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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못난이] 06
S#1. 씬. 동주의 방.(아침)
차연, 자명종 소리에 놀라서 일어나는. 6시다. 자명종 버튼 누르고, 급하게 일어서는데.
동주의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는 동주의 윗옷.
차연 : (의아하게 보는)
S#2. 씬. 서재.(아침)
차연, 살그머니 문 열어보는. 동주, 의자에 앉아 잠이 들어있는.
차연 : (다가와서 헛기침 하는)
동주 : (눈 뜨고 보는)
차연 : 왜 여기서 자요? 언제 들어온 거예요?
동주 : 새벽에.
차연 : 그런데 왜?
동주 : 자료 좀 볼게 있었어.
차연 : (나가는)
동주 : .....
S#3. 씬. 욕실.(아침)
동주, 거칠게 세수하는.
S#4. 씬. 동주의 방.(아침)
동주, 나오면, 차연, 쥬스잔 들고 서있는.
차연 : 오이 쥬스예요.
동주 : (쥬스 받아 마시는) 맛은 별로군.
차연 : 그럼 외박하고 들어왔으니 수고 했다고 맛있는 쥬스 만들어다 줄 줄 알았어요. (나가는)
동주 : (의미 있는 시선으로 문을 보며 미소 짓는)
S#5. 씬. 병원 전경.(낮)
S#6. 씬. 병실.(낮)
두리, 코피를 흘리고 있는. 수정, 코에 솜을 막고 있고 그 옆에 정민, 호태 서있는.
호태 : 어떡하냐, 어떡하냐? 두리야.
정민 : 여행에서 피로가 겹친 거 같아요.
호태 : 괜찮을까요? 괜찮을까요? 선생님?
정민 : 코피 자주 흘렸죠?
호태 : 네. 그치만 요즘은 저렇게 많이 흘린 적 없었는데....
정민 : 두리야?
두리 : 네.
정민 : 두리가 긴 여행 하느라 지쳐서 코피가 나는 거거든. 크게 문제 있는 건 아니니까 무서워하지 말고 마음을 편하게 가져.
두리 : 네. 저 씩씩해요.
정민 : 그렇구나, 우리 두리가 씩씩하구나.
호태의 핸드폰 울리는.
수정 : 핸드폰 켜두시면 안돼요.
호태 : 네, 네, 죄송합니다. (핸드폰 들고 나가는)
S#7. 씬. 동주의 방.(낮)
차연, 드레스 꺼내 들면서 핸드폰 중.
차연 : 뭐? 코피? 얼마나?
S#8. 씬. 병원 복도.(낮)
호태 : 너무 놀랄 건 없구. 여행에 지쳐서 그런 거 같대. 의사 선생님도 크게 염려할 건 없다구 하시구.
S#9. 씬. 정원.(낮)
기사, 들어오는. 김씨 문 열어주고. 차연, 옷가방 들고 달려나오는.
기사 : 모시고 오라고 하셔서....
차연 : 저기, 제가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 어디 좀 잠깐 들렸다 가야 하거든요.
파티 하는데가 어딘지 말씀만 해주시면 제가 택시 타고 갈 수 있는데....
S#10. 씬. 길.(낮)
차연, 옷가방을 들고 뛰어가는.
S#11. 씬. 동주의 집 앞.(낮)
기사, 김씨 할머니 휠체어 밀고 나와서 할머니 차에 태우는.
할머니 : 지가 급한 일이 뭐가 있다구?
김씨 : 자세한 말은 안하시고, 파티에는 늦지 않게 오시겠다구.....
할머니 : 망할년. 심심하게 나 혼자 가란 말이지. 하여간 조금만 오냐오냐하면 꼭 머리꼭지에 올라앉으려고 하지.
S#12. 씬. 병원 진료실.(낮)
인서, 환자 팔에 드레싱 하고 있으면, 진료실 문 앞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은우.
인서 : (약간 의아한 기분으로 은우를 보고 실없이 웃는)
은우 : (빤히 인서를 보며 수줍게 웃는)
S#13. 씬. 병원 복도.
인서, 은우와 마주서있는.
인서 : 혹시....저한테 뭐 할 말이라도?
은우 : .....
동현, 유선 걸어오다가.
유선 : 뭐해? 브리핑 안들어가?
인서 : 어, 그래. (동현과 유선 쪽으로 걸어오며, 은우를 돌아보는)
유선 : 벌써 연애 하니?
인서 : 아, 이 주체할 수 없는 매력을 어쩐다냐?
동현 : (멀찍이 떨어져서 이 쪽을 보고 있는 은우를 바라보는)
인서 : 하루 종일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닌다.
유선 : 멀쩡해보이는데 남자 보는 눈은 형편 없나보네.
인서 : 왜? 다른 여자가 관심을 보이니까 눈에 불이 나냐?
유선 : 얼씨구다다. (그러면서 뒤를 돌아보면 사이를 두고 따라오는 은우가 조금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근데 왠지 좀 이상하지 않니?
인서 : 내성적인 성격인가봐. 하긴 여자가 저런 맛이 좀 있어야지.
동현 : (은우를 돌아보는, 그러다 홱하고 멀리서 뛰어가는 옷가방 든 차연이 눈에 들어온다)
유선 : 왜? 아는 사람이야?
동현 : 응? 응. 아는 사람 같기도 하고....
S#14. 씬. 병실.(낮)
차연, 들어오는. 두리 일어나고, 코에 솜 넣고, 호태 옆에 앉아있는.
차연 : 두리야?
호태 : 오지 않아도 된다니까 넌.
차연 : (두리 손 잡으며) 아직 코피 안멈춘거야?
호태 : 아침보다는 나은데 아직도 조금씨 나.
차연 : (애잔하게 보는) 진두리? 힘들지?
두리 : 아냐. 여기 디게 좋아, 엄마. 방 진짜 좋지?
차연 : (미소 지으며) 우리 두리 호강하네.
호태 : 이따 병실 나면 6인실로 옮겨준다고 했으니까 이 방에 너무 정 붙이지 마라, 진두리. (차연 옷가방 보고) 그건 뭐냐?
차연 : 응. 그런 거 있어.
S#15. 씬. 호텔 입구.(낮)
동주, 수혁, 차에서 내리는 할머니 휠체어로 옮기는.
동주 : 집사람은?
기사 : 저 일 좀 보고 택시로 오시겠다구.
동주 : 무슨 일?
할머니 : 오는 동안 노래나 시키려고 했더니 망할년이 어디로 내뺐어.
동주 : 어디 간다고는 안하고?
기사 : 네. 그냥 급한 일이 좀 있으시다고만 하시고....
동주 : (마음이 상하고)
S#16. 씬. 호텔 로비.(낮)
창가에 서있는 동주. 수혁, 걸어오는.
수혁 : 연예계 참석자들이 좀 적은 거 같은데....
동주 : (돌아보고) 아직 시간 있잖아?
걸어오는 기자1, 2, 동주에게 인사하고.
동주 : (기자들과 인사하고) 바쁘실텐데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자1 : 오늘 큰 행사가 겹쳐서 참석자들이 좀 갈렸을텐데.
수혁 : 큰 행사라뇨?
기자1 : (의아한 표정으로) 모르셨습니까?
동주 : .....
기자1 : 오늘 정승혜씨가 엔터테인먼트 회사 창립 파티를 주최하는데....
동주 : (싸늘해지고)
수혁 : 엔터테인먼트 회사요?
기자1 : 회사 설립을 극비리에 진행 했나봅니다. 그제서야 우리 신문사로도 초청장이 와서. 기자들 몇은 취재하러 그리고들 갔죠.
J.S 쪽에선 이미 정보를 입수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봅니다.
동주 : .....
기자1 : 신사장님 앞에선 이런 말씀드리긴 좀 그렇지만.... 기자들 사이에선 좀 수군거리는 분위깁니다.
이혼한 두 분이 같은 업종에 경쟁 관계로 나선다는 게 기자들 입장에서 보면 좋은 기삿거리라서....
