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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八 章. 유성(流星), 떨어지는 별 ( 一 ) 눈에 익은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 년 전 바보라는 허울을 쓴채 마차를 타고 가던 길/ 논도 밭도 사람들도 다 그대로 인데 자신만 변한것 같았다. "사천에 살았지만 성도에는 처음이야. 뭐, 구경할 만한것 있 어?" "없어." '그렇게 대답할줄 알았어. 멋대가리 하고는...' 갈홍아는 이목을 가리기 위하여 남장을 한 상태였다. 어깨까지 뒤덮는 방갓을 썼고, 한눈에 드러나는 보검은 무명 천으로 둘 둘 말아 등에 맸다. "유허지(遺噓地), 만리교(萬理橋), 사마교(駟馬橋), 금관(金 官城), 청양궁(靑羊宮). 한군데는 구경시켜 줘야 할 것 아냐?" "어디 있는지 몰라." 정말 몰랐다. 고죽촌을 벗어날수 없는 운명이었다. 철이 들 무 렵에는 당문의 울타리조차 넘어 보지 못했다. 혈뇌옥에 갇히면 서는 꼭 죽는 줄만 알았다. 수인(囚人)의 외출...일 년 동안의 외출이 모든 것을 변모시켰다. 영원히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운 명을 가로막던 당문을 치러 오다니... "한적한 곳으로 가자." 단비하는 괜스레 주눅이 들었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성도에 당도하고 보니 당문은 역시 하늘처럼 높았다. 이란격석(以卵擊石)...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당기룡 물어 보겠다. 아버지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죽어야 했 는지...우리 가문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후손으로 이어지 면서까지 당문의 노예 노릇을 해야 되었는지.' - 너는 힘이 약하니 내 말을 둘어야 한다. 반항하면 죽인다. 살고 싶으면 얌전히 있어라.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일하면서 죽을때 까지 충성을 바쳐라. 철저한 힘의 논리였다. 정도 문파를 표방하면 구파일방에게 과연 정도(正道)가 무엇인 가란 물음을 던진다면 즉석에서 대답할 것이다. 정도는 생명을 존중한다. 정도란 무공을 익히되 사욕을 취하지 않는다. 정도 는 약자를 돕는다. 정도는 겨룸보다는 심신 단련을 목적으로 한다. 정도는... 하지만 그들 모두가 한결같이 귀속칠가에 대해서는 냉담했다. 노예같은 삶을 산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명이 존중받지 못한다 는 것을 알면서도 백 년 동안이나 당문 마음대로 칼자루를 휘 두르게 내버려뒀다. 이 또한 힘의 논리였다. 자기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자는 도움 받을 가치가 없다는...그러기에 구파일방은 독창적인 무공을 발전시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단비하가 본 구파일방은 모두 똑 같았다. "네가 앞장서. 설마 한적한 곳도 모른다고는 안 할테지?" "몰라." "뭐?" "사실 성도를 보는 것이 두 번째야. 먼저는 마차를 타고 가면 서 주마간산격으로 훑어봤고...첫 번째라는 게 옳겠군." "맙소사! 그럼 그 동안 뭐 했어?" "실험용 벌레였지." "실험용 벌레?" "그 정도만 알아 둬. 네가 가고 싶은 데로 가자. 이럴 때는 남 자보다 여자의 육감이 탁월하니까." "그 그러지 뭐." 갈홍아는 단비하를 색다른 눈으로 쳐다보았다. 보면 볼수록, 깊이 알게 될수록 점점 멀어지는 사내. 단비하에 대해서 모르 는 것이 너무 많았다. "일단 시진에 들러서 따뜻한 만두나 사가지고 가자. 건포(乾 脯)만 먹었더니 속이 느글거려서." "마음대로 해." 갈홍아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늘 내가 죽는다면 얌전히 모모에게 돌아가." 산속에 있는 허름한 사당을 찾아 털쩍 주저앉기가 무섭게 단비 하가 한 말이었다. "무슨 소리야?" "오늘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소리." 단비하는 무성의하게 대답하며 품속에 있는 독을 모두 꺼내 펼 쳐 놓았다. 대조독 여섯 봉지, 사심독 두봉지, 섬백단 네 알, 칠미단은 모두 땅에 묻어 버렸으니 한 알도 없고, 복면인들에 게서 빼앗은 이름 모르는 독이 두봉지 나왔다. "여기서 누구와 싸우기라도 해?" 갈홍아는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우며 단비하를 뚫어지게 응시 했다. 전 같지가 않았다. 당자인을 잡으러 갈 때도 동네 산보 라도 하듯이 가벼운 웃음을 던졌었는데. 정녕 심상치 않았다. 다른 때는 한 손만 끼우던 피수투도 양손 다 끼웠다. 