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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전 김승철 선생님이 연락주셨습니다.
덕분에 서울 책사넷 1주년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임 오신 분들께 메시지를 읽어드렸습니다.
김승철 선생님 고맙습니다.
고진실, 김상진, 심선진, 이예림 네 사람이 모였고, 홍지영 선생님은 단체SNS로 책나눔 하셨습니다.
고진실 [돌봄, 동기화, 자유] 무라세 다카오, 김영현 역, 다다서재
자유롭지 않게 된 몸은 나에게 새로운 자유를 가져다준다. 시간을 가늠할 수 없게 됨으로써 나는 시간에서 자유로워진다. 내가 있는 공간이 어딘지 모르면 상황에 맞춰 언행을 주의해야 한다는 규율에 얽매이지 않게 된다. 설령 누워서만 지내게 되어도 정신까지 그 자리에 묶여 있지는 않는다. 자식의 얼굴을 잊어버림으로써 부모의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신선하다. 분노와 증오에서 잘 벗어나게 되고, 기쁨을 느끼기 쉬어진다.
내가 지니고 있던 자기 개념이 무너지는 동시에 내가 나 자신에게 부여했던 규범에서 해방된다. 나라면 이래야 한다는 믿음이 해체되면서 새로운 자유가 생겨나는 것이다. - 65쪽
늙어가는 부모님 모습을 보는 게 속상하고
체력이 예전같지 않음을 느낄 때 당혹스럽다.
그동안 잘해왔던 일을 놓기도 하고
어제 일도 가물가물하다는 할머니를 보면
노화는 자연스럽지만, 그냥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늙는다는 것은 서글프기만 한 것일까?
본문을 읽으며 관점을 달리 하니 얽매였던 것으로부터 하나 둘 자유로워지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어쩐지 위로가 되었다.
신체적 기능, 인지능력이 이전과 달라지는 것은
누군가에게 여전히 두려울 것이다.
그래도 이를 상실로만 보지 않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오히려 이전처럼 자유롭게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상진 [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 김민식, 푸른숲
(만화 <H2>에서) 이기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마다하지 않는 히로타를 보고 히로가 한마디 한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이기는 것만 생각해선 공부가 부족해질걸. 대체로 스포츠에선 이긴 시합보다 진 시합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는 법이니까.”
파업 전면에 나서 싸우는 나를 보고 이런 충고를 해주는 선배가 있었다.
“영리하게 굴어. 승산도 따지면서 살아라. 그러다가 다칠까 겁난다.”
승산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지 않는다. 싸워야 할 때 달아나지 않는 것이 인생에 대한 예의다. 승패에 집착하기보다 과정을 즐긴다.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때로는 처참하게 질 수도 있다. 그것 역시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살면, 도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기는 싸움만 하려고 들면, 승산이 없을 때마다 달아나게 된다. 그렇게 도망 다니며 살면 인생에서 배우는 게 없고 남는 게 없다. 지는 싸움에서 더 크게 얻는다. 싸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해결책은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시작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일단 한번 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외치기 시작했다.
“김·장·겸·은·물·러·나·라!”
세상이 바뀌면 사람도 바뀌고 싸우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군부나 독재자 같은 악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시절이다. 이런 시절, 싸우는 게 더 힘들다. 이럴 때는 젊은 활동가들의 자발성을 존중해야 한다. 의제나 활동 방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흥이 난다.
싸우기 힘든 시대, 기왕에 싸운다면 재미있어야 한다. 이때 핵심은 ‘싸움’이 아니라 ‘재미’다. 평소에 재미나게 사는 연습이 필요하다. 대의명분에 매몰되어 거룩한 의미만 좇기보다 소소한 재미를 챙겨야 한다.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 싸울 때도 즐겁게 싸울 수 있다. 운동이란 결국 나를 확장해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는 일이다. 나의 신념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관건은 내가 하는 일이 재미있어야 다른 사람도 보고 함께한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다가 감탄했다. 이런 싸움법도 있구나. 두 번째 인사위에 회부됐을 때,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배운 싸움의 기술을 적용했다. 끝없이 지는 것이다. 싸움을 끝내지 않는 것이다. 상대가 항복이라고 외치고 물러날 때까지 나의 타임루프 안에 상대를 가두는 것이다.
