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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09
씬1. 세훈의 까페 야외 일각 (N)
서있는 네 사람. 어느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못하는데.
지호 : (비죽 웃으며) 그림 좋네 아주?
태빈 : (멍한 채로 두 사람 보고)
선 : (역시 멍해서 보는)
지호 : (태빈 앞에 와서 보며) 오빠 나한테 뭐 미안한거 없어?
인하 : (와서 잡으며) 지호야...
지호 : (그 손 탁! 쳐내며) 건들지마. (이 앙문 소리로) 손 끝 하나 건들기만 해.
세사람 : ! (지호를 보고)
지호 : (태빈 확 노려보며) 뭐? 노력해보자? 노력은 해볼게? 난 사탕 멕여 달래놓구, 노력은 얘랑 하니?
선 : ! (보고)
세훈 : (가게 앞에서 그런 그들을 보고 있는)
지호 : 그래서, 둘이 재밌어? 오빠랑 나 바보 만들어놓구 몰래 신나 죽겠어?
인하 : 너 왜 이래 어린애처럼! 일 때문에 온거라잖아. 못 들었어?
지호 : (오빠 쪽은 보지도 않고, 태빈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간다는 말은 왜 못해 그럼! 핸드폰은 왜 안 받어 이 나쁜 자식아!
태빈 : (잡으며 달래듯) 지호야. (진정하고 내말 들어봐)
지호 : (확 뿌리치고) 너 내가 만만해 보이지? 내팽겨쳐두 달라붙으니까 재밌니? 한심해 보여? 착각하지마.
(눈물 차오르며) 너 나 잘못 봤어. 잘못 봤다구 이 나쁜 자식아!! (하고는 확 뒤돌아서 가고)
인하 : 지호야! (쫓아가고)
지호, 이 앙 다문 표정으로 인하의 차에 올라타서 거칠게 문 탁 닫고 시동 거는,
인하, 창문 두드리며 ‘지호야 지호야!’ 불러보지만 차, 그대로 출발해버린다.
태빈 눈 한 번 질끈 감았다 뜨고는 달려간다.
선 : ... (보며 허탈해지고)
인하 : ... (그런 선을 바라보며 마음이 무겁다)
씬2. 도로 (N)
지호의 차 헤드라이트를 밝히며 달리고 있다.
운전석의 지호 울지 않으려 애쓰며 운전하고 있다.
그 뒤를 쫓아오고 있는 태빈의 차. 지호에게 세우라는 신호로 클락숀을 울린다.
지호, 상관없이 달린다.
태빈, 지호의 차를 추월하여 멈춰세운다.
멈춰선 지호의 차. 지호, 이 앙 다물고 고집스럽게 클락숀 울려댄다.
태빈, 차에서 내려 지호의 차로 간다.
태빈 : (지호의 차문을 연다)
지호 : (앞만 바라본 채로 눈물 꽉 차서) 오빠 왜 이렇게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니....
태빈 : (차문 잡은 채로 서서 미안하고, 맘 아픈) 지호야...
지호 : 비참해... 죽구싶어... (눈물 주욱 흐른다)
태빈 : ... (어찌해야될지 답답해진다)
씬3. 세훈의 까페 안 (N)
무거운 표정의 인하와 선, 테이블에 찻잔 놓고 마주 앉아있다.
인하 : 지호 녀석... 이해해줘요.
선 : ... (본다)
인하 : 풋사랑 부터 시작해서 이십년 넘게 태빈이 하나만 바라봤어요. 이런 상황, 이런 기분... 받아들이기 힘들꺼예요.
선 : ...
인하 : 이해해주구 기다려줘요. (웃어주며) 금방 훌훌 털구 일어날 겁니다. 천성이 씩씩하구 강한 녀석이니까...
선 : ...(미소로) 언제나 남의 아픔에 대해서만 얘기하네요.
인하 : ...? (본다)
선 : 인하씬 잘 지냈어요...?
인하 : ... (그 말에 짠해진다)
선 : 미안해요. 나, 세사람 헤집구 싶은 생각 없었어요. 정말... 미안해요.
인하 : ... (짠한)
씬4. 도로 일각 (N)
인하의 차와 태빈의 차 세워져 있고, 서있는 태빈과 지호.
지호 : (앞만 보며 담담하게) 그 여자 사랑해?
태빈 : 모르겠어.
지호 : (허, 웃고) 그럼 난 어떡할래. 노력해보겠다며.
태빈 : 지호야.
지호 : (터지며) 갤 사랑하는지 확인 될 때 까지, 틈틈이 나랑 노력해 보겠다는 거야 뭐야! 태도를 분명히 해!
태빈 : (O.L) 나두 잘 모르겠어! 이런 감정이 처음이라 나두 잘 모르겠다구!
지호 : ! (보고)
태빈 : 흔들려. 근데 그게 사랑인지는 모르겠어! 사랑이란 거, 수천번 수만번두 더 해봤지만 이건 그거랑 달라!
이런 감정, 이런 기분, 처음이란 말이야!
지호 : (띵해서 보고)
태빈 : (스스로에게 조소하며) 사랑? 사랑하냐구? 사랑이 뭔데. (지호 보며) 사랑이 뭐니 도대체?
지호 : 등신... (니가 하고 있는게 사랑이다, 눈물 차오른다, 눈물 흐르기 전에 얼른 운전석에 가서 앉는다)
태빈 : 지호야.
지호 : (말없이 앞만 보고 앉아서) 타 얼른.
씬5. 세훈의 까페 안 (N)
까페문 확 열리고 태빈의 손 끌고 들어서는 지호.
태빈을 선이 옆에 앉히고, 자기는 오빠 옆에 앉는다.
세사람 모두 지호를 본다.
지호 : 오늘, 우리 이 너저분한 관계 깔끔하게 정리하자.
인하 : 지호야.
지호 : (인하의 차 한모금 꿀꺽 마시고, 호흡 가다듬고 다시) 달밤에 숨박꼭질 하는 것두 아니구 뭐니 이게?
난 이런 한심한 꼴 길게 못봐. 오늘 맘 속에 숨겨둔 감정들 다 풀어헤쳐보자구. 누구부터 할래? 선이씨 부터 할래요?
인하 : 지호야.
지호 : 어, 그래 오빠 부터 해라. 우정이니 뭐니 겉멋 떨지 말구 오빠 솔직한 감정, 그거 하나만 얘기해봐.
인하 : (화나는) 너 뭐하자는거야 지금?
지호 : 문젤 두려워하는건 문제에 해답이 없다구 생각하기 때문이야. 넷이서 그 해답을 한 번 찾아보자는거야. 뭐 잘못됐어?