장심에 움푹 파인 곳에는 갈홍아가 알기로 가장 지 독한 독인 대조독을 집어넣었다. 그뿐인가? 양쪽 소맷자락에 한 봉지씩 허리춤에 두봉지를 끼워 넣었다. 복면인들이 사용하던 독은 등뒤 요대 사이로 사라졌다. 사심독과 섬백단은 한곳으로 밀쳐 놓았다. 절정독 여덟 봉지가 그의 모든 독이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 풀려 나갈수 있다 는 것을 갈홍아는 잘 알았다. 모든 준비를 마친 단비하는 잠시의 틈도 아까운듯 운공조식에 몰입했다. 싸우기 전에 최상의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불 변의 과제였지만, 싸움이 목전에 이르러 운공조식을 한다는 것 은 이해되지 않았다. 정작 강적이라도 들이 닥치는 날에는 어 이없이 죽을 판. "도대체 무슨 일인지 말을 해줘야 알것 아냐." 갈홍아는 둘둘 말은 천을 풀러 보검을 꺼냈다. 농담이라고는 단 한마디도 못하는 성격에 하는 행동까지 필생 대적을 맞이하 는 듯했으니 자연 불안해졌다. 운공조식을 끝낼 때까지 호법 (護法)이라도 서줄 작정이었다. 휘이잉...!덜컹! 덜컹...! 거센 바람 소리, 문짝 흔들리는 소리... 사위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한 시진이 지났을까? "휴우!" 단비하는 깊은 숨을 토해 내면서 운공을 마무리했다. 순간, "다 끝났나?" 느닷없이 들려 오는 싸늘한 음성. "누구냐?" 갈홍아는 음성이 들린 천장을 향해 섬전처럼 일검을 떨쳐 냈 다. 창! 창! 차차창...! 순식간에 십여 합이 교환되고 두 사람은 각기 한쪽으로 물러섰 다. '변화가 너무 심해 종잡을 수 없어.' 갈홍아는 찢어진 옷소매와 앞가슴을 보면서 차디찬 한기가 스 며드는 것을 느꼈다. 조모가 독술을 전수하지 않아 검공에만 치중했다. 무산삼괴를 찾아가겠다고 험한 강호에 뛰어든 것도 무공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작달막한 키에 단단 한 체구를 지닌 낯선 침입자와 손속을 나눠 본 결과 상대가 되 지 않음을 자각해야 했다. "그 사람은 나를 찾아온 손님이야." 단비하는 태연한 신색으로 말문을 열었다.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편안하셨는지..." 단비하는 두손을 마주잡고 포권지례를 취했다. "많이 컸구나. 감히 자인이를 죽이다니..." "후위대주 당잠청." 갈홍아는 얼굴색이 하얗게 질리면서 경악성을 토해 냈다. 당자 인, 당철휘 같은 부대주들과 당문 십절은 차원이 달랐다. 당문 십절은 순수 무공만으로도 강호에서 대접받는 고수들이었다. 거기에 가공할 독술까지 곁들이면...비로소 단비하가 누구를 기다렸으며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내가 따라오는 것을 언제부터 알았나?" "시진에서 부터입니다." "조심성이 대단하군." "성도니까요. 성도에 들어선 이상 당문의 촉각에 걸리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혹시 했는데 여지없이 걸렸군요." "네가 나를 존장으로 대하는 이유가 뭐냐?" "평소 존경하는 사람들 중 한분이셨습니다." "존경? 흥!" "대주님은 강직한 기골이 있습니다. 진정한 무인입니다." "흥! 그것보다는 운공조식이 끝날때까지 기다려 준 대가겠지." "그것도 강직한 무골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죠. 자인이를 죽인 것은 유감입니다만 부친을 죽인 원수이니 양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이해한다. 그리고 너는 내 아들을 죽인 원수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 둘 중 한사람은 죽어야겠지." "검으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독으로...?" "으하하하핫! 건방진 놈...! 네놈이 감히 나와 맞서겠다고? 오 냐 네가 자신있는 것이 무엇이냐?" "그 동안 독술에 성취를 조금 보았습니다. 이해해 주신다면 독 술로 하고 싶습니다." "독술? 으하하하! 비린내도 가시지 않은 놈이 독술이라... 하 기는 자인이가 독으로 죽었으니 네놈도 독으로 죽어야겠지. 그 럼 펼쳐 보아라." 독은 누구나 사용하기 쉬웠다. 하지만 암중에 사용하는 독과 생사를 걸고 펼치는 독은 무공처럼 고하가 분명히 가려졌다. 우연이나 기적이란 있을 수도 없고 본신 실력만이 결과를 말해 주었다. 당잠청은 자식이 암독(暗毒)에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 으면 수련 기간이 일 년밖에 안 되는 단비하에게, 그것도 당철 휘 일행에게 쫓기면서 배운 어설픈 독술에 당할 당자인이 아니 었다. "밖에 나가 있어. 절대 안으로 들어올 생각은 말고...산 자만 이 밖으로 나갈 거야. 그때까지 기다려. 만약 대주가 이긴다면 내 시신을 볼 생각은 아예 하지 말고 무산으로 돌아가. 