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계속 중얼중얼 거리는 것 같으나 그 것이 워낙 작은 소리였기에
지금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 줄을 아직 갈피를 못잡은 제르는
무슨 소리인지 못알아들을 뿐이었다.
" 에그..쯧쯧. 그 쪽 여왕님은 넉 다운이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나도 빨리 구경가고 싶다고 "
발리는 또 다시 장난스럽게.
그리고 그들의 운명을 비웃는 듯.
또다시 소리죽여 웃었다.
" '세이룬'에 지금 쯤 재밌는 일이 일어나고 있을텐데. "
" 그게 무슨 뜻이냐 "
" 그냥..뭐, 별거 아냐? 그 금발머리 형. 지금쯤 아마 오열을 터뜨리고 있을걸? "
모든 것은 계획적인 일이였다.
그들의 갈라진 애(愛)는.
" '너희들'에게 저주의 말을 퍼부으면서 말야 "
Moving on(27)
- 모든 것을 잃은 자의 슬픔!☆
" 야---! 니들 거기서 뭐하냐? 퍼레이드? "
" 카르!! 제온! "
뜻하지 않은 원군 등장!
제온이라면 몰라도 카르 녀석이 의외긴 하지만
아무튼 좋다!
" 마침 잘 만났어! 너희가 좀 어떻게 해 주라---! "
" 수인이 우릴 공격하려 들었어요~!! "
" 뭐..어? "
어이없다는 듯 말하는 카르.
수인이 우리들을 공격하려 했다는 엘의 말에
아무래도 그 수인 아저씨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 사람 나쁘게 몰아세우지 마! 애초에 잘못한게 누군데 그래! 멀쩡히 볼일보고 있는 사람의 머리 위에다가 돌맹이를 던져놓곤 '우릴 공격하려 들었어요'라는게 말이 돼 지금?!!!! "
아..
이 수인..;;
꽤나 다혈질일지도...;
" ...라는데..? "
" 우..;확실히 내가 잘못하긴 했지만..그래도 고의는 아니였다 뭐---!! "
" 너 같이 얼뜬 녀석이 하는 짓이 다 그렇지 "
" 잠깐. 거기 '얼뜬 녀석'이 누굴 지칭하는거야? "
" 여기 얼뜬 녀석이 한 사람 밖에 더 있냐? "
끝 까지 싫은 녀석!
이럴 땐 보통 동화책을 보면 백마탄 왕자님이 멋지게 검을 휘두르면서
악당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해낸다는 그런 스토리가 전개된다고
오빠가 예전에 동화책 읽어주면서 그랬었는데----!
역시 현실과 동화는 틀린 모양이다.
" 아, 신경쓸거 없어. 이 녀석들 일은 곧 처리 될테니까 "
" 다 안다는 식으로 말하지 마! "
제온의 말에 모처럼 한 입을 모으는 나와 카르.
별로 좋지는 않다.
" 쳇---! 오늘 진짜 재수 옴 붙었군! "
수인은 투덜투덜 거리며 일단은 물러났다.
그리고 결국 카르와의 말 싸움에서 진 나는 수인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아주 '정중하게'해야 했다.
물론 고의는 아니라지만 일단은 잘못했으니 사과는 해야 한다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래도 저 녀석에 의해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안들어.
" 너희들이 여긴 왜 있는거야? 이 곳은 출입금지 지역이라고 "
" 뭐~ 너무 자세하게 알려고 하면 천벌 내린다고들 그러잖아~~ "
" 누가 그래..? "
내가 얼버무리려는 걸 아는 듯
카르는 옆에서 가재눈을 뜨고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웃...
사실을 말하면 분명히 또 주절주절 말이 들어 올 것이 많을 것임을 알고 있었으므로 난 '천벌'이라는 깨끗한 단어 하나로 처리한 것이다.
아~삶의 미학이란 이런거야~~~
" 어쨌든 돌아가자. 네가 싫어하는게 나오니까 "
" ....? "
등을 돌린 채 계속 걷고 있던 카르가 내 쪽을 돌아보며 무척 수상한 웃음을 지었다.
