 따라 상대를 따라갔다. 비침에는
흑사(黑蛇)의 독이 묻어 있어 약간만 스쳐도 극히 위험했다.
그러나,
"아!"
당철휘는 놀랍기도하고 당혹스럽기도 한 탄성을 뱉어 냈다.
삼절 진인은 손에 든 화구를 병기로 사용했다.
탕탕탕...!
쇠와쇠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며 당뇌전에서 발출된 소전들이
튕겨 나갔다. 시중에서 흔히 볼수 있는 붓빨통으로 갑옷도 뚫
는다는 소전 아홉 개를 막아내다니.
파르륵!
언제 장삼을 벗어 들었는지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삼절의 손
에서 휘둘러지는 것은 분명 삼절이 입고 있던 회색 도복이었
다.
?...!"
당철휘는 이가 따닥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자신의 입에서 나는
소리였다.
장내는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폐허처럼 곳곳에 조그만 암기들
이 가득했고 조독기에서 뿜어진 당문 십독의 하나 십미패독은
아직도 푸릇한 풀들을 검게 태우고 있었다.
휘이잉...!
스쳐 가는 바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아무 말없이 노려
보고있는 삼절.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만큼 조용한 정적
이 흘러갔다.
"이름이 뭔가?"
삼절 진인의 입에서는 의외로 조용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다, 당철휘."
"당철휘라...좋은 이름이군. 돌아가라."
순간, 당철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돌아가라니 자신을 암
살하려 했는데 돌아가라니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경우인가.
"저 정말 돌아가도..."
"한번 더 말하면 네 목을 취하겠다. 돌아가라."
당철휘는 삼절 진인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안색을 유심히 살
폈다.
'후후후! 그랬구나. 그러면 그렇지 네가 무슨 신이냐?'
너무 당황해서 보지 못했던 안색, 미간에 거무스레한 기운이
엿보였다. 분명 흑사의 독에 중독된 현상이었다. 아홉 개의 소
전은 튕겨 냈지만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느다란 비침은
다 막아내지 못했다.
시간만 약간 끌면...
당철휘는 삼절 진인 앞에 무릎을 끓고 머리를 조아렸다.
"진인을 몰라뵙고 암수를 펼쳤습니다. 이렇게 미천한 목숨을
거두지 않으시니 이 은혜는 죽어서도..."
"물러가라 했지 않느냐?"
삼절의 호통 소리는 산정을 쩌렁 울렸다.
'내가 미쳤냐?'
삼절은 움직이지도 못할 지경일 게다. 하지만 목숨은 두 개가
아닌 것. 그런 점을 확인하고자 생명을 걸고 모험할 생각은 전
혀 없었다.
"진인이시여, 미천한 이놈은..."
"쿨럭!"
삼절 진인은 가볍게 마른 기침을 토해 냈다.
'후후후! 답답한가? 아마 목에 가시가 박힌 듯 따끔거리겠지.
입 안이 텁텁할 테고...조금만 더 시간을 끌면...흑사의 독기
는 말할 수 없이 지독하지. 제때에 운공을 하지 않았으니 대라
신선이 와도 네놈을 살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때 당철휘는 급박하게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
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지금...'
눈을 들어 삼절을 바라보았다.
몸에서 일어나는 잔떨림이 선명하게 감지되었다. 엄청난 아픔
으로 전신을 휘감는 복통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모습이 여실
했다.
'아쉽지만...'
"삼절, 네놈 목줄을 직접 끊지 못하는 게 섭섭하구나."
말을 다친 당철휘는 신형을 띄워 한나절 동안 은신해 있던 바
위 뒤로 숨어들었다. 청성산에서 들리는 발걸음 소리라면 분명
청성문도, 혹 청성오수라도 끼여드는 날에는 꼼짝없이 죽을 판
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도 비폭정 두 개를쏘아내는 것은
잊지 않았다.
퍼억! 퍼퍼퍽!
바위 뒤로 몸을 숨기며 힐끔 돌아보자 무수한 비침들이 삼절의
몸에 꽂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됐어. 이제는 하산...'