여기는 지금부터 사지(死地)로 변할 거야." "비하..." "나가!" "멋대가리 없는 놈. 그래 나갈게. 하지만 이겨야 돼. 이 소저 가 눈물 콧물 질질 짜는 꼴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갈홍아는 획 몸을 돌렸다. 바보같이...왜 이 소저를 팔았을까? 단비하가 잘못된다면...생 각만 해도 끔찍했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하지만 상대는 모모라 할지라도 승부를 장담하지 못하는 당문 십절 중 후위대주. 검공과 신법의 절묘한 조화에서 으뜸이라는 평이 있 지 않은가.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이 한스러웠다. 유일한 도움이라면 마음껏 독을 하독할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 주는 것뿐이었다. "무슨 독을 사용할 거냐?" "전부 대주가 모르는 독입니다. 독초 열일곱 가지, 독충 네 종 류를 혼합해서 대조독을 만들었습니다. 해독제는 아직 만들지 못했고..." "그것 뿐이냐?" "저도 종류를 알수 없는 독이 두 봉지 있습니다. 상황이 급하 면 그독도 사용할 생각입니다. 능히 당문 십독과 견줄수 있는 독이라 생각합니다." "네가 당문 십독을 얼마나 안다고 감히 그런 말을..." "저처럼 당문의 독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도 드물 겁니다. 저 는 비록 여독이지만 하나 빠짐없이 겪어 봤으니까요." "여독과 진독은 다르다." "그런 점도 감안해서 말씀드린 겁니다." "독성이 무척 강하겠군. 자 말은 그만하고 견식해 볼까." "그럼..." 단비하는 포권지례를 취하고 가볍게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당잠청은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손은 지권인(智拳印)의 자 세를 취했다. 바로 당절삼해의 기수식, 오른손 검지가 왼손 주먹 틈에서 빠져 나오는 순간 오백 년 당문 독공의 총화 당절 삼해가 숨돌릴 틈 없이 펼쳐지게 된다. '속전속결...틈을 주면 당한다.' 생각이 떠오른 것과 몸이 움직인 것은 거의 동시였다. 피수투 를 끼운 양손바닥이 활짝 펼쳐지며 붉은 운무가 뭉클 피어났 다. 대조독 두봉지가 터진 현상이었다. "이 정도로 감히..." 쉬릭! 쉬리릭...! 당잠청은 기묘한 보법을 밟으며 붉은 운무 사이로 파고들었다. 무모하게 보이는 행동이었다.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격 이랄까! 독을 피하지 않고 달려들다니... '저, 저것이 당절삼해의 진수...' 단비하는 허리춤에 숨겨 두었던 대조독 두 봉지를 꺼내 들며 당잠청의 일거수 일투족을 세밀하게 관찰했다. 당절삼해..과연 당문 오백년 역사의 총화라는 말이 어울렸다.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뛰어난 절학이었다. 두 손이 끊임없이 작은 원을 그리는 가운데 회선강풍이 일어나며 대조독을 밀쳐 냈다. 공기 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니 그것이 당절삼해의 진 수였다. '빈틈을 찾아야 해. 어떠한 무공이든지 빈틈은 있기 마련이 야.' 파아앗! 파앗! 단비하는 다시 두 봉지의 대조독을 터뜨렸다. 그의 가슴은 묵 직한 것에 짓눌린 듯 답답해졌다.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크게 들이쉰 숨으로 버태야 한다. 만약 한올이라도 호흡을 한다면 자신이 터뜨린 대조독에 자신이 중독될 우려가 높았다. 당잠청 역시 호흡을 멈춘 상태였다. 누가 먼저 호흡을 하느냐 가 승부의 관건이었다. 그렇다고 허공을 부유하는 독분을 맞을 수도 방치할 수도 없었다. 어떤 독은 곧바로 피부에 작용하니 까. 이런 경우에는 하독한 자가 득을 보게 되어 있었다. 무슨 독인지 알고, 어떻게 대처해야 옳은지 알기 때문에. 파아앗! 두손으로 연신 작은 원을 만들던 당잠청의 한손에서 하얀 분말 덩어리가 쾌속하게 쏘아졌다. 꿀로 버무려 놓은 듯 단환 형태 였지만 두세 치 앞에서 극히 미세한 가루가 되어 전신을 뒤덮 을 거라는 건 기초적인 상식이었다. '당문 십독 중에는 부시독(腐屍毒)이나 신경독(神經毒)은 없 다. 열개 중 여덟 개가 장기독(臟器毒), 혈액독(血液毒)과 효 소독(酵素毒)이 한 개씩...부딪치자.' 설혹 잘못되어 부시독이나 신경독에 중독된다 해도 내성이 강 한 체질이니 별탈이야 있을까. 단비하는 쏘아져 오는 독단 앞으로 치달렸다. 내력이야 당잠청 을 따라갈 수 없으니 승부를 빨리 결해야 한다. 등뒤 요대 뒤 에 숨겨 두었던 대조독이 꺼내졌다. 파앗! 하얀 독단은 분말로 화해 허공 중에 흩날렸다. 예상했던 일, 물러설 기회도 없었다. 유일한 탈출로는 독분을 뒤집어쓰며 통 과하는 것뿐. 타아악! 두 발로 힘껏 지면을 박차며 당잠청을 향해 다가들었다. 