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여행을 수채하다
저-조명래
출-그루
독정-2022년 11월 3.4일
여행 에세이만도 좋은데
여행지에서 감명깊게 본 장면을 수채화로 그려내어 감동적인 책이었다. 작가이면서 화가라서 가능한 시도에 감탄한다.
페루 수도 리마에서 면도날도 들어가지 않을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진 코리칸차 석벽-석벽 중간쯤에 12면을 짜맞춰 붙인 이 석벽은 몇 번의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아 잉카인들의 돌 다루는 솜씨에 감탄
맞추픽추 풍경은 ‘안데스의 고봉들이 펼치는 환상적 세계에 보석처럼 꼭 끼워진 잉카인들의 가장 위대한 유물이다’ 모 건축가의 말.
지금도 페루 어딘가에는 황금 도시를 찾는 탐험가들의 발길이 계속되고 라마가 맞추픽추 언덕 위에서 선한 눈동자를 끔벅이며 무심한 눈길을 주고 있다.
샌드보드에 내려 보드 하나씩 배정받았다. 현지인이 바닥에 양초 칠을 한 보드를 내려놓고 “배를 깔고 엎드려서 두 팔을 가슴에 가지런히 모으고 손으로 끈을 꽉 잡고 다리는 자연스럽게 뻗은 채 힘을 빼면 된다”는 설명대로 보드에 몸을 맡기니 자연스럽게 바닥까지 미끄러져 긴장할 틈도 없이 바닥에 닿았다. 눈을 뜨니 사방이 고운 모래다. 꿈결처럼 깔깔 웃음소리가 들려 세상 밖으로 순간 이동을 했다가 돌아온 것 같다. 눈앞의 모래언덕이 눈에 들어오고 입 안에는 모래가 씹힌다. 이것이 버기투어의 종착점이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 또한 바람 불면 흩어지는 모래 능선으로 갈려 있는 명암이겠지. 그곳 맛이 있다면 입 안에서 씹히던 모래의 멋과 맛과 같을 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국경의 이과수 폭포- 모퉁이를 돌아가니 바로 절벽 아래 거대한 계곡이 펼쳐진다. 맞은편에서 크고 작은 굵고 가는 물줄기가가 숲에서 나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폭포, 미국과 캐나다 국경의 나이아가라 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악마의 목구멍’ 브라질에서는 폭포 전경을 볼 수 있다. 바위섬들로 높이 60m가 넘는 폭포 275개로 형성되어 있다.
● 축구공을 가지고 해변에서 뛰어 노는 소년들의 표정으로도 브라질을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브라질 삼바 춤-떠나온 고향 아프리카를 그리는 마음과 노동의 코통을 잊기 위해 온몸흐로 표현했던 원시음악이 브라질식 탱고가 되었다. 앞뒤로 걷는 단순한 스텝. 상하, 전후, 좌우로 흔드는 몸동작이 특징이며 각 쌍이 서로 껴안고 제자리에서, 또는 바닥을 돌면서 추는 것이 기본이다. 실수로 스텝이 꼬이면 그게 바로 탱고라오. 실수로 넘어지면 게 바로 삶이라오.-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눈먼 퇴역장교 알 파차노가 실수를 두려워하는 절믄 여성과 탱고를 추면서 하는 대사. ‘탱고는 육체로 쓰는 가장 아름다운 시’
●내가 느끼는 죽음은 마른 대지를 적시는 소낙비나 조용히 떨어지는 단풍잎이다. 때가 되었구나. 겨울이 오고 있구나 죽음의 계절처럼 오고 있구나-이어령
● 터키 여행의 시작과 끝은 이스탄불이다. 왼쪽은 유럽, 오른쪽은 아시아라서 동서양이 만나는 지점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 기독교와 이슬람교 각축장이던 곳이다.
●트로이-트로이 원정 연합군이 결성되자 트로이의 성문은 함락되지 않았다 연합군은 오디세우스가 고안한 목마를 남겨두고 떠났고 승리에 도취된 트로이군은 목마를 성안에 끌더들였으며 목마 속에 숨었던 그리스군들은 성을 함락싴티고 전쟁은 역전되었다. 무너진 성터에 널브러져 있는 숱한 삶의 흔적들이 더러는 아픔이리라.
