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 스튜어트전기의 2권 중 단두대에 머리를 들이민 '최초의 여왕이라'는 제목의 일부분입니다.
1587년 2월 8일
메리 스튜어트는 수많은 축제를 위해서 옷을 바꿔 입었다.대관식을 위해서,세례식을 위해서,결혼식을 위해서,기사놀이를 위해서,말 타고 나가서 전쟁하거나 사냥을 하려고,사람들을 접대하고 무도회 등등을 위해서였다.이 지상에서 아름다움이 만들어내는 효과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언제나 화려하게 치장했다.그러나 바로 오늘 운명의 위대한 순간,죽음을 위한 이 순간보다 더 정성껏 치장을 한적은 없었다.
여러주일,여러 날 전 부터 그녀는 죽음의 고귀한 예식을 위한 복장을 생각해두고 하나하나 정성껏 골랐다.
이 특별한 기회를 위해 최고의 예법에 맞도록 의상을 하나씩 다 점검해 두었다.마치 여자로서 최후의 허영심을 가지고 완벽한 여왕이 형장으로 끌려가는 경우에 대한 모범이 되려고 하는것 같았다.여섯시에서 여덟시까지 두 시간 동안이나 하녀들은 그녀의 옷치장을 도왔다.그녀는 나쁜 옷을 입고 끌려나오는 가련한 죄인처럼 형장으로 들어서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최후의 길을 위해서 축제일 의상을 골랐다.암갈색 벨벳으로 만들고 담비가죽으로 가장자리를 장식한 가장 좋은 옷을 골랐다.흰 칼라와 물결치는 듯한 소매가 달린 옷이었다.
이 화려한 의상 위에 검은 비단으로 만든 외투를 덧입었다.
길다란 검은 옷자락이 달려 있어서 집사인 멜빌이 공손한 태도로 뒤에서 그것을 받치면서 따라가야 했다.하얀색 과부 베일이 정수리부터 내려와서 땅까지 닿았다.어깨에 걸치는 망토와 보석이 박힌 묵주가 지상의 모든 장식을 대신했다.하얀색 모로코가죽으로 만든 신발은 형틀을 향해 걸어갈 때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다.
여왕은 손수 자기 눈을 묶을 손수건을 골랐다.고운 베로 만든 거미줄처럼 얇은 천으로 가장자리에 황금색 장식이 달려있었다어쩌면 그녀가 스스로 수를 놓은 것이었다.의상에 딸린 모든 고리나 잠금쇠 등도 세심하게 골랐다.이 사건에 맞추어서 음악적인 화음을 이루도록 골랐다.어쩌면 형틀을 바로 앞에 두고 낯선 남자들의 눈앞에서 옷가지가 하나씩 벗겨져 나가리라는 사실까지 염두에 둔 것이었다.
이 최후의 피비린내 나는 순간을 위해서 메리는 핏빛속옷을 입고 팔을 가리는 길다란 핏빛 장갑을 골랐다.도끼가 목위로 떨어지면 튀어나올 핏줄기가 옷색깔에 비해 너무 퇴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사형선고를 받은 여인이 이보다 더 세심하고 고귀하게 죽음을 준비한 적은 없었다.
아침 여덟 시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메리 스튜어트는 대답하지 않고 기도석 앞에서 무릎을 꿇고 큰소리로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기도드렸다.기도가 끝난 다음 그녀는 두번 째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문을 열었다.형집행관이 들어섰다.
하얀색 사형 집행 막대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그것은 곧 부러질 것이다.(사형을 집행하라는 표시-)몸을 깊숙이 숙이면서 말했다.
"마담,신사 분들이 기다리고 계십니다.모시고 오라고 저를 보냈습니다."
"가죠"
메리가 대답했다.그녀는 이미 준비가 끝났다.
이제 마지막 길이 시작되었다.오른쪽과 왼쪽에서 하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그녀는 류머티즘으로 마비된 사지를 천천히 움직이며 걸어갔다.두려움이 갑자기 기습하지 못하도록 신앙의 무기를 삼중으로 무장하였다.목에는 황금십자가를 걸었다.
허리띠에는 보석이 박힌 로사리오를 드리웠다.손에는 상아로 된 십자가 칼을 들었다.
온 세상이여,가톨릭 신앙을 가진 여왕이 가톨릭 신앙을 위해서 어떻게 죽는지 보라.그리고 젊은 날 저지른 죄와 어리석음을 모두 잊어버려라.세상이여,살인 공모자로서 형틀에 끌려간다는 사실을 잊어라.그녀는 가톨릭을 위한 순교자로서 이단의 적들에 의해서 희생되었단 사실을 역사 앞에서 보여주려고 했다.
