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 칼럼> 국제공인예방접종증명서
요즘 해외여행을 갈 때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陰性)인 것을 증명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여권과 함께 코로나(COVID-19) 예방접종증명서를 지참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지난 2월 26일부터 시작되어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게 증명서를 발급한다고 한다.
필자는 지난 1970-80년대 해외여행을 할 때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하는 국제공인예방접종증명서(International Certificates of Vaccination)를 발급받아 소지했다. 증명서에는 “세계보건기구에서 요구한 대로 확실한 OO접종을 마쳤음을 증명함.”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예방접종 대상 항목은 두창(smallpox), 황열병(yellow fever), 기타 예방접종(cholera) 등이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국내여행’의 반대말로 ‘해외여행’이 등록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정치적인 이유로 북한을 경유하는 육로(陸路) 여행이 불가능한 지리적 특성상 외국 여행은 항상 바다를 건너서 이동하여야 하므로 ‘海外旅行’은 한자(漢字)상으로도 어색하지 않은 표현이다. 우리나라는 88서울올림픽 바로 다음해인 1989년 1월 1일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되었다. 일본은 1964년에 해외여행이 자유화됐다.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에는 유학이나 취업, 국제회의 참석 등 특정한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해외여행이 가능했고, 여권도 목적지(destination)와 경유지(passing through)가 기재된 일회용 단수여권을 발급했다. 1981년 여권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복수여권 발급이 도입된 데 이어 1983년에는 처음으로 50세 이상 장ㆍ노년층을 대상으로 관광여권이 발급되었다.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 반공연맹에서 주관하는 반공(反共), 방첩(防諜)교육을 거쳐야만 했다.
필자의 첫 해외여행은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본부(뉴욕)의 지시로 인도네시아 Jakarta Office 파견근무를 위하여 1973년 1월 2일 서울 김포공항을 캐세이퍼시픽(Cathay Pacific)항공편으로 출발하였다. 당시 서울에서 인도네시아로 가는 직항편이 없어 홍콩에서 1박한 후 다음날 인도네시아 국적기(國籍機) 가루다(Garuda)항공편으로 자카르타에 도착하였다.
추운 겨울날 서울을 출발하였는데 자카르타는 열대지방 기온으로 매우 더웠다. 필자의 임무는 약 2개월 동안 UNICEF 사무소에서 행정관 겸 재무관(Administrative and Finance Officer)으로 근무하면서 면접을 통해 행정과 재무에 능통한 적임자를 선발하여 유니세프 대표에게 추천하는 것이었다. UNICEF Seoul Office(대표: Mr. Alan E. McBain, 영국인)는 직원이 7명에 불과했는데, Jakarta Office(대표: Mr. Martin B. Sandberg, 스웨덴인)에는 약 40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 체류하는 동안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리(Bali)섬을 2박3일(토요일 아침 자카르타에서 첫 비행기로 발리 덴파사르(Denpasar)공항으로, 그리고 월요일 첫 비행기로 자카르타(Jakarta)에 도착하여 출근) 동안 관광했다. 발리섬은 이슬람(Islam)화된 인도네시아에서 아직도 힌두(Hindu)문화의 전통을 남기고 있다. 파견근무를 마치고 귀국길에 태국 방콕(Bangkok) 소재 UNICEF 아시아지역사무처를 방문하였으며, 방콕 시내 관광도 했다. 이로서 필자의 약 2개월에 걸친 첫 해외여행을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당시 나이 33세였다.
필자는 UNICEF에 근무하면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 1974년 3월에 입학하여 보건영향학(Public Health Nutrition)을 전공하여 1976년 2월에 보건학석사(MPH)학위를 취득한 후 업무를 행정ㆍ재무관에서 기획관(Programme Officer)으로 승진하여 UNICEF 지원 보건사업과 영양사업을 담당했다. 그리고 1983년 2월에는 보건학박사(Dr.PH)학위를 취득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주최하는 보건관련 국제회의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주최하는 영양관련 국제회의에 자주 참석했다. UNESCO에서 영국 Oxford대학에서 주최한 영양교육(Nutrition Education) 국제학술대회에서 연구논문을 발표한 적도 있다.
필자는 대한민국 외무부장관이 발행한 여권과 UN 사무총장이 발급한 여권(United Nations Laissez-Passer)을 소지하고 있었다. 한국 여권은 출국과 입국 시에만 사용하고, 외국 공항에서는 UN외교관여권을 사용했다. 필자는 1965년 1월 UN공무원(official of the United Nations)으로 임용될 당시 성명을 <Michael Myungyun Park>으로 등록했기에 UN여권도 <Michael M. Park>으로 발급되었다.
<사진> 예방접종증명서와 여권
글/ 靑松 朴明潤 (서울대 保健學博士會 고문), Facebook, 1 March 2021.
첫댓글 옛일을 잘 정리하셨네요. 67년 첫출국때가 생각도 나고. 78년 단수여권으로 프랑스에 갔다가 이탈리아를 가려니까 다시 프랑스대사관에서 여권을 추가발급 받았던 어려운 시절이 기억납니다. 83년 복수여권이 발급되면서 처음으로 필립핀, 인도네시아. 홍콩 싱가폴을 다녀오며 그 편리함을 느꼈지요. 89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되었을때 가족과 함께 한진여행사를 따라 일본을 7박8일 투어한 기억도 새롭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