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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 章. 용재(鎔滓), 필요없는 사람들
( 一 )
칠은방도들의 장막을 뚫는 것은 누워서 떡 먹는 것보다 쉬웠
다. 문제는 지금부터...단비하는 굳게 닫힌 적성각(摘星閣)의
정문을 바라보며 가슴 깊숙이 숨을 들이켰다
만약 자신의 생각이 틀린다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자초하는
셈이었다.
뚜벅! 뚜벅...!
모든 힘이 발에 깃들인 듯 발걸음 소리가 묵직하게 이른 아침
을 일깨웠다.
탕! 탕! 탕...!
대문을 힘껏 두들겼지만 안에서는 아무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철저하게 안으로 움츠러든 청성파는 봉문(封門)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기척이 없으리란 것은 예상했던 일, 단지 누가 문밖에 와있다
는 사실만 알아주면 되었다.
휘익...!
단비하는 이 장에 이르는 담장을 훌쩍 뛰어올랐다.
적성각 안은 기분 나쁠 정도로 고요했다. 사람이 산다고는 도
저히 믿기 어려울 만치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도처에
서 흘러나오는 살기는 무단 침입을 불허했다.
휘이익...!
담장 결에 늘어진 감나무를 발판삼아 안뜰로 내려선 단비하는
지체없이 가람신법 중 가장 빠른 비(飛)를 펼치며 중지(重地)
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채 사 장을 벗어나기도 전에 소리없이
나타난 청성문도들에게 포위되었다.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라니...'
내친 김에 허리춤에서 미흔독을 꺼냄과 동시에 살포했다.
담장을넘기 전, 살포 요건을 면밀히 관찰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찰나의 순간을 아낄 수 있었으니까.
"이게 무슨짓...!"
"누구냐!"
각기 다른 음향이 들렸지만 하얀 가루에 휘말린 도인들은 맥없
이 쓰러졌다. 습기가 충만한 새벽이라는 점과 겨울이라는 계절
적 요인, 그리고 수도에 전념한 도인들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미흔독의 분량을 조절한 덕에 약효는 신속하게 나타났다.
이제는 독을 하독함에 있어 모든 기술이 능숙하게 숙달된 상태
였다. 단가의 비전독장(秘傳毒掌)이 자연에서 독을 추출하는
방법을 가르쳐 줬다면, 당문은 각 독성들의 특성을 알려 줬고,
무산파파는 하독 방법을 일깨워 주었다.
쉬익...!
단비하는 한 점 망설임도 없이 쓰러지는 도인들의 결을 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깨끗이 빨아 입은 무복이 걸레처럼 너덜거렸다.
곳곳에 혈흔(血痕)도 비쳤고, 특히 옆구리에서 흐르는 피의 양
은 무시할 성질이 아니었다.
'지독하군. 과연 청성이야.'
단비하는 흐르는 개울물에 목을 축였다. 피를 많이 흘려서인지
갈증이 심하게 찾아왔다.
이른 새벽에 적성각의 담장을 넘어 석순봉(石荀峰)까지 오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상청궁까지는 지나온 길의 두 배는 더
가야 하는데...반나절이면 오를 산을, 혈인이 되고서도 중턱을
채 오르지 못할 정도로 청성파의 저항은 극심했다. 칠은방도들
이 왜 시비만 걸고 본격적인 공격을 가하지 않는지 이해되었
다. 그들도 사실은 청성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청성은 종이 호랑이가 아냐.'
여섯 번에 걸친 접전으로 품에 지녔던 미혼독 사십 봉지를 모
두 써 버렸다. 이제 또다시 청성 도인들과 부딪친다면 살상독
을 쓸 수밖에 없었다.
또다시 밀려오는 갈증에 물을 먹으려고 고개를 숙이던 단비하
는 개울 건너에 각기 다른 병장기를 들고 나타나는 도인 일곱
명을 봤다.
청성파의 칠성진은 하독할 틈을주지 않을 정도로 빠르면서도
거셌다.
"삼절 진인을 만나러 왔소."
단비하는 청성의 실력을 어렴풋이나마 파악하자 더 이상의 싸
움은 의미없다 싶어 정중히 포권지례를 취하며 용건을 꺼냈다.
"흥! 삼절 진인께서 네 친구라도 된다더냐?"
"단비하가 찾아왔다고 전해 주시오."
"우선 무릎부터 꿇어."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것 같은데!"
