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엔 북한대표부 측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주장을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한 가운데 연해주 러시아군 부대에 머물고 있는 북한군 추정 병사들의 영상이 또 공개됐다.
연해주 러시아군 부대에 머무르고 있는 북한군 추정 병사들/사진출처:텔레그램 영상 캡처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관계자는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제1 위원회(군축·국제안보 담당) 회의에서 답변권을 얻어 "러시아와의 이른바 군사 협력에 대해 우리 대표부는 주권 국가 간의 합법적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훼손하고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하고 있으며 조만간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의 발언에 대한 답변(반박)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북한군의 파병과 관련한 북한 당국의 첫 반응이다.
하지만,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관한 영상은 22일 또 인터넷(텔레그램)에 올라왔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이날 "러시아에 도착한 북한군을 보여주는 새로운 영상이 등장했다"며 "이 영상은 극동 연해주 세르게예프카 마을에 주둔하고 있는 제127 기계화소총사단 44980부대에서 촬영됐다"고 전했다. 촬영자는 "북한에서 멋진 동맹군이 도착했다. 여기서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한군 추정 영상을 올린 텔레그램 채널 아스트라/캡처
이 영상은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 개시 직후에 개설된 텔레그램 계정 ASTRA(구독자 25만여명)에 게재된 것이다. 아스트라는 23초와 16초짜리 영상 2개를 올렸는데, 하나는 부대 막사로 추정되는 건물이고, 또 하나는 그 건물 입구 쪽에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여러 명 서 있거나 출입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영상속 부대 막사는 연해주에서 가장 최근에 지은 것으로, 2022년 6월 문을 열었다고 했다.
아스트라는 또 우크라이나의 텔레그램 채널 사이버보로쉬노(КиберБорошно, 구독자 3만명)가 이 곳에서 북한군 훈련 영상을 찍었다고 밝혔다. 사이버보로쉬노 영상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떼지어 부대 안으로 들어가는(혹은 훈련하는) 모습을 부대 바깥쪽에서 찍은 것이다.
부대안으로 들어가는 북한군 추정 병사들/영상 캡처
북한군 추정 병사들이 러시아군으로부터 보급품을 배급받는 장면/영상 캡처
우크라이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는 지난 18일 북한군이 러시아 장비를 보급받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센터는 영상이 연해주 (세르게예프카 마을의) 세르게예프스키 훈련장에서 촬영된 지 48시간도 안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트라나에 따르면 뉴스위크(Newsweek)는 한국 관리들을 인용, 북한의 조종사들이 지상군보다 먼저 지난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조종사들이 그 곳에서 북한에 제공되는 러시아 전투기 훈련을 받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러시아도 전투기 조종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전쟁 투입을 위해 훈련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이 잡지는 또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인력을 파견해 우크라이나군에게 포로로 잡힌 북한인을 심문할 때, 참여하거나 통역을 도울 수도 있다고 썼다.
스트라나.ua는 주유엔 북한대표부 외교관의 발언을 인용하며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은 북한군의 전쟁 참전 소식에 대해 어처구니없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나아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스캔들이 계속 진전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에게 필요한 무기를 제대로 공급할 수 없는 서방 측을 대신해 한국이 무기 공급을 대폭 늘리도록 설득하기 위해 이(파병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