" 아, 그러고보니까 여긴 '유령 출몰 구역' 이였지..? "
" 맞다! 에리를 따라 정신없이 들어오다 보니까 표지판이 떨어진 걸 못봤나봐 "
설마...
내가 제 발로 내 무덤 파는 곳으로 들어갔을 줄은
제온의 그 '충격적인 발언'이 있기 전까지는 난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좀 전 부터 뒤에서 오한이 돋는 기분이 드는 것 같긴 했지만...
무심결에 붙잡은 팔.
그리고 아주 가까이에서 카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이마 힘줄 끊어지는 소리를.
" 거.짓.말.인.데 "
- 뿌득
난 어디서 나타났을지 모르는 지팡이를 있는 힘껏 휘둘렀다.
설마 이렇게 까지 반응이 빨리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지 시원스러운 소리와 함께 저 만치 날아가버리는 카르의 모습은 마치 야구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감히 숙녀의 약점을 잡고 놀리다니!
최악의 인간이나 하는 짓이라고!
거기! 잘 알아둬!
- 까악
일단은 모두의 의견을 모아 '돌아가자'로 결정.
난 물론 별로 내키진 않았지만 오빠 보다 '톤톤'과의 신경전이 걱정된다.
옛날에도 오빠랑 한번 싸워서 내가 그냥 가출(?)해 버린 적이 있는데
톤톤이 마굿간에서 날 발견하곤 한참동안 말로 실랑이를 벌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때는 내가 졌지만.
" 야, 카르..진짜 이 길이 맞긴 맞는거야? "
" 그걸 왜 나한테 물어? "
" 네가 당당히 앞에서서 가고 있으니까 그렇지! "
" 먼저 들어온 건 너잖아. 그러니까 네가 알고 있겠지 "
난 모른다고 그런거----!!!
" 이상해 "
" ...뭐가? "
우리 앞에서 성큼성큼 잘 걷던 제온이 갑자기 멈춰서서 주변을 경계했다.
갑자기 바뀐 분위기의 흐름에 나는 농담은 그쯤 해 두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 아까부터 계속 같은 곳을 맴돌고 있는 기분이야. 네 옆에 있는 검만 휘두는 '둔탱이'는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
" 역시 넌 재수없는 녀석이야 "
" 맘대로 생각 해 "
이 두 녀석들.
때때로 이런 무서운 살기를 서로 내 뿜는데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이게 오빠가 흔히 말하던 남자들의 쓸데없는 자존심이라는건가?
- 원래 남자들은 대부분 자존심이 세거든요? 그래서 때로는 그 자존심 때문에 쓸데없이 자력낭비만 할 때도 있죠.
- 그럼 오빠는 아니야?
- 하하!~~~저는 뭐, 원래 굳이 성별이 없기는 하지만 지금은 있다고 봐야 되나요? 사실은 저도 자존심이 센 편입니다.
아무렴 뭐 어 때.
" 나가는 길은 몰라? "
" 한번 왔던 길은 내가 알고 있어. 그치만 누군가 우리가 가는 길을 조종하는 것 같아. 마치 ' 나가지 못하게 할려는 듯 ' "
말 안했는지도 모르지만 제온은 성 안에서도 천재라고 소문이 자자한 인재다.
그 재능은 협회에서도 인정받고 있어 그를 스카웃 하고 싶어 하지만 본인은 협회라는 곳에 구속당해 자유롭지 못한게 싫다며 거부하고 있다.
이미 나라 안의 일은 훤히 알고 있고 상황을 읽는 속도도 빠르다.
그래서 성 안에선 다음 왕을 이미 '제온'으로 정해놓았다는 일설도 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그럼 우리 못나가는거야? "
" 아무래도 쓸데없는 결계 안에 갇혀버린 것 같아 "
제온은 오른 손을 나지막히 들어 주문을 읊었다.
