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계약의 가장 큰 허점은 ‘만약’이라는 단서가 따른다는 점이다.그것도 선수에게 유리한 게 아니고 구단이 결정할 수 있는 항목이 삽입돼 있다.
장기계약의 요체는 선수가 계약기간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거액을 보장받는다는 것이다.게다가 대부분의 슈퍼스타는 전적으로 선수들에게 유리하게계약한다.그러나 기사 내용대로라면 거꾸로 구단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셈이다.
최근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의 보도는 박찬호의 계약이 5년간 보장되는 게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계약 당시에도 현지의 일부 언론이 이런 내용을 보도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게다가 한 신문에서 같은기사를 두 번이나 언급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자신감도 엿보인다.올 연봉이 500만달러이고,1년 옵션계약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23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박찬호는 5년간 6500만달러에계약했고 1년 후 FA 자격을 또 얻는다.FA를 선언하면 구단은 600만달러를 주고 이를 사 총액이 7100만달러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민완 에이전트다운계약내용이었다.
기자들이 “만약 박찬호가 FA를 선언했는데 구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어떻게 하느냐”고 질문하자 보라스는 “그럴 일은 없다”며 7100만달러는무조건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과연 그럴까.
당시에는 FA가 되면 무조건 돈방석에 앉는 줄 알았다.그러나 FA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현 상황에서 박찬호가 다시 FA가 된다고 가정해보자.몸값이 폭등하는 게 아니라 폭락할 처지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구단이 박찬호를 포기한다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올 연봉은 500만달러로 끝나게 될까.박찬호의 측근인 모 인사는 “박찬호의 계약은 1년 옵션계약일 가능성이 있다.올 연봉은 500만달러이며 구단이 옵션을 포기했을 때일종의 바이아웃으로 600만달러를 받는 조건이다.구단이 순순히 옵션을 받아들였을 때는 5년간 6500만달러가 보장되는 계약조건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보라스는 지난해 “올해 무조건 1100만달러가 박찬호에게 입금된다”고 밝힌 바 있다.그렇다면 왜 1년 옵션계약이라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가정이 나올까.
박찬호는 지난해 12월 7일 고심 끝에 다저스의 연봉조정중재를 거절해 다저스와의 관계를 청산했다.박찬호가 연봉조정중재를 받아들였으면 다저스와 최소 1년 혹은 2년은 계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박찬호는 갈 곳이 없었다.텍사스가 먼저 박찬호에게 손짓했다는 정황도 없다.그렇다면 보라스가 이런 계약조건을 들고 텍사스 구단을 설득했을 가능성을 상정할 수 있다.서로 부담 없는 ‘1년 옵션계약’을 ‘5년간7100만달러’로 그럴 듯하게 포장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