기자2 : (동주 눈치 보고 기자1에게) 그만 올라가시죠.
기자1 : 그럼 저흰 먼저 올라가겠습니다. (기자 1, 2 걸어가는)
동주 : .....
과연 이게 끝일까요? 말하던 승혜의 얼굴이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수혁 : 예상 못했던 일인데....
동주 : 이혼 하고 나서 너무 무료했나보지.
수혁 : 어쩌면 긴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동주 : 자존심 때문에 뛰어든 여자야.
수혁 : 승혜씨 만만한 상대는 아니야.
동주 : 아버지 돈으로 남는 시간 돈이나 써보자 하고 덤벼든 여자한테까지 신경 쓸만큼 나도 자존심이 없는 놈은 아니야.
수혁 : 넌 형규 때문에 승혜씨를 너무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어.
동주 : (보면)
수혁 : 형규와 그렇게 되기 전에 네가 승혜씨를 어떻게 생각했었는지 기억해봐.
동주 : 내가 아는 여자 중엔 가장 머리가 좋은 여자다? 그 좋은 머리로 자길 사랑하는 남자까지 죽여가면서 차를 갈아탄 여자야.
(걸어가버리는)
수혁 :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S#17. 씬. 파티장 앞.(낮)
동주, 걸어오면, 동주모 다가오는.
동주모 : 기자들이 이상한 말 하던데 들었니?
동주 : (짜증스러운) 승혜 얘기요?
동주모 : 회사를 차렸다는데?
동주 : 그랬다네요.
동주모 : 남 얘기하니?
동주 : 그럼요? 와, 내 전 마누라가 같은 업종에 회사를 차렸구나. 이제 나 잡아먹자고 덤빌텐데, 큰일났구나 땅이라도 쳐요?
동주모 : 승혜 뒤에 누가 있는지 너도 알잖니?
동주 : 그래서요?
동주모 : 정회장이 널 타켓으로 삼았다면......
동주 : 그럼 그 양반도 재계의 독수리란 별명 반납하셔야겠네요. 이혼 한 딸 앙갚음이나 해주자고 회사까지 차려주시는 거면.
동주모 : (더 이상 동주 심사를 건드리고 싶지가 않고) 그나저나 얜 어떻게 된 물건이야? 오늘이 어떤 날인지 알면서
어딜 가서 아직 코빼기도 안비추는 거냐구?
동주 : (돌아서고)
동주모 : 어떻게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한군데도 없어.
동주 : (걸어가는)
S#18. 씬. 엘리베이터 앞.(낮)
동주, 내리는. 수혁 걸어오는.
수혁 : 차연씨 핸드폰 없니?
동주 : .....
수혁 : 파티 시작 시간 다 되가는데.....
다가오는 유경. 화려한 파티복 차림으로.
유경 : 늦은 거 아니죠?
수혁 : 아닙니다. 나 나가볼게. (걸어가는)
유경 : (엘리베이터에 타며) 안올라가요?
동주 : (하는 수 없이 올라타고)
유경 : 나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동주 : .....
유경 :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데)
허겁지겁 달려와서 열림 버튼을 누르는 차연, 닫히던 문이 서서히 열리고.
유경 : (아주 빠른 느낌으로 동주와 차연을 번갈아보는. 동주가 차연을 기다렸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동주의 목을 팔로 감고 입을 맞추는)
동주 : (당황하는데)
문이 열리고,
차연 : (키스하고 있는 동주와 유경의 모습을 보고)
동주 : (유경과 입을 맞춘 채 차연을 보는)
차연 : (멍한 눈으로 세 사람을 보는)
동주 : (유경을 떼어내는)
유경 : (마치 차연이 서있는 걸 몰랐다는 듯이) 어머....
차연 : (고개 옆으로 돌리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동주 : (앞만 응시하고 있는)
차연 : (앞만 응시하고)
유경 : (유경 두 사람을 번갈아보면서 묘한 미소 짓는)
S#20. 씬. 파티장 앞.(낮)
동주, 유경, 차연 걸어오면. 동주모 서있는.
동주모 : (차연 보고) 넌 지금 그게 파티에 참석하는 복장이니?
차연 : 죄송해요, 어머니. 급하게 오느라구.
동주모 : 대체 널 어째야.....(유경 보고) 빨리 가서 옷이나 갈아입고 와.
S#21. 씬. 화장실.(낮)
유경, 거울 앞에 서서 입에 루즈 바르고 있는. 변기 앞에서 옷 갈아입느라 허둥대는 차연.
차연 : (등 뒤로 자크 올리려고 애를 쓰는, 에이 하는 심정으로 문 열고 나오는) 저기요?
유경 : (빤히 보는)
차연 : 자크 좀.....
유경 : (한심하게 보는) 그러죠. 조금 전에 제가 못 볼 것도 보여드렸는데 그정도 선심 못쓰겠어요. (자크 올려주는)
차연 : 아, 살살 좀 올려요.
유경 : 어머, 미안해요. 자꾸 제가 미안한 일만 하게 되네요. 어제 신사장님 너무 늦게 불러낸 것도 그렇고.
차연 : (자크 다 올리자, 돌아서서 거울 앞에서 머리 매만지는)
유경 : (팔짱 끼고 빈정거리는 미소로 바라보는) 시어머님께 많이 찍히셨나봐요?
차연 : 서유경씨?
유경 : (보면)
차연 : 왜 그렇게 살아요?
유경 : (확 질리는 표정으로)
차연 : 얼굴도 이쁘고, 스타로 성공도 했는데, 왜 하필이면 임자 있는 남자를 넘보는지 진짜 모르겠네.
유경 : (허, 하는 웃음) 임자? 댁이?
차연 : (다가서며) 그럼 신동주 어머님을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내가 누구겠니? (나가는)
유경 : (욱하는 느낌으로) 뭐 저런 게 다있어.
S#22. 씬. 파티장.(낮)
할머니 휠체어 타고 강단 위에. 동주, 동주모, 차연 그 옆에 서있는. 동주, 할머니에게 마이크 대 주고 있는.
할머니 : 그렇게 해서 오징어 땅콩 팔아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영화 제작이라는 거에 뛰어들었는데....
동주모 : (난감하기만 하고)
참석자들 지겨운 표정으로 음료수만 홀짝이고, 하품하는 사람들도 있고.
할머니 : 다들 그랬어. 춘향전이 또 먹히겠느냐? 하지만 내가 우겼어, 된다, 아무리 재탕 삼탕을 했어도 춘향전이 뭐냐?
우리의 영원한 고전이 아니냐,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진짜 우리의 라브 스트리가 아니냐.
동주모 : (할머니 귀에 대고) 어머니, 30분 지났어요.
할머니 : 아, 귀 간지럽게 왜 자꾸 쫑알거려?
동주모 : (질리고)
유경, 수혁 나란히 서있는.
유경 : 할머님은 오늘같은 날 집에 좀 계시게 하지 그랬어요? 할머님 연설 지겨워서 안오겠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수혁 : 그래서 유경씨는 신사장한테 안맞는 상대라고 하는 겁니다.
유경 : (날카롭게 보면)
수혁 : (동주를 눈으로 가리키면)
동주 : (할머니 이마의 땀을 손수건으로 찍어주면서 미소 짓고 있는)
시간 경과. 손님 중에 꾸벅꾸벅 조는 사람도 있고. 유경 지루해서 몸을 비틀고.
손님1 : 올해는 기록 세우시네. 벌써 두 시간 넘었는데, 다리 진짜 아프네.
빠져나가는 손님도 있고.
할머니 : 그렇게 해서 세운 회사야. 다른 놈들처럼 부모한테 물려받은 돈으로 세운 회사가 절대 아니란 거야.
그러니까 다들 정신 차려서 일 하란 말이지, 내 말은. 덩치가 이만해졌으니 이젠 시쳇말로 안전 빵이다 그러면
그날로 망조가 드는 거야. 내가 극장 매점에서 오징어 팔고 땅콩 팔 때 그 마음으로 다들 정신 똑바로들 차리고
바지 가랑이에서 딸랑 딸랑 소리나게 뛰란 말이야.