홀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 있는 맨 아래쪽 계단에서 집사인 앤드류 멜빌이 무릎을 꿇었다.스코틀랜드 귀족인 그는 여왕의 아들에게 처형소식을 전할 의무가 있었다.여왕은 그를 일으켜 세워서 포옹하였다.이 소중한 증인을 환영했다.그가 옆에 있으면 그녀는 스스로에게 맹세한 대로 확고한 태도를 취할 힘을 얻을 것이다.멜빌이 말했다.
"존경하는 여왕이며 주인께서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은 내 생애 가장 힘든 임무가 될 것입니다."
"내가 고통스런 삶의 마지막에 이른 것을 기뻐해야죠.내가 나의 종교에 충실한 태도로 죽었다고 전해주세요.진짜 가톨릭 교도로서,진짜 스코틀랜드 사람으로서,진짜 왕으로서 죽었다고 말예요.하나님께서 내 죽음을 요구한 사람들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내 아들에게는 내가 그에게 해가 될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전해주세요.그리고 우리의 고귀한 권리를 포기한 적도 없다고요."
이 말을 하고서 그녀는 슈루스버리와 켄트백작을 향해서 하인의 부인들이 처형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했다.켄트백작은 이의를 제기했다.여자들이 울거나 소리를 질러서 불안하게 하고 어쩌면 여왕의 피에 손수건을 적셔서 분노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했다.그러나 메리는 이 마지막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내 말을 믿으세요.그들은 그런 일을 하지 않을거예요.당신의 여왕은 다른 여왕이 마지막 순간에 여자들의 도움을 받는 일을 거절하지는 않으리라고 확신합니다.그녀가 그렇게 가혹한 명령을 내렸다고는 절대로 생각할 수 없어요.내 신분이 미천하더라도 그 쯤은 허락할텐데요.나는 그녀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에요.나는 헨리 7세의 핏줄이며,프랑스 왕의 과부이고 스코틀랜드
여왕입니다."
두 백작은 서로 상의하였다.마침내 그녀의 하인들과 두 명의 부인이 그녀를 따라가도 좋다고 허락했다.그것으로 충분했다.
이 몇 명의 사람들과 앤드류 멜빌이 옷자락을 들고 따르는 가운데 그녀는 형집행관과 슈루스버리,켄트 백작의 뒤를 이어서 포더링헤이의 커다란 홀로 들어섰다.
지난 밤 동안 이 홀에서는 공사가 벌어졌다.테이블과 의자들을 다 치우고 홀 끝에 처형제단을 만들었다.약 60센티미터의 높이였다.관대처럼 검은 린넨 천이 덮여있었다.가운데에는 검게 칠해진 처형대 앞에 검은 쿠션이 달린 검은색 걸상이 놓여있었다.
여왕은 여기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죽음의 일격을 맞이하게된다.
처형대의 오른편과 왼편이는 슈루스버리와 켄트 백작을 위해 안락의자가 마련되어 있었다.그들은 엘리자베스의 관리 자격으로 처형에 참석해야 했다.벽에는 주석처럼 단단하게 경직된 모습으로 검은 비단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쓴 얼굴없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형리와 그의 조수였다.이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무대에는 희생자와 형리만이 올라갈 수 있었다.
홀의 안쪽에는 구경꾼들이 몰려들어 와 있었다.폴렛과 그의 부하들이 지키는 가운데 칸막이가 만들어졌다.그 뒤에 2백 명의 귀족들이 서 있었다.여왕이 처형되는 것을 구경하기 위해서 근처에서 급히 서둘러서 몰려온 사람들이었다.이런 일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일이었다.잠긴 성문 앞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이 소식을 듣고 몰려들었다.그들에게는 입장이 허락되지 않았다.오직 귀족만이 왕의 피가 흐르는 것을 구경할 수 있었다.
메리는 침착한 모습으로 홀로 들어섰다.태어난 첫해 부터 여왕이었던 그녀는 언제나 여왕으로 행동하는 것을 처음부터 몸에 익혔다.이 고귀한 태도는 지금처럼 힘든 순간에도 없어지지 않았다.그녀는 머리를 꼿꼿이 들고서 처형대로 오르는 두 개의 계단을 올라갔다.열다섯 살에는 그런 태도로 랭스 대성당에 올라가서 프랑스 왕좌에 올랐다.
그녀의 운명 위에서 별자리가 다르게 빛났더라면 아마도 그런 모습으로 잉글랜드 왕좌로 올라갔을 것이다.지금처럼 그렇게 겸손하고도 당당한 모습으로 그녀는 프랑스 왕자의 곁에서 그리고 스코틀랜드 왕의 곁에서 무릎을 꿇었다.사제의 축복을 받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죽음의 축복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머리를 숙였다.그녀가 친절하고도 기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악의에 찬 적대자 윙필드조차도 세실에게 보내는 보고서에서 그녀가 사형선고 소식을 마치 은총의 소식처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가혹한 시련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메리는 이 최후의 순간을 순수하고 위대하게 만들고 싶었다.