"무엇이 어째? 청성이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곳
인 줄 알았느냐?"
청성 도인들은 단비하를 가운데 두고 빙 둘러 에워쌌다.
'공격은 건방(乾方)에서 시작되고 다음은 손방(巽方)과 곤방
(坤方)의 양수협공...'
칠성진을 형성한 도인들은 한결같이 공격 방법이 똑같았다. 하
지만 어디서 어떤 공격을 해올지 빤히 알면서도 피해 내지 못
했다. 초반에 미혼독을 살포하지 않았다면 상당히 어려웠을 게
다.
"다시 한 번 말하겠소. 삼절 진인에게 안내를 부탁하겠소. 만
약 공격을 가해 온다면 당신들을 죽일 수밖에 없소. 미혼독이
다 떨어져 살상독 밖에 남지 않았거든.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전적으로 당신들 잘못이오."
"건방진 놈!"
쒜에엑...!
건방을 점유하고 있던 도인이 검을 수평으로 누인 채 찔러 왔
다. 동시에 손방에 있던 도인이 창을 내질렀고, 곤방에 있던
도인은 도결을 광풍처럼 쓸어 냈다.
"받앗!"
단비하는 일학중천(一鶴中天의 수법으로 허공에 몸을 솟구쳤
다. 칠성진을 몸으로 체험하며 배운 대응방법이었다. 이제 북
방을 점유한 도인이 회성륜(回聲輪)을 던져 오겠지. 다른 여
섯 명의 도인들은 일제히 안으로 파고들면서 최고 절초를 쏟아
내리라. 안으로 모이는 찰나의 틈이 하독할수 있는 유일한 기
회였다.
허리춤에서 대조독의 약봉지를 꺼내 들기는 했지만 하독할수는
없었다. 만약 청성 도인들을 죽인다면 사태가 이상한 방향으로
진전된다. 청성을 적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단지 청성의 진짜 실력이 어느 정도인가만 파악하려 했는데.
'신분을 밝혔으니 살수를 전개하지는 않겠지.'
눈을 질끈 감고 몸을 하강시켰다.
퍼억! 퍼억...!
서방에 있던 도인이 전개한 삼전각(三轉脚)이 옆구리를 파고들
며 묵직한 통증을 가져 왔다. 북방에 있던 도인은 공타진거(攻
打進去) 평범한 일권을 내쳤지만 등판을 가격하기에는 가장 적
절했다.
검도창장...피한 것이라고는 허공을 선회하고 주인에게 돌아가
는 회성륜뿐이었다.
숨이 막혔다. 눈에 번갯불이 번쩍이고 세상이 암흑으로 뒤덮였
다.
"끄응...!"
몸을 추스리던 단비하는 차디찬 한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깨어났으면 운공조식으로 몸을 풀게."
'삼절...'
흐릿한 기억속에 칠성진의 합격을 받고 쓰러지던 모습이 떠올
랐다. 예측대로 청성 도인들은 살수를 전개하지 않았고 삼절
진인에게 데려다 주었다.
"우리...서로 약속했을 텐데. 이렇게 불쑥 찾아오면 곤란해."
한겨울의 호응정은 찢어발길 듯 불어오는 찬바람에 나신을 드
러냈다. 막힘없는 광풍은 잔설(殘雪)을 휘말아 시야까지 가려
버렸다.
그러한 광풍 속에 태연히 앉아 뜨거운 차를 음미하는 삼절 진
인의 모습에서는 탈속한 기품이 절로 흘러나왔다.
"몇 가지 물어 볼것이 있어서...끄응! 되게 맞았군."
온몸의 뼈마디가 끊어질 듯 욱씬거렸다. 그 중에서도 옆구리와
등골은 움직거릴 때마다 칼로 저미는 듯 아파 왔다. 허벅지에
도 도흔(刀痕)이 엷게 나 있었고, 어깨 살점이 뭉텅 잘린 것은
검에 의한 상처였다.
"물어 볼 것이 있으면 비합전서를 이용하면 될 터..."
삼절 진인은 못마땅한 인상을 풀지 않았다. 나오는 말에서도
싸늘한 냉기가 풀풀 날렸다.
"청성파의 실력을 가늠하는 것도 알아볼 것 중의 하나였소. 끄
응!"
순간, 삼절 진인의 눈가에 싸늘한 한광이 스쳐 지나갔다.