인하 : (미치겠고)
지호 : 좋아, 멍청한 두 남잔 제끼구 선이씨랑 내가 해결을 보죠. 난 김태빈이란 남자가 좋은데, 이분은 지금 무척 헷갈린데요.
지금 선이씰 향한 자기 감정이 사랑인지 뭔지 궁금하대요.
인하, 선 : ! (태빈을 보고)
태빈 : (더는 못 참고 일어나려는데)
지호 : (소리치는) 앉아! (벌떡 일어나서 태빈 앞을 막아서서 또렷이 보며) 난 헷갈리는 채루 사랑할 수 없어!
왜 서인하랑 내가, 니 감정에 따라 흔들려야 돼! 오늘 끝장을 보잔 말이야!
태빈 : (무섭게 화내는) 관둬! 다 관두자구! 서루 안보구 살면 그만 아니야!
선 : (O.L) 그만해요!
일동 : ! (선이를 보고)
선 : (일어나며) 그만해요. 분명히 말해두지만 난 여기 있는 어느 누구두 사랑하지 않아요.
더 솔직히 말하면...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어요. 그러니까 이제 제발 그만 해요.
지호 : (흔들리지 않고 보며) 지금 이 자리에서 거짓말은 안돼요.
선 : (보며) 진심이예요.
지호 : 그럼 이 남자 얼굴 보면서, 사랑하지 않는다구 분명히 말해줘요.
선 : ! (보고)
태빈 : ! (지호 보는)
지호 : 진심이라면, 모두 다 있는 데서 분명히 말해줘요.
선 : (울컥하는 심정으로 태빈을 보는)
태빈 : (선이를 보는)
잠시 침묵과 긴장...
선 : (태빈 똑바로 쳐다보며) 난...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울컥하는 맘 누르고) 착각했어요...
태빈 : ! (멍하고)
선 : (태빈을 스쳐 나가고)
인하 : (한숨 쉬며 고개 돌리고)
지호 : (허탈해진다)
씬6. 카나리아 새장 있는 곳 (N)
새장 앞에 무릎 모으고 쭈그리고 앉아 새장안을 바라보고 있는 선. 눈물 꽉 차서 새장만 물끄러미 바라보 있는데,
그 위에 얹어지는 손.
선, 돌아보면 서있는 세훈.
선 : (그렁한 눈으로 웃으며) 아빠...나 잘했지?
세훈 : ... (맘 아픈)
선 : 잘했다구 말해줘. 나만 포기하면 되는거라구... 더 이상 욕심 내면 안되는 거라구...
세훈 : 선이야...
선 : 난 괜찮아. 어짜피 보이는 동안만 사랑하려구 했는데 뭐...눈 감아두 떠올릴 수 있을 만큼만... 그 만큼만 담아가면 되는걸 뭐...
(눈물 투투툭 떨어지고)
세훈 : (안아주는)
씬7. 청평 선이의 방 (N)
무릎 모으고, 한손 이마에 붙이고 벽에 기대 앉아있는 지호. 사랑을 구걸하는 거 같아 서글프고...
씬8. 세훈의 까페 안 (N)
혼자 찻잔 내려다 보며 우두커니 앉아있는 인하이고...
씬9. 까페 야외 일각 (N)
불 붙이지 않은 담배 물고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태빈...
찰칵, 태빈의 앞에서 켜지는 라이터불.
태빈 돌아보면, 서있는 인하.
태빈... 보다가 담배불 붙이면, 인하도 담배 하나 피워물며 태빈의 옆에 앉는.
인하 : 헷갈려 할 필요 없어. 니 마음이 시키는대루 해.
태빈 : ... (그대로)
인하 : 다른 사람 감정 끼어들이지말구, 니 감정에만 솔직해져 봐. 그럼 보일꺼야. 지금 니 감정이 뭔지. 니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태빈 : ... (무거운)
말없이 담배 피우는 두 남자의 모습에서. F.O
씬10. 세훈의 까페 앞 (D)
떠날 차비하고 나서는 지호, 인하, 태빈과 배웅하는 세훈과 선.
세훈 : 언제 또 한 번 와요. 그땐 제대루 잘 대접할께요.
인하 : 죄송합니다... (하고는 지호 툭 친다)
지호 : (그제서야) 어젠..죄송했습니다.
세훈 : ... (웃어주며) 죄송하긴...또 놀러와요.
지호와 인하 세훈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인하의 차쪽으로 가고,
태빈 : ... (선 보다가 말없이 차문 열어주는데)
선 : 전... 나중에 갈께요.
인하, 지호 : ? (차에 오르려다가 돌아보고)
선 : (태빈에게 애써 웃어보이며) 아빠랑 할 얘기두 남았구... 먼저 가세요.
태빈 : ... (보다가 차에 오르는)
출발하는 태빈과 인하의 차.
멀어질 때 까지 바라보고 있는 선이고, 그런 딸을 안쓰러이 바라보는 세훈.
씬11. 청평 선이의 방 (D)
문열고 들어오는 선, 그대로 방문에 기대어 한참을 서있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책상 위에 놓여있는 책위로 쏟아지고 있다.
문득 책에 시선이 가는 선.
8부 S#45에서 태빈이 보던 책. ‘보이지 않는 삶이 더욱 소중하다’
선, 책을 집어 들고 후두득 넘겨본다. 안에서 팔랑 떨어지는 종이 한 장. 고등학교 때 선이가 끄적였던 낙서.
‘세상은 무덤 같이 어둡고, 난 그 속에 던져졌다. 이제 삶은 내게 무덤같은 죽음이다’라는 글귀 밑에,
다른 색의 볼펜으로 덧붙여 써져있는 글씨가 있다.
인써트- 태빈의 메모.
태빈 : (E) 무덤 같은 어둠 속에서도 함께 하는 동지가 있다면 외롭지 않다.
인써트- 세훈과 태빈, 선이가 함께 했던 저녁식사때의 모습 위로,
태빈 : (E) 외롭지 않다는 것은 희망이다. 희망은 곧 빛이 된다. 생애 처음으로 느껴본 따뜻한 저녁식사에 감사하며... 김태빈.
태빈의 글귀를 보고 있는 선... 눈물 차오른다.
씬12. 도로/태빈의 차안/인하의 차 안 (D)
달리고 있는 태빈과 인하의 차.
태빈의 차가 앞서 달리고 있다.
앞만 바라보며 운전하고 있는 태빈의 모습 위로,
F.C되는.
선 : 잠깐이나마 당신이 좋아지려구 했어... 그랬던 내가, (눈물 뚝 떨어지며) 너무 부끄럽구 챙피해서 견딜 수가 없어. (5부에서)
현재.