신앙의 표지로,가톨릭 순교의 위대한 불꽃으로 세상을 비추길 바랐다.그렇기 때문에 개신교 귀족들은 그녀의 최후의 몸짓이 경건한 가톨릭 여인의 신앙고백이 되지 못하도록 방해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마지막 순간에도 메리의 고귀한 태도를 작은 증오심 정도로 축소시키기 위해 애썼다.여왕은 자기 방에서 형장으로 가는 짧은 길에서 몇 번이나 둘러보았다.
혹시 고해신부가 사람들 사이에 끼여있는지 살펴보려는 것이었다.적어도 말 없는 신호를 통해서라도 면죄와 축복을 받고 싶어서였다.그러나 헛일이었다.그녀의 고해신부는 방을 떠날수 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종교적인 위안없이 처형당한 마음의 준비를 끝내자 갑자기 피터버러(Peterborough)에서 온 개신교 사제가 처형대 위에 나타났다.플레쳐 박사이다.(Dr.Fletcher)였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두 종교의 끔찍하고 잔인한 싸움이 밀려들어온 것이다.그 싸움은 그녀의 젊은 날을 방해하고 운명을 파괴한 것이었다.귀족들은 그녀의 거듭된 거부를 통해서 가톨릭의 메리 스튜어트가 처형대 앞에서 자신의 종교에 명예를 돌리려는 것처럼 개신교도들도 자기들의 종교에 명예를 돌리고 싶었다.그녀의 영혼을 위한하기 위해서라는 구실 아래 개신교 사제는고작해야 중간급의 설교를 시작했다.빨리 죽기만을 바라는 메리는 그것을 말리려고 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서너 번이나 그녀는 플레쳐에게 애쓰지 말라고 간청했다.자신은 로마 가톨릭 신앙을 지킬 것이며,그것을 옹호하기 위해서 피를 흘리는 것을 신의 은총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인배같은 사제는 죽어가는 여인의 의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경외심이 없었고,오직 허영심만이 있었다.그는 자신의 설교를 알뜰하게 준비했다.그토록 신분이 높은 청중 앞에서 그런 설교를 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여겼다.그는 땀을 흘리면서 계속 지껄였다.
메리는 이 지겨운 설교에 대항할 만한 아무런 방책이 없음을 깨달았다.그래서 자신의 십자가를 무기처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에는 기도서를 잡은채 무릎을 꿇고서 큰소리로 라틴말로 기도를 올렸다.거룩하신 말씀으로 그 소리를 이겨내기 위해서였다.
희생되는 한 인간의 영혼을 위해서 한 목소리로 공동의 하느님께 기도를 올리는 대신 처형대를 두 걸음 앞에 두고서 두 개의 종교는 서로 싸웠다.언제나 그렇듯이 타인의 고통에 대한 경외심 보다는 증오가 더 강했던 것이다.
슈루스버리와 켄트와 그 밖에 거기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어로 기도를 했다.메리 스튜어트와 그녀의 하인들은 라틴말로 기도를 했다.사제의 말이 끝나고 모두가 조용해진 다음에야 메리는 다시 영어로 하느님의 교회를 위해서 큰소리로 기도드렸다.그녀는 자신의 고통이 끝난 것을 감사드리고,십자가를 가슴에 대고서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자신이 구원되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그분의 십자가를 두 손에 쥐고서 그분을 위해서 자신은 피를 흘릴 준비가 되어있다고 했다.한번 더 광신적인 켄트백작이 그녀의 순수한 기도를 방해하려고 했다.그는 이 교황식 사기놀음을 집어치우라고 경고했다.그러나 죽음을 맞이하는 여인은 지상의 싸움에서 이미 멀어져 있었다.그녀는 눈길 하나 주지않고 소리를 높여서 충심으로부터 오랫동안 자신이 피 흘리기르 바란 모든 적들을 용서한다고 말했다.그리고 진리로 데려가 주십사고 신께 기도드렸다.
정적이 찾아왔다.메리 스튜어트는 이제 무엇이 남아있는지 알고있었다.한 번 더 그녀는 십자가에 입을 맞추고 십자가에 대고 말했다.
"예수 그리스도여,당신의 팔이 여기 십자가에 매달린 것 처럼 나를 당신의 동정심 많은 팔 안에 맞아주소서.내 모든 죄를 용서해 주소서.아멘."