● 사이판의 진홍 불꽃- 해발 249m의 마피산 정상 바위에서 수백 명이 일본군 병사와 민간인들이 항복을 거부하여 뛰어내린 자살절벽이 있다. 무서워 주저하는 자들은 손발을 묶어 뒤에서 떠밀었다. 그중 징병으로, 정신대로 끌려온 수많은 한국인 젊은 남녀. 이 기막힌 풍경에 세월을 지켜 온 불꽃나무에 진홍빛ㅌ 꽃이 피어 타오르고 있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풍경의 연속이다. 삼나무 숲이 어어지는가 했더니 자작나무가 빼곡하다. 온 세상이 자작나무 노란 순수로 채워져 노란 물결이 일렁이며 따라온다.
●수확을 마친 피스타치오 나무가 쓸쓸하게 빈 밭을 지킨다. 가슴에 품었던 첫사랑 소녀가 늙은 할머니 모습으로 맞아 주는 것 같다.
●데스 벨리-차창에 모래알이 부딪치는 소리가 소나기처럼 요란하다. 뜨거운 모래바람이 눈앞를 가린다. 피할 생각이 없는 코요테 가족의 멍한 눈빛을 뒤로학 힘차게 가속페닭을 밟았다.
●세계 3대 천문대 중 하나인 마우나케아- 해발 2804m에 도착하니 산소가 부족하여 숨이 찼다. 자욱한 안개 속에 이파리 하나 없는 나무들이 희미하게 서 있다. 달 표면이 연상된다.
●코나는 에티오피아, 콜롬비아와 함께 세계 3대 커피 산지다. 커피 농장 입간판 앞에서 농장 주인처럼 서서 사진을 찍었다. “오래 전 사두었던 하와이 코나의 커피 농장에 올해도 풍년이 들었다.‘며 허풍을 떨었다.
● <하루 속 사계-가 있는 나라>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며 산 아래로 봄 풍경이 전개된다. 자작나무 가지에 연두색 이파리들이 파릇파릇 돋아난다. 진눈개비가 오는 길옆에 버스가 멈췄다. 머리 위로는 설산이 하늘을 가린 겨울인데 바로 옆에는 연둣빛 이파리가 피어나는 봄이다. 저 아랫마을에는 여름이 한창이다. 푸른 산자락 끝이 큰 호수에 잠겨 있다.
●이집트- 피라미드를 지키는 수호신인 스핑크스를 만들었다. 스핑크스의 몸은 힘을 상징하는 사자이고, 머리는 사람의 모습으로 인간의 지혜를 상징한다. 측량기도 없고 께산기도 없는 4000여년 전에 지어졌다. 이집트 사람들의 기술이 놀랍다.
● <신기루>
사막을 탐험하거나 바다에서 길 잃은 사람들에게 신기루는 그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나폴레옹군이 이집트 사막에서 물이 가득한 오아시스를 본 것과 같다. 신기루가 가진 신비한 이끌림이다.
●가을이 문밖까지 따라와 곱게 물들었다. 실내는 따스해 행복하다.
●러시아 시인, 소설가 푸시킨은 자기 아내 나탈라를 사랑한 단테스와 결투로 38세애 사망. 아르바트 거리에 세워진 부부 동상은 푸시킨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서 1999년에 세워진 것이다.
●프랑스 로댕미술관에서 본 <칼레의 시민>은 영국과 프랑스가 116년 동안 싸웟던 전쟁이 배경이다. 영국의 점령으로 칼레 시민이 학살 위기에 놓이자 영국은 프랑스 도시를 대표하는 지도자 6명만 죽이고 나머지 시민들은 살려 주겠다고 한다. 그러자 프랑스는 스스로 뽑은 6명이 자신의 목을 매달 밧줄을 목에 걸고 성문 열쇠를 들고 나온다. 상위 부유층 피에르가 맨 먼저 나섰고, 고위 관료와 상류층 시민 5명이 뒤따라 자청하여 자루 옷을 입고 성문을 나왔다. 영국 에드워드 3세는 왕비가 임신한 태아에게 해가 될 것을 우려하며 간청하자 그들을 살려주었다. 500년이 흐른 후, 칼레시는 자신을 던지는데 주저하지 않았던 6명 지도자들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작품의 제작을 로댕에게 의뢰했다. 애국적 영웅의 늠름한 모습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거나 곧 닥칠 죽음에 침통해하는 모습으로 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