그러 나 무슨 독인지 모르기 때문에 눈을 감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만일 독분이 눈에 들어간다면 실명(失明)하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허억! 이건 당문 십독이 아니다.' 당잠청 같은 절정고수가 당문 십독을 쓰지 않다니 아니 당잠 청이 사용하는 독이니 당연히 당문 십독이라 성급하게 판단했 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피부가 따끔거렸다. 벌에 쏘인 듯 참을수 없는 고통이 살갗을 통해 밀려들었다. 퍼억! 복부에 강한 발길질이 틀어박혔다 '허억!' 하마터면 입을 벌릴 뻔했다. 눈을 감고 있었으니 당잠청의 각 법(脚法)을 못 본 것이 당연했다. 단비하는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 독분과 당잠청의 공세를 벗어 나려 애를 썼다. 쉬이익! 파르륵...! 옷자락 펄럭이는 소리와 독분을 발출할 때 나는 특유의 소리가 들려왔다. '단 한 번의 기회...놓치면 죽는다.' 피부는 불에 데인 듯 화끈거렸다. 살갗이 벗겨진 듯 쓰리기도 했고 바늘로 찌르듯 콕콕 쑤셔 왔다. 전신은 퉁통 부어 행동하 기도 거북했다. 틀림없이 중독되었다. 퍼억! 으득...! 복부에 망치가 틀어박힌 듯한 통증, 숨이 턱 막히는 괴로움,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도 들렸다. 순간 단비하는 손에 든 대 조독을 입에 털어 넣었다. 잠시 동안 공격은 멈췄다. 진독을 복용하다니 이런 미친 짓이 어디에 있는가. 당잠청이 공격을 멈춘 것은 그런 이유가 궁금 해서 일 것이고 참깐의 틈새는 공격할 유일한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파아앗! 단비하의 장심에서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방사...내력을 다시 잃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당잠청의 손아귀 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단비하가 공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이었다. '크으윽!' 대조독은 지독했다. 오장육부가 화로속에 들어간 듯 뜨겁게 달 아 올랐다. 진기를 일주천하여 독기를 장심으로 모으는 것도 힘이 들었다. 독성 강한 대조독은 진기의 흐름을 방해하려 들었다. "커억!" 극히 미미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됐어. 승부는 끝났다.' 당잠청이 비명을 토해 냈다면 대기 속에 떠도는 대조독, 자신 이 터뜨린 하얀 독을 흡입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테고...단비하 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스스슥...! 몸 속에 스며든 대조독을 모조리 방사했다. 다행스럽게도 위장 으로 흘러들던 대조독은 진기의 흐름을 따라 장심에서 방사되 었다. 그리고도 잠시 동안 숨을 멈춘 채 독분이 가라앉기를 기 다렸다. "휴우!" 이마에서 식은땀이 흩러내렸다. 눈을 떠 당잠청을 보자 아직 감기지 않은 눈으로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비쳤 다. "이, 이것이...무슨..." "방사라고 합니다. 체내의 독을 끌어 모아 장심으로 발출하는 ..." "방사...후후후! 끝까지...으음! 거짓말을...하는군. 그건... 당절삼해 중...일해야...커억!" 당잠청은 눈을 스르록 감고 영면의 세계로 들어갔다. '당절삼해 중 일해! 그렇다면 당문도 방사를 할 수 있단 말인 가? 그런데 왜 당잠청은...' 생각을 잠시 멈추고 가능한 한 빨리 폐가를 벗어나야했다. 비 록 가라 앉았다고 하지만 바람이 약간이라도 분다면 절정고수 가 하독하는 것보다 더 지독한 독 세례를 맞아야 하니까. 갈홍아는 단비하가 비틀거리며 나오자 한달음에 달려갔다. "네가 이길 줄 알았.." "물러서!" 단비하는 오히려 되로 한걸음 물러서며 갈홍아의 육탄 공세를 피했다. 갈홍아는 내심 섭섭함이 왈칵 밀려왔지만 몸을 우뚝 세운 채 단비하를 염려스런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괜찮아?" "내 몸은 이미 독에...개울을 찾아야 해." 단비하의 상세는 무척 위중해 보였다. 화상을 입은 듯 벌겋게 부어 오른 몸뚱이, 입술은 하얗다 못해 파르스름 했다. "잠깐만 기다려. 개울을 찾아볼께." 순간 뒤돌아서는 갈홍아의 귀에 쿠응, 하고 지축을 흔드는 소 리가 들렸다. "비하!" "괜찮아. 어서 개울을..." "이 바보야. 뭐가 괜찮단 말야!" 갈홍아는 울먹이면서 단비하를 안아들었다. 일순 짜릿한 전율 과 함께 전신이 근질거렸다. 여독에 중독된 증상. 여독이 이러 할진대 정작 진독에 당한 단비하는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걱정하지 마. 