단비하는 삼절 진인의 태도를 이해한다는 듯 태연히 말하며 몸
을 일으켜 호응정 난간에 기댔다.
"날씨가 맑으면 경치가 좋겠군."
"물어 볼것이 뭔가?"
"당문과 칠은방이 청성파에 얼마만한 비중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
"겨우...그걸 물으려고 왔단 말인가? 그 소란을 피우면서?"
"말해 주시오."
"말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네. 칠은방은 사교 무리, 당문은 중
소문파에 불과하지, 비중이랄 것도 없는 하찮은 존재들..."
"그것 뿐입니까?"
"그렇네."
"삼절 진인 진인의 귀계를 따를 자 없다는 말은 많이 들었습니
다. 그러나...속셈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만약 나를 이용할 생
각이라면 이쯤에서 그만 둡시다."
"이용? 허허허...자네는 자신의 가치를 너무 높이 평가하는 것
같아. 그 난리를 쳤으니 잘 알겠지만 청성의 힘은 약하지 않
네. 자네 정도의 무공 수위로는..."
"그럼 칠은방도를 직접 치지 않는 이유를 말해 주시겠습니까?"
"전에도 말하지 않았나? 칠은방도 같은 무지렁이들을 치고 싶
지 않다고 말일세."
"그렇다면 미혼독에 중독된 사람들은 왜 죽였습니까?"
"누가 누구를 죽였단 말인가?"
"발뺌을 하시다니 진인답지 않으십니다. 칠은방도들에게 살포
한 방법 그대로 청성 도인들을 상대했습니다. 미혼독에 중독된
사십이 명중 죽은 자가 있었습니까?"
"그럼 자네가 칠은방도를 죽이지 않았단 말인가? 나도 그 점이
좀 의아했네. 결코 함부로 살상할 사람이 아닌데 하면서...으
음! 누가 죽였을까?"
"후후후! 그들의 목을 자른 솜씨는 무척 정교했습니다. 진인께
서 한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습니다. 사람 목처럼 질긴 것이 없
다는 사실...더욱이 살갗 표면에 미세하나마 파도처럼 어그러
짐이 보였습니다. 그런 흔적은 검신이 좁은 협검(狹劍)의 전형
적인 현상...바로 청성이 흉수라 말씀드린다면?"
삼절 진인의 찻잔을 든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이내 냉정
을 회복한 듯 침착해졌다.
"허허허! 편한 대로 생각하게. 하지만 청성은 절대 죽이지 않
았네. 죽일 생각이라면 굳이 자네에게 부탁하지도 않았네."
단비하는 난간을 붙잡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삼절 진인에게서 내막을 듣는 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것
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고 청성을 방문한
소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순수 무공만으로 논하자면
청 자배 도인들이 펼치는 칠성진 하나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형편없다는 점을 알았다. 그 사실은 무척 중요했다. 당문 전위
대 일력이 칠성진과 버금간다는 말이 있으니...
미훈약에 중독된 칠은방도들을 청성파가 죽였다는 것도 직감했
다. 물론 삼절 진인은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왜?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양식을 중간에서 가로챈다는 것이 목적임은 분
명했다. 하지만 그들을 꼭 죽여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들이
죽음으로 해서 가장 이익이 많은 사람을 찾으면 해답을 얻을수
있으리라.
분명한 것은 삼절 진인 제갈부는 무산파 제갈문처럼 흉금을 탈
어 놓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과,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돌아가지요."
"가겠나? 자네와의 약조는 지킬 테니까, 걱정 말고 다시는 찾
아올 생각을 말게."
"언제까지 보급품을 끊어야 합니까?"
"우리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앞으로 길어야 칠주야..."
"좋습니다."
단비하는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고 정자를 내려오면서 등골이
저며오는 살기를 느꼈다. 아마 삼절 진인의 마음이 굳혀지고
있으리라. 자신을 제거한다는 쪽으로...알 수 없었다. 청성에
해악을 끼친 것도 아니요. 도와 달라고 해서 도와 준 것뿐인
데...어쨌든 청성에 드리워진 흑운(黑雲)은 너무 짙었다.
* * *
한연지는 수독실에서 가져 온 서적을 단숨에 훑어 내려갔다.