당철휘는 발걸음 소리를 피해 올라왔던 잡목 숲으로 몸을 날렸
다.
"어린 놈 심성이 지독하군."
"그 정도는 예측하지 않았습니까?"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네. 꼭 이렇게까지 해야했나?"
"당문의 동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당자인의 무리가 전멸했는데
도 관현에 집결한 귀속칠가들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가볍게 처
리할 일이 아닙니다. 이럴 때는 꼭두각시 두어 명쯤은 살려 둬
야지요."
당철휘의 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다음 삼절 진인은 도
복을 벗었다.
아! 안에 드러나는 지갑(紙甲). 정밀하게 만들어진 지갑에는
비침들이 빼곡이 박혀 있었다.
"당철휘의 내력이 약했기에 다행입니다. 만약 당문 십절이 왔
다면 꼼짝없이 당했을 겁니다."
"허허허! 사제도 농담을 할 줄 아는군 그래. 남들은 속일지 몰
라도 내 눈은 속이지 못하네. 지난 삼십여 년 동안이 산꼭대기
에서 연마한 조령신공은 어디다 쓸 참인가?"
"알고 계셨군요."
"그렇게라도 마음을 붙잡을 곳이 있어서 다행 아닌가?"
"죄송합니다."
"아닐세. 사제가 장문이 되었다면 청성이 훨씬 발전할 수 있었
을 텐데..."
"장문..."
삼절 진인은 잔떨림으로 응대했다.
"지금부터라도 사제들을 돌보아 주게나."
"그러겠습니다. 청성의 무학이 중천에 높이 뜰수 있도록..."
칠흑 같은 야밤.
청성파의 중지(重地)에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은 상청궁의 지리에 익숙한 듯 경계의 눈을 장난같이 피하며
재빠르게 이동했다.
스윽!
가장 앞장 서 길을 인도하던 복면인이 손을 들어 올리자 뒤따
르던 십여 명의 복면인은 호흡을 감추며 신속하게 어둠속에 동
화되었다.
복면인의 손에서 손가락 두개가 펼쳐졌다. 그러자,
쉬익! 쉭!
뒤따르던 무인들 중 두명이 양손을 활짝펼치며 어두운 잡목속
으로 스며들었다.
"커억!"
짧은 단말마. 곧 이어 축 늘어진 청성 도인 두 명을 안은 복면
인들이 되튕겨 나왔다.
선두에 섰던 복면인은 품속에서 조그만 옥병을 꺼내 들어 마개
를 열었다. 그러자 싸한 독기가 바람을 타고 뭉클 쏟아져 나왔
다. 복면인은 호흡을 막으면서 옥병에 든 액을 혼절한 청성 도
인들에게 부었다.
치이익...!
기이한 음향과 살이 타는 노린내가 뭉클 풍겨 나왔다. 청성 도
인들의 쌀결은 급속도로 부패하기 시작했다. 아! 바로 일독문
의 화골수에 당한 증세와 흡사하지 않은가.
쉬익! 쉭...!
복면인들은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면전에 거대한 그림자를 드
러내고 있는 석전 안으로 뛰쳐 들었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단지 몇십개의 관만이 괴기로움을 풍기며 쓸쓸히 놓여 있었다.
끼이익...!
야밤에 관 뚜껑이 열리는 소리는 섬뜩했다.
이어 나타나는 사람은 살아생전 사태수(査太秀)란 이름을 가졌
던 무인. 당문 귀속칠가의 일인으로 당자인이 축출될 때 그를
따라나섰던 의골(義骨) 중 하나였다. 단비하의 독에 중독되어
처절하게 죽음을 당한.
복면인 네 명이 앞으로 나서며 준비했던 가죽주머니에 사태수
의 시신을 집어넣었다. 양손에 피수투를 끼고 있는데도 혹시
시신이 닿을까봐 조심스러웠다.
다른 복면인 네 명도 다른 관을 열고 또 한 구의 시신을 절취
했다.