동주모 : (얼굴을 들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할머니 : 내가 또 말하지만 돈을 섬기지 마. 사람을 섬기면 돈은 저절로 따라오는 거야.
차연 : (갑자기 박수 요란하게 치며) 너무 감동적이예요. 어쩌면 말씀도 그렇게 조리 있게 잘하세요.
손님들 기가 막히지만 하는 수 없이 차연을 따라서 박수를 치는.
할머니 : 뭐요? 그만하라는 거여?
차연 : 아니요, 할머니. 계속하세요. 제가 너무 감동을 받아서.....
할머니 : 됐어. 나도 숨차서 더는 못하겠다. 그럼 왔으니 다들 먹고들 가.
그 말에 손님들 옳다구나 하고 요란하게 박수 치는.
동주 : (차연을 보는)
차연 : (얼른 할머니 입에 물컵의 빨대 대주는)
S#23. 씬. 동주의 집 전경.(밤)
S#24. 씬. 할머니 방.(밤)
차연, 할머니 옷 벗겨주고 있는.
할머니 : 아이고 되다.
차연 : 그럼요, 힘드시죠. 할머니 진짜 궁금해서 여쭙는 건데요, 어젯밤에 오늘 하실 말씀 머리 속으로 다 정리하셨던 거예요?
할머니 : 내가 어려서는 신동 났다고 근동에 소문이 쫘했던 사람이야.
차연 : 역시 그러셨구나. 어쩐지 제가 할머니 처음 뵐 때부터 평범한 어르신은 아니다 딱 알아봤거든요.
할머니 : 근데 니 이년? (머리 확 잡으며)
차연 : (놀라서) 아야, 할머니, 왜 그러세요?
할머니 : 어디로 도망을 가서 나혼자 차를 타고 가게 만드냐? 요 망할년.
차연 : 제가요. 정말 너무 급한 일이 있었거든요. 할머니.
할머니 : 네 년이 급한 일이 뭐가 있어? 어디다 새 서방이라도 만들어 숨겨뒀냐? 이년아?
차연 : 아이고, 할머니 망측해요. 저 그렇게 막 사는 스타일 아니거든요.
할머니 : 근데 오늘같은 날 어디로 줄행랑을 쳤다가 왔냐? 요년아?
차연 : 제가요, 말씀 드리고 싶지만 극비 사항이라서요. 할머니 양해를 좀 해주세요.
할머니 : 네가 간첩이냐? 이북에서 내 재산 노리고 보낸 간첩이야?
S#25. 씬. 동주의 사무실.(밤)
동주, 가라앉은 표정으로 앉아있으면. 수혁 들어오는.
수혁 : 연예계 실력자들이 오늘 그쪽으로 많이 몰렸던 거 같다.
동주 : .....
수혁 : 아무래도 정회장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었겠지. 캐나다 출장 스케줄도 늦추면서 정회장이 직접 참석을 했고.
동주 : 사업 영역은?
수혁 : .....
동주 : (보면)
수혁 : 제작 투자를 골자로 하고 있지만, 거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와 정확하게 겹치는 거 같다.
오늘 그쪽으로 참석한 메니지먼트 회사 대표들 중엔 우리와 계약이 끝나가는 애들을 데리고 있는 사람들도 꽤 있었어.
동주 : 우리 애들을 빼가겠다. 정승혜다운 짓이군.
수혁 : 이왕 경쟁자로 나섰다는 게 확인 됐는데, 정식으로 받아줘라.
동주 : 라이벌로 인정을 해라? (픽 웃고) 한번 싸워보겠다고 덤비는데 모른척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 않겠냐?
우리랑 계약 되있는 애들 관리 잘 하고. 제작 중인 영화들 차질 없도록 투자사들과 조율 잘해.
수혁 : 알았다. 그런데....
동주 : (보면)
수혁 : 어제 루이 회장이 묵는 호텔에서 승혜씨와 마주쳤던 게 난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동주 : 신생업체에게 그 큰 물껀을 넘길만큼 루이가 맛이 갔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또 모르지. 아버지 백으로 겁 없이 덤비려 할지도. 흘러나오는 정보들부터 수집해봐.
수혁 : 알았다. 피곤할텐데 들어가 쉬어라.
동주 : (일어서는) 그래야지.
수혁 : 참, 차연 씨.
동주 : (보면)
수혁 : 수고 했다고 어깨라도 한번 두드려 줘. 오늘 할머님 연설 중간에서 끊은 공로가 있는데.
(미소 지으며) 작년처럼 손님들 다 빠져나가면 어쩌나 나 내심 불안했다. (웃으며 나가는)
동주 : ......
S#26. 씬. 병원 입구.(밤)
승혜의 차 다가오는. 김비서 운전하고. 승혜 뒷좌석에 앉아있는.
김비서 : 피곤하실텐데 들어가서 쉬시죠.
승혜 : 바빠지면 얼굴 볼 시간도 없어질텐데 시간 났을 때 한번이라도 더 봐둬야죠.
차 멈추고, 김비서, 승혜 내리는.
승혜 : 우리 오늘 잘한거죠?
김비서 : 순조롭게 배는 띄웠다고 할 수 있죠.
승혜 : 저....김비서님 안계셨으면 시작 안했을지도 몰라요.
김비서 : 그럼, 차라리 제가 없는 편이 나았겠군요.
승혜 : (웃고)
김비서 : 전 차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승혜 : 금방 나올 거예요.
김비서 : 그리고....
승혜 : (보면)
김비서 : 은우씨한테 너무 많이 미안해하지 마세요.
승혜 : .....
김비서 : 실장님은 뭐든 너무 지나치신 게 문제니까요.
승혜 : (걸어가는)
S#27. 씬. 진료실.(밤)
정민, 퇴근 하려고 옷 입고 있는. 노크 소리.
정민 : (돌아보며) 네.
승혜, 들어오는.
정민 : 왔니?
승혜 : 네. 저 오늘 회사 창립 파티 했어요.
정민 : (보면)
승혜 : 엔터테인먼트 회사예요.
정민 : (깊은 눈길로 보는)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빠르게 움직였구나.
승혜 : 참석 못하신다고 거절하기 난처 하실까봐 일부러 초대장 안보냈어요.
정민 : 세심하게 배려해줘서 고맙구.
승혜 : 은우 좀 보고 갈게요. (나가는)
정민 : (바라보는)
S#28. 씬. 병원 복도.(밤)
동현, 유선, 인서 난처한 표정으로 서있는. 그 앞에 은우.
인서 : 저기요, 은우씨, 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하세요.
은우 : .....
인서 : 저희 지금 밥 먹으러 갈건데 같이 가실래요? 직원 식당이라 외부인은 출입이 안되지만 같이 가시겠다고 하면....
은우 : 치즈 케잌 맛있었어요.
인서 : 네?
은우 : .....
인서 : 아, 치즈 케잌. 치즈 케잌 좋아하셨구나. 또 사다드릴까요?
은우 : (끄덕이는)
인서 : 아, 그 말씀을 뭘 그렇게 어렵게, 알았어요. 제가 나가서 치즈 케잌 잔뜩 사올게요.
승혜E : 은우야?
은우 : (돌아보고, 싸늘해지는)
승혜 : 거기서 뭐하니?
은우 : .....
인서 : 그럼 저희 밥 먹으로 진짜 갑니다.
동현 : (승혜에게 인사하는)
승혜 : (인사하고)
은우 : (화가 나서 걸어가 버리는)
승혜 : (은우를 쫓아가고)
인서 : 참. 은우씨가 최정민 선생님 딸이니까 저 분이 네 옛날 형수님이겠다. 와, 이렇게 마주치면 너 진짜 거시기 하겠다.
유선 : (인서 옆구리 찌르는)
인서 : 뭘? 이 자식 형수님 디게 좋아했잖아?
동현 : (앞서 걸으며) 밥이나 먹으러 가자.
S#29. 씬. 병실.(밤)
은우, 앞서 들어오는, 승혜 따라 들어오는.