운전하고 있는 태빈.
선 : 그럼 나... 보이는 동안만... (울컥하는 것 누르고) 보이는 동안만 사랑할께요. (8부에서)
현재.
운전하고 있는 태빈. 마음의 동요가 생기는...
선 : (태빈 똑바로 쳐다보며) 난...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울컥하는 맘 누르고) 착각했어요...
(9부 S#5에서)
현재.
순간 핸들 꺾어 끼이익--- 차를 멈춰세우는 태빈.
놀라서 뒤이어 멈춰서는 인하의 차.
운전석에 눈 감은채 앉아있는 태빈.
잠시... 정적에 휩싸인채 서있는 두 대의 차.
태빈, 어느 순간 확신에 찬 눈으로, 핸들 꺾어 왔던 방향으로 차를 몰아간다!
인하의 차를 스쳐지나가는 태빈의 차.
인하와 지호... 돌아보지 않은 채 말없이 그대로 앉아있다.
씬13. 풍경이 좋은 길 (D) (8부에서 태빈과 선 첫눈을 맞던 곳)
선, 혼자 걸어오고 있다. 그 모습 위로,
태빈 : (E) 보이는 동안만 좋아하면 돼... 그 다음은 추억으로 사는거야.
선 혼자 서글프게 웃는데.
사각...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선 ? 고개 들어보면 거기 태빈이 서있다.
선 : ... (한순간 현실감 못 느끼고 멍해서 바라본다)
태빈 : (뛰어왔는지 숨 몰아쉬며 서있다)
선 : 왜... 다시 왔어요?
태빈 : ... (본다)
선 : (눈물 고인다) 왜 다시,
태빈 : (순간 왈칵 감정이 솟는다. 그대로 와락 선이를 품에 안는다)
선 : ! (안긴 채로 벅차고)
그렇게 처음으로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두 사람의 모습 길게...
씬14. 태빈의 오피스텔 (D)
들어서는 태빈인데, 책상 앞에 앉아 사진정리 작업하고 있는 인하.
태빈 : ... (어쩌지도 못하고 서있는데)
인하 : (돌아보지도 않고 일하는 채로 웃으며) 한 동안 바뻐질거 같아서 얼굴 좀 봐두려고 왔다.
(고개만 뒤로 젖혀 태빈 보며 장난스럽게) 왜 싫어?
태빈 : (그제서야 좀 웃는다)
인하 : (웃으며 사진 봉투에 담으며) 사진 좀 정리해서 가게. 너무 널렸놨지 내가?
태빈 : ... (보다가) 미안하다.
인하 : ...좋은 사람이야. 잘해줘.
태빈 : 고맙다.
인하 : ... (웃으며 친구를 본다)
씬15. 칠리칠리 외경 (며칠 후/ D)
씬16. 칠리칠리 홀 (D)
회의중인 태빈과 식구들. (효태는 없고)
태빈 : 여러분들이 노력해주신 덕분에 매상이 많이 올랐습니다. 그래서, 이번달에는 감사 보너스를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식구들 : 우우우!! (환호하고)
시봉 : 정말, 이대로만 되면 전국체인점 내는건 시간문제겠네요.
동만 : 쓸 때 팍팍 좀 쓰시라는 무언의 압력이라는거 알지?
태빈 : (조금 웃는데)
찬 : 이게 다 엠티의 힘이라니까요?
한여사 : (자기도 웃으면서 찬에게 눈치 주는) 가지도 않은 엠티는 무슨...
태빈 : (어색해서 얼른) 다른 의견들 없습니까?
광도 : 저번에 제가 제안했던, 쿠폰 할인제 말씀인데요, 그걸 본격적으루 시작해 보는게 어떨까요?
태빈 : 그거 보다는 아예 멤버쉽 카드를 만들어서 고객관리를 하는게 어떨까요?
선 : (별 생각없이)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하는데)
식구들 : (벌써 편까지 들어주는 것 좀 봐... 자기들끼리 눈빛 교환하며 찌익 웃는다)
태빈, 선 : (시선 느끼고, 딴 짓하며 어색하다)
씬17. 민여사 사무실 (D)
효태 의기양양하게 의자에 앉아있고,
책상에 앉아 효태가 제출한 사업계획안 읽고 있는 민여사, 한심지사다.
민여사 : (서류 탁 덮고, 이마 감싸쥐고 인터폰 누르며) 나 두통약 좀 갖다줘요.
효태 : 거봐, 내가 읽기전에 우황청심환 한알 씹으랬잖어. 사업계획서 죽이지? 아찔하지?
민여사 : (고개 감싸쥔 채로 말없이 나가라고 손짓만)
효태 : (잘못 해석하고 웃으며) 말이 필요없지 그럼. 당장 가게 뜯구 건물 올릴까?
민여사 : (서류 확 던지며 버럭)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넌 술장사 아니면 하구 싶은 일이 없니 도대체가?
효태 : (무지하게 억울하다) 아니 이게 왜 술장사야! (던져진 서류 확 집어 읽으며) 청소년들을 위한 실내 사격장! 얼마나 건전해?
민여사 : 그 밑에 읽어봐.
효태 : (기죽어서) 실내 사격장 아래층엔 최첨단 장비를 갖춘 단란주점을 설치하여 세대간의 화합을 꾀한다....
민여사 : 그 밑엔 왜 안 읽어!
효태 : 지하엔 분위기 좋은 볼륨댄스장을 설치하여 이땅의 소외된 중장년층들을 위한 건전한 사교의 장으로 만든...(누나 살피며) 다.
민여사 : (어으어으..머리 감싸쥐는데 똑똑 노크소리) 들어와요.
비서 : (물잔과 두통약 내려놓고) 손님 오셨습니다 사장님.
태빈 : (들어서며) 업무 보고하러 왔습니다.
씬18. 인하의 방 (D)
인하, 취재 여행 가는지 카메라 여행짐 싸고 있는데 노크소리.
인하 : (짐 싸며) 네.
지호 : (한 손에 무선 전화기 들고 들어오며) 왜 전화를 안받어. 거실루 전화 왔어. (내밀며) 받아봐.
인하 : (받으며) 네 전화 바꿨습니다.
지호 : (인하방의 전화기 보면, 코드 뽑혀있다) ... (오빠를 보는)
인하 : 죄송하게 됐습니다. 당분간 좀 쉬구 싶어서요. (웃으며) 그럼요... 그거 까지는 해드려야죠. 예. 나중에 뵙겠습니다. (끊고)
지호 : (오빠 봤다가 짐가방 보며) 또 어디... 가?
인하 : 간만에 나가서 사진 좀 찍어보려구. (지호 보며 웃는) 너무 요리만 찍어댔더니 슬슬 싫증난다 이제.