원래 지모가 뛰어난 데다가 심혈까지 기울였으니 일곱 권의 비
급을 암기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만약도감(萬藥圖鑑), 귀속칠가 중 사가의 비전비급 천약장(天
藥掌), 풍가주가 당문에 헌납한 비급 비약독경(秘藥毒勁), 만
가의 모든 것 청분경(淸粉經), 바로 한가의 약독에 관한 결정
체였다.
그 밖에도 엄가의 독전(毒典), 부가의 백독백약(百毒百藥), 단
가의 민초약본(民草藥本), 하나같이 일세를 풍미했던 의서(醫
書), 독경(毒經)들이었다.
당문주는 당철휘와 한연지가 삼절 진인을 죽였다는 보고를 받
고 파격적으로 한연지에게 독술을 익혀도 좋다는 하명을 내렸
다. 이것은 단순히 귀속칠가의 후예가 독을 익혀도 좋다는 의
미뿐만 아니라 한 가족이 되었다는 일체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한연지, 이제 당문에서 살아남은 귀속칠가의 후예라면 너와나
뿐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냉막한 인간의 표본적 인물인 사마전이 일렁이는 호롱불을 쳐
다보며 말문을 열었다.
"독서에 방해가 되는데 나가 줄래요? 밤이 깊었어요."
"한연지!"
"...!"
한연지는 책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귀속사가 사람들이 청성에서 죽었다는 비보를 듣고 깜짝 놀라
기는 했다. 하지만 이내 냉정을 회복했다. 이미 예정된 죽
음...덕분에 당문주가 무엇을 노리는지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들속에는 자신의 아버지는 물론 가까이 지내던 일가 친족들
도 포함되었지만 비통해 하지 않았다. 무림이란 냉정한 곳, 약
자는 죽어야 하는 곳이니까. 무공을 모르는 아녀자들이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다는 데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혈뇌옥에 갇혔
을 게다. 당문주는 귀속칠가의 씨를 말리려 작정했으니까. 그
들을 살려 둘 수 없었겠지.
"네 부모 역시 죽었단 말이다!"
"목소리가 크군요. 예의를 갖춰 주시죠."
"후후후! 예의라...그래, 예의를 갖춰 주지, 하지만 분명히 알
아 둬라. 네가 아무리 지략이 뛰어나다 해도 결국은 당문주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어. 귀속칠가는...귀속칠가는 이미...휴
우!"
사마전은 검을 잡고 일어섰다.
더 이상 한연지와 이야기한다고 뾰족한 대책이 나을 리 없었
다. 이미 당문에 혼까지 팔아먹은 여자니까.
'멍청한 놈! 넌 오늘 죽을 거야. 사지(死地)라는 것을 알았으
면 좀 더 신중했어야지.'
한연지는 문을 열고 나가는 사마전을 힐끗 쳐다보고 가늘게 웃
었다. 정신을 바짝 차려도 삶을 보장할 수 없는 판에 여기가
어디라고 큰 소리를 친단 말인가.
'이제 귀속칠가 중 살아남은 사람은 나와 단비하 뿐이군. 그런
데 이상해...'
단가의 비전비급인 민초약본은 평범하기 이를 데 없었다. 시골
에 있는 초라한 의원에 가도 이만한 의서는 있을 것 같았다.
한참동안 민초약본을 연구하던 한연지는 퍼뜩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구전(口傳)!"
자신도 모르게 새어나온 음성이었다.
비로소 단비하가 의독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게 된 배경을 알았
다. 단가는 다른 가문과는 특이하게 경서가 아닌 구전으로 비
기를 전수해 왔던 것...천하의 당문이 그런 사실을 모를 리는
없고...
'문주는 단비하의 즉음을 바라지 않는다. 그로 인해 모든각본
이 짜여졌으니까. 단비하를 살려 둬서 문주가 얻게 되는 이득
이 뭔가?'
답답한 마음에 서책을 덮고 봉창문을 활짝 열어 제쳤다.
찬바람이 몰아쳤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어 어둡다 못해 갈색
으로 보였다.
모든 것이 단가로부터 출발했다.
백년 전 단가는 당문에 가장 극심한 저항을 했다. 그러기에 간
신히 종족을 보존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당문에서 그들을
발본색원(拔本塞源)하여 뿌리째 근절시키지 않은 이유는 단가
에서 구전되는 비술을 얻고자 해서였을 테고.
하지만쉽게 얻지 못하던 차 마지막 후예 단비하가 멍청이가 되
었으니 비술은 단절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그렇다면 이용
이나 하자는 생각이 들었을 게다.
