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드디어 제가 하는 양반농사에서 가장 큰 숙제를 끝냈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들깨를 털었습니다. 사실 금요일 오후에도 어느 정도 미리 해놨기에 끝낼 수 있었습니다. 올해 그동안 농사를 짓지 않고 놔두었던 밭에도 깨를 심어서 추수가 상당히 많을 줄 알았는데 기대보다는 덜하지 싶습니다. 그래도 들깨 한 묶음을 바닥에 놓고 두들길 때 후드득 떨어지는 소리가 참 좋습니다. 떨어지는 소리도 그렇고 바닥에 누운 깨들을 봐도 많은 것 같은데 모아보면 별거 아닙니다. 잎새기 버리고, 빈 깨 송이 제거하고, 쭉쟁이 빼면 조금은 허무합니다. 그리고 아직 다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탑새기까지 날려버리면 더 줄어들지 싶습니다. 하지만 간혹 옹골차게 영근 들깨를 보며 힘을 내서 마지막까지 털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마지막 한 단은 늘 안도와 아쉬움이 교차합니다. 기름은 농부의 땀이지 싶습니다. 놀아도 아프고 일해도 아프다며 옆에서 도와주신 어머니의 손도 큰 힘이 됐습니다. 이제 나머지 숙제는 콩인데 역시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추수할 때를 기다릴 뿐입니다. 가을은 역시 추수의 계절입니다.
2.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책들입니다.
오래 전에 유명한 시인이 노벨 문학상 선정시기가 되면 언론에 기사화되고 그 시인의 집에 기자들이 몰려갔던 때가 있었습니다. 여러 번 허탕을 치다가 시인의 불미스러운 일로 포기하고 있었기에 더 새롭지 싶습니다. 예전에 다른 나라의 수상자가 발표되면 한두 번 수상자의 책을 사서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힘든가보다 하고 오랜 동안 사지도 않고 있다가 소식을 듣고 정말 반가운 마음에 샀습니다. 게다가 요즘 사회분위기가 제주 4.3이나 광주 5.18을 폄훼하는 듯했는데 그 아픔을 소재로 한 소설이 상을 받게 돼서 기쁨이 배가 됐습니다. 그런 상황에서의 수상 소식이어서 저두 너무 놀라면서도 논리적 비약이라는 비판을 받겠지만 하늘의 엄중한 심판이 아닐까 하는 망상을 해봅니다.
시집부터 읽는데 다른 책도 읽는 것이 있어서 틈틈이 읽어가고 있습니다. 잠깐 앉아 있을 때 시 한편 읽는 식입니다. 시도 근 20년 만이고, 워낙 어려워서 힘들지만 그래도 한 단어라도 제 마음에 들어오길 기대하며 읽고 있습니다. 가을은 역시 독서의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