은우 : (베개 집어서 홱 던지는) 오지마. 오지 말라구.
승혜 : (떨어진 베개 집어서 침대에 올려놓는) 오늘 컨디션 안좋니?
은우 : 내가 왜 언니랑 엄마를 제일 싫어하는지 알아?
승혜 : 날카로운 거 같은데 올라가서 쉬어. (은우의 팔 잡는데)
은우 : (홱 뿌리치는) 언니랑 엄마를 보면 내가 미쳤다는 걸 알게 되니까.
승혜 : 너 왜 이러니? 네가 미치긴 왜 미쳐?
은우 : 자기들은 모르지? 날 어떤 표정으로 보는지 엄마랑 언니 자신은 모르지?
승혜 : 너 지금 많이 흥분했어. 흥분하는 거 너한테 안좋은 거 잘 알잖니?
은우 : (악 하고 괴성을 지르며 머리 마구 잡아뜯는)
승혜 : (팔 잡으며) 은우야. 은우야.
은우 : 왜 날 가만두지 않는 거야? 언니랑 엄마만 보면 미칠 거 같단 말이야.
들어오는 정민.
은우 : (흥분해서 자기 옷을 마구 찢으면서) 내가 창피해죽겠지? 창피해서 사라져줬으면 좋겠지? 그럼 왜 자꾸 살려놓는데?
그냥 죽게 내버려두면 좋잖아?
정민 : (다가서며 은우의 뺨을 때리는)
승혜 : 엄마?
정민 : 나한테 그러는 건 봐주겠는데, 네 언니한테까지 그러진 마.
은우 : (눈물 그렁한 눈으로 보는)
정민 : 넌 너만 안된 거 같겠지만, 네 언니도 너 못지않게 힘들었어.
은우 : 그래서 죽어주겠다잖아?
정민 : (은우 팔 잡고 흔들며) 최은우. 제발....제발 좀.
은우 : (멍한 눈으로 보는)
정민 : (안쓰럽게 보다가 끌어안는. 은우 머리 쓰다듬으면서) 은우야, 은우야, 제발..... 우리 이러지 말자. 우리 애기.....힘든 거
엄마 알아. 그래서 엄마 너무.....많이 아파. 우리 애기.....우리 애기.... 가여운 애기 때문에......엄만 죽을만큼 아파.
승혜 : (그 모습을 보다가, 마치 자신이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으로 쓸쓸하게 돌아서서 나가는)
S#30. 씬. 병원 복도.(밤)
호태, 두리 텔레비전 (코미디 프로) 보면서 낄낄거리고 있는.
호태 : 와, 우리 나라 코메디 수준 진짜 높아졌네. 두리야? 진짜 재밌지? 배꼽 빠질 거 같지?
두리 : (웃으며 끄덕이는)
승혜, 걸어오는. 맞은편에서 수술복 차림으로 걸어오는 풍수.
승혜 : (인사하고) 수술 있으셨나봐요.
풍수 : 매일 그렇지 뭐. 은우 봤냐?
승혜 : 네.
풍수 : 요즘은 은우 녀석 잠잠하니 괜찮아.
승혜 : (슬프게 미소 짓는데)
호태, 박수 치며 좋아하다가 승혜를 보는.
호태 : (굳어져서 보는)
승혜 : (보는)
호태 : (어색하게 인사하는)
승혜 : (싸늘하게 보다가 돌아서는)
풍수 : (승혜와 걸어가며 호태를 돌아보면. 호태 난감한 표정으로 서있는) 왜? 아는 사람이야?
승혜 : 그냥 좀.....
풍수 : 사이판에서 오래 살다가 왔다는데....어떻게? 아, 너 얼마 전에 거기 가서 사고 쳤지.
승혜 : (쓰게 미소 짓는)
풍수 : 거기서 만난 사람이야?
승혜 : 네.
풍수 : 반가운 사이는 아닌가보다.
승혜 : 네.
풍수 : 그래. 젊은 사람이 애 때문에 고생이 많은가보던데. 안됐어.
승혜 : (보면)
풍수 : 애가 아주 희귀한 병을 앓고 있거든. 약값도 워낙 비싸서 고생 많이 했을텐데, 그래도 사람이 밝아.
승혜 : (슬며시 뒤를 돌아보면)
호태, 두리 어깨 감싸고 텔레비전 보면서 웃고 있는.
승혜 : (앙금이 남는 시선으로 보다가 풍수와 나란히 걸어가는)
S#31. 씬. 동주의 집 전경.(밤)
동주E : 달고 왔나?
S#32. 씬. 동주의 방.(밤)
동주, 웃옷을 벗어주면, 차연 받는.
차연 : (보는)
동주 : 기둥서방 말이야?
차연 : (옷 옷장에 걸면서) 기둥서방 달고 오면 안된다는 계약 조항은 없었잖아요?
동주 : 댁 인생도 참 알만 합니다. (와이셔츠 벗어서 차연에게 주면)
차연 : (빤히 보면서) 댁은 손이 없으셔?
동주 : (바닥에 던지는) 3년에 10억 벌어온다니까 얼씨구나 하면서 등이라도 떠밀던가?
차연 : 오늘 할머님 일찍 잠드셔서 나도 쉬어야겠거든. 우리 조용히 잠자리에 들어 꿈의 나래나 폅시다.
(잠옷 들고 욕실로 들어가려고하면)
동주 : 잠자리 말이 나와서 말인데. 그 친구가 잠자리는 어떻게 하라고 코치 좀 안해줬나?
차연 : (보고)
동주 : 설마, 3년에 10억인데, 그 정도 봉사도 안해주는 일자릴 거라고 생각할만큼 순진한 분은 아니시겠지?
차연 :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동주 : 간단하게 말해서, 이런 거지. 돈만 벌어오면 된다, 네가 결혼한 그 놈하고 무슨 짓을 하든 상관 안한다.
뭐 그렇게 너그럽게 양해를 하셨냐?
차연 : 그게 왜 궁금한데?
동주 : 당신이란 여자한테 슬며시 동정심이 생겨서 말이야. 그동안 보아하니 그렇게 나쁜 여자 같지는 않은데
독한 놈 하나 잘못 만나서 간 쓸개 다 빼주는 웃기는 짓거리를 하고 사는 게 아닌가.
차연 : 고양이 쥐 생각하고 있네. (욕실로 들어가는)
S#33. 씬. 욕실.(밤)
차연, 들어와서 옷 단추 풀고 윗옷 벗는데. 동주, 문 여는.
차연 : 아, 왜 그래?
동주 : 저기요, 아주머니.
차연 : 진짜 너도 말귀 너무 못알아듣는다. 머리가 그렇게 나쁘면서 무슨 사업을 한다구? 느네 할머니가 오징어 팔고 땅콩 팔아서
모은 재산 그 머리로 지킬 수 있겠니? 내가 너한테는 아주머니가 아니라, 여보야. 여보.
동주 : 여보?
차연 : 왜?
동주 : 여보가 너무 걱정이 되서 그렇거든요. 제가요, 이혼할 즈음에 맞춰서 괜찮은 놈 하나 소개 시켜드릴 수도 있는데.
차연 : 아이고, 아예 적십자로 나섰네.
동주 : 여보가 힘들게 번 돈 엉뚱한 놈 뒷바라지로 들어가는 게 너무 안됐어서 그런다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명색은 부분데, 이혼한 두 번째 마누라가 불행해지면 제가 마음이 어떻겠어요?
차연 : 여보? 저도유, 이혼할 남편이 너무 걱정 되서 하는 말인데요. 서유경 같은 애 말고 다른 여자 하나 알아보세요.
여자는 같은 여자가 봐야 잘 아는 거거든요. 걘요, 싸가지가 너무 아니예요. 댁도 싸가진데 여자까지 싸가지면
2세가 어떻겠어요? 새겨들으세요. 여보. (문 쾅 닫는)
S#34. 씬. 병원 복도.(밤)
동현, 인서 피로한 얼굴로 걸어오는. 몸도 비틀고 목도 두드리면서
인서 : 내가 아들 낳아서 의사 한다고 껍쩍대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릴 거다.
