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올레 길을 걸었다.
아내가 무릎관절이 좋지 않아 가파른 등산을 힘들어 하기에 비교적 오름이 크지 않고 거리가 멀지 않은 11코스를 걷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언제나 그렇지만 서두른다고 했으나 오늘도 출발이 좀 늦었다. 서귀포에서 10시 25분 버스를 타고 모슬포에 다다르니 벌써 11시10분이 다되었다.
모슬포 5일장 터를 거쳐 하모리 해안을 지나 모슬봉을 오르는데 아내의 걸음걸이가 무척 더딘 것을 보니 많이 힘들은 것 같다. 잠시 쉬어 집에서 끓여 온 더운 물과 간식을 곁들인 뒤 다시 걷기 시작하여 모슬봉을 오른 뒤 다시 대정읍 보성리 농로를 지나자니 뒤늦은 무 수확을 하느라 아낙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듣자 하니 이곳에서 거두어 들인 무는 세척과정을 거친 뒤 미국으로 수출된다고 한다. 하늘 길과 배 길이 뚫리면서 제주도에서 수확되는 질 좋은 채소와 과일 들의 판로가 활짝 열리면서 제주의 살림살이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올레 길 중간을 좀 지나 정난주마리아의 묘가 있는 성지에 들러 잠시 머리 숙여 기도를 드린 뒤 나머지 길을 서둘러 걸었다. 겨울이라 해가 짧아 어둡기 전에 곧자왈을 지나야 하겠기에 마음이 바빴다. 신평리와 무릉리 사이에 펼쳐진 곧자왈은 2008년 문화공보부가 시행한 전국 아름다운 숲길 콘테스트에서 우수상을 받은 곳으로 제주 자연 생태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비가오면 물을 끌어 들여 저장해 두었다가 건조할 때 바위틈을 통해 습기를 뿜어 내기에 열대림과 한대림이 뒤엉키어 온갖 초목들로 왕성한 숲을 이룬 곳이다.
종착지인 무릉리 생태학교에 도착하니 얼추 석양이 깃들여가는 오후 다섯 시가 조금 지났다. 18Km의 길을 걷는데 거의 다섯 시간 40분이 걸렸으니 집사람의 발길이 몹시 힘든 하루 였다.
하모리 해변 공원초입의 장승 들, 어딜가나 볼수있는 정겨운 모습
모슬봉 숲속에서 내려다 본 형제섬
손끝에 잡힐 듯한 우리나라 최남단 섬 가파도와 마라도
구름 덮인 한라산 정상
길녘에 펼쳐진 무 밭과 마늘 밭
힘들게 5시간 40분을 걸은 뒤 만족한 웃음을 활짝 웃는 아내의 모습
첫댓글 제주 올레길이 23코스 까지 뚫렸다고 하던데 JP님은 완주하셨나요?
18km를 5시간 40분에 걸었다면 정상입니다.
JP님이 보통사람보다 뛰어난 건각임을 아세요.
모쪼록 중년여성임을 배려해야지요.
모니터에 가득찬 풍경 참 아름답습니다.
저도 한번 가 봐야겠다는 충동이 일어나는군요.
시성님 감사합니다. 저도 집사람과 함께 걸을땐 그쪽페이스에 맞출수밖에 없지요.
제주 올레는 현재 정규코스 19개와 곁가지 5개 도합 24개 코스가 있지요.
저는 일단 완주를 한 다음 집사람과 다시 걷고있는데 새로 옛 코스를 많이 조정하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