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로 만든 의자
진혜진
나의 물푸레나무가 죽어
의자 옆의 의자로 앉아 있다
내 나무는 물끄러미가 있던 우주의 방
후손은 먼먼 선사의 이름까지 의자로 만들어
자신들의 자리를 만든다
이 의자의 혈액은 진씨의 것인데
평산 신씨의 피가 더 진하다
뒷마당 가문비나무는 그늘을 접어
첼로의 옥타브를 만들었다
거문고가 된 오동나무의 무현*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수혈도 받지 않고 평산을 먼저 넘은 것은
누구의 울음이었을까
울음을 켜던 나의 왼손을 잊었는지
지워지는 얼굴들도 의자가 되어
잘 지내나 보다
돌고 도는 이름마다 의자가 되어
서로에게 앉는다
뭐해? 누군가 물으면
무얼 했는데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오늘같이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내게 돌을 던진 자 없는데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파문이 인다
당신이 그래,
당신도 그래,
사람의 견해가 변하지 않는다고
나의 물푸레 의자가
물구나무의 평생을 바라본다
* 거문고의 여섯 번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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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로 만든 의자 / 진혜진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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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2
25.01.19 01:4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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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 같은 날은ㅡ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군요
오늘같이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내게 돌을 던진 자 없는데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파문이 인다
종잡을 수 없는 바람의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