지호 : ... (읽듯이 보는)
씬19. 민여사 사무실 (D)
쇼파에 앉아있는 태빈, 민여사, 효태.
민여사 : (서류 넘겨보며) 매상이 많이 좋아졌구나. (서류 내려놓고 보며) 얼굴두 활기차졌구...
태빈 : (그저 피식 웃고는) 이제 가봐도 되겠습니까?
민여사 : 잠깐 있어라. (하고는 책상 쪽으로 가서, 서랍 열어 봉투 한 장 꺼내 들고 온다) 오윤식 사장 알지?
(봉투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그집 딸이 요번에 귀국연주회를 갖는댄다. 지호랑 한 번 가봐.
태빈 : ... (연주회표 보다가 들고 일어서며) 가보겠습니다. (인사하고 나간다)
효태 : 어? 그냥 보내는 거야? 유선이라는 애 짜를꺼라며?
민여사 : 떼내라구 하면 반항심에 더 붙여놀 녀석이야.
효태 : 흠흠, 대신 지호를 확실하게 붙여주겠다?
민여사 : (일어나며) 넌 안나가봐?
효태 : 무슨 얘길 그렇게 섭하게 해. 사업 얘길 끝내야 가지.
민여사 : 끝낼 얘기가 있어야 끝내지! 아주 끝내구 싶지 않으면 다시 해와!
씬20. 지호의 동물 병원 (D)
책상에 커피잔 놔두고 앉아 전화기만 바라보고 있는 지호. 전화를 걸까 말까 망설이는 중...
마침내 수화기 들고 번호 누르는.
씬21. 민여사 회사 주차장 (D)
태빈, 안전벨트 매고 있는데, 핸드폰 울린다.
태빈 : (한손으론 시동걸고, 한손으로 핸드폰 받는) 여보세요?
지호 : (F) 나야...
태빈 : (멈칫... 시동 끈다)
지호 : (F) 나라구, 서지호.
태빈 : ... 그래. 말해. (무거워진다)
씬22. 충무로 액자집 (D)
여행가방 옆에 두고 앉아 선배와 차마시고 있는 인하.
선배 : 몇박 몇일루 가는데.
인하 : 되는대루. 머릿 속이 정리되면 올 생각이야.
선배 : 차식, 넌 대학 때부터 뭐 정리할게 그렇게 많냐?
인하 : (웃으며) 그러게. 다 정리됐구나 싶으면 치구 올라오구, 잊었구나 싶으면 잔상 처럼 떠오르구... 그러네.
선배 : 장비 빌려가는거 보니까 작품 좀 찍을 생각인가 본데?
인하 : (웃고) 내 사진을 보여주구 싶은 사람이 있는데, 나중엔... 그 사람이 못 보게 될꺼 같아서... 더 늦기전에 몇장 찍어보려구.
선배 : ...? (보는 데서)
씬23. 까페 (D)
태빈과 지호 찻잔을 놓고 마주 앉아있다.
지호 : (야무지게) 나 지금, 이 모든 상황을 인정하려구 노력하는 중이야. 근데 시간이 좀 필요할꺼 같아.
태빈 : ...
지호 : 오빠 동생으로 남아볼까, 영영 꼴을 안 보구 살까, 것두 아님 다시 뺏어볼까, 고민 중이거든.
태빈 : (안타까운) 지호야.
지호 : (O.L) 내 맘이 정리될 때 까지는 예전 처럼 대해줘. 당분간 핸드폰 번호 바꾸지마. 내가 술마시구 전화해두 싫은 티 내지마.
가끔 내가 만나자구 하면 좋은 얼굴루 만나줘.
태빈 : ... (안타깝고 미안한 맘으로 보고)
지호 : 오래 걸려야 한달 쯤이면 정리될꺼야. 그러다가 오빠 얼굴이 편하게 봐지면, 오빠가 그토록 원하는 오누이루 남아줄게.
태빈 : 나 잊어. 지호야.
지호 : (서글퍼지는, 그러나 야무지게) 왜, 것두 못해주니? 난 이십년이야. 이십년 동안 오빠 참아왔어. 한달두 못해줘?
태빈 : 나 그렇게 잘난 놈 아니야. 너 똑똑한 애잖아. 미련 갖지마. 털어버려.
지호 : (태빈의 태도가 서글프다. 일어나서 나간다)
태빈 : ... (보며 먹먹해진다)
씬24. 까페 앞 (D)
안에서 나오는 지호. 막상 태빈의 얼굴을 보고 나니, 더 서글퍼진다.
창가에 앉아있는 태빈의 모습을 가만...히 돌아보는 지호. 애틋하게 보다가, 맘 고쳐 먹고, 심호흡하고는 걸어간다.
씬25. 풍경이 좋은 야외의 적당한 곳 (D)
인하, 망원렌즈로 촬영하고 있다. 일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시간경과.
카메라 그대로 서있고, 자동차 범퍼에 기대 앉아, 통조림 먹고 인하.
문득 통조림통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기는...
씬26. 회상 (4부 S#47에서)
본닛에 앉아 통조림 먹던 선과 인하.
선 : 그런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억하고 싶은거, 추억하고 싶은거, 간직하고 싶은거, 모두 이 통조림 안에 넣는 거예요.
그리고 밀봉을 한 다음에 이렇게 적는 거예요. 유통기한 없음!
인하 : (웃는)
선 : 그러다 못견디게 그리 울 때,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을 때... 그때 열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씬27. 풍경이 좋은 야외 적당한 곳 (현재/D)
통조림통을 보며 미소 짓는 인하. 그러다 우울해진다.
어느순간 통조림통을 멀리 던져버린다. 미련을 떨치듯이...
인하, 양손 깍지 끼어 머리에 베고 차에 기대 눕고는 눈 감는다.
인하 : (N) 보구 싶어두... 다시는 열어보지 않겠다. (슬픈 표정 감추듯 가만히 모자를 얼굴 위로 내려쓴다)
씬28. 칠리칠리 홀 (D)
효태, 테이블 하나 잡아놓고 노트북 앞에 앉아, 독수리 타법으로 뭔가 열심히 찍고 있다. 사업기획서다.
효태 : 단란주점을 사격장 위로 옮기면 좀 건전해 보일까...? 오케이! (찍는데)
시봉 : (아픈 표정으로 기침하며 오는) 저 홀매니저님.
효태 : (찍으며) 홀...매니...저님, (하다가) 아씨, 누구야 헷갈리게!
시봉 : 저, 몸이 좀 안좋아서 그러는데요... 조퇴 좀 시켜주세요.