그동안 다른 복면인들은 나머지 관을 열고 시신에다가 청성 도
인들에게 뿌렸던 독액을 뿌렸다.
치이익...!
괴향(怪香).
뭉클 피어나는 연기와 살타는 느끼한 냄새.
잠시 후 복면인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상청궁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복면인들이 떠나고도 일 각이 지났을 무렵, 어둠 속에서 도복
을 입은 도인이 걸어나왔다.
"무량수불..."
그의 도호는 맑고 청량했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신체 골격은
특이했다. 유난히 긴 팔다리, 무도심창이 자랑하던 청광도인이
아닌가.
청광 도인은 복면인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하얀 웃음
을 머금었다.
* * *
당자인은 머리가 빠개질 듯 지끈거리는 두통을 느끼며 깨어났
다. 먼지로 가득덮인 천장, 난잡하게 흩어진 집기들...오랫동
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폐허였다.
단비하와 육감적인 여인이 보였다. 그들은 화롯불을 살라놓고
닭을 굽는 중이었다.
"끄응!"
당자인은 저도 모르게 작은 신음성을 토해 냈다.
몸을 움직거리자 실컷 두들겨 맞은 듯 몸 곳곳에 아프지 않은
데가 없었다. 머릿속에 범종이라도 든 듯 쿵쿵 울리는 고통도
지독스러웠다.
"저놈, 깨어났어."
갈색에 통통튀길 것 같은 피부. 사내의 입술을 빨아들일 듯 붉
으면서도 고혹적인 입술, 그러나 그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결
코 아름답지 않았다.
"나를 어쩔 셈이냐?"
당자인은 이상하게도 자신의 목숨이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단비하의 못난 모습을 보고 자란 탓인지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같잖게만 보였다. 아니 한연지와는 또다른 느낌을
주는 여인과 같이 있다는 것만 해도 질투가 밀려들었다.
"...!"
단비하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묵묵히 화롯불에 구운 닭을
움켜쥐고 천천히 뜯어 먹었다. 너 같은 인간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무심한 태도였다.
당자인은 욕설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억눌러 참았다. 무려 십이
년간 절대고수들의 눈을 속이며 살아온 놈. 그런 놈이 칼을 뽑
아들면 의외로 잔인하다는 것을 잘 아는 까닭이었다.
'죽이려면 벌써 죽였을 거야. 놈은 나에게 목적이 있지. 아비
의 죽음이 그렇게도 알고 싶은가? 이해할수 없는 놈...네놈에
게 목적이 있는 이상...'
당자인은 암중에 내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늘 기해혈에 충만
해 있던 진기는 오간데 없었다. 텅 빈 곳간처럼 한올의 진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응? 왜 이러지?'
나포되었으니 가만둘 리는 없었다. 그 정도 예측 못할 당자인
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증세는 어찌 된 영문인지 도대체
알수가 없었다. 몸을 움직일 수 있으니 마혈이 제압된 것도 아
니고 승삭(繩索)으로 몸을 묶인 것도 아닌데...그렇다고 운공
을하매 고통이 수반되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기해혈이 파괴된
것도 아니었다.
가만히 손을 들어 기해혈을 만져 보았다. 간혹 가다 악독한 인
간들이 기해혈에 비침을 박아 운공을 저해시킨다는 소리를 들
은 터, 혹시나 해서였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제발 아니기를 바랐다. 만약 그런 일이
자신에게 발생했다면 기해혈이 파괴된 것보다도 더욱 비참한
삶을 살아 가야 한다. 단지 파괴된 것이라면 내력을 잃는 것으
로 끝난다. 하지만 비침이 박혀 있다면 자연히 혈맥을 따라 도
는 진기가 비침에 부딪칠때마다 격렬한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비침을뽑아낼 수도 없었다.
진기를 가로막을 정도의 비침이라면 이미 평범하지 않았다. 들
은 바로는 비침에 역린(逆鱗)이 있어 기해혈을 통째로 들어 내
지 않는 한 뽑을 생각을 안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기해혈이 없는 인간. 살아 있으되 어린아이보다도 힘이 약한
인간이 될 것이다. 그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리라.
