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 팔자에 없이
길고양이 먹이를 챙겨주고 있어요.
어떻게 된 사연이냐 하면,
4년 동안 우리 건물에서 함께 살던 분이 이사 가면서
걱정 걱정을 하는 거예요. 그동안 길냥이들 먹이를 챙겨주었는데
갑자기 끊으면 죽을 텐데 하면서...
그 아가씨는 자기집에서도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고 있었어요.
맨처음 이사 올 땐 없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렇데요.- -;
버려진 고양이가 애처로워 데려다 키운 게 그렇게 됐나 봐요~
동물보호단체와 관련된 곳에서 영상 쪽 일을 하는 것 같았어요.
아무튼 얼마전부터 이사를 가야 할 형편인데
고양이 땜에 갈 수도 없고 안 갈 수도 없고.. 그러더라구요.
그러다 결국 이사 가기 전날 나한테, 사료를 택배로 보내줄 테니
고양이 사료만 계속 좀 챙겨달라고, 그러는 거예요.
처음부터 사료를 먹였기 때문에 스스로 먹이를 구할 수가 없대요.
특히 겨울엔 더더욱 그렇다고 떼더라도 서서히, 겨울은 지내고 나서...
어쩌겠어요.. 그냥 남은 사료만 두고 가라고, 우리가 사서 줄 테니
걱정 말고 가시라고 말해 줄밖에요.
이렇게 해서
내가 그 아가씨가 하던 일을 대신 맡게 된 거죠.
문제는 셋집이나 이웃이 싫어할 수도 있어서
주로 밤에 몰래 줘야 한다는 것!
사실 나도 여름밤엔 특히 창문을 열어놓으니 고양이 소리 땜에
잠자다 몇 번이나 깨기도 했거든요. (암튼 성가시고 꽤 신경 쓰이는 일이죠.)
밥을 먹으러 오는 고양이는 서너 마리쯤 되는 것 같아요.
지금 한 스무날 정도 지났는데,
이제 내가 지들 밥 주는 엄만 줄 아나 봐요.
가끔 한밤중에 도서관에서 돌아올 때
옆집 담벼락 위에 동그마니 앉아 있다 나를 깜짝 놀래키기도 하는데,
밥 없으니 밥 달라는 거죠~~:
현관 계단 뒤쪽 후미진 곳에 밥을 가져다줄 때 보면
근처에 있어도 피하지는 않아요.
가까이 있다 돌아서면 바로 달려오는 것 같아요.
그래도 얘네들은 해코지를 당하거나 사람들한테 치이지는 않았는지
때깔이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긴 해요.
이사 가기 전에 그 친구한테 궁금해서 물어봤더랬지요.
왜 길냥이들한테 처음부터 사료를 먹여야 하는지...
도시에선 먹이를 구할 데가 쓰레기통밖에는 없는데,
사람들이 버린 음식물쓰레기가 짜서 걔네들 몸에는 안 좋대요.
그래도 예전엔 개고 고양이고 다 사람들 음식찌꺼기 먹지 않았느냐 했더니,
그래서 수명이 짧았다네요..- -;
글쎄 모르겠네요, 그렇게까지 하는 게 맞는지...
어쨌든, 그러구러 나는
길냥이 밥 주는 사람이 되고 말았어요.
하루 이틀 챙겨주다 보니 이제
반짝반짝한 고양이들의 눈빛을
외면할 수가 없게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