동현 : 그렇게 싫으면서 넌 왜 하냐?
인서 : (씩 웃으며) 돈은 잘 벌잖냐.
동현 : 돈 잘벌고 싶었으면 연예계로 갔어야지.
인서 : 그렇지? 지금도 늦지 않았겠지? 나 성격파 배우로 좀 먹어주는 페이스 아니냐?
보숙, 인영 스테이션에서 소리 치는.
인영 : 신선생님? 박선생님 빨리 오세요!
인서 : 왜요? 또?
보숙 : 환자 보호자가 야참 사다줬어요.
인서 : 이게 왠 쾌냐? (좋아라 뛰어가는데)
동현 : (멀리서 걸어가는 은우가 눈에 들어온다. 은우 비상구 문을 열고 나가고 있는)
S#35. 씬. 비상구 계단.(밤)
은우, 무표정한 얼굴로 계단을 올라가는. 동현, 비상구 문을 열고 위쪽을 올려다보는.
S#36. 씬. 병원 옥상.(밤)
은우, 난간 위로 올라가는. 동현,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옥상 문을 열다가 은우 난간 위로 올라서는 모습을 보고 눈이 커지는.
동현 : (어떡해야 하나, 누군가를 불러와야 하나 잠시 뒤를 돌아봤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발을 옥상으로 옮기는)
은우 : (난간 위에 올라서서 위태롭게 아래를 바라보는)
동현 :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은우 :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위태롭게 서서.... 서서히 두 팔을 벌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칼.
두 눈을 감고 바람을 맞는 느낌으로 서있는데, 금방이라도 바람 속으로 몸을 날릴 것같은)
동현 :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은우씨?
은우 : (놀라서 뒤를 돌아보는. 그 기세에 휘청하고)
동현 : (놀라서 한발짝 다가서는데)
은우 : 오지 말아요.
동현 : 은우씨? 최은우씨? 거기보다 더 시원한데 내가 아는데..... 더워서 바람 쐬고 싶어서 올라온 거 같은데,
보는 사람이 간이 철렁해서 안되겠어요. 내려와요. 내려오면 내가 진짜 시원한데로 모실게요.
은우 : (말간 표정으로 보는)
동현 : 은우씨. 여기 병원이거든요. 여기 진짜 오늘 내일 하는 중환자분들 많아요. 은우씨가 실수로 발이라도 잘못 내딛어서
무슨 일 내면 그 환자들도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은우씨 따라 할지도 모른단 말이예요.
다른 환자들이 은우씨 따라 하면 좋겠어요?
은우 : .....
동현 : (한발짝 더 나서며 두 손을 내미는) 자요. 아주 천천히 내 손 잡고.....
은우 : (망설이는데, 발이 비끗해서 휘청이고)
동현 : (얼른 다가들어 은우의 다리를 두 팔로 감아 안는)
S#37. 씬. 병원 외부 장소.(밤)
나무가 우거져 있고. 벤치도 놓여있고. 동현, 은우 앉아있는.
동현 : 봐요. 진짜 시원하죠? 가끔 우리 인턴들이 선생님들 눈 피해서 땡땡이치러 오는 데예요.
은우 : 그 사람.....
동현 : (보면)
은우 : 박인서씨....
동현 : 인서요? 인서가 왜요?
은우 : 정말.....날 사랑할까요?
동현 : (멍한 표정이 되고)
은우 : 그래서 망설였어요. 그 사람이 날 정말 사랑하는 거면.....죽으면 안되는데.... 그럼 그 사람이 슬퍼할텐데.....
동현 :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으로 은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S#38. 씬. 병실.(밤)
은우, 침대에 앉아있고. 동현 약 은우 손에 쥐어주는.
동현 : 이거 먹으면 잠이 잘 올 거예요. 아무 생각 말고 푹 자둬요. 누가 알아요?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지?
은우 : (약을 받아먹으며) 그런 날은 없어요.
동현 : 에이, 젊은 사람이 왜 그렇게 비관적이예요. 오늘은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힘들어도, 내일은 또 모르잖아요.
사람들이 다 그래서 사는 거 아닌가....
은우 : 난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애예요. 그러니까 그런 날은 없어요.
동현 : (깊은 시선으로 보다가) 자. 누워요. 누워서 잠을 좀 자봐요.
은우 : (눈을 감는)
동현 : (왠지 가엾다는 생각이 드는)
S#39. 씬. 병원 복도.(밤)
동현, 인서의 팔을 끌고 걸어오는.
인서 : 왜? 왜?
동현 : (멈춰서서 인서와 마주서는)
인서 : 야, 너 표정이 왜 그러냐? 힘 좀 쓰는 형님 같다.
동현 : 장난하지 말고, 너 사실대로 말해.
인서 : 뭘?
동현 : 너 혹시 최은우씨한테 사랑한다 어쩐다하면서 장난했냐?
인서 : 뭐? 사랑? 내가? 최은우씨를?
동현 : (역시 아니구나 싶고)
인서 : 야, 아무리 스피드한 시대라고 해도, 은우씨랑 내가 몇 번이나 만났다고 사랑 어쩌고 하겠냐? 가뜩이나 호남형인
얼굴 때문에 여자들한테 만만하게 보이는데 내가 다짜고짜 사랑 어쩌고 하면서 점수 깎일 일을 내가 왜 해?
동현 : .....
보숙, 인영 뛰어오면서.
보숙 : 신성생님, 302호 환자 쇼크요.
동현 : 네. (보숙, 인영과 뛰어가는)
인서 : (동현 보며) 가만....가만....저 자식도 은우씨한테.... 아 자식 있는 놈들이 더 무섭다구. 지는 유선이 있으면서.....
S#40. 씬. 정민의 집 마당.(밤)
정민, 풍수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정민 : (맥주를 쭉 마시면)
풍수 : 왜? 은우가 또 어쨌길래?
정민 : 뭐가?
풍수 : 은우 때문 아니면 네가 이 밤중에 여기 나와서 이러고 있을 인간이냐?
정민 : (맥주만 마시면)
풍수 : 그게 그렇게 안되냐?
정민 : .....
풍수 : 은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그렇게 힘드냐구?
정민 : .....
풍수 : 은우가 계속 히스테릭한 상태 반복하는 것도 너한테 일말의 책임은 있어.
정민 : (서글프게 미소 지으며) 왜 일말이야. 전적으로 책임 있지.
풍수 : 의사란 인간이 무식하게. 설마 너 은우가 저렇게 태어난 게 네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정민 : 나....은우....지우려고 했어.
풍수 : (멍하니 보는)
정민 : 정인호 아이를 또 낳아야 한다는 게 끔찍했거든. 내가 왜 남자 옆에 있어야 하나. 지지리 궁상인 집안에서 데려온 며느리
못마땅해하는 시집 식구들 한테 주눅 들고, 왜 그런 것 하나 지혜롭게 극복하지 못하고 바깥일로 시달리는 사람
귀찮게 하냔 눈으로 바라보는 남편. 결혼 전까지 나 엄청 잘난 척하는 인간이었잖아?
풍수 : (측은한 눈길로 보다가, 분위기 바꾸려고) 그러니까 짜샤. 나랑 결혼하자고 했지? 내가? 우리 둘이 시골 보건소 가서
사람 좋다는 소리나 들으면서 한 세상 보내자니까 말 무지하게 안듣고.
정민 : 어이구. 댁하고? 결혼을? 등록금 마련하려고 밤마다 아르바이트 뛰는 내 주머니 털어서 짜장면 얻어먹던 댁하고?
앓느니 죽지.
풍수 : 그래서 재벌 놈한테 시집 간 뒤끝은 뭔데?
정민 : 그러게. 와, 이렇게 부자인 남자가 왜 내가 좋다고 이러나 황송해서 딴 거 생각할 겨를이 없었거든.
