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로색슨족


영국과 아일랜드의 역사
History of the United Kingdom
Foras Feasa ar Éirinn
게르만족의 일파로서, 로마 제국의 붕괴 시점인 서기 5세기경 지금의 영국 남부인 브리타니아를 침공해 장악한 전투종족. 현재 영국인들의 조상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앵글로색슨이라는 의미는 앵글족+색슨족의 혼혈이라는 의미로, 보다 엄밀하게는 '앵글화된 색슨'이라는 의미대로 색슨족을 메인으로 두는 표현이다. 사실 중세에는 앵글족과 색슨족 외에도 수많은 게르만 지파와 켈트, 바이킹까지 가세해 대혼전 양상을 띄었는데, 앵글족의 독자적 세력은 중세 초에 일찌감치 역사에서 패망하고 색슨족은 그런 앵글족 잔당을 흡수해 잉글랜드의 마지막 패자가 되었다. 물론 앵글족만 흡수한 것이 아니라 기타 자잘한 부족들을 합병하긴 했지만, 앵글과 색슨 두 부족에 비하면 규모가 워낙 듣보잡들이라.
색슨족은 지금의 잉글랜드 남부, 앵글족은 지금의 잉글랜드 북동부, 주트족은 지금의 켄트 주에 주로 정착했다고 한다.
참고로 색슨족은 현재의 윌란 반도 일부 해안 & 독일 북서부 해안에서 발원했으나 동족 간 세력 다툼으로 쪼개진 후 밀려나 브리튼 섬에 밀려든 것이다. 당시 영국은 로마군이 철수하여 각지에서 군벌이 할거하고 북쪽과 서쪽에서는 픽트족과 아일랜드인 약탈자들이 침략해 오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는데, 브리튼인 군벌들이 약탈자들을 막기 위해 이들을 용병으로 고용하여 헹기스트와 호르사 형제의 지도 아래 브리튼에 정착하였고, 이들이 나중에 이스트 앵글리아와 머시아 왕국을 세운다. 이후 엘레 왕이 이끄는 또다른 색슨족 집단이 남부에 상륙하여 서식스