천하제일의 장인(匠人)이나 다를 바 없는 암기실장 천수나천
당두감은 세상에 그런 비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비침에 역린을 만들려면 정교함을 벗어나 신의 손을 가져야 하
는데 그런 인간은 있을 수 없다면서...
더듬거리는 손이 아랫배를 훑으며 기해혈로 다가갔다.
'휴우!'
당자인은 십년 감수한 사람처럼 가늘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스럽게도 비침은 아니었다.
'내가 왜 이렇게 흥분하지? 우선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냉
정하게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 빠져 나갈 구멍이 생길 거야.'
평소 같으면 한귀로 흘려 버렸을 비침 이야기가 왜 생각났는지
그만큼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다 뜯어먹은 단비하는 입에 묻은 기름기
를 옷소매로 쓱 닦고는 벌렁 드러누웠다.
"잘 거야?"
"저놈은 어떻게 하고?"
"내버려둬."
"우리가 잠든 사이에 도망가면?"
단비하는 대답이 없었다. 벌써 깊은 잠에 빠져 든 듯했다.
"좌우지간 눈만 감았다하면 잠드니, 그것도 재주야."
혼자 중얼거리던 여인도 곧 잠자리를 골라 잠을 청했다.
당자인은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기회가 왔으면 했는데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이야. 혹시 의뭉
을 떠는 것이 아닌가 싶어 두 시진이나 죽은 듯이 누워 있었
다. 그러나 단비하와 여인은 정말 잠이 든 듯했다. 뒤척이는
몸짓과 간혹 가다 중얼거리는 잠꼬대.
'도대체 뭘 믿고...'
문가로 슬금슬금 기어가던 당자인의 눈에 여인의 보검이 들어
왔다.
기이하게도 호수가 없는 보검.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검
이었다. 슬그머니 보검을 집어 검을 끄집어 냈다.
스르릉...!
검집을 빠져 나온 보검은 차가운 달빛을 받아 푸르스름하게 빛
을 발했다. 검배 한가운데 가느다란 혈선이 음각된 보검이었
다.
'무산파의 검! 네가 당철휘에게 농락당한 갈홍아란 계집이었
군. 후후후! 당철휘, 좌우지간 아녀자 건드리는 데는 그놈 따
를 놈이 없었지, 어떻게 이런 계집을 건드렸지?'
당자인은 두가지 상념에 사로잡혀 움직일 생각을 안했다.
단칼에 단비하의 목줄기를 잘라버리고 싶었다. 곤히 잠든 놈이
라면 하지 못할 바 없으니까. 하지만 내공이 소멸됐기에 연속
적으로 갈홍아까지 벨 자신은 없었다.
또하나의 상념은 음심(陰心)이었다.
적이라 할 수도 있는 당철휘가 건드린 계집. 한연지를 보면 걷
잡을 수 없이 빨려들면서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무엇인가에
눌려 행동을 자제했다. 갈홍아는 틀렸다. 천성적으로 색기(色
氣)를 타고나는 여자가 있다면 바로 이 계집이리라. 함부로 대
해도 괜찮을 것 같이 헤퍼 보였고, 더군다나 보면 볼수록 욕정
이 생기는 계집이었다.
'언제 기회가 있으면...'
당자인은 검을 착검하고 살그머니 밖으로 나섰다.
"이봐! 내가 뭐라고 했어? 그놈이 밤새 도망갈 거라고 했잖아.
내 검까지 훔쳐 갔단 말이야."
아침이 되어 부스스 눈을 뜬 갈홍아가 제일 먼저 눈을 돌린 것
은 단비하였다. 정말 이상했다. 당철휘를 만날 적에는 온몸이
뜨거운 불속에 들어간 듯 활활 타올랐다. 잠시도 그의 결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단비하는 그저 건강한 사내였다. 특별히 뛰어난 구석도 엿보이
지 않았고 매력이 물씬 풍기는 것도 아니었다. 볼일을 본답시
고 결에서 떨어져도 아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날이 지날수록
정이 갔다. 단비하가 아프면 내가 아팠고, 그가 고통에 버거워
할때면 마음이 울적해졌다.