풍수 : 알긴 아네. 너 그때 진짜 최정민 같지 않았어.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처럼 짜게 굴더니
재벌 아들이 따라다니니까 헤벌레 해가지곤. 너도 천상 여자야.
정민 : 그래, 천상 여자였던 죄 이렇게 받는다. 술이나 좀 따라.
풍수 : 내가 룸싸롱 마담이냐? (그러면서도 정민의 잔에 술을 따르는)
정민 : (쓸쓸한 심정으로 술을 마시는)
S#41. 씬. 동주의 집 전경.(아침)
S#42. 씬. 동주의 집 거실.(아침)
차연, 계단 걸레로 닦고 있는.
동주, 출근 준비하고 계단으로 내려오는. 동주모, 출근 준비하고 방에서 나오는.
동주모 : 너 어제 내 방 시트 안갈았니?
차연 : (얼른 일어나며) 네? 아, 죄송해요, 어머님. 창립 기념 파티다 뭐다 정신이 없어서.
동주모 : 욕조에도 물때가 끼고. 정말 너란 애랑은 더러워서 못살겠다.
차연 : 며칠 전에 욕조 청소 했는데.
동주모 : 욕조 청소를 며칠 전에 해? 내가 얼마나 얘길 해야 하니? 매일 매일 쓸고 닦아도 금방 먼지가 내려앉는데.
차연 : 오늘은 열일 재끼고 어머님 방부터 번쩍번쩍하게 치워놓을게요.
동주모 : 그리고 저 유리창들 좀 봐라. 뿌여니.
차연 : 네, 네. 오늘은 제가.....
동주모 : 어디서 버릇 없이 어른 말을 잘라?
차연 : 죄송합니다.
동주 : 출근 안하세요?
동주모 : 낮에 마트에서 배달 올거니까 김치랑 게장 좀 담고.
동주 : 출근 좀 하시자구요.
동주모 : (동주 노려보는데)
할머니 방에서 울리는 종소리.
할머니E : 이년이 어딜 가서 코빼기도 안보여?
차연 : 네, 네, 할머니 갑니다. (횅하니 할머니 방으로 달려가는)
동주 : 저 사람 혼자 집안 일 다하는 건 무리예요.
동주모 : 집안 일은 내 소관이라고 했지?
동주 : .....
할머니E : 밥 안줘? 굶겨 죽일 거야?
차연E : 할머니, 조금 있다가 바나나 갈아서 드릴게요.
할머니E : 내가 원숭이냐? 이년아?
차연E : 또 많이 드시면 짜구 나신다니까요. 우리 할머니 착하시죠.
동주모 : (신발을 신으면서) 저, 저. 어른한테 하는 말버릇하곤.
동주 : 할머니는 귀여워하시는 거 같던데요 뭘.
동주모 : 하여튼 못 배운 것들은 어떻게든 티를 내지. (나가는)
동주 : (할머니 방 쪽을 보면)
할머니E : 밥 가져오라니까.
차연E : 아, 아, 할머니 저 머리 다 빠져요. 할머니 제발 살 살 좀 당기세요.
동주 : (안됐다는 느낌이 들지만, 돌아서서 나가는)
S#43. 씬. 동주의 사무실.(낮)
동주, 수혁 들어오는.
동주 : (웃옷 벗고 앉는)
수혁 : 철저하게 외인부대들로 움직이는 거 같아.
동주 : 매니지먼트까지 한다면서 외인부대들로 돌아가?
수혁 : 그것도 철저하게 계약으로만 움직일 모양이야.
동주 : 이 바닥을 너무 모르는군.
수혁 : 덩치가 커지면 능률이 떨어질 거란 판단이겠지. 하지만 현재 계약 되있는 인물들은 이 바닥에서도 알아주는
최고 베테랑들이야.
동주 : (보면) 아직 제작 한번 해본 적이 없는데 베테랑들이 왜 그리로 들어가?
수혁 : 정회장 라인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어. 금융권하고 투자 자문 쪽으론 정회장 라인이 최곤 건 사실이잖냐?
동주 : 어쨌든 루이하고 계약만 성사되면 게임 오버야. 배급망 하나 없이 제작만 해봐야 받아주는데
없으면 맨바닥에 헤딩하는 거지 별 수 있겠냐?
수혁 : 그것도 그래.
동주 : (보면)
수혁 : 승혜씨가 그만한 예상도 없이 이 바닥에 뛰어들었을 거란 생각은 안들거든.
동주 : 너무 예민하게 굴지마. 그게 바로 정승혜가 원하던 걸지도 모르니까.
S#44. 씬. 승혜의 회의실.(낮)
슬라이드 보면서 설명하고 있는 남자. 남자 1, 2, 3 정도 앉아있고.
승혜, 김비서 앉아서 설명 듣고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회의가 진행되는 느낌으로.
남자들 저마다 묻고 떠들고, 승혜 유심히 듣고 있는.
S#45. 씬. 멀티플렉스 극장 내.(낮)
승혜, 김비서 걸어가는, 남자 4 옆에서 승혜에게 설명하는.
승혜 : (끄덕이며 묻기도 하고)
S#46. 씬. 승혜의 사무실 앞 복도.(낮)
승혜, 김비서 걸어오는.
김비서 : 나도영은 옵션을 요구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승혜 : 두 번이나 흥행에 실패한 친구 아닌가요?
김비서 : 그래도 썩어도 준치 아니겠냔 베짱이겠죠.
승혜 : 내가 직접 만나보죠.
김비서 : 직접 만나시게요? 그러실 필요까지?
승혜 : 준치 대접은 해줘야 하지 않겠어요?
기자 기다리고 있는. (4회에서 유경과 만났던)
기자 : 정이사님?
승혜 : (인사하고) 안녕하세요?
기자 : 아니, 왜 이렇게 뵙기가 힘듭니까?
승혜 : 그런가요? 배우는 입장이다보니 몸만 바빠서 그렇겠죠.
기자 : 오늘 기사 마음에 드셨어요?
승혜 : 네. 마치 제가 거물이라도 된 거 같던데요.
기자 : 따로 시간 좀 내주시죠. 진짜 묻고 싶은 거 너무 많습니다.
승혜 : 아직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는데 무슨 드릴 말씀이 있겠어요.
S#47. 씬. 승혜의 사무실.(낮)
승혜, 기자 앉아있으면, 김비서 차 가져다 놓고.
기자 : 김비서님이 정이사님 오른팔이란 소문 벌써 쫘하던데 잘 좀 지내보죠, 우리.
김비서 : 저야, 차 심부름이나 하는 사람인 걸요.
기자 : 그것도 보안이 셀까봐 여비서 하나 안두셨다고 하던 걸요.
승혜 : 이기자님 말씀 들으니까 제가 마치 크레믈린 같네요. (김비서에게) 앉으세요. 김비서님.
김비서 : 전.....
승혜 : 이기자님이 궁금해 하시는 건 저보다 김비서님이 더 많이 아실텐데요 뭐.
김비서 : (앉고)
기자 : 벌써 정이사님 그렇게 부르는 연예계 참새들 꽤 있습니다.
김비서님 방패 세우시는 것도 크레믈린다운 처세 아니신지 모르겠네요.
승혜 : (미소 짓고)
기자 : 스타들 몇 한곤 이미 접촉 하셨다던데?
승혜 : 그래요? 보안이 제 입에서 새면 되겠어요?
기자 : (웃는) 이건 진짜 사적으로 궁금해서 묻는 건데....
승혜 : (보면)
기자 : 서유경씨가 출연한 영화 말입니다. 신동주 사장이 제작하는?
승혜 : .....
기자 : 거기에 정이사님 아버님이신 정회장님이 대주주로 계신 투자사 자금도 들어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건 어떻게 정리 되는 건지?
승혜 : 정리요? 왜요? 이혼 했으니까 그것까지 빼야하는 건가요? 제가 그렇게 치졸한 사람이었으면 좋으시겠어요?
기자 : 아, 아닙니다. 사이판에서 의사와 결혼하겠다고 발표해서 신사장님과의 스캔들은 조용해졌지만 실은 그것도 아닌 거 같아서.