찬 : ? (써빙 마치고 오다가 보는)
효태 : (하, 기막히다는 듯) 기침 몇번 하는거 갖구 조퇴를 하면, 변비 걸리면 아주 투병생활을 하겠네?
젊은 것들이 헝그리정신이 없어서 말이야. 쯧! (남말 하고 있다. 두 손 하늘 위로 한 번 치켜 올렸다가
다시 독수리 타법으로 찍는데)
찬 : (다가와서) 저...웬만하면 시켜주시죠.
효태 : (찍으며) 웬...만...하면, (하다가) 아 씨, 안 그래두 해골이 복잡해서 죽겠는데 왜 자꾸 잡음을 섞어!!
(귀찮다 손짓하며) 알았으니까 얼렁가 얼렁.
찬 : (맘 바뀌기 전에 얼렁 가라고 싸인보내고는 홀쪽으로)
시봉 : ... (고맙다)
씬29. 거리 (D)
사복차림의 시봉, 기침 콜록콜록 하며 걸어오고 있는데,
찬 : (E) 시봉! 시봉!
시봉 : ? (돌아보면)
찬 : (뭔가 잔뜩 들고 달려와서 보며) 내 이럴줄 알았다. 너 이렇게 얇게 입구 다니니까 감기 걸리는거야 임마. 마스크 써. (내밀면)
시봉 : 찬아... (감동해서 마스크 쓰고)
찬 : (모자에 털달린 엄청 큰 잠바 주며) 입어.
시봉 : 응... (겉옷에 껴입는다)
찬 : (잠바에 달린 모자 팍 씌워주고, 그 위에 목도리를 감아 질끈 묶는다)
시봉 : (켁켁대며) 찬... 호흡이 곤란해...
찬 : (더 꼭꼭 묶어주며) 안돼. 바람 들어가. (하고는 오토바이 장갑 주며) 껴.
시봉 : (낀다. 꼴이 가관도 아니다) 찬... 너무 고마워.
찬 : (진지하게) 너...이렇게 보니까... (얼굴 가까이 가져가며) 이렇게 보니까...참...
시봉 : (긴장해서 보는데)
찬 : 군밤 장수가 따루 없다 야.
시봉 : 야!
찬 : (깔깔깔 웃으며 도망가고) 가서 푹 쉬어라~
시봉 : (밉지 않아서 보며 웃는다)
씬30. 선이네 집 앞 (D)
몸이 둔해서 뒤뚱거리며 오고 있는 시봉인데,
선주 : (곰인형 안은 슬이 손 잡고 오다가, 시봉 보고는) 시봉...이니?
시봉 : ? (돌아보고, 마스크 내리며)
선주 : 언니. (보는데서)
씬31. 선이네 집 근처 길 (D)
광도 :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저만치 오는 선주 발견하고) 맡아주겠데요?
선주 : 네... 근데 이래두 되나 모르겠네요.
광도 : 그러게 슬이두 데려가자니까 왜요.
선주 : 연주회에 애를 어떻게 데려가요.
광도 : 아아 참... (머리 긁적이며) 제가 슬이 생각을 못했네요. 그럼 관둘까요? (웃어주며) 편한대로 하세요.
선주 : (갈등하는데서)
씬32. 피아노 독주회장 (D)
화면 시작되면 좌석에 나란히 앉아있는 광도와 선주.
선주 음악에 흠뻑 취해서 눈 감고 음미하고 있고, 그런 선주를 보며 흐믓한 미소짓는 광도.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눈 뜨고 보면, 시선 피하지 않고 그대로 선주를 보는 광도.
선주 웬지 수줍어지는...
씬33. 선이네 집 (N)
슬이와 놀아주다가 잠들었는지 푸우곰인형 포대기로 엎고 옆으로 쓰러져 잠들어있는 시봉.
슬이 : (그런 시봉을 흔들어 깨우며) 언니. 나 배고파.
시봉 : (약에 취한) 슬이야... 언니가 약 먹어서 무지 졸립거든....? 쫌만 잘께...
슬이 : 그럼 나 집에 데려다 줘.
시봉 : (입도 다 안벌어진다) 쫌만 있다가...응? 십분만... (잠들어 버린다)
슬이 뿌우해서 보다가 시봉 등에 엎힌 곰인형 빼서는 들고 나간다.
씬34. 선주네 주방 (N)
슬이, 가스렌지 앞에서 짜파게티 끓이고 있다. 얼굴이며 옷에 온통 짜장이 묻어서 꼴이 엉망이다.
동만 : 슬이야, 아빠 왔, (하다가 하얗게 질린다) 슬이야!
슬이 : 아빠! (웃으며 자랑스럽게) 내가 짜장면 끓였다?
동만 : 안돼 안돼. 혼자 가스불 켜지 말랬잖아. (얼른 끄고) 엄만 어디갔어?
슬이 : 몰라? (짜장면에만 관심 있다)
동만 : (두 눈 질끈 감았다 뜬다. 화난다)
씬35. 동네 거리 (N)
걸어오고 있는 광도와 선주.
선주 : 덕분에 좋은 연주두 듣구....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광도 : (보면)
선주 : 이런 외출... 정말 몇 년 만인지 모르겠어요. 간만에 내 감성에두 쬐끔 정서가 흐르는 기분이 드네요.
광도 : 자기 자신을 위해서두 시간을 쓰세요. 애 때문에, 일 때문에, 핑계 대기 시작하면 할 수 있는 일 아무 것두 없어요.
선주 : (웃으며 시선 돌리다가) ! 동만씨...
두 사람 앞에 슬이 손을 잡고 굳은 표정으로 서있는 동만.
슬이 : 엄마! (달려와서) 아빠가 짜장면 사줬다?
선주 : 그....그랬어? (동만에게) 어,언제 왔어? (하는 순간)
동만 : (순간 다짜고짜 광도의 멱살을 움켜쥐고) 너 뭐하는 자식이야.
선주, 슬이 : (놀라서 동시에) 동만씨! 아빠!
동만 : 너 왜 자꾸 내 주위에서 얼쩡거려! 어?!
광도 : (잡힌 채로 담담하게) 슬이 있습니다. 할 말 있으면 나중에 따로 하시죠.
동만, 슬이를 보면 겁에 질린 표정으로 동만과 광도를 보고 있는 슬이.
동만 멱살 쥔 손 확 놓고는 슬이 손 잡고 가버린다.
선주 : 동만씨! (쫓아가고)
광도 : ... (착잡해 진다)
씬36. 선주네 피아노 학원 안 (N)
들어서는 동만과 슬이.
선주 : (뒤이어 들어서며) 동만씨 사실은...
동만 : 슬이 얼른 들어가서 자. 얼른.