그런 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단비하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은 다음 고개를 돌린 곳은 당
자인이 있던 곳 없었다. 계집처럼 몸도 가날프고 용모도 족제
비처럼 말끔한 놈이 있던 자리에는 너절한 지푸라기만 깔려 있
었다.
"비하! 놈이..."
무의식적으로 검을 잡아가던 손이 허공을 짚었다. 검! 검이 사
라졌다. 분명 족제비 같은 당자인 그놈이 집어 갔을 것이다.
문파마다 각기 나름대로 독특한 검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관
습. 무산파는 검배에 가느다란 흠을 판 다음 적섬여(赤蟾여)의
기름을 발랐다. 만일 검에 맞는 사람이 있으면 적섬여의 독기
가 침투하여 필히 죽어야하는 독검이었다.
갈홍아가 쓰던 검은 무산파 개파시조(開派始祖)인 사활악랑(死
活握郞)의 유품이었다. 담금질을 백여 번이나 했다는 정성 어
린 보검,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될 검이었다.
그러나 갈홍아가 단비하를 댓바람에 몰아붙이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눈앞에 두고도 단칼에 죽이지
않은 것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밤에 헛소리까지 하면서 찾아
다니더니 목전에 두고는 왜 안 죽인단 말인가. 이해하려고 노
력해 보았지만 정녕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 당자인을 놓쳤으니 앞으로 또 얼마나마음 아파할까?
그 점이 못내 속상했다.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어."
"그걸 말이라고하는 거야?"
"재미있잖아. 밤새 한잠도 못 자고 땀을 뻘뻘 흘리며 들로 산
으로 뛰어다니는 꼴이..."
"내 참, 기가 막혀서..."
"보검 걱정은 하지 마. 오늘중으로 찾아줄게."
"정말?"
단비하는 갈홍아에게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가부좌를 틀
었다.
- 가람은 승가람마(僧伽藍摩)를 줄인 말이다. 불교 교단을 형
성하는 비구(比丘), 비구니(比丘尼), 우바새(優婆塞:남신도),
우바이(優婆夷:여신도)가 모여 사는 곳이란 뜻이다. 초기 승려
들의 생활 터전은 사찰이 아니었다. 무소유(無所有)를 이상으
로 삼았던 초기 수행자들, 말 그대로 집 없이 삼림(森林)에 거
주한다는 뜻이다. 마음속에 깃든 무명(無明)과 번뇌의 티끌을
씻어 내는것이 수행의 참뜻이었다. 장든 정신을 일깨워라. 혼
탁한 정신을 맑게 하라. 그런 영유로 가람신공이라 명명하
니...
가슴까지 상쾌해지는 아침은 운공을 하기에 최적의 시간이었
다. 내력을 상실했음에도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것이
효과를 봤는지 무산에서 사라진 내력이 제법 모여들었다.
한차례씩 운공을 끝낼 때마다 눈과 귀가 밝아지는 것을 느꼈
다. 독을 복용하고 방사하고픈 욕망도 생겼다.
독을 흡수하고 경락이 손상되지 않게 혈맥으로 유포시킬 수 있
으며 방사할 능력을 갖줬음에야...그러나 경거망동하지 않았
다. 최소한 장강 선상에서 방사를 깨달았을 때의 내력 정도는
소지하고 난 다음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내력을 잃게 된 이유를 연구하는 것도 중요했다. 또다시 내력
을 잃게 된다면 아무리 절묘한 절학이라도 쓰레기에 불과했다.
그렇게 만들수는 없었다. 당문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이 방사밖에 없으니 말이다.
우르릉! 콰앙...! 쏴아아...!