“... 첫 번째 인세 정산하는 날, 그 통장에 연봉의 절반이 훨씬 넘는 돈이 입금됐습니다. 제 용돈 통장이 이렇게 풍성했던 날은 처음 있는 일인데요. 다 제게 집필할 동기를 부여해주신 MBC 경영진 여러분 덕입니다. 저는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이 아닙니다. 회사가 내게 드라마 연출의 기회를 주지 않은 덕분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노라 기회가 될 때마다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퇴직 후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는 게 오랜 꿈이었는데, 이렇게 그 꿈을 이루게 될 줄 몰랐습니다. 어떤 분 덕분인지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저를 주조정실로 발령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임원들은 정말 괴로워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가 당신의 자기 자랑을 듣고 있어야 하냐. 이제 그만 나가라.”
조용히 한 말씀 더 올렸다.
“저 나름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작가 초청 강연을 무료로 듣고 계신 겁니다. 겨우 열 명 모신 자리에서 집중 과외를 들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명강의로 이름난 제가 오로지 여러분을 위해 장문의 원고를 쓰고 이렇게 직접 낭송까지 해드리고 있지 않습니까? 불평하지 마시고 이런 행운이 온 것에 감사하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꼭 무엇이 되어야, 혹은 무엇을 해야 MBC가 좋아지는 게 아니다. 후배들이 마음껏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길을 내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이들이 MBC의 희망이다. 나에게는 개인적인 소명이 따로 있다. 재주 많고 역량 있는 후배들을 가로막는 괴물은 되지 않을 것이다. 그걸 위해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쓴다.
- 제가 좋아하는 김민식 작가의 책입니다. 김민식 작가는 〈뉴논스톱〉, 〈내조의 여왕〉 같은 드라마를 만든 전 MBC PD이고, 2012년 MBC 노조 부위원장을 맡았다가 송출실로 좌천되어 고초를 겪었고 그 2018년 드라마 PD로 복귀하기까지 7년간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몇 해 전 재미있게 읽은 [가난뱅이의 역습]이 생각났습니다. 김민식 작가에게 정신 승리가 아니라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해학, 글 쓰는 사람만이 얻게 되는 여유가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답답한 현실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이런 태도와 방식을 취하고 싶습니다. 복지관에서 부딪히는 어려운 일에도 김민식 작가처럼 대응한다면 어떨까 싶습니다.
심선진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니콜라 마티외, 이현희 역, 민음사
세계 제3대 문학상, 공쿠르 상 2018년 수상작
<추천이유>
- 1992년부터 1998년까지 네 번의 여름을 중심으로 주인공 앙토니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다. 1990년대 프랑스 북동부 가상 도시, 태백과 같은 폐철광도시를 중심으로 성장, 계급, 가족, 사회적 소외 등 다양한 주제를 나누고 있다. 최근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을 보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90년대 음악 (너바나, 건즈 앤 로지스 등)이 나오고 세대 간 갈등과 세습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회적 소외와 불평등, 가정폭력을 겪는 아이들을 보면서 사회복지사로서 아동과 가족을 이해하고 지원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보게 한다. 사회복지사로서 마주할 복잡한 문제들이며, 1990년대 이야기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나누고 싶은 구절>
그러나 어떤 이들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고 존재한 적 없었던 듯 사라져버렸다. 그들은 태어난 적이 없엇던 것처럼 되었으며 그 뒤를 이은 자녀들도 마찬가지였다. '집회서' 44장 9절
이런 세상에서 블루칼라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블루칼라는 유행 지난 서사시였다. 사람들은 협상을 요구하는 그들의 노동조합을 한껏 비웃었다. 가엾은 노동자가 자기 처지가 덜 초라해질까 싶어 합당한 권리를 요구하면 어김없이 그의 욕망이 얼마나 비이성적인지를 증명하는 뻔한 대답만 돌아왔다. 먹거리를 해결하고 남들이 다 하듯 여유를 누리고 싶어 하는 것만으로도 진보의 행진을 방해하는 위험인물로 낙인찍혔다. 그의 소위 이기주의는 이해받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세계정세를 파악하지 못할 뿐이었다. 그가 원하는 만큼 월급을 올려 주려면 그의 직장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로 이전해야 할 것이다. 개미처럼 일하고 애국심마저 넘치는 중국인들이 그의 자리를 꿰찰 것이다. 그는 이런 새로운 변화와 제재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p.339
지금 생활이 아무리 안락해도 처음에 온몸으로 겪은 가난의 흔적을 지우기엔 역부족인듯 했다. 그것은 어디서 올까? 직장에서 경험한 분노, 사회적으로 미천하게 간주되는 일들, 소외, '이민자'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이 정리되지 않을까? 아니면 아무도 자발적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 무국적자 신세? 왜냐하면 이 아버지들은 두 개의 언어, 두 개의 강, 박봉, 존중받지 못하는 처지, 자녀들에게 물려줄 변변한 유산 하나 없는 뿌리 뽑힌 사람들이라는 균열 사이에 간신히 그리고 여전히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운명은 자녀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원통함과 경멸을 물려주었다. p.429
이예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진은영, 문학과 지성사
나는 당신에게 내가 함께 있다는 것을 전해줄 말들을 찾고 있어요(존 버거)
<천칭자리 위에서 스무 살이 된 예은에게> 중,
거짓됨에 비해.