슬이 : (엄마, 아빠 눈치 살피다가 방 쪽으로 가고)
선주 : 동만씨...
동만 : (낮지만 무섭게) 오늘은 늦었으니까 다음에 얘기하자. (나가고)
선주 : ...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씬37. 지호의 동물병원 외경 (D)
씬38. 지호의 동물 병원 (D)
지호, 슬이와 태빈이 맡겼던 강아지의 기브스 풀어주고 있다.
달옥 : (강아지 손질해주며) 드디어 퇴원 시키는거야 오늘?
지호 : 네.
달옥 : 주인한텐 연락했어?
지호 : (순간 조금 우울해지는) 이따가... 하려구요. (얼른 강아지 안아올려서 보며) 많이 건강해졌죠?
달옥 : (웃으며) 그러게. 첨에 왔을 땐 살아서 나갈까 싶었는데. 이젠 강아지 주인한테 실력 자랑해두 되겠네?
지호 : ... (쓰게 웃고는, 전화기 보는데서)
씬39. 태빈의 오피스텔 (D)
태빈, 나갈준비하고 있는데 울리는 전화벨.
태빈 : (받으며) 여보세요?
지호 : (F) 나야. 잊구 있었는데 아직 정리할게 하나 더 남아있네. 귀찮더라두 나와줘야겠어. 두시간 후에 칵테일바에서 보자.
태빈 : 지호야. (부르는데 달칵 끊기는 전화) ... (난감해진다)
씬40. 칵테일 바 (D) (5부에서 태빈, 인하, 지호가 만났던 곳)
예의 그 강아지를 안고 들어오는 지호. 바에 가서 앉는다.
빠텐더 : 오늘은 잘 생긴 강아지랑 같이 오셨네요?
지호 : 이따가 사람도 한명 올꺼예요. (웃는다)
씬41. 백화점 (D)
선, 남자소품 가게에서 목도리 고르고 있고, 태빈 혼자 생각에 빠져 기다리고 서있다.
갑자기 목도리 하나 들어 태빈의 얼굴 근처에 갖다대는 선.
태빈 : (딴데 보고 있다가 흠칫 놀라서) 뭐...하는거야?
선 : (멀찍이 보며) 아빠한테 잘 어울릴까...?
태빈 : (실망스러운 빛 역력하고)
선 : (돌아서서 몰래 픽 웃으며 점원에게) 포장해주세요. (하고는 점원 포장하는 동안 다른 목도리 갖다 대며) 이게 날까?
태빈 : (선이 손 치우며 툴툴대듯) 색깔이 너무 밝잖아.
선 : 맘에 안 들어요?
태빈 : (퉁명) 별루야.
선 : (치우며) 첫 데이트 선물루 하나 사주려구 했는데 관둬야 겠네 그럼.
태빈 : ! (순간 보고) 자, 잠깐만. (얼른 뺏고 보며) 어, 아깐 조명 때문에 몰랐는데 이렇게 보니까 괜찮네 세련된게.
선 : (웃고)
태빈 : (머쓱해서) 왜 웃어.
선 : 아니예요. (웃음 참고)
씬42. 칵테일 바 (N)
강이지 테이블 위에서 안주 접시에 놓인 새우깡 먹으며 놀고 있다.
지호, 그런 강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그 시선 테이블 위에 놓여진 핸드폰으로 간다. 잠시 갈등하는...
씬43. 레스토랑 (N)
태빈과 선 앉아있고, 웨이터 메뉴판 놓고 가는데 울리는 핸드폰.
태빈 : (멈칫 핸드폰 보는)
선 : (메뉴판 펼치다가) ? 안 받아요?
태빈 : ... (무거운 표정으로 받는) 여보세요?
지호 : (F) 어디야 지금....?
태빈 : ...
지호 : (F) 개랑 같이 있니?
태빈 : (시선 앞에 앉아있는 선이에게)
선 : ... (메뉴판 너머로 보고 있다가 고개 숙이고 메뉴 고르는 척)
씬44. 칵테일바 (N)
아무 표정없는 얼굴로 핸드폰 하고 있는 지호.
태빈 : (F) ...미안하다 지호야. 기다리지마... (가만히 전화 끊긴다)
지호 : ... (끊긴 전화 든채로 아무 표정이 없다)
씬45. 레스토랑 (N)
태빈과 선, 서로 메뉴판 펼쳐든 채 말이 없다.
선 : ... (살피듯 태빈을 보면)
태빈 : (메뉴판 보는 채로, 그 시선에 대답하듯) 이게 내가 그 자식한테 해줄 수 있는 전부야. 철저하게 나쁜 놈이 되주는 거.
(맘 아픈) 침 뱉구 돌아서서 손톱 만큼의 미련도 남겨두지 않게 하는거...
선 : ...
태빈 : (메뉴판 보는 채로) 앞으루 좀 힘들꺼야. 나... 그 자식두 그자식 오빠두 좋아하거든.
내 옆에서 그 사람들 보는거... 힘들지 않겠어?
선 : 메뉴판 좀 치우면 안돼요. 안보이는데.
태빈 : ... (어색하게 메뉴판 내려놓으면)
선 : 보구 싶은 사람만 볼께요. 힘들어 하지 않을께요.
태빈 : (픽 웃으며) 누굴 좋아하는거... 정말 정신적 중노동인거 같다. 신경 쓸 일들이 너무 많아.
선 : (웃는다)
태빈 : 왜 웃어.
선 : 그 말... 좋아한다는 말루 들려서요.
태빈 : (어색해서 다시 메뉴판 보며) 골랐어? 여기 안심스테이크가 괜찮은데.
선 : (메뉴판의 글씨들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 내려놓으며) 그걸루 할께요 그럼.
씬46. 칵테일 바 (N)
멍하니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지호.
반쯤 남아있던 칵테일잔... 빈잔이 되고... 새로운 잔이 놓여지고... 또 다시 빈잔이 된다...
씬47. 칵테일바 앞 (N)
셔터를 내린 칵테일바 앞에 강아지를 품에 안고 서있는 지호. 멍한 얼굴 위로 서서히 눈물이 차오른다.
눈물 툭 떨어지지만 결코 울지 않는다.
씬48. 선이네 집 앞 (N)
태빈의 차가 와서 멈춘다.
내리는 태빈과 선. 두 사람 모두 아쉬움이 남아서...
선 : 그럼...들어갈께요. (돌아서려는데)
태빈 : (가만히 손 잡아서 품에 안는다) 그 날 청평에서 나한테 해줬던 말... 다시 한 번만 해줄래?
선 : ... (안긴채로 편하게 웃으며) 보이는 동안...사랑할께요...
