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신> 런던기행(1)
2009년 8월 11일 월요일 오후 7시 20분.
암스테르담 쉬포 공항에서 런던 히드로우 공항까지 40여 분 간의 짧은 비행.
히드로우 공항 앞의 지하철에서 '피카디리 라인' 2구간 표를 구입하는데 요금이 무려 3파운드 20센트(6400원)이다. 40여 분 간의 지하철을 타는 것치곤 턱없이 비싸다. 고물가의 런던을 체감하고도 남음이 있다. 호텔이 있는 해머스미스역에 도착했다. 우리가 3박 4일간 묵을 '노보텔 런던 웨스트'까지는 걸어서 10여 분. 이곳 런던의 도로와 운전 체계는 우리와는 영 딴판이다. 이곳 차들은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기 때문에 왼쪽 차선으로 운행해야 한다. 우리의 운전체계에 젖어 있는 사람들은 사고를 내가 십상이다.
호텔에 도착해 방 배정을 받았다. 2인 1실이라 나는 연출가 허영길 선생님과 함께 같은 방을 쓰기로 했다. 허 선생은 올해 나이 70세로 연출 경력만 벌써 45년 째이다. 나는 올 2월부터 이분이 극장장으로 있는 '사계 공간 소극장'에 책상, 컴퓨터를 들여놓고 더부살이하기 때문에 서먹서먹하지 않는 사이라 마음이 놓인다. 인솔과 안내를 담당한 손병태 교수가 우리를 호텔 로비로 불러 모은다. 이 분은 영국 유학 경험이 있으며 현재 부산국제연극제 프로그래머로 영국을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기에 우리들에게 몇 마디 주의를 준다. 이곳에서는 '노 생큐'(거절), '플리즈'(부탁), '쏘리'(미안) 등 이 세 마디의 말만 입에 잘 붙인다면 무사 통과라고 한다.
호텔 방문 앞 문고리에 내일 아침 시간을 적은 패찰을 걸어두라고 한다. 호텔에서는 아침 식사만 하고 점심과 저녁 두 끼 식사는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 아침이면 종업원(대부분이 흑인 여성)들이 방까지 직접 식사를 배달해 준다고 한다. 원로 연극인인 장세종(75), 허영길, 나, 김경화(57) 이렇게 네 사람이 지하철 역 근처의 맥도날드 가게에서 하나에 1파운드 50센트 되는 햄버거를 사서 먹었다. 모래알을 씹는 듯하다. 우리 한국보다 8시간이 늦는 시차를 극복하기 위해 가지고 간 팩 소주를 들이키고 술김에 억지 잠을 청했다. 아, 지루했던 하루가 그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호텔 정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필자>
다음 날인 8월 11일 화요일 아침.
오늘부터 런던 시내 명소를 구경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서둘렀다. 제일 먼저 갈 곳이 영국 여왕이 살고 있다는 버킹검 궁전이다. 이곳에서 11시 30분 근위병 교대식이 있기 때문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인산인해였다. 우리들 같은 외국 관광객들과 영국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 관광객들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다. 나는 키가 작다는 운명적인 한계에 부딪쳐 사람들 어깨 틈새로 소형 디지털 카메라를 들이댄 채 건물 위 부분만 찍어댔다. 더러는 아이들을 목마 태운 채 구경도 시키고 사진도 찍게 하는 일석이조를 감행하고 있었다. 이곳에서의 한 가지 실수. 아, 글쎄 도착하자 마자 몇 분 후에 지정된 장소에 모이자는 사전 약속을 하지 않아 극작가 겸 연출가이며 현재 예총 사무국장인 김경화 선생을 놓쳐 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도 한결 마음이 놓이는 것은 김 선생은 런던 시내 지도를 가지고 있으며 길눈이 밝기 때문이다.
혼자서 야금야금 런던 시내를 구경하든지 아니면 대영 박물관에서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ST. 제임스 공원을 지나 다음 목적지인 웨스트민스트 대사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목마를 태운채 구경에 여념이 없는 관광객들의 모습>
<근위병 교대식 구경을 포기하고 건너편 풀밭에서 사진 한 장 찰칵>
웨스트민스트 대사원과 빅벤, 그리고 국회의사당은 버킹검 궁전 인근에 있다. 웨스트민스터 대사원 옆에 국회의사당이 있다. 그 건너편 공원에서 우연하게 전 남아공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의 동상을 구경하기도 했다. 다음 목적지인 다우닝가 10번지의 영국 총리 공관으로 갈 때까지도 김경화 선생은 보이지 않았다.
< 저 멀리 중앙에 보이는 것이 국회의사당과 빅벤>
<웨스트민스터 대사원 내부에서 사진 한 컷>
<여기가 바로 다우닝가 10번지의 영국 총리 공관이다>
<트라팔가 광장으로 가는 도중에 만난 '세계 제2차대전의 여인들"이라는 부조 기념 조형물>
<제3신에서 다시 만나요>
첫댓글 에딘버러는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한곳이에요. 언젠가 그 날을 기다리며 ... 저는 상상 속에서 찰칵~
구경하기도 힘들지요?
잃어버린 분은 잘 만나셨는지 궁금해요. 낯선 곳을 헤매는 즐거움! 부럽습니다.
어머나......8년전 제가 갔던곳이네요. 지금도 눈에 선하네요. 성 제임스파크, 버킹엄궁전근위병교대식, 빅벤,웨스트민스터사원...........다시 한번 더 가고 싶네요. 선생님 멋지십니다. 3편 기대합니다
야, 선생님 멋지다! 하고 절로 감탄이 나오네요. 여행기가 선생님답다 싶어요. 꼼꼼하게 맛깔스럽게..^^*
영국 햄버거를 먹고 호텔에서 자고 호텔까지 배달해주는 아침을 먹고 시내 명소 구경 떠납니다.^^ 김경화 선생님을 잘 만났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어딜가면 일행을 잘 잊어버리고 혼자 다닌적이 많은데.. 근위병 교대 구경보다 사람 찾느라 한참 걸렸겠네요^^ 웨스트 민스트 대사원 다우닝가 10번지 트라팔가 광장까지 영국 거리 구경 잘 했습니다.^^ 배 아픈 대신 이렇게 눈으로 따라 다녀 보는 것도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