중세는 잔인하고 폭력적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혼이 없었던건 아니다.수많은 중세의 관습들은 그 비인도적인 셩격들을 오늘날보다 더 잘 인식하고 있었다.모든 처형은 아주 잔혹한 것이었지만 그 잔혹성 사이로 인간적인 위대성의 짧은 순간이 살아 있었다.
형리는 처형하거나 고문하기 위해서 손을 들어 올리기 전에 살아 있는 몸에 행하는 모든 일에 대해서 희생자에게 용서를 구해야만 했다.지금 형리와 그 조수는 가면을 쓴 채로 메리 스튜어트 앞에 무릎을 꿇고서 자기들이 죽음을 가져오는 것에 대해서 용서를 빌었다.
메리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충심으로 여러분을 용서합니다.나는 이 죽음이 내 고통의 끝이 되기를 바라고 있으니까요."
그러자 형리와 조수는 일어서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두 명의 여자들도 메리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그녀는 십자가가 달린 목걸이를 목에서 벗기는 일에 협조했다.그녀는 아주 재빠르게 움직여서-심부름꾼이 세실에게 보고 한 바에 따르면-`마치 이 세상을 빨리 떠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처럼 서둘렀다'고 한다.
검은 외투와 어두운 색깔의 의상을 그녀의 어깨에서 벗겨 내리자 빨간 비단으로 된 속옷이 나타났다.하녀들은 그녀의 팔에 빨간 장갑을 끼웠다.갑자기 그녀는 피 묻은 불꽃처럼 거기 서 있었다.위대하고도 잊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제 이별할 차례였다.여왕은 하녀들을 포옹하면서 소리내서 흐느끼거나 탄식하지 말라고 일렀다.그리고 나서 쿠션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낮은 음성으로 라틴말 송가를 말했다.
"당신을 믿습니다.주여,나를 영원히 저주 속에 남겨두지 않으실 것을(Inte,confido,ne confundar in aetternum)."
더 이상 할 일이 없었다.이제 형틀에 머리를 올려놓기만 하면 됐다.그녀는 죽음의 연인처럼 형틀을 두 팔로 끌어안았다.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는 왕으로서의 위엄을 지켰다.그녀는 두려워서 떨거나 두려움과 관련된 어떤 표현 한 마디도 내뱉지 않았다.스튜어트,튜더,귀스 가문의 딸은 품위있게 죽을 준비가 끝난것이다.그러나 인간적인 품위,그 모든 배워서 익힌 태도가 죽음에 따르는 모든 잔혹함에 맞서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으랴!
모든 책들과 보고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만 살아 있는 인간의 처형이 절대로 낭만적이고 순수하며 감동적일 수는 없다.형리의 도끼로 이루어진 죽음은 끔찍한 두려움과 저열한 학살장면을 연출했다.
형리의 첫번째 일격은 빗맞았다.목에 정통으로 내리꽂히지 못하고 뒷머리를 둔탁하게 쳤을 뿐이다.그르렁거리며 억눌린 신음소리가 사형수의 입에서 터져나왔다.큰 소리는 아니었다.두 번째 일격은 목 위로 깊숙이 떨어졌다.피가 솟구쳤다.그러나 세번째 내리쳐서야 비로소 머리가 몸통에서 분리되었다.
한 번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형리가 머리카락을 붙잡고 잘려진 머리를 들어올려 보여주려고 했을 때,가발만이 들어올려져 머리가 아래로 떨어졌다.떨어진 머리는 피가 흥건한 나무판자 위로 공처럼 굴렀다.그리고 형리가 한번 더 머리를 잡아서 들어올리자-유령같은 모습이었다-머리가 허옇게 센 늙은 여자의 머리통이 보였다.이 살륙의 잔혹함에 구경꾼들은 한 순간 마비가 된듯했다.아무도 숨을 쉬거나 말을 하지 못했다...
(중략)
형리가 피에 젖은 몸통을 옆방으로 옮기기 위해서 들어올렸다.시신을 수습하기 위해서였다.그 때 무엇인가가 옷 안에서 움직였다.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가운데 여왕의 작은 애견 한 마리가 몰래 들어와서 두려운 운명의 순간에 그녀의 몸에 꼭 붙어있었던 것이다.그러다가 옷 속에서 여왕의 피로 흥건하게 젖은 채 이제서야 뛰쳐나온 것이다.
개는 낑낑거리며 짖었다.시신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지 않았다.형리는 억지로 개를 떼어놓으려고 했다.그러나 개는 잡히지도 않고 불러도 오지 않았다.이 낯설고 거대한 검은 괴물들을 향해 거칠게 덤볐다.그녀의 아들이나 그녀에게 충성을 맹세한 수많은 사람들보다도 더 정열적으로 이 작은 짐승이 자기주인을 위해서 싸웠다...
사진 자료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