먹구름이 잔뜩낀 하늘에서는 기어이 뇌성을 동반한 폭우가 쏟
아졌다.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장대같이 쏟아지는 빗줄
기였다.
"정말 비가 오네!"
갈홍아는 오슬오슬 떨리는 몸을 화롯불에 녹였다. 이 비가 지
나고나면 본격적인 추위가 몰아 닥치리라.
'겨울...벌써 일 년이 되어 가네.'
초봄 문턱에서 당철휘를 만났으니...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한남자를 만났고, 버림 받았고, 이제 또 한 남자의 영상이 가
슴에 맺히기 시작했다. 철없는 망아지처럼 천방지축 날뛰던 작
년에 비하면 정말 큰 변화였다.
"앞으로 한 이틀쯤은 계속 폭우가 쏟아질 거야."
"어떻게 알아?"
"이맘때쯤은 꼭 폭우가 쏟아졌어. 아침 공기결에 묻은 비 냄새
를 맡았지. 어릴 때...사매하고 같이 맡던 냄새."
"사매! 사매가 있었어?"
"있었지...지금은 죽었지만..."
"그랬구나. 정말 좋아했나 봐?"
단비하는 한연지를 떠올렸다. 사문이란 것도 없는 멸문 자손들
이지만 아버지끼리 호형호제(呼兄呼弟)하는 사이라 사매라고
불렀다. 지금처럼 막바지 비가 쏟아질 때면 겁먹은 얼굴로 오
들오들 떨곤했다.
"어떻게 죽었어?"
티없이 밝은 웃음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굳어져 가는
안색 너머에는 어쩔 수 없이 뛰어난 재능을 묻어야 하는 비애
가 숨어 있었다. 그래서 늘 안타까웠다. 사매에게 웃음을 다시
찾아 줄 수 있다면...
"미안해, 아픈 상처를 건드렸구나. 그런데 이렇게 비가 쏟아지
니 당자인을 어떻게 찾지?"
한연지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왔다. 객사에 숨어서 화사한 웃음
이 얼굴 가득 피어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어렸을 적의 웃음
은 아니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밝게 보던 웃음이...
어쩌면 그녀가 옳을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어 가고 인간사와
부딪치게 되면서 어린아이의 마음을 끝까지 간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마음이 더 좋았던 것을...그
랬으면 마음속에 죽은 여인이라고 묻어 버리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네 말 듣는 거야?"
"후후후...!"
"왜 웃어?"
왜 웃어? 우스워서 웃는다. 남들은 다들 성숙했는데 아직도 알
에서 깨어나지 않은 병아리처럼 이상향을 꿈꾸고 있는 자신이
우스워서 웃는다.
단비하는 눈을 들어 갈홍아를 바라보았다.
몸도 많이 상했지만 마음의 아픔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부모가 죽었다는 아픔과 정인에게 버림받았다는 아픔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굳이 비교하자면...어느것이 더 중하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갈홍아처럼 조실부모(早失父母)한 사람에게 정인
은 모든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갈홍아는 야생녀의 마음을 잃지 않았다. 행동은 많이
자숙해졌지만 마음만은 그때 그여자 그대로였다.
한연지에레 비할 수 없는 얼굴이기는 하되, 마음만은 청순한
여자였다.
"네가 예뻐서..."
"지금 뭐라고 했어? 내가 예쁘다고?"
"응!"
"내가 여자로 보여?"
갈홍아는 무심결에 속마음을 털어놓고 얼굴을 붉혔다. 비록 부
끄럽기는 했지만 다시 주워답고 싶지는 않은 말. 뚫어지게 단
비하를 응시하던 그녀의 눈가에는 금방 실망스런 기색이 떠올
랐다.
단비하는 다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공조식에 몰입했다.
'그렇겠지...이 소저가 있으니까. 푸훗! 지금 내가 얼굴 두껍
게 무슨 생각을...'
아이도 낳지 못하는 여자. 자궁(子宮)이 망가져 여자로서의 구
실을 못하는 석녀(石女). 그런 여자를 좋아할 사내가 세상 천
지에 어디 있을까?