승혜 : 결혼....안하나보죠?
기자 : 사긴가 보네 그 여우가.... (아차 싶고)
승혜 : (보면)
기자 : 기자 밥 먹은지 꽤 됐는데 제가 아직도 이 모양이네요. 우리 기자들 사이엔 이미 다 퍼진 얘기니까 그냥 하죠 뭐.
그게 사기였드라구요.
승혜 : .....
기자 : 사이판에서 백수나 다름 없던 사기꾼한테 걸려서 결혼 발표까지 하고, 기자들 입 막으려고 꽤나 애를 쓰던데
그게 막는다고 되겠어요.
승혜 : .....
김비서 : (승혜의 표정을 살피는)
승혜 : .....
S#48. 씬. 승혜의 사무실 건물 앞 주차장.(낮)
이기자, 차에 올라타는. 운전석에 앉은 기자2.
기자2 : 지금 뭐 나올 것도 없는데 뭐하러 선배는?
이기자 : 미끼 하나 던졌으니까 지켜보자구.
기자2 : 미끼요?
이기자 : 정승혜가 무슨 마음으로 연예 사업에 뛰어들었는지 미끼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면 알테니까.
S#49. 씬. 병원 복도.(낮)
호태, 핸드폰 들고 걸어오는. 수정 지나가면서.
수정 : 핸드폰?
호태 : 네, 네. 조금 밖에 안쓰거든요. (급하게 걸어가면서) 뭔데요?
대통E : 동생은 진짜 나하고 만난 거 행운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호태 : 헛소리 하려고 전화 했어요?
S#50. 씬. 병실.(낮)
두리, 누워있는. 호태 그 옆에.
호태 : 아저씨 금방 갔다 올거거든.
두리 : 네.
호태 : 아저씨 전화 번호 알지?
두리 : 네.
호태 : (마음이 놓이지 않고) 엄마, 오라고 할까?
두리 : 엄마, 하루 종일 근무하는 회사잖아요?
호태 : 그렇긴 한데....
두리 : 혼자 있을 수 있어요.
호태 : .....(안심이 안되는)
S#51. 씬. 방송국 내 로비.(낮)
대통, 방문객에게 잘난 척 하면서.
대통 : 신분증 안가져오셨으면 출입증 못드리거든요. 아니, 대한민국에 사시면서 왜 신분증도 안가지고 다니실까나.
호태, 뛰어오는.
대통 : (반색하며) 동생?
S#52. 씬. 방송국 일각.(낮)
대통, 호태 서있는.
대통 : 진짜 동생은 운이 트인 거야. 하필이며 어제 청소하는 아줌마 하나가 미끄러져서 다리에 금이 갔지 뭐야. 내가 누구야?
기회는 찬스다가 인생의 모토인 사람이잖아. 그래서 우리 형님까지 동원해서 용역 회사 높은 양반한테 사바사바
하지 않았겠어. 그 아줌마도 여기 일 그만 두기는 싫고, 한 달 정도만 일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고.
호태 : 그러니까 내가 된 거예요?
대통 : 내가 누구야.
양복 입은 남자 걸어오는.
대통 : (구십도로 인사하고, 얼른 호태 고개 꺾어 인사하게 만들고) 청소 전반에 걸친 업무를 담당하고 계신 분이셔.
남자 : 청소 일 해본 적 있어요?
호태 : 네? 그럼요.
대통 :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사이판에서 큰 청소 회사를 운영하던 친구라고.
남자 : 그런 사람이 왜?
대통 : 사람이 살다보면 좋은 날도 있고, 흐린 날도 있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운수가 불길하다보니 작은 사기 사건에 연루되서 지금은 칩거 중인데....
남자 : 지금부터 일 할 수 있어요?
S#53. 씬. 남자 화장실.(낮)
호태, 청소복 차림으로 소변기 열심히 닦고 있는.
호태 : 야, 한국 생활이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그러다 시계 보고)
S#54. 씬. 동주의 집 거실.(낮)
김씨, 남자, 채소며, 박스며 집안으로 나르고 있는.
차연 : (현관 앞에 서서 멍하니 보고 있는)
할머니, 휠체어에 앉아 졸고 있는.
할머니 : (흥얼거리는 느낌으로) 오징어 있어요.
차연 : 벌써 김장해야 되요?
김씨 : 워낙 큰 사모님 입이 까다로우셔서 김치를 가지각색으로 담아놔야 하거든요.
차연 : (박스 보며) 이건?
김씨 : 이건 게구. 참 큰 사모님은 간장 게장을 꼭 드시거든요. 이건 매실인데, 매실 장아찌 담는 거구.
차연 : 무슨 잔칫날 같네요.
김씨 : 한 달에 서너번은 이런 걸요 뭐.
차연 : 아니, 식구도 몇 안되는데....
할머니 : (눈 뜨고) 그게 다 뭐야?
김씨 : 네, 할머니, 오늘이 김치 담는 날이거든요.
할머니 : 또 또 돈이 숨을 못쉬지. 이 놈의 집구석은 다 먹어서 없앨거야.
S#55. 씬. 거실
차연, 김씨 앞치마 두르고, 머리수건 쓰고. 배추, 파, 무 다듬고 있는.
할머니 : 하여간 있는 집에서 데려온 것들은 티를 못내서 안달이나지.
김씨 : 그래도 지금은 약관 걸요. 큰사모님 친정댁에선 매일이 잔칫날이었는걸요.
차연 : 이 정도면 홈쇼핑에 납품 해도 되겠어요.
김씨 : 아이고, 작은 사모님은 말씀도 어찌나 재미나게 하시는지.
할머니 : 니네 둘이 정분 났냐?
김씨 : 네?
차연 : 우리 할머니 유머 감각이세요.
울리는 핸드폰.
S#56. 씬. 식당.(낮)
차연, 핸드폰 들고 들어오는.
차연 : (밖에 들릴까봐 작은 소리로) 왜?
호태E : 바쁘냐?
차연 : 놀리면서 돈 주겠냐?
S#57. 씬. 방송국 복도.(낮)
호태, 쓰레기통 비우면서.
호태 : (핸드폰) 그렇지?
전화기 속에서 들리는.
김씨E : 작은 사모님, 큰 사모님 전화 하셨는데....
차연E : 뭐 중요한 일이야?
호태 : 아, 아냐. 바쁜데 일 봐라.
S#58. 씬. 거실.(낮)
차연 : (전화 받는) 네, 네, 어머님. 아, 네. 간장은 너무 짜지 않게요. 백김치요? 그건 어떻게 담는지 모르는데....
(수화기 좀 떼어내며) 네, 네, 제가 어떻게든 만들어볼게요. 어머님은 바깥일도 바쁘신데 뭐하러 일일이..... 끊으셨네.
할머니 : 그건 지 할말만 하고 전화 툭툭 끊는 못된 버릇 있어.
차연 : 백김치는 어떻게 담는다냐....
김씨 : 저기....
차연 : (보면)
김씨 : 제가 좀 알긴 하는데.....
S#59. 씬. 병원 스테이선.(낮)
수간호사 전화중.
수간호사 : 알겠다구요. 알았다니까요. 오실 때까지 자주 자주 체크 할테니까 염려하지 마세요. 그럼, 끊습니다. (수화기 내려놓고)
수정 : 무슨 전환데요?
수간호사 : 208호 진두리 아빠. 일이 있어서 병원에 돌아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 같다구 애 좀 잘 봐달라구.
전화 받은 김에 고선생이 한번 가서 봐.
S#60. 씬. 병실.(낮)
수정, 들어오는데 두리 침상 비어 있고.
수정 : 여기 꼬마 어디 갔어요?
옆침대 남자 환자 만화책 보면서.
남자 : 화장실 갔나....
S#61. 씬. 스테이션.(낮)
수정, 걸어오는.
수정 : 이상하네.
수간호사 : 왜?
수정 : 그 꼬마요, 병실에도 없고, 화장실에도 없어요.
수간호사 : 아니, 애가 어딜 가?