진실과 영혼은 너무 가볍구나
모시옷처럼
등 뒤에 돋는 날개처럼
양팔 저울의 접시에 고이는 네 눈물
너의 별 쪽으로 더 기울어지려고
광장 위 가을 하늘이 자꾸만 태어났다 쏟아진다
<언제나>
삶은 부사와 같다고
언제나 낫에 묻은 봄풀의 부드러운 향기
언제나 어느 나라 왕자의 온화한 나무조각상에 남는 칼자국
언제나 피, 땀, 죽음
그 뒤에, 언제나 노래가
태양이 몽롱해질 정도로
언제나
너의 빛
<봄여름가을겨울>
작은 엽서처럼 네게로 갔다. 봉투도 비밀도 없이. 전적으로 열린 채. 오후의 장미처럼 벌어져 여름비가 내렸다. 나는 네 밑에 있다. 네가 쏟은 커피에 젖은 냅킨처럼. 만 개의 파란 전구가 마음에 켜진 듯. 가을이 왔다. 내 영혼은 잠옷 차림을 하고서 돌아다닌다. 맨홀 뚜껑 위에 쌓인 눈을 맨발로 밟으며
홍지영 [처럼, 시로 만나는 윤동주] 김응교, 문학동네
중학교 시절, 나는 꽤나 문학소녀였다.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시를 좋아하는 한 친구와 함께 ‘별 헤는 밤’을 함께 외우곤 했다. 시에 담긴 의미를 깊이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시대에 이런 싯구가 작성된 것이 눈물나도록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찾아 읽고 또 읽었던 기억으로, 이책을 단번에 집어들었다. '처럼'은 막연하게 동경하고 사랑했던 윤동주 시인을, 몇십 년 만에 정말 자세히 알게 해준 책이다.
그가 남긴 시를 토대로 그의 삶과 사상을 풀어내었는데, 그가 태어난 만주 명동마을에서부터, 절명해 갔던 후쿠오카 형무소까지의 생애에 따라 쓴 시들, 한글자 한행 수정하며 완성해 갔던 한 편 한 편을 되짚으며, 그가 결국 세상에 남기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즐거움이 있는 새로운 방식의 평전이다.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겠다던 순결하고 아름다운 청년의 삶과 시에 묻어난, 깊고 넓은 고뇌와 철학, 다독과 사유의 흔적을 엿볼수 있었다.
나는, 좋은 책을 읽고 나면 ‘그럼 나는 어떻게 살것인가’를 적용하려고 하는 강박이 있다. 그게 좋기도 하지만, 뭔가 하기 어려운 숙제처럼 나를 무겁게 하기도 한다. 이번에 읽은 ‘처럼’은, 그러한 부담감에서 벗어나, ‘마음 놓고’ 그저 ‘누리기만한’ 책이다.
2024년 11월 서울 책사넷 모임 안내
일시 : 11월 28일(목) 저녁 7시 30분 ~ 9시 30분
장소 : 가람작은도서관 (가양5종합사회복지관 1층)
참여자 : 참여를 원하는 당신!
준비물 : 소개하고 싶은 책 1권 혹은 2권
신청 : 기존 참여자 외에 참여를 원하는 분은
비밀 댓글 혹은 연락책에게 문자 남겨주세요.
연락책 : 김상진 사회복지사 (010-7308-2433)
첫댓글 김상진 선생님, 기록 고맙습니다.
승철 선생님, 매번 모임 관심 가져주니 좋아요~
책사넷이 1년이 되었다니, 전 중간에 들어와 잘 누립니다.
초기 멤버가 잘 꾸려간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11월 모임도 기대합니다.
(연말 파티...?)
너무 좋은 시간을 가지신 것 같아 부럽습니다^^
글귀가 너무 좋아서 한참 들여다보게 되네요^^
네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내일 인천책사넷도 한껏 기대됩니다.
김상진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렇다고 복지관과 싸우지는 말고요...
그럼요. 저 평화주의자입니다.
고진실 선생님, 일 다시 하고 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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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선진 선생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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