" 파이어 볼 "
꽤 커다란 파이어 볼이 아무도 없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곧 그 것은 마치 공간이동이라도 한 듯 불 씨 하나 남기지 않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 이게..뭐야? "
" '공간 간섭'이야. 내가 날린 그 파이어 볼은 공간 간섭의 영향으로 아마 다른 곳으로 날아갔을거야. 귀찮게 됬어.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
" 나..더는 못걷겠어.... "
엘은 마침내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같은 자리를 계속 맴돌았으니 무리는 아닐 것이다.
" 깰 수는 없어? "
" 무리야, 보아하니. 꽤 높은 술자가 건 것 같아. 만들어 낸 공간의 내성도 강하고..견고하고 튼튼해. 게다가 아직 완전히 다 파악한게 아니라 자칫 함부로 잘못 건드리면 위험해 질 수도 있는 확률도 간과하지 않을 수 없어 "
종종 생각하지만...
제온은 생각하는 것이 이미 어른들인 것 같다.
나쁘게 말하면 ' 애늙은이 '
벌써부터 저런 사고방식 가지면 나중에 커서 엄청 골치아플텐데.
" 카르..! "
" 왜 불러, 귀찮게 "
우연히 옆으로 향한 시선에 나무기둥에 기대어 잠을 청하려는 듯한 카르를 불렀다.
그는 귀찮다는 듯이 한 쪽 눈을 힐끔 뜨곤 날 쳐다 보았다.
" 넌 이런 상황에서 잠이 오냐? 못 돌아가게 될 지도 모른다잖아~ "
" 제온 왕자님께서 안된다고 하신다잖냐...평민인 우리들이 장단 맞춰줘야지 "
- 빠직
난 듣고 말았다.
제온의..;; 힘 줄 끊어지는 소리를...
" 그래, 평민은 왕자의 말을 들어야지 "
- 빠직
다른 한 쪽에서 끊어지는 이마의 힘 줄.
그 것은 카르의 것이였다.
또 다시 일렁 거리는 살기.
설마 서로 칼을 맞대고 싸우려는건 아니지~~~~?!!
- 부스럭
" 누군가 오고 있어! "
엘이 소리쳤다.
확실히 우리 정면의 수풀 속에서 뭔가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는 건 확실했다.
긴장....
이 결계를 친 사람일까?
아니면 그냥 지나가던 죄 없는 동물...?
" 누군진 몰라도 나와라 "
카르가 목소리를 최대한 깔며 말했다.
그리곤 곧 그 대답에 응답하기라도 하 듯.
수풀 속에서 작은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두 눈이 점이 되어 버리는 우리들.
아까 전 까지 있었던 긴장감이 갑자기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 .....이게..지금 무슨 상황이라고 생각하냐..? "
카르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제온에게 물었다.
" 글쎄..내가 보기엔 단순히 미아 같은데 "
" 그걸 누가 모르냐?!! "
" 귀엽다----------!!!! "
동시에 달려들어 어린 아이를 껴안는 나와 엘.
나이는 대략 5~6살 정도로 되어 보인다.
한참 모든것이 신기하고 호기심이 가득 할 나이!
나도 한 때는 그랬다고 한다
(넌 지금도 충분히 그래...;;)
어쨌든!!!
" 이름이 뭐니..? "
엘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 이름....? "
" 그래~이름 "
엘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게 뭐야? "
- 싸아아아아아아
순식간에 싸해진 분위기.
아무리 5~6살이라 해도 자기 이름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 대게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통념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이름이라는 걸 모른다는 듯 한 아이의 태도는 우리를 당황하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 이름같은거 없어. 몰라 "
아이는 딱 잘라 대답했다.
만약 이 아이가 20살 이상의 성인이라면 틀림없이 무슨 숨기는 것이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겠지만 이런 아이를 상대로는 누구든지 의심이라는 것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 정말 모르는 것 같은데? "
카르가 아이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그랬다.
