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7번째 편지 - 월요편지 구독 취소의 자유
12월 1달간 월요편지 안내를 통해 말씀드린 대로 월요편지는 더 이상 이메일을 보내지 않습니다. 앞으로 월요편지는 카톡으로 친구 등록을 하여 수신을 원하신 분들에 한하여 카톡으로만 보내드립니다.
저는 2008년 3월 대전지검장 부임 직후부터 월요편지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직원들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썼습니다. 2011년 8월 검찰을 떠난 이후에는 동시대 사람들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검찰 시절의 월요편지가 검찰 경영을 소재로 삼았다면 그 이후의 월요편지는 인생 경영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습니다.
금년 3월이면 월요편지를 쓴 지 만 16년이 됩니다. 그동안 책도 3권을 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월요편지를 쓰는 순간마다 "나는 왜 월요편지를 쓰는가?"를 자문자답합니다.
2017년 2월 월요편지 35권을 묶어 <당신과 행복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라는 책을 출간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서문에서 월요편지를 쓰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적었습니다.
"저의 월요편지는 낡은 조근호의 자기극복 과정을 제 스스로 관찰하고 기록한 것입니다. 매주 이메일을 통해 월요편지를 받아보시는 분들에게 일주일간 살면서 제가 저를 극복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위로가 되고 어떤 날은 공감이 되고 어떤 순간에는 도전이 되는 이야기를 해오고 있습니다. 50대 후반을 살아온 한 남자의 인생을 그대로 보여드려 스스로 삶을 돌아볼 기회를 만들어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그 책 출간 후 어느 신문사와 인터뷰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부산고검장까지 지냈지만 사실 대단치 않은 사람이에요. 실수하고 흔들리고 외로워하고 고민하는 것들을 털어놓습니다. 독자는 '나이 저 정도 먹고 고검장까지 했다는 사람도 저런 고민을 하고 저런 약점이 있구나' 생각하며 인생을 돌아볼 계기가 되겠죠. 그렇지만 사실 자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인간이 됐다는 일종의 증거를 남기기 위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정말 <순수한 뜻>입니다. <아무런 보답을 바라지 않는 일>입니다. 그러나 혹시라도 월요편지가 독자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신경을 많이 씁니다. 제가 여행한 이야기, 취미 생활을 한 이야기를 쓸 때면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을 합니다.
월요편지는 처음에는 독자들이 대전지검 직원들뿐이었습니다. 그랬다가 서울 북부지검, 부산고검, 법무연수원을 거치면서 검찰 독자가 많아졌습니다. 그때는 전달 수단이 오로지 이메일이었습니다.
검찰을 떠난 후 독자층이 넓어져 일반인들도 월요편지를 구독하게 되었고 전달 수단도 이메일에 카톡을 보태게 되었습니다. 이메일은 제가 일방적으로 보내는 것이고 카톡은 친구 등록을 한 분에 한하여 발송되는 방식입니다.
저는 몇 달 전부터 과연 일방적으로 이메일을 통해서 월요편지를 보내는 방식이 적절한지 고민하였습니다.
SNS가 우리 삶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SNS를 통해 전해지는 메시지가 신선하였습니다. 제가 모르는 소식도 전해주고, 좋은 글귀도 알려주어 삶에 보탬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몸에 좋은 것도 과하면 독이 됩니다.
카톡이 우리 삶에 골칫덩어리가 된 지 제법 오래되었습니다. 특히 단톡방에서 슬그머니 나가려 해도 다른 사람들 눈치가 보여 나가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남아있는 경우가 꽤 됩니다.
지난 연말연시에는 카톡 알림음 때문에 다들 고생 꽤나 하였을 것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톡, 톡, 톡… 새해 인사가 공해 수준"이라는 제목의 신문 기사가 지면을 장식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지난해 말 저에게 오랫동안 좋은 글을 보내 주신 몇 분께 정중히 "그간 감사했습니다. 이제 그만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사절의 카톡을 보내드렸습니다.
그 카톡을 보내는데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였습니다. 그분들은 제가 월요편지를 보내는 마음처럼 <순수한 뜻>으로 <아무런 보답을 바라지 않고> 좋은 글을 오랫동안 보내주신 분들이십니다. 제가 보낸 카톡이 그분들에게 상처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그만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결례를 무릅쓰고 그런 카톡을 보냈습니다.
그 카톡을 보내면서, 월요편지를 받아보시는 분들도 월요편지를 그만 받아보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차마 저와의 인간관계 때문에 이메일이나 카톡을 그만 보내라고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분들에게 <월요편지 구독 취소의 자유>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별적으로 월요편지 이메일을 스팸 처리하시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것마저도 불편해할 것 같아 월요편지 전달 시스템을 <발신자 중심>에서 <수신자 중심>으로 변경하였습니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발신하는 방식인 이메일은 전면 중단하고 수신자가 수신을 원하는 경우에만 수신할 수 있는 카톡의 친구 등록 방식만으로 월요편지가 전달되도록 방식을 개편한 것입니다.
저는 아무리 신중하게 월요편지를 썼더라도 독자는 불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월요편지는 카톡의 친구 등록 방식으로만 전달받게 됩니다. 또 친구 등록은 언제든지 취소하실 수 있습니다. 누가 취소하였는지 저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몇 분이 월요편지를 보는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합니다. 단 한 분이라도 월요편지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공부하는 기회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2024년부터 제가 월요편지를 그만 쓰는 그날까지 독자 여러분들이 월요편지로부터 자유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월요편지를 수신하고 싶으면 친구 등록하여 수신하고, 등록 취소하고 싶으면 자유롭게 취소하고, 그러다가 어느날 문득 월요편지가 다시 생각나면 다시 친구 등록을 하면 됩니다.
월요편지가 여러분 삶에 부담이 아닌 보탬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번 한 해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4.1.8. 조근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