태빈 : (편안해지고) 미안하다... 먼저 고백하게 해서.
선 : ... (따뜻해진다)
씬49. 태빈의 오피스텔 앞 (N)
차에서 내려 리모콘으로 차문 잠그고, 건물 쪽으로 향하던 태빈, 멈칫 선다.
건물 앞에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고 있는 지호. 시선 느끼고 태빈을 본다.
지호 : 뭘 그렇게 놀래? 오빨 스쳐간 수 많은 여자들이 여기서 이렇게 오빨 기다렸을텐데... (피식) 익숙한 풍경 아니야?
태빈 : (맘 아파 외면했다가, 일으켜세우며) 가자. 데려다줄게. (하는데)
지호 : (그 손 탁 쳐내며) 오빤 내 마지막 자존심까지 짓밟았어.
태빈 : ... (보고)
지호 : (눈빛 살아서 보며) 이제 사랑이 아니어두 좋아. 오빤 내 오기를 건드렸어. 그 사랑, (독하게) 내가 막을꺼야.
태빈 : 지호야.
지호 : (말없이 간다. 이 앙 다물고, 독하게. 결코 울지 않는)
씬50. 태빈의 오피스텔 문 앞 (N)
착잡하고 무거워진 심정으로 승강기에서 내리는 태빈.
문고리에 줄 묶여져 있고, 그 줄 끝에 예의 그 강아지 묶여있다.
태빈 : ...! (보며 마음이 아파진다)
씬51. 인하의 집 앞 (N)
인하의 차 와서 멈춘다.
차에서 내리는 인하. 조금 초췌해진(?) 모습으로 뒷좌석의 짐들 내리는데,
지호 : (E) 오빠.
인하 : ? (돌아보면)
지호 : (서있는, 태빈의 오피스텔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오빠 포기하지 마라.
인하 : (어쩐지 이상해서) 지호야.
지호 : 그 여자 포기하지마. 내가 도와줄게.
인하 : ... (마음 안 좋은) 지호야.
지호 : (눈물 차오르며) 오빠 이렇게 등신 짓 하는거 못봐주겠어. 나두 자존심 상해서 더는 못하겠어.
포기하지마. 오빨 위해서, 날 위해서...포기하지마.
인하 : (안쓰럽다. 가만히 안아서 등 토닥여준다)
씬52. 맥주집 (N)
함께 술 마시고 있는 남매.
이미 빈병이 된 맥주병 예닐곱개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고, 인하는 많이 취해있다.
지호 : (그런 오빠 보며 화가 난다) 그렇게 괴로워? 내가 애들 풀어서 그 기집애 손 좀 봐줄까?
인하 : (피식 웃으며) 냅둬 임마...
지호 : 냅둬? 냅두라는 사람이 혀가 꼬부라질 만큼 술을 퍼붓냐?
인하 : 그냥 냅둬 지호야... 안 그래두 많이 아픈 사람이야...
지호 : (대수롭지 않게 비죽 웃으며) 아퍼? 어디가 아퍼? 죽을 병이라두 걸렸대?
인하 : 죽을 병....? (흐흐흐 웃는) 차라리 죽을병이 낫지... 그건 참... (마음이 아파 오는) 사람을 잔인하게 고문하는 병이드라...
지호 : (순간 눈빛 예리하게 빛나며) 그거? 그게 뭔데....?
인하 : (완전히 취한 상태. 취한 머리가 자꾸 아래로 떨어진다) 조금씩 조금씩 희망을 갉아먹는거야... 조금씩...아주 천천히...
(테이블 위에 얼굴 눕는)
지호 : (뭔가 있다... 보는데서)
씬53. 인하의 방 (N)
방에 불 들어오고, 취한 오빠를 데리고 들어오는 지호, 털썩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 덮어주고,
불끄고 나가려다가 멈칫 오빠 쪽을 본다.
인하 완전히 잠들어 있다.
지호, 잠든 인하를 바라보며 곰곰히 생각해본다. 떠오르는 단상 하나가 있다.
씬54. 인하의 방 (D/회상 - 새로 만든 씬)
인하, 컴퓨터 앞에 앉아 RP자료 파일에 저장 중이고,
지호 : (문 벌컥 열리고 들어오며) 오빠, 저녁 안 먹어?
인하 : (서둘러 후다닥 드라이브에서 초록색 파일 꺼내고, 컴퓨터 전원 끈다)
지호 : (그 순간 놓치지 않고 보며) 뭐야? RP? RP가 뭔데?
인하 : (씩 웃으며) 새로 생긴 성인물 싸이트다. (나가고)
지호 : (어으어으 홀기며 나가려다가, 문득 호기심과 장난기 발동. 인하의 디스켓 찾아 꺼내본다. 라벨에 SUN이라고 적혀있다)
인하 : (문 열며) 왜 안나와, (하다가) 서지호! (디스켓 뺏으며) 뭐하는 거야?
지호 : (씨익 웃으며) 같이 좀 볼려그러지...
씬55. 인하의 방 (N/현재)
퍼뜩 생각에서 깨어나는 지호, 인하의 책상으로 가서 스탠드 켜고, 파일박스 뒤지기 시작한다.
초록색 파일은 전부 꺼내 뒤적이다가 SUN이라는 라벨이 붙은 디스켓 찾아낸다.
컴퓨터 앞에 앉아 전원을 켜는 지호. 파일을 넣어본다.
마침내 화면 위로 RP자료가 뜬다.
빠르게 읽어내려 가는 지호. 어느 순간 표정 멍해진다....!
퍼뜩 오빠를 돌아보는 지호.
완전히 정신 잃고 잠들어 있는 인하... 그 모습 위로,
씬56. 칵테일바 (N/회상-5부에서)
인하 : 벌써 밖이 어두워졌어. 그 사람 어두워지면 위험하단 말이야.
태빈, 지호 : ? (본다)
인하 : (앗차! 싶어서) 바,밤눈이 좀 어둡거든.
씬57. 인하의 방 (N)
멍하니 앉아 오빠를 바라보고 있는 지호에서... F.O
씬58. 인하의 집 외경 (D)
씬59. 인하의 방 (D)
인하, 침대에 반쯤 누운 상태에서 꿀물 마시고 있고,
지호 : (옆에서 마시는 거 보며) 그러게 이기지두 못할 술을 그렇게 떡이 되도록 마시냐?
인하 : (빈컵 주며) 암튼 너랑 술 마시면 꼭 탈나드라. (눕는데)
지호 : ... (보다가) 오빠. 유선이라는 애, 무슨 병 같은거 걸렸어?
인하 : ! (순간 벌떡 일어나 앉는다)
지호 : (그 반응 예리하게 보며) 왜 그렇게 놀래?