살려 줄께." 갈홍아는 단비하를 등에 업고 개울을 찾아나섰다. 겨울 초입에 개울물 속에 들어간다는 자체가 고통스런 일이었 다. 그러나 얼음굴 속에 든 듯 오돌오돌 떨리는 고통에 비하면 아 무것도 아니었다. 뱃속에서 치밀어 오는 한기에 오히려 개울물 이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력이 또 없어졌어. 제길...' 단비하는 부지런히 전신 진기를 일주천시키며 한기를 몰아 냈 다. 피부는 불속에 들어간 듯 뜨거웠고 오장육부는 얼음 덩어 리가 들어 있는 듯 차가웠다. 실낱같이 미약한 진기로는 운공 조차도 어려웠다. '기감(氣感)을 느껴야돼. 기감을...' 내부를 얼릴 듯한 한기도 잊고자 했다. 지옥불에 휩싸인 살갗 의 고통도 잊어야 했다. 모든 것을 잊고 기감을 느껴 내력을 형성시켜는 것이 유일한 살길이었다. 독성이 너무 강해 내성으 로 이겨 내기는 힘들었다. 방사, 방사만이 독상을 치료할수 있 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 인간의 신체는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으면 그에 상응하는 감 각을 느낀다. 하지만 아무런 자극을 받지 않아도 감각을 느끼 는 수가 있는네, 이런 경우는 내부에 지각 신경이 자극 받아 서 발생하는 기의 감각이다. 즉 내기(內氣)에 변화가 일어나서 발생하는 기의 감각이랄 수 있다. 기감을 느끼기 가장 좋은 곳은 손바닥과 손가락 끝으로 신체 중 가장 예민한 부분이며, 경락의 시발(始發)과 끝이 손끝에 있어서 기의 흐름을 유도하 기 용이하며, 내공을 주도하는 것이 손이므로 의념(意念)을 집 중하는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단비하는 가람신공 일식(一式)을 운공했다. 손은 합장 자세를 취했으되 손바닥 간의 간격은 한 치 정도 떨어졌고, 눈은 손끝 이 간신히 보일 정도로 가볍게 감았다. 의념을 양 손바닥에 집 중하고 진기가 어깨와 팔뚝을 거쳐 손바닥으로 쏟아지기를 기 다렸다. 일 각, 이 각...한 시진. 시간은 쉬임없이 흘러갔다. 이윽고 손바닥에 따뜻한 기운이 감돌면서 짜릿한 전율이 느껴 졌다. 내공을 처음 배울 때 가장 신기했던 기감, 진기를 자유자재(로 돌리면서는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던 기감이 이렇게 반가울 줄 이야. 단비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중단전을 활짝 열어 대자연의 기 를 빨아들이는 이식(二式), 빨아들인 기를 기해혈에 농축시키 는 삼식(三式), 기해혈에 농축된 기가 전신으로 유포되는 사식 (四式)을 운용했다. 미약했던 진기는 노도처럼 혈맥을 따라 돌 면서 체내에 잠복한 독기를 몰아내기 시작했다. * * * 청성문도들은 칠 인 일 조로 조심스럽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검도창장권각륜(劍刀槍掌拳脚輪)의 일곱 무공이 어우러진 칠성 진(七星陣)의 위력은 무림에 널리 알려져 모르는 사람이 없었 다. 그러기에 청성 도인 한 명이 나타나면 농담을 던져도 각기 다른 병장기를 지닌 일곱 명이 나타나면 숨을 죽인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청성파 삼백여 도인들은 각기 맡은 구역을 샅샅이 뒤져 나갔 다. 청성산에 들어와 무고한 사람들을 무참히 살상한 귀속사가 의 잔당들을 추적하는 중이었다. 살인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뭐니뭐니 해도 시체(屍體) 유기(遺棄)였다. 하늘을 나는 까마귀 떼가 없었다면 고율촌 사 람들의 횡액을 모를 뻔했다. 갑자기 늘어난 까마귀 떼가 하도 이상해 땅을 파 보았더니, 드러난 참상은...어른들은 그래도 좀 나았다. 이제 나은 지 백 일도 지나지 않았을 것 같은 갓난 아이까지 죽이다니. 청성파 장문 옥양 진인은 무섭게 분노했다. 깊은 도량으로 호호선생(好好先生)처럼 보이던 장문이 이처럼 진노한 것은 처음이었다. 청성제일뇌(靑城第一腦) 삼절 진인은 시신들이 고율촌 사람일 거라고 추측했다. 종적이 사라져 버린 귀속사가 도당들이 머무를 곳은 그곳밖에 없을 거라면서. 무려 이백이십여 명. 대청성파일지라도 그들을 치기 위해서는 희생을 각오해야 했 다. "그들은 청성산 중지에 들어와 있습니다. 이목을 속이기 위해 서이겠지만 생활이 극히 곤란할 겁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군 요. 당기룡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물품 공급이 끊겼다 면...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산을 에워싸고 독 안에 든 쥐를 요리하듯이 천천히 공략한다면 자멸할 것이 뻔합니다." 더욱이 지금은 겨울 초입이었다. 