아이는 '이름'이라는 것을 알지도 전혀 이해하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아이의 외모는 유아잡지 모델에 내 놓을 정도 뺨치게 귀여웠다.
보석같은 루비색의 눈동자에 노란 색 원피스. 그리고 머리엔 하얀 색과 노란색의 대비가 인상적인 산타모자의 끝이 양 끝으로 나뉜 모자가 인상적이였다.
" 아무래도 미아가 틀림 없는 것 같군. "
" 어떡하지? "
" 어떡하긴 뭘 어떡해?! 얜 미아인 것 같잖아. 설마 이런 어린 애를 이런 데다가 팽개쳐놓고 가자는 소리는 아니겠지 너희들? "
아까 서로 얘기하던 카르와 제온이 땀을 뻘뻘 흘린다.
원래는 두고 갈 생각이 조금은 있었던 것 같은 정곡을 찌른 모양이다.
이런 몰 상식한 녀석들!
이런 어린애를 으슥한 산 속에 버려둔다는건....!!
나중에...톤톤 잔소리가 들어올지도 모른다..;;
" 어떻게 할건데? 에리 "
엘이 아이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 글쎄...일단은 성으로 대리고 가자. 보호자를 찾을 때 까지 우리가 돌봐주는거야 "
" 찬성!!! "
" 어이, 거기 남자들. 이의 없지? "
- 끄덕끄덕
아래 위로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는 남자들.
'살기'는 이럴 때 유용하다.
어..? 그런 건 어디서 배웠냐고?
아..아하하하~~~
제로스(제로)오빠가 종종 이런 살기를 내뿜기 때문에 나도 그 영향이라고나 할까..?
별로 좋은 건 아닌 것 같지만 시끄러운 녀석들을 잠잠하게 하는덴 이 만큼 좋은 것은 없다.
" 난 에리야. 얜 친구 엘. 그리고 저 쪽은 심술밥통 카르랑 잔혹대마왕 제온 "
" 야! 잠깐!! 누가 심술밥통이라고?! "
" ...잔혹대마왕이라...훗.. "
제..제온...
설마 그게 마음에 든다는거야..?
" 우움...나는.... "
" 괜찮아~이름이라면 우리가 지어줄게~어...그러니까...뭐가 좋을까? "
" 깜찍하게 테디는 어때? "
" 에에에?! 난 별로야~ "
엘이 제안한 이름에 난 강하게 부정했다.
힐끔.
시선이 향한 남자들 쪽은 우리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듯 무관심해 보였다.
하여간...
센스 없는 녀석들.
" 이름은 부르기 편한게 좋아. '치비'는 어때? 꼬마니까 '치비' 괜찮지? "
" 그거 좋은 이름일지도!!! "
내 이름에 엘은 흔쾌히 동조했다.
아이도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날 올려다 보며 계속 웃었다.
" 알았지? 이제부터 넌 '치비'야. 그치? 치비? "
" 응!!! 치비, 이 이름 마음에 들어! "
" 그래~? 내가 네이밍 센스가 좋긴 하거든!! "
" 이름 까지 정한 건 좋긴 한데 말야 "
우리들 대화 틈 사이에 끼어든 건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카르였다.
" 여기서 어떻게 나갈거야? "
" .....아...! "
" 그게 무슨 뜻이냐... "
" 그건 너희들이 세이룬에 돌아가 보면 알게 될거야. ' 싱크로 나이저 ' 를 내게 넘긴 다음에 말야 "
발리는 계속 어린애 같은 비웃음을 그에게 지어 보이며 한껏 약을 올렸다.
이도저도 못하게 발목이 묶여버린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 사실은 나도 지금 보러 가고 싶지만 지금은 난 이 쪽 일이 급해서 말야~ "
" 꽤나 재밌어 보이는군. 발리 "
누군가 낯 선 목소리.
그 것이 숲에 울려 퍼졌다.