마침 귀속삼가에 열풍처럼 몰아친 반심(反心)은 좋은 꼬투리가
되었다.
'문주는 성공했어.'
마음이 흐린 날씨처럼 울적해졌다.
단가, 부가, 엄가를 마구잡이로 칠 수 있는 반면 귀속사가는
충성을 맹세했던 가문들이라 음모가 필요했다. 아버지를 비롯
한 귀속사가는 너무 어이없는 덫에 걸려들었다. 당문의 꿈인
구파일방으로의 진입을 위해 선봉에 선 줄 알고 좋아라 달려간
끝이 죽음이라니. 하기는 자신도 그렇게 믿고 부지런히 오대독
문을 찾아다니지 않았던가.
거기까지 추론하는 것은 쉬웠다. 하지만 한연지의 마음을 묵직
하게 만드는 것은 단비하란 인간의 존재였다.
멍청했던 것이 아니라 바보를 가장했단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후위대주와 부대주가 그의 손에 죽었음에도 죽은 듯 잠자코 있
는 당문. 그가 왜 필요한 것일까? 그 의문을 마저 풀어야 했
다. 그래야 당철휘를 받아들이고 여자의 몸으로 강호를 풍미하
는 야망을 위해 마음놓고 달릴 수 있다.
'휴우! 빨리 풀어야 되는데. 아마 당기룡은 나에게도 올가미를
씌워놨을 거야. 일독문의 화골수와 부육수, 만우당의 풍멸환,
대붕파의 독경들이 왜 필요한지, 무산파는 왜 방치해 두는지,
단비하가 강호를 종횡하도록 내버려두는 이유를 알아야 적절한
대책을 세울 수 있어. 어설프게 건드리면...내가 죽어.'
휘이잉!
살을 에일 듯 머리칼을 스쳐 지나는 찬바람에도 마음은 답답하
기만했다.
"한연지, 네가 얼마나 잘났는지 두고 보겠다."
사마전은 어두운 밤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근래 들어 몸과 마음이 축 늘어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비록 정당한 직위는 얻지 못했지만 강호에 이름석 자는 알렸
고, 문주의 총애를 받고 있으니 출세한 인물 측에 속했다.
이런 자신을 만들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피나는 무공 수
련을 거듭했는데 남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문주가 자신까지 해하지는 않겠지만 사람 일이란 모르는
것. 한치 앞을 못 보는 것이 사람인 이상 장담할 수는 없었다.
목숨이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진정한 무인을 만나 정당하게 비
무를 하다 죽게 된다면 얼마든지 목숨을 내놓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귀속사가들이 청성산에서 죽은 것처럼 이유없는 개죽음
은 당하기 싫었다.
그래서 한연지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을 나눠 보고 싶었거
늘...
탁!
발에 걸리는 조그만 돌맹이를 힘껏 내질렀다. 그때,
"후후후! 사마전 불만이 많은 모양이지?"
어둠 한구석에서 천천히 걸어오며 말을 건네는 인영.
사마전은 순간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직감했다.
'문주는...나까지 버렸어. 후후후...!'
문주를 위해 불철주야 뛰어온 인생이 가엾게 느껴졌다.
"전에 내가 말했지. 나에게 잘 보이라고 말야."
나타난 인물은 당철휘였다. 남악 형산으로 가는 동안 노상 티
격태격 싸우던 당철휘...전에는 상대도 되지 않는 애송이였지
만 지금은 달랐다. 이제는 승부를 예측하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은 당철휘가 한연지와 함께 당문을 들어설 때부터
였다.
걸음 걸이가 안정되었고 눈빛은 차분히 가라앉았으며 내심은
더욱 깊게 숨겨졌다. 자신의 집에 들어서면서도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지않았다. 언제 어디서 무슨 공격을 받아도 즉시 응
대할수 있게끔 팽팽한 긴장이 전율처럼 흘러나왔다.
사마전의 축처지던 어깨가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죽더라도 당
철휘같은 인간에게 죽을수는 없지 않은가.
"문주의 명이냐?"
"흐흐흐! 그냥 가기만하면 돼. 그런 건 알아서 뭐 하나?"
당철휘는 폭이 넓은 소매 속에 양팔을 집어넣은 상태였다.
분명 조독기를 움켜쥐고 있으리라, 양손에 두 개씩 네 개 정도
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겠지.