아무리 무인들이라고 하지만 야지에서 생활하기에는 적합치 않은 날씨였다. 은신처라 생각 하고 있는 고율촌에서 몰아내고 다른 마을을 침범하지 못하게 한다면 그들은 산속에서 벌벌 떨다가 얼어죽을 게다. 그게 싫 으면 필사의 탈출을 감행할 테고, 어려운 환경에서 어쩔 수 없 이 감행하는 싸움에는 많은 희생이 수반된다. "귀속사가는 앉아서 당하지 않습니다. 죽기 살기를 각오하고 덤벼들 겁니다. 공격하면 물러서고, 물러서면 지체없이 공격하 고...지구전으로 기력을 빼앗아 싸울 의욕이 말살되도록 만들 어야 합니다." 삼절 진인의 지략은 놀라웠다. 지리를 잘 안다는 이점을 활용 해 야습을 감행했다. 마을 입구에서 망보던 무인 두명을 소리 없이 제거한 것은 행운이었다. 칠 인 일 조로 구성된 칠성진 사십삼 개가 일제히 고율촌을 습 격했다. 자다가 깨어난 귀속사가의 고수들은 지푸라기처럼 허무하게 쓰 러졌다. 그러나 역시 전위대의 위용은 놀라웠다. 사천의 늑대들이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했다. 긴 밤을 지새운 싸움은 청성파의 승리로 돌아갔다. 삼십육명을 죽였다. 생포자는 없었다. 귀속사가의 무인들은 오욕보다는 죽음을 택했다. 움직일 수 없 을 정도로 중상을 당한 무인들은 요상약을 보여 주자 비웃음을 던지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 모습은 청성 도인들에게는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새삼스 럽게 당문이 잔인하면서 함부로 상대하지 못할 세력으로 비쳐 졌다. 생포되는 것은 무명(武名)에 먹칠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청성 제자들도 이십칠 명이나 죽었다. 번개같은 기습 준비된 자와 준비되지 않은 자의 싸움 하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당문 제사실 수독실(修毒室)은 죽음의 난관이라 불려진다. 그 곳을 통과하는 자만이 전위대원이 될 수 있고, 그들은 한결같 이 팔뚝에 전갈 문신을 새겨 놓는다. 전위대원의 자긍심이지 이 중에 전위대원은 한명도 없다." 시신을 살펴본 삼절 진인이 한 말이었다. "이 사람은 손에 약초 냄새가 배어 있으니 만채실...중지 가운 데 마디에 굳은살이라...강검(剛劍)을 배웠군. 그렇다면 사가 의 무인일테고..." 만가 칠 명, 한가 구명, 풍가 십이 명, 사가 팔명. 죽은 자들의 신원이 확인됐다. "청(淸) 자(字) 배(配) 제자들이 칠성진을 펼친다면 전위대 제 일력 팔명과 엇비슷할 게다. 하지만 하(霞) 자(字) 배(配) 제 자들이 펼친다면 당하기 십삼이지. 수고스럽지만 사제들이 직 접 나서 줘야 겠는걸." 청성오수...청성의 신화인 그들이 청 자배 제자들을 이끌고 청 성을 뒤지기 시작했다. 고율촌의 싸움이 있은 지 오늘로 나흘째...하늘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을씨년스런 날씨였다. 청성문도 중 일부는 싸움이 시작 된 이래 한잠도 자기 못했지만 쉴 짬이 없었다. 전위대 역주들은 한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청성파가 기습을 해오던 날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전위대는 행동 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각 역(力)은 사가의 사람들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었고 청성에 오기 전 대대적인 개편으로 인해 호흡 이 잘 맞지 않았지만 그래도 강한 돌파력을 보여 주었다. 청성파의 포위를 뚫은 다음은 외길이었다. 냄새나는 도인들이 없는 곳으로 치달렸다. 그런데 그것이 삼절 진인의 계략일 줄 이야. 오도 가도 못하는 험지에 갚힌 꼴이 되고 말았다. 제십력주는 청성산의 도면을 펼쳐 놓은 채 의견을 피력했다. "이곳은 마치 호로병 같은 지형이야. 물러날 곳이 없는 막다른 길. 하지만 시각을 바꿔서 보면 놈들 역시 함부로 들어올수 없 지. 지구전으로 맞서야해. 그렇지 않으면 전멸이야." "그것도 힘들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식량은 나흘 치의 마른 건포뿐, 그것 가지고 버틴다는 것은 자살행위야." 십력주의 말을 반박한 십이력주는 만가 사람이었다. 만가주의 셋째 아들. 하지만 지략과 무공은 아버지를 능가했다. "만약 지금 우리가 돌파하려 한다면 청성 놈들이 펼쳐 놓은 천 라지망(天羅地網)을 벗어날 수 없어. 나무껍질을 벗겨 먹는 한 이 있더라도 버터야지. 말이 있잖아? 적이 생각한 의도를 거슬 러라. 적의 생각대로 행동해 준다면 필패한다." "잠깐! 이러다가는 우리 역시 가주님들처럼 의견을 일치하지 못한다. 우리 중 한 사람을 선출해서 의견을 통일하자. 만약 그 결단이 마음에 맞지 않는다 할지라도 운명으로 생각하고 받 아 들이자 무조건 따르는 거야. 어때, 너희들 의견은?" "좋아." "그렇게 하지." 