갈홍아는 쏟아지는 빗줄기에 눈을 돌리며 눈가에 흐르는 눈물
을 살짝 닦았다.
우당탕...!
삭풍에 곧 떨어질 것처럼 흔들거리는 문짝이 거센 힘에 부서져
나갔다. 그리고 비에 흠뻑 젖은 당자인이 눈을 번뜩이며 나타
났다. 흙탕물에 얼룩진 의복, 산발 한머리...얼마나 심마(心
魔)에 시달렸는지 처참지경이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악물은 이빨 사이로 한 섞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주접 그만 떨고 들어와서 옷이나 말려."
갈홍아는 놀란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지만 단비하는 돌아올줄
알았다는 듯 태연했다.
"무슨 짓을 했냐 말이야?"
비통스런 음성이 폐가에 쩌렁 울려 퍼졌다.
단비하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마른고기를 씹어먹었다.
"네 이놈!"
한달음에 달려온 당자인은 단비하의 멱살을 거세게 움켜잡았
다.
"무슨 짓을 했어? 무슨 짓을 했는지 말하란 말이야?"
단비하는 비웃음이 가득 담긴 눈길을 던졌다.
"후후후! 사람은 말이다. 아주 간사스런 존재지. 다른 사람의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으면서 내 손톱에
낀 가시는 아프다고 발버둥치지. 그게 사람이야. 바로 지금 네
꼴처럼."
멱살 잡은 손을 후려치자 당자인은 멀찌감치 나가 떨어졌다.
"목숨을 부지하고 싶으면 앞으로 내 앞에서 건방지게 행동하지
마라. 나 죽었습니다하고 빌어 먹으며 살란 말이다. 그것이 싫
으면 무인답게 깨끗이 자진하고..."
"큭큭큭...!"
당자인은 자조의 웃음을 흘려 냈다.
"살길을 주겠다, 아버지를 죽이게 된 자초지종을 빠짐없이 말
해라. 그때까진 내 손을 벗어나지 못해. 물론 죽는 것은 자유
지만..."
"죽는 것은 자유..."
혀를 깨뭍고 죽어 버릴까? 갈홍아의 보검에 피를 묻힐까? 죽
음... 당자인은 죽고 싶지 않았다. 무명(武名)이 더러워진 것
도 아니었다.
단비하와 갈홍아만 죽인다면 오늘 있었던 일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하리라. 살고 싶다는 욕구가 꿈틀거렸다.
* * *
인공으로 만든 연못이라곤 믿을수 없는 거대한 호숫가에 은색
가면(假面)을 쓴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조심성이 많은지 주위
를 두리번거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정자안으로
날아들었다.
"점이호(點二號), 보고 사항이 있어 연락을 드렸습니다!"
"...!"
먼저 와 있던 사람은 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호수를 헤엄치고
다니는 물오리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가면인과 마찬가지
로 은색 가면을 썼으며 갈색 장포를 입은 사내였다.
"단비하를 관현에서 발견했습니다. 당자인이 볼모로 잡힌 것
같고 갈홍아란 계집이 같이 있습니다."
"...!"
"공격을 계속할지..."
"단비하가 썼던 독의 성분은 분석했느냐?"
부엉이 울음처럼 갈라진 목소리였다. 본색(本色)이 아니고 가
성(假聲)임이 분명했다.
"무산파의 사심독과 단가의 섬백단을 혼합한 독이었습니다."
"사심독과 섬백단? 끌끌끌...! 그 정도로 그만한 효력을 보이
다니...놈이 쥐새끼인 줄 알았더니 호랑이였구나."
"은점(銀點)이시여! 하명을 내려 주십시오."
"관현에서는 다른 독을 썼다고 들었다."
"그렇습니다. 일양자와 당자인 그리고 그의 수하들에게 사용한
독입니다. 시신을 두 구 빼와서 연구 중입니다만..."
"연구중인데...? 아직 독성분을 알아내지 못했단 말인가?"