그리곤 그 목소리의 정체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 세이드? 넌 이 쪽 구역이 아닐텐데? "
" 난 내 쪽 일 다 끝내고 이 쪽은 어떤가 보러 올 뿐이였어. 흐음...? 이 녀석이 ' 싱크로 나이저 ' 인가? 이런 여자애일줄은 몰랐는데? 이 녀석 하나 잡는데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렸단 말야? "
" 그치만~~원래 사냥이라는건 천천히 즐겨가면서 하는거 아니야? "
" 귀찮게 됬군.. "
제르가 속으로 중얼 거렸다.
아무리 봐도 그 '세이드'란 작자는 발리와 한 편이 분명했다.
앞 뒤 상황으로 보건데.
그렇다면 상황은 2:1.
게다가 힘은 어느정도인지 모른다.
그가 불리한 상황에 처한게 확실했다.
" 넌 가봐 발리, ' 싱크로 나이저 ' 는 내가 대리고 갈 테니까 "
" 에에~~? 진짜?!"
" 보고 싶다면서...? 그 퍼레이드 "
" 응! 그럼 여기 부탁할게 세이드~ "
몇번 어린애 같은 웃음소리를 남기곤 발리는 아무도 없는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곧 이어 그의 기척은 완전히 지워졌다.
" 너희들에게 용무는 없다. 이대로 모르는 척 한다면 굳이 목숨까지 빼앗진 않겠어. 내게 그런 취미는 없으니까 "
" 미안하지만 사실을 알아버린 이상 그렇게는 못하겠다 "
그는 천천히 왼쪽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다 대었다.
" 역시..인간이란 종족은 어리석군... "
" 그럴지도 "
제르는 망연자실한 아멜리아를 안쓰럽게 뒤로 하고 검을 다져 잡았다.
지금까지 와는 뭔가 다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에게서.
" 제르 "
그가 막 달려들러 할 순간.
검은 구 안에 있던 목소리가 작게 울려 퍼졌다.
" 아멜리아를 대리고 최대한 멀리 벗어나 "
" 뭐...? "
갑작스런 그녀의 말에 제르는 약간 당황한 얼굴이였다.
그러나 그런 그와는 달리 리나의 눈엔 여느 때와는 달리 한 껏 힘이 들어가 있었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라도 하는 듯.
" 라그나 블레이드! "
- 우웅
검은 허무의 검에 베인 검은 구는 힘 없이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날카로운 눈을 치켜 뜨고 있는 리나가 세이드를 노려 보고 있었다.
힘겨워 하는 아멜리아는 그 속에서도 뭔가를 말하고 싶은 듯
낑낑 거리며 그에게로 한 발 짝 한발 짝 다가서려 했다.
그러나 그 것은 곧 그의 냉담한 태도로 좌절됬다.
그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이미 동료의 시선이 아니였다.
" 잠..깐...만요..!! 아..직...! "
차오르는 슬픔을 억누른 채 지르는 아멜리아의 목소리는 불쌍하다 못해 처절할 정도였다.
붙잡고 싶지만 붙잡을 수 없는...
그런 현실에 오열을 뱉는 듯.
차가운 시선을 둔 채 그들에게 등을 돌린 채 걷던 가우리가 그들을 향해 짧은 말을 던졌다.
" '우리들'의 여행은 여기서 끝이야 "
- 휘이이
찬 바람이 불어왔다.
가만히 듣고 있던 난 얘기만 듣고 있어도 그녀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눈빛과 말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실감나게 느끼고 있었다.
" 그 때, 가우리 오빠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저희도 잘 모르지만...그 때 부터였죠. 서로에게 등을 돌린 채 칼을 품게 된 건... "
" 그런 일이..있었구나.. "
그들의 시점에서 난 과거에서 거슬러 올라온 이방인.
때문에 내가 그들에 대해 물은 건 아마 아픈 과거를 되살리게 했을지도 몰랐다.
그러고보니 우리가 처음 세이룬 성에 도착했을 때
주변에서 우리들에게 별로 좋은 시선을 보낸 것 같지는 않았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별로 좋은 시선을 보내지 않았던 것임을 알게 됬다.