의견을 제시한 십오력주가 바로 심지 아홉 개를 만들었다. "하나씩 뽑아. 이 아홉 개 중 한 개에는 매듭이 있어. 그에게 칠십이 명의 생명을 맡기자. 탈출한다면 더 바랄 게 없고 여기 서 죽더라도 원없이 싸우다 죽으면 그만이니까." 젊은 혈기가 들끓는 아홉 청년의 눈길은 활활 타올랐다. "쳇! 나는 아니군." "이런...나도 아닌데..." 먼저 심지를 뽑은 십삼력주와 십칠력주가 투덜거렸다. 개개인 의 능력 차가 거의 없고 야망이 불타오르는 젊은이들이니 누군 들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가 되고 싶지 않을까. 언제나 부력 주밖에 맡지 못하던 차, 대대적인 개편으로 역주가 된 사람들 이기에 그런 마음은 더욱 강했다. "후후후! 역시 나는 잘났어." 십력주가 웃음을 터뜨리며 손에 든 심지를 펼쳐 보였다. 과연 심지 끝 부분에는 작은 매듭이 지어져 있었다. "그래, 너 잘났다. 잘난 김에 부탁 하나 들어줘라. 우리 십이 력은 곡구(谷口)를 맡는다. 괜찮지?" 십력주는 지구전을 주장했기에 한 말이었다. 다른 역주들도 지 구전을 생각했다. 그런데, "아냐. 내가 비록 결정권을 쥐기는 했지만 역시 십이력주 말마 따나 돌파하는 게 좋겠어. 그래 봤자 죽는 것은 마찬가지겠지 만..." "후후후! 철부지가 이제야 철이 들었군." "뭐야?" "십력주 신경 쓰지 마. 하나만 물어 보자. 네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면서 왜 결정을 바꿨지?" 십력주와 십이력주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십칠력주 가 궁금한 듯 물었다. 한 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다들 궁금했다. 왜 자신의 의견을 꺽었는지. 결정권까지 가지게 된 마당에. "고율촌에서 탈출한 사람은 우리뿐이야. 가주님들의 행방은 묘 연해졌어. 내 생각이 맞다면 틀림없이 청성 놈들에게 당하셨을 거야. 우리의 안위도 생각해야 되지만 가주의 복수를 하는 것 도 중요하지. 설혹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함정일지라도 가야한 다는 것이 내 생각이야." "좋았어, 너는 멋진 놈이야." "그럼 네놈보다는 멋있지. 후후후!" "뭐? 하하핫!" "하하하...!" 생사를 도외시한 아홉명의 소룡(小龍)들은 마음껏 웃음보를 터 뜨렸다. 그날 저녁. 그믐밤인지 달도 별도 없는 어둠속을 칠십이 명의 전위대원들 이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그들이 나아가는 방향은 상청궁쪽이 었다. "아악! 크으윽...!" 피아를 식별할 수 없는 어둠속에서 처절한 비명과 비윗장을 뒤 틀리게 만드는 역겨운 피비린 내가 물씬 풍졌다. "화전(火箭)을 쏘아라." 청성파쪽에서 창노한 음성이 쩌렁 산곡을 울리며 퍼졌다. 순 간, 쉐에엑! 화아악...! 불화살 수십 대가 허공으로 솟구치면서 장내를 대낮같이 밝혔 다. "당문, 감히 기습을! 모두 공격해라! 한놈도 살려 두지 마라." 도인이 한 말이라고 믿기 어려운 잔인한 말, 그러나 청성 도인 들이 전개하는 검식은 말보다 더 잔혹했다. 슈아앙! 퍼엉...! 검도창장권각륜이 어우러지며 전위대원들을 격살하기 시작했 다. 팔명이 일 조로 오랫동안 생사를 같이해 온 전위대원들과 칠 명이 한조로 칠성진의 오묘한 점을 부단히 수련한 사람들의 격돌. 피가 튀고 살이 찢어졌다. "크으윽! 역주..." 누군가 검에 맞으면서 비명음을 토해 냈다. 그러나 그의 두손 은 검을 뽑아내는 청성 도인의 머리를 으깨고 있었다. 순간, 창이 등을 관통하고 도가 머리를 반으로 갈랐다. "후후후! 잠시 기다려라. 내 곧 따라가마." 십력주는 품속에서 일 척 길이의 묵통을 꺼내 들었다. 소다륜(小多輪). 길이는 일 척, 무게는 반 근이다. 소륜이 다섯 개 내장되어 있 으며 격발기를 누르면 한 개씩 발사된다. 살상 거리는 이 장으 로 아름드리 고목을 관통한다. 암기실에서 새로 개발한 암기이며 비밀리에 제작되어 소다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없다. 능히 투골망에 버금가는 암기로 새 로 부임한 역주들에게 지급한다. '최소한 청성오수 중 한명이라도 끌고 가야한다.' 그의 눈은 혼잡한 장내를 샅샅이 뒤져 나갔다. 그리고, '일도일사...네놈과 같이 가자.' 십력주의 신형은 번개같이 한 인영을 향해 쏘아졌다. 극히 평 범하여 무인 같지 않은 사람, 하지만 회색 도복에 유일하게 금 빛 요대를하고 있는 사람. 일 도를 휘두름에 한 생명이 사라진 다는 일도일사. "비켯!" 쩌렁한 일갈을 터뜨리며 앞을 가로막는 청성 도인을 향해 좌수 검(左手劍)을 펼쳐 냈다. 검식도 없는 검법이지만 청 자 배 도 인을 물러서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십력주의 신형은 일 도일사와 일 장 간격으로 좁혀졌다. 희미한 웃음이 보였다. 일도일사가 웃고 있는 것이다. 