"죄송합니다."
"으음...! 네가 죄스러워할 것은 없다. 독에 관한 한 제일이라
고 자부하는 자네들이 아닌가? 자네들이 알아 낼 수 없었다면
단비하의 능력이 그만큼 뛰어난 게지. 새로운 독인가?"
"그렇습니다."
"독성은?"
"중독 즉시 즉사합니다."
"천하절독이로구먼. 혈반사접의 독성과 비교하면 어떤가?"
"혈반사접에게야 비할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혼자서 그 짧은
시간에 절독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좌시할 문제가 아닙니
다."
갈색 장포를 입은 사람은 잠시 말문을 닫고 물오리를 쳐다보았
다.
"그놈에게 죽은 형제들이 무려 오십육 명입니다. 구점(九點)
휘하 고수중 절반이 당했습니다. 살려 둘 수 없는 놈입니다."
점이호라 자칭한 사내는 갈색 장포의 사내에게 결단을 촉구했
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당철휘와 한연지는 그놈을 죽이지 못
했다. 당자인은 되려 당했고...구점의 휘하에 있는 형제들도
당했다. 누구를 보낼 참인가?"
"명령을 내려 주신다면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이점(二點), 자네가?"
"단비하는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하독합니다. 기구를 쓰지 않
는다면 내력으로 발출하거나 천지 자연을 이용하는 것뿐. 그
중 단비하는 후자입니다. 그런 놈이라면 한번 겨뤄 보고 싶습
니다."
"허허허! 독인끼리 손을 맞대면 양패동사(兩敗同死)뿐, 무엇이
더 있겠는가? 자네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건 용납 못 하겠네."
점이호에게서 가는 숨소리가 들렸다.
이해할 수 있었다. 독인은 무공을 닦는 무인들과는 달랐다. 무
공이야, 다른 문파의 것을 소화하기 힘들지만 독인들은 그게
아니었다. 제조 기법만 알면 얼마든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
고, 해약과 하독 방법만 탁월하면 거대 문파라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곤 했다.
독을 탐하는 사람들...독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다. 천하절독이
있다면 천리를 마다 않고 달려가는 사람들 아닌가. 새로운 독
거기에 혈반사접과 버금가는 천하절독이라면...능히 목숨을 걸
어서라도 견식하고 싶을 게다.
"놈은 어디에 있나?"
"성도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성도? 으하하핫! 통쾌하군, 통쾌해. 당문을 칠 작정이군 그
래."
"설마?"
"아닐세, 그의 목적은 당문이야. 잠시 내버려두게. 그 동안 놈
이 개발한 독의 해약을 연구한 후, 참 일양자가 놈에게 당하고
도 무사할 수 있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게. 단비하가 사용했
던 독처럼 혈반사접의 독기도 내력으로 무산시킬 수 있다면 무
용지물이야."
"명심하고 있습니다."
"그럼 물러가게."
점이호는 올때와 마찬가지로 주위를 살피며 신속하게 물러갔
다. 은점이라 불린 사내는 품속에서 아침녘에 날아온 전서 두
개를 꺼냈다. 단비하란 이름을 듣는 순간 퍼뜩 생각난 것이다.
< 점일호(點一號) 정기보고(定期報告).
청성파 건(件) 오(五) 할(割) 진척.
금년(今年) 내(內) 매듭 짓겠음.
추신 : 단비하가 장애로 등장. 제거 명령 바람. >
"노옴...! 바보인 줄 알았더니 호랑이라...좋아. 덕분에 나의
계획이 훨씬 수월하게 됐어. 놈을 잘만 이용하면...네놈을 혈
반사접의 첫 번째 희생자로 선택하지. 나를 처음으로 놀라게
한 놈이니까. 그만한 대접은 받을 자격이 있어. 으하하하
핫...!"
꾸르릉...!
멀리서 뇌성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곧 소문난 겨울비가 내
릴 모양이었다. 관현을 질타하고 여세를 몰아오는 비바람이...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감함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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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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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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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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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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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