"타앗!"
사마전은 기체없이 비연약파로 신형을 띄우며 일검을 내질렀
다. 그속에는 평생 동안 갈고 닦은 모든 절학이 내포되었다.
당문의 환검, 사가의 중검...
탁탁탁탁...!
조독기가 발사되는 경쾌한 음향도 들려 왔다.
"아!"
사마전은 잠시 멈칫거렸다. 밤이었구나! 조독기에서 발사된 조
그만 단환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어느쪽으로 발사되었단 말
인가. 생각은 길었지만 행동은 찰나간에 이루어졌다. 짓쳐 가
던 기세 그대로 쾌속하게 덮쳐 들었다.
파아앗...!
단환이 독무로 변하며 전신을 휘감았다. 마치 안개 속을 거니
는 기분이랄까! 전신이 불에 데인 듯 화끈거렸다. 또한 목울대
가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며 비명 소리조차 잠재웠다.
'졌구나. 이런 애송이한테...'
당철휘에게 검도 휘둘러 보지 못했다. 흔적없이 스며든 독
기...무공과 독술은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 오곤 한다. 무공이
높다면 독술이란 것은 어린애 장난감처럼 부서지고, 독술이 높
다면 지금 같은 결과가 찾아든다. 전에는 이겼으되 이번에는
진 것이다.
"너의 비연약파에 의한 검공은 전에도 견식한 적이 있어. 잊
었나? 사람은 왜 그런지 몰라. 좋아하는 초식이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함인데 말야."
'후후후! 그랬구나. 형산에서 겨뤘던 일초식이 바로 이거였어.
놈에게 같은 초식을 쓰다니...죽어도 싸.'
전신이 불이 붙은 듯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뜨겁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당철휘에게 패한 원인이 생각났으니.
'누워서 죽을 수는 없어 죽어도 서서...'
힘 빠지는 무릎 관절이 원망스러웠다, 손에 든 검을 지팡이 삼
아 짚고 섰지만 언제 무너질지 몰랐다. 빨리 목숨이라도 끊어
진다면 추태는 보이지 않을 텐데.
짝! 짝! 짝...!
박수 소리가 들려 왔다. 소리로 보아 서너 명 쯤되는 것 같았
다.
"철휘야, 네 하독 방법이 절정에 이르렀구나. 기왕이면 당절삼
해를 사용하지 그랬니?"
'당운담의 목소리...그렇지. 자식이 싸운다는데 궁금했겠지.
혹시 나에게 당할지도 모른다는 노파심도 들었을 게고, 여우
같은 늙은이가 어찌 보이지 않는다 했는데...'
"조카의 솜씨가 무척 고명해졌어. 이제는 나와 겨뤄도 되겠는
걸."
'독비독심, 당철목! 그렇지. 독제실과 형옥실은...'
"수고했다."
짤막한 한마디. 오오! 문주였다. 당문주 당기룡의 음성이 틀림
없었다. 한때는 자신을 위해 굿은 일을 마다않던 수하의 죽음
을 직접 보기위해 어둠 한 구석에 숨어 있었다니.
얼굴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전신을 활활 불태우는 독기
는 두눈마저 멀게 만들었다. 그가 볼 수 있는 것은 암흑뿐이었
고, 들을 수 있는 것은 점점 멀어지는 가는 목소리였다.
'단비하...네놈이...네놈이 부럽구나.'
사마전은 고개를 툭 떨궜다. 그의 죽음은 본인의 소망처럼 굳
게 선채 찾아왔다.
"이제 귀속칠가 중 남은 사람은 단비하와 한연지뿐입니다. 그
들도 차제에 없애는 것이..."
독비독심 당철목은 확신에 찬 어조로 진언했다.
"아니야, 그 중 한연지는 살려 줘야지. 철휘의 부인이 아닌
가?"
"감사합니다."
"쓸데없는 생각은 갖지 않도록 단속 잘해라."
"명심하겠습니다."
"단비하는 죽여야겠지, 누 가좋을까?"
"제가 하겠습니다. 그놈에게는 빚도 있고..."
"아니야, 철휘는 당문의 모든 독공을 수련해라. 단비하는 형옥
실장이 맡아주게."
"그러지요."
"조심해야 될 거야. 당자인과 후위대주가 당했으니..."
사마전은 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지 못했다. 차라리 그 편이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죽음을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고
태연히 다른 아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테니까.
