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지긋지긋하던 잔소리가 툭,
갑자기 너무 조용해져 버린 날
이래라저래라 들려오던 소리가
메아리도 없이 적막해져 버린 날
귀찮기만 하던 전화벨도 끊기고
세상이 너무 고요해져 버린 날
아 우리가 이 지상을 동행했구나
이렇게 영영 떠나가 버렸구나
이 생에 몇 번쯤은 오롯이 마주 보며
당신의 숨은 아름다움과 노고와
귀하고 빛나는 구석을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서럽고 애닯고 그리워서
갚을 길 없는 부채감만 안겨 놓고
당신께서 영영 떠나가 버렸구나
갈수록 기억의 윤곽은 안개 같지만
한 번만 더 나를 안아주고 갔으면
불현듯 울음이 북받치는 사람
그게 엄마야 그게 아빠야
가난하고 모자라고 잘해주지 못했다 해도
나의 날개가 돋아나 혼자 하늘을 날 때까지
먹여주고 재워주고 품어준 것만으로 충분한,
한 인간에게 그토록 위대하고 절대적인 존재
그게 아빠와 엄마라는 이름의 존재야
당신은 내게 그런 하늘 같은 존재야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세상이 조용해져 버린 날’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수록 詩 76p
카페 게시글
청년부
세상이 조용해져 버린 날/박노해
김수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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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2
24.05.10 07:0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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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조금 덜 미안하고 덜 서러울 수 있도록 오롯이 마주보는 시간을 자주 갖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그게 엄마야 그게 아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