인하 : 나 어제... 술먹구 헛소리 했니?
지호 : (확실히 뭔가 있다!) 아니 난 그냥, 오빠가 하두 절절하게 실연의 아픔을 표현하길래,
혹시 상대가 죽을병이라두 걸린거 아닌가 싶어서.
인하 : (조금 안심이 되는, 누우며) 골 울리니까 나가주라.
지호 : ... (보고)
인하 : ... (누운채로 불안하게 눈 뜨는)
씬60. 동물병원 (D)
책상 앞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는 지호... 잠시 갈등하다가 다이어리 넘겨 전화번호 하나 찾는다.
수화기 들고 번호 누른다.
지호 : 안과에 강정환 선생님 부탁합니다.
씬61. 병원 벤치 (D)
지호와 가운차림의 정환(태빈과 인하의 친구), 자판기 커피 들고 앉아있다.
정환 : 보통 이십세 전후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서, 진행 속도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야.
밤엔 야맹증 때문에 불빛이 없으면 꼼짝을 못하구.
지호 : 치료 방법은?
정환 : 그 부분에선 의사로서 좀 찔끔하다 야. 사실 의사들두 RP에 대해선 속수무책이거든.
안구이식두 안되구, 약두 없구,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어.
지호 : 그...그럼 어떻게 되는거야...? 완전히 눈이 머는 거야?
정환 : 거의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지호 : ! (가슴이 쿵쿵 거리는, 떨리고)
정환 : 그래두 희망은 있어. RP 연구팀두 생겨날꺼구, 계속 치료방법을 개발 중이거든.
지호 : 그럼 요리같은건... 그,그러니까 예를 들어 직업이 요리사라던가 그러면 어떻게 되는거야? 직장을 잃게 되나?
정환 : 증상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래도 좀 위험하지. 불을 낼 수두 있구, 칼을 사용하는 직업이니까....
지호 : !!
정환 : (불안하게 살피며) 혹시....니네 집에 무슨 일 있니...? 얼마전엔 서인하가 와서 묻구 가더니...
남매가 번갈아 가면서 무슨 일이야?
지호 : (멍한 채로)
씬62. 칠리칠리 홀 (D)
주방에서 나오는 선, 카운터의 시봉에 건네주는 전화 받는다.
선 : (받고) 네 전화 바꿨습니다.
지호 : (F) 나... 서지호예요.
선 : (표정 어두워지며) 네...안녕하세요...?
지호 : (F) 오늘 잠깐 볼 수 있어요?
선 : ... (무거워지는)
씬63. 거리 (D)
생각에 잠겨 걸어오고 있는 선. 심난해서 한숨 쉬며 고개 드는데,
저만치, 강아지줄 끌며 걸어오고 있는 태빈.
그 모습 보며 입가에 미소 생기는 선인데,
태빈 : (시선 느끼고 보는, 웃으며) 퇴근하는 거야?
선 : 네. 근데 웬 강아지예요?
태빈 : 내 점심식사.
선 : (치... 웃고)
태빈 : 슬이 녀석 껀데, 산책 좀 시켰다가 데려다 주려구. 같이 갈래?
선 : (끄덕이는)
씬64. 공원 (D)
킥보드를 타는 아이들... 자전거를 타는 젊음이들 틈 속에 걸어오고 있는 태빈과 선.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고 있는 강아지.
태빈, 가만히 선이의 손을 잡는다.
선 : ... ! (보면)
태빈 : (어색하게 피식 웃는)
선 : (웃는다)
태빈 : (쑥스러워서) 왜 나만 보면 자꾸 웃어.
선 : 플레이보이가 손 잡구 쑥스러워하는거 보니까 웃겨서요.
태빈 : (어색하게 웃고)
선 : (보다가) 나... 무슨 일이 있어두 흔들리지 않을께요.
태빈 : (보고)
선 : (잡은 손 들어 보이며) 이 손... 무슨 일이 있어두 놓지 않겠다구요.
태빈 : (기분 좋아져서 웃고)
선 : ... (웃으며 지호를 만날 마음의 준비를 한다)
씬65. 까페 (D)
선, 들어와서 눈으로 지호를 찾는다.
저만치 창가 자리의 지호... 시선 느끼고 선을 돌아본다.
선 : (와서 가볍게 목례하고 앉는다)
지호 : ... 오랜만이네요. (하는데, 종업원 메뉴판과 물잔 놓고 기다린다) 난 커피요. (하고는) 뭐 시키세요.
(하며 메뉴판 선이에게 내민다)
선 : 네. (메뉴판 받으려는데, 헛집는다)
지호 : (놓치지 않고 본다)
선 : (표시 안나게 굳었다가, 메뉴판 그대로 종업원에게 주며) 오렌지 쥬스요. (종업원 인사하고 가면) 하실 말씀이...
지호 : ... (담담하게) 선이씨 우리 한테 거짓말한 거 있죠?
선 : (청평에서의 일을 말하는거라고 생각한다, 무거운 한숨 쉬고) 지호씨. 그 얘기라면 난, 더 할 얘기가 없어요.
그 자리에서 솔직하지 못했던건 미안해요. 하지만 나, 그 사람 사랑해요.
지호 : ... (보며) 왜 속였어요.
선 : 미안해요. (일어서서 목례하고 나려는데)
지호 : (O.L) 벌써, 증상이 시작된거 맞죠.
선 : !! (순간 돌아본다)
지호 : (침착하게) 언제까지 속일 생각이었어요?
선 : (멍해서) 무,무슨 소리예요...?
지호 : 사랑해요? 좋아요, 지금은 사랑하구, 나중엔 어떡할래요? 지금은 거짓말루 붙잡구, 나중엔 동정으루 붙잡을 생각이었어요?
선 : (터지며) 무슨 소리냐구 묻잖아요!
지호 : (O.L) 그만해요! 다 알구 왔으니까!
선 : (띵해지고)
지호 : 어디 까지 할꺼예요! 우리 세사람, 어디까지 상처받게 할꺼예요 도대체! 나중에 그 사람이 받을 상천 어떡할래요?
누가 책임질꺼냐구요!
선 : (담담하려 애쓰며) 어떻게 알았어요?
지호 : (보고) 앉아요.
선 : (터지며) 어떻게 알았어요! 어떻게 알았냐구요!
지호 : 지금 그게 중요해요?
선 : (확 돌아서는데)
지호 : (O.L) 태빈 오빠두 이 사실 알아요?
선 : !! (멈칫 서고)
지호 : 내가 대신 말해줘요?
순간 하얗게 굳어서 확 돌아보는 선.
그런, 선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지호.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