풋내기가 겁도없이 도전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리라. 그래 너는 계속 웃고 있어라. 타악! 타악! 탁! 탁! 탁! 휘르릉...! 용수절 튕겨지는 소리가 거세게 들렸다. 그리고 소다륜에서 일 제히 튕겨 나간 소륜들은 번개같이 일도일사의 전신을 파고 들 었다. "허엇!" 짧은 헛바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허리에 둘러진 금빛 요대 가 풀려지며 신속하게 소륜과 부딪쳐 갔다. '요대가 바로 금도(金刀)!' 십력주의 눈은 화등잔만하게 부릅떠졌다. 병기가 없는 줄 알았 는데...이제는 암기실에서 만들었다는 소다륜과 정도문파 최대 무공중 하나가 우열을 가려야 한다. 쩡! 쩡! 쩌엉...! 퍽! 퍼억! 쇠와 쇠가 부딪치면서 빨간 불똥이 튀었다. 세 개는 튕겨져 나 갔다. 그러나 나머지 두 개는 막아내지 못했다. 몸을 비틀어 피했지만 옆구리에서 붉은 선혈이 흘러내렸고 또 한 개는 왼쪽 어깨뼈를 으스러뜨렸다. 청성오수 중 일인으로서는 정녕 생각 지 못했던 중상이었다. 아무리 기습을 당했다고 하지만... "네 이놈!" 분노한 일도일사 종양(綜陽) 진인(眞人)이 칠십이로 파도식을 펼쳐냈다. 독문 파검식을 도에 맞게 수정하여 독특한 무공으로 재창출한 파도식을... 파아앗...! 십력주는 하늘이 쪼개지는 느낌을 받았다. 거부할 수 없는 거 대한 힘이 하늘을 반으로 가르며 다가왔다. 두렵기도 했지만 아름답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피햇!"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 왔다. 하지만 그뿐 머리에 끓는 기름이 부어지는 듯 화끈거려 몸을 움찔거렸다. 그것이 세상에서 느낀 마지막 감각이었다. 언제였지? 무슨 일이었더라? 십이력주는 사막 한가운데 훌로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런 기분 전에도 느낀 적이 있었는데...전위대주의 밀명을 받고 제 오력의 부력주로 사막을 횡단한 적이 있었지. 언제나 술자리만 벌어지면 누구에게 뒤질세라 늘어놓던 무용담 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모두들 갔구나. 무정한 놈들...기다려 주겠지.' 십이력주는 품속에서 소다륜을 꺼내 들었다. 십력주의 머리가 갈라지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그 모습에서 계시 또한 받았다. 청성오수를 끌고 가자 지옥으로 가는 길에 청성오수가 한명도 없다면 얼마나 허망할까? 남은 여덟 명의 역주는 일제히 일도일사를 향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그들의 손에는 다시없는 병기 소다륜이 들려진 채. "가랏!" 십이력주는 쩌렁 고함을 지르며 소다륜의 단추를 힘껏 눌렀다. 일도일사 종양 진인은 꺼져 가는 등불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힘없이 쳐다볼 뿐 반격할 생각도 못했다. 그럴 수밖에 먼저 간 여덟 명의 역주들이 발사한 소다륜이 적게는 한 개에서 많게는 세 개까지 몸을 관통했으니 일도일사의 몸은 벌집처럼 엉망이 된 상태였다. 휘르릉...! 소륜이 종양 진인의 목젖에 틀어박힐 찰나. 차앙! 옆에서 튀어나온 창날이 소륜을 튕겨 냈다. '무도심창...후후후! 형제들 용서하게.' 십이력주는 소다륜을 이마에 댔다. 그리고 힘껏 단추를 눌렀 다. 순간, 퍼억 잘 익은 수박이 으깨지듯 둔탁한 소리와 함께 피와 뇌수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십이력주는 전위대의 자존심 죽을지언정 굴복하지 않는다는 전 설을 지킨 것이다. 종양 진인의 상세는 심각했다. 이밈 경맥이 가닥가닥 갈라져 대라신선이 온다해도 살릴 수 없는 상태였다. "그쪽 상황은...?" "몰살시켰습니다. 사형만..." "허허허! 나만 당했다는...클럭!" 종양진인은 격렬한 기침을 토해내더니 돌연 숨을 멈추고 말았 다. "사형!" 무도심창은 고개를 떨구는 종양 진인을 힘껏 끌어안았다. 피해가 극심했다. 일도일사와 백여 명에 달하는 청 자배 제자 들의 목숨을 쓸모없는 귀속사가의 도당들과 맞바꾸기는 정말 억울했다. 이번 싸움에서 청성은 최소한 사분(四分)의 힘을 잃고 말았다. 당장 지근 거리에 있는 아미파와 점창파와도 겨룰수 없는 지 경. 구파일방 중 최하위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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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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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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