S#62. 씬. 병원 외부.(낮)
은우, 두리(휠체어에 앉아있는) 묵찌빠 하고 있는.
은우 : 너 정말 잘 한다.
두리 : 제가요. 아파서 밖에 잘 못나가거든요. 그래서 혼자 연습 많이 했거든요.
은우 : 그랬구나. 어디 많이 아프니?
두리 : 네.
은우 : 안아파 보이는데?
두리 : 근데 많이 아픈 거래요. 아주 비싼 약 먹는 병이예요.
은우 : 그렇구나. 비싼 약 먹으면 났는데?
두리 : 그냥 그렇죠 뭐. 누나는요? 어디가 아파요? 누나도 비싼 약 먹는 병이예요?
은우 : 난 비싼 약 먹어도 안낫는 병이야.
두리 : 누나가 나보다 더 불쌍하다.
은우 : (웃으며) 그렇지?
두리 : 아니다, 우리 엄마가 누나보다 더 불쌍하다.
은우 : 느네 엄마? 느네 엄마가 왜?
두리 : 우리 엄만 내 약이 비싸서요, 돈 벌러 24시간 근무 체제 회사에 다니거든요.
은우 : 24시간 근무 체제? 그렇게 안쉬고 일 시키면 불법 아닌가?
두리 : 불? 뭐요?
은우 : 그렇게 하면 나라에서 잡아가는 거라구.
두리 : 그런 거예요?
S#63. 씬. 정민의 진료실.(낮)
정민, 여자 꼬마와 엄마 진료하고 있는.
엄마 : 속상해 죽겠어요, 선생님. 어린게 당뇨라는 게....
정민 : 속은 상하겠지만 조절만 잘 하면 생활 하는데 문제 없으니 다행이잖아요. 우리 보배 음식 조절 잘 할 수 있지?
꼬마 : 그럼 안죽어요?
정민 : 죽긴 왜 죽어.
엄마 : 눈치는 있어가지고 겁을 자꾸 먹어요.
정민 : 그러니까 가족들이 신경을 써주세요. 보배야?
꼬마 : 네.
정민 : 이 병은 하나님이 우리 보배를 너무 많이 사랑하셔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
꼬마 : 에이 그런 선물이 어디 있어요?
정민 : 보배가 진짜 강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셔서 하나님이 선물을 주신거야.
이 병을 잘 조절하면 보배는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되는 거거든.
꼬마 : (엄마 보면)
엄마 : 선생님 말씀 잘 들었지?
꼬마 : (끄덕이는)
정민 : 우리 보배 2주일 후에 보자.
꼬마, 엄마 인사하고 나가는.
간호사 : (들어오며) 오늘 진료 끝나셨는데요.
정민 : 네.
동현 들어오는. 간호사 나가고.
정민 : (시계 보면서) 회진 시간 아니잖아?
동현 : .....
정민 : 나한테 할 말 있니?
동현 : .....
정민 : 브리핑에서 빼달라구?
동현 : 어제 밤에....
정민 : 어젯밤?
동현 : 은우씨가....병원 옥상에서....
정민 : (굳어지고)
동현 : 아무래도 자살을 시도했던 거 같습니다.
정민 : 신선생이.....말렸어?
동현 : (많이 놀라지 않는게 이상하고)
정민 : 고맙다.
동현 : 선생님이 아셔야 하실 거 같아서.... 은우씨 ....어디가 많이 안좋은가요?
정민 : 나가봐.
동현 : (인사하고 나가는)
S#64. 씬. 스테이션.(낮)
동현, 걸어오면.
수간호사 : (수정에게) 병원 내에 있겠지. 더 찾아봐.
수정 : 아빠한테 연락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수간호사 : 놀래킬 거 없어.
동현 : 누가 없어졌어요?
수정 : 208호 진두리라는 꼬마요. 보호자가 자리 비운 사이에 없어져서요.
인서, 갸웃거리며 걸어오는.
인서 : 치즈 케잌 사왔는데 어딜 간거야?
수정 : 왜요? 누가 또 없어요?
인서 : 아니요. 최은우씨가 안보여서요.
S#65. 씬. 병원 로비.(낮)
수정, 동현, 인서 걸어오는.
수정 : 타이로 신혈증이라고 희귀한 병을 앓는 꼬만데. 워낙 병이 병이다 보니 보호자도 없는 사이에 애가 안보이니까
신경이 좀 쓰이네요. 갑자기 쇼크에 빠질 수도 있는 애거든요.
인서 : 난 저쪽 매점으로 가볼게.
수정 : 전 반대쪽을 돌게요.
동현 : 전 밖을 찾아보죠.
S#66. 씬. 병원 외부.(낮)
은우, 두리 마주 앉아있는.
은우 : 좋겠다, 두리 넌.
두리 : 누난 엄마 없어요?
은우 : 있어.
두리 : 그럼 누나 엄마도 누나 사랑할 거잖아요? 아픈 애들은요, 엄마들이 더 사랑하고 그러는 거 같아요.
은우 : (쓰게 미소 지으며) 우리 엄마는 안그래.
동현 : 진두리?
두리 : (보면)
동현 : 은우씨도 같이 있었네요. 임마. 병실에서 나올 거면 간호사 선생님한테 어디 간다고 얘길 해야 할 거 아니야?
두리 : 잘못 했어요.
동현 : 자식. 반성도 무지하게 빠르네.
은우 : 내가 나오자고 했는데.
동현 : 둘이 어느새 친해졌어요? 병실도 다르면서?
두리 : 누나가 휠체어 밀어줬어요.
인서 뛰어오는.
인서 : 은우씨?
은우 : (인서 보고 미소 짓는)
인서 : 얘 혹시 진두리라는 애 아니냐?
동현 : 왜 아니겠냐? 두 분이 데이트 중이셨단다.
은우 : (화들짝) 아니예요. 나 데이트 같은 거 안해요. 인서씨 믿어줘요. 저 정말 데이트 같은 거 안해요.
인서 : (어색하게 웃으며 동현에게) 새로 나온 유머 시리즌가보다.
가요, 은우씨. 제가요. 우리 은우씨 좋아하는 치즈 케잌 사다놨지요.
은우 : 정말요? (인서를 바라보며 걸어가는)
인서 : (동현 돌아보며 으쓱하는 표정으로 은우와 걸어가고)
동현 : (두리 휠체어 밀어주며) 임마, 여자들은 저렇게 무서운 거야. 그러니까 함부로 마음 주지 마라.
두리 : 불쌍한 누나예요.
동현 : 뭐?
두리 : 엄마가 사랑하지 않는대요. 저 누나, 엄마가 저 누나 죽었으면 한대요.
동현 : .....(인서를 바라보며 걸어가는 은우를 보는)
S#67. 씬. 방송국 복도.(낮)
호태, 무릎 꺾고 앉아서 쓰레기통 비우고, 쓰레기통 걸레로 닦고 있는데.
호태 : (앞씬에서 대통이 소개 했던 관리자 지나가자 호호 입김까지 불어가며 쓰레기통 닦고 있는데)
유경, 코디 걸어오는.
코디 : 언니 오늘 무대 반응 캡이었죠? 제가요, 어젯밤에 팬클럽 동원령을 내려놨었거든요. 핑크색 풍선도 너무 죽였죠?
유경 : (쓰레기통 닦고 있는 호태를 보는)
코디 : (유경의 눈길을 쫓아 호태를 발견하고) 세상에나....세상에나....너무나 궁상스럽다.
호태 : (고개 돌리다 유경을 보고)
유경 : (다가오는)
호태 : (난감하고)
유경 : 이제 본색을 드러내시는군.
호태 : .....
유경 : 걸레가 너무나 잘 어울려요. (걸어가는)
코디 : (유경 쫓아가며) 그래도 양복 입었을 땐 멀쩡해보이더니. 어떻게 저렇게 궁기가 좍 좍 흐를 수가 있대요.
호태 : (눈을 감으면서 참는) 사람 좋은 내가 참는다. (입술 깨물며) 안참으면 어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