" 아마 가우리 오빠가 그 때 우리들을 공격한 건 리나언니가 숨을 거둔 그 곳을 우리들이 더럽혔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거예요 "
" ........ "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이유는 모른다.
" 가우리는 에리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어 "
" 에...? 잠깐...그러고보니까 우리가 에리와 처음 만났을 때 분명히 아버지는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
" 그렇게 들으셨겠죠. 부탁받았으니까요...제로스(제로)씨에게.. "
" 그 녀석한테서? "
"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까 리나가 부탁했다더군. 만약 자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에리의 부모에 대한 건 절대 비밀에 붙이라고. 아마 에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을테지. 그 애 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
- 유언이거든요...그 분의..
그럼 그 때 그 녀석이 말했던 사람이란...
" ....다 저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예요. 가우리 오빠가 저렇게 된 것도. 에리가 이렇게 된 것도. 리나언니가 죽은 것도..저 때문이예요... "
자책..
그리고 과거에 대한 아픔과 후회.
그 것이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눈가에 고인 물을 통해서.
" ...제가 죽인거나 마찬가지예요. 그 때, 어느 쪽도 포기해선 안됬던 거였어요. 제가 경솔했던거죠...둘 다..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존재들이였는데...너무 늦게 안 거예요 "
" 아멜리아... "
" 리나언니는..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나서줬는데...전 그러지 못했어요 "
그녀는 오른 손으로 두 눈을 가렸다.
끝 없이 흘러내리는 후회의 눈물을 내게 보이지 않으려는 듯..
" 제겐 ' 왕 ' 이 될 자격 따윈..이미 없던 거였어요. 그 때 부터 "
그리고 그 눈물을
난 한참동안 바라보아야 했다.
그녀가 울어 지칠 때 까지.....
계속 옆에 있어줘야 했다.
이미 죽었다던 이 세계의 '나'의 몫 까지.
으아~~
진짜 오랜만에 올리네요~
2월 2X때 올렸으니까 3주 가까이 된건가요?
우움...;;;
요즘 학기 중이라 모두 바쁘잖아요~~~~~(변명하지맛!!!!)
요즘 언론에 야구가 떠들 석 하죠!
오늘 일본이랑 하는다고 하는데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일본을 이겨라!!!
그건 그렇고 미국 정말 꼴 사납게 당했더군요.
맥시코랑 했을 때도 세입을 아웃이라고 하고 홈런을 2루타라고 하고 그렇게 사기쳤는데도 결국 지다니.
세계강국이라고 자칭하면서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그 햄버거XX들.
우리들이 자리를 만들어 줘도 못 올라 오는군요.
'세계강국'이라는 자리 당장 내놔!!(그래!!)
준결승에서 다시 일본이랑 붙게 된건 왠지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찌됬건 간에 한국과 일본은 묘한 관계인 것 같습니다.
문물교류를 하는 이웃나라임과 동시에 서로 적대시 하는 관계라...;;
아마 한국과 일본 만큼 복잡한 관계인 나라는 없는 듯 보이네요.
첫댓글 우웃.....그랫 그렇게 된거였구나...........오랜만에본다/ㅂ/ 다음편 건필!!!
린제도 건필~>ㅁ<
우음 우음, 야구져서 유감이었죠... 가우리!!! 넌 너무 순진한게 탈이야!!! 다음편은 좀 빨리 부탁드립니다!!!(바닥에 머리박다 이마에 압정박히기<)
미국이 문제라구요 미국이~~~!!
아아--정말 야구, 2패인 일본이 올라가는--=_= 재미있게 읽었어요>V<`
정말 거기에 대해서 불만입니다. 하여간 미국은 카트리나에 한번 더 당해야 된다구요..;;
하아... 헌혈하러 왔다가 보고 가아- 우훗♡ 재미있게 잘 읽고 가^^.
치..치비!!우리집 개의 이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