"커억!"
"으윽!"
짤막한 비명 두 마디가 극히 나지막하게 밤공기를 찢었다.
이어,
쉬익!
야조처럼 검은 무복에 검은 복면을 한 괴인이 방금 비명이 들
린 곳으로 살짝 뛰어내렸다.
복면인은 죽은 자의 몸에서 유엽도(柳葉刀)를 뽑아 피를 닦아
내고 품속에 갈무리했다.
'뇌옥 열쇠는 형옥실장이 보관한다. 방법은 하나...부수는
것.'
복면인은 허리에 둘린 연검을 풀어 내 두께가 두치쯤 되어 보
이는 자물쇠를 힘껏 내리쳤다.
까앙!
쇠와 쇠가 부딪치는 음향이 고요한 정적을 한껏 일깨웠다.
복면인은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려 인기척을 살핀 후 자물쇠를
쳐다 보았다. 자물쇠는 약간의 흠집만 났을 뿐 부서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역시 연검(軟劍)으로는 무리야. 그러나 연검으로 부숴야 돼.'
강호동도들로부터 무음무영이란 무명을 받았을 때 문주로부터
직접 하사받은 천동검(天凍劍)을 쓴다면 이까짓 자물쇠쯤이야.
하지만 석옥을 두부 베듯 갈라내는 천동검은 검배에 독특한 돌
기가 있어 쇠갈퀴로 긁힌 듯한 검흔을 남겼다. 지금 같은 상
황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복면 사이로 반짝이는 봉목...복면인은 한연지였다. 혈뇌옥에
갇힌 귀속사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잠입해
야만 했다.
귀속칠가가 필요 없어진 이유를 알아야만 했다. 무인만 해도
적지 않은 수인데 그들을 일거에 없애 버리다니 당문의 힘이
삼분(三分)은 줄어들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알수가 없었다. 유일한 단서는 바로 혈뇌옥에
있었다. 갇혀 있는 귀속사가의 인물 중에는 분명 열쇠를 움켜
쥐고 있는 사람이 있을터...
한연지는 전신 내공을 끌어모아 연검 한자루에 담았다.
파르륵...!
"차앗!"
이번에도 안된다면 물러선다는 각오로 필살의 힘을 다해 내리
쳤다.
쩌엉...!
전과는 다른 음향이었다. 쇠 중에서 가장 강하다는 묵강한철
(墨剛寒鐵)이 수수깡처럼 부서져 나갔다.
끼이익...!
육중한 철문을 열자 습한 기운과 함께 역겨운 비린내가 욱 하
고 다가왔다. 사람들의 오물 냄새, 피비린내, 살이 썩는 냄
새...온갖 악취가 뒤범벅된 냄새였다.
쉬이익!
번개처럼 안으로 날아든 한연지의 눈망울은 암동 곳곳에 숨어
있을 형옥실 고수들의 흔적을 찾았다.
'응? 혈뇌옥의 경계가 이렇게 허술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만인의 지탄을 받아 마땅한 행동을
저질렀다면 그런 사건을 감추기에 부심해야 옳았다. 그러나 아
무리 귀를 기울여도 형옥실 고수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자물쇠를 부수는 소리만 해도 경각심을 일깨우고도 남을 텐데.
경계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후위대는 당문의 모든 경계를 맡았다. 하지만 뒷산만은 형옥실
에서 직접 관장했다. 당문주를 제외한 그 누구도 출입할수 없
는 금지였다. 그런 곳을 이렇게 허술하게 경계하다니.
'이런...! 덫에 걸렸다.'
한연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혈뇌옥을 뛰쳐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커다란 노송 위로 몸을 솟구쳤다.
등골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주위에 인기척은 전혀 없지만
함정 한 가운데 빠졌다는 생각은 지우지 못했다.
'섣불리 행동하는 게 아니었어.'
호흡을 가다듬어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전신경을
귀에 모았다. 진기를 끌어올려 일주천하면서 모든 감각을 일깨
웠다. 지금은 적이라 표현해야 마땅할 당문도들의 기척을 찾아
내야 한다. 기척없이 숨어 있는 적이라면 기(氣)라도 느껴야
한다.
마음이 묵직해졌다.
불길한 예감은 맞았다. 전신 모든 감각은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다. 적이 있다는 예감이었다.
'천지신명이시여! 단 한번만 기회를...'
한연지는 간절한 마음으로 전신 내력을 검에 담고 힘차게 노송
가지에서 뛰어내려 치달리기 시작했다.
쐐에엑...! 쐐엑!
형체가 없는 그림자들의 무공은 처음보는 종류였다. 독랄하기
는 이가 갈릴 지경이었고 빠르기는 섬전 같았다.
치이익!
막 검으로 튕겨 낸 암기가 노송에 박히며 기이한 음향과 함께
희미한 연기를 쏟아냈다. 암기에 묻은 독이 노송을 태워 버린
것이다.
'이들은 당문도가 아냐. 이들 개개인의 무공은 나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어.'
기가 막혔다. 당문의 최중지에 절정고수들이 바글거리고 있었
다니. 함정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비웃었
을까.
한연지는 모든 꿈이 깨어졌음을 직감했다.
이들 손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사마전에게 충
고했던 대로 얌전히 틀어박혀 기회를 노렸어야 했는데...하기
는 그래도 죽기는 마찬가지였을 게다. 사마전이 이유없이 죽었
듯이...당문이 죽이려 한다면 한두명쯤 죽이는 것은 이유가 필
요 없으니까.
한연지는 밤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이내 마음을 정한
듯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저항해 봤자 빠져 나갈수 없다면
잡히는 수밖에, 그래야 죽는 이유라도 알게 될 테니까. 만약
그래도 공격을 가해 온다면...죽음...그건 운명이리라.
징내는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자신이 도주를 포기하고 자리에 앉자 공격도 멈췄다.
한연지는 태연히 앉아 운공조식을 시작했다. 밤새 한잠도 자지
못하고 치열한 악전고투를 한 탓에 피로가 물밀듯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당기룡을 대면했을 때를 대비해서 체력을 회복해 둬
야했다.
그러나 새벽이 오고, 동이 트고, 태양이 중천에 걸리도록 문주
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움직임을 허락한 것은 아니었
다. 조금만 움직이면 이내 어느 곳에서 날아오는지도 모를 경
고성 암기가 날아왔으니까.
"헉! 너, 너는..."
해가 석양으로 기울 무렵, 긴 그림자를 만들며 나타나는 인물
을 보고 한연지의 봉목은 부릅떠졌다.
중위대주 오독일지 당풍준의 아들 당동한.
혈반사접을 만든 문파를 찾으라는 밀명을 받고 중원으로 나간
당동한이 당문 뒷산에 모습을 드러내다니.
당동한이 나타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건...기습이
었다. 심리적인 기습...
"살고 싶으냐?"
당동한의 표정은 차디찼다.
전형적인 말상으로 길쑥한 얼굴, 대기만성형(大器晩成形)으로
뛰어난 재질은 없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 필요할 때는 허
리를 굽힐 줄도 알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늘 승리를 쟁취했던
사람. 한연지는 쇠망치로 얻어 맞은 듯 머리를 띵해 왔다.
"다시 한번 묻겠다. 살고 싶으냐?"
"호호호! 살고 싶어요. 살려 주실 수 있나요?"
"네가 하기 나름이겠지."
"무얼 할까요?"
당동한은 잠시 말을 중단하고 한연지를 쳐다보았다. 욕정에 이
글거리는 눈으로...몸뚱이...당동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깨달았다.
한연지는 검은 복면을 벗어던지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요대
를 풀고 검은 무복을 한 꺼풀씩 벗었다.
잠시 후 석양에 물든 아름다운 나신이 드러났다.
하얀 설지, 붉게 물든 노을, 완벽하게 균형잡힌 나신...아름다
운 조화였다.
"충격적이군."
당동한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가슴을 더듬었다. 와락 껴안는
그의 숨결은 이미 거칠어져 있었다.
'당동한이었어. 문주가 선택한 사람은...'
몸이 타의에 의해 뉘여지고 등에 닿는 눈의 감촉이 차디찼지만
몸에서 다시 불붙기 시작한 야망의 불길은 당동한과함 께 타올
랐다.
어느 한 순간,
"으흑!"
한연지는 자신의 몸에 침입한 사내의 실체를 감지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야. 죽음 속에서 핀 생화(生花)...이제
선택은 끝났어.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남았을뿐...'
한연지의 부드러운 두 팔은 당동한의 등을 힘껏 껴안았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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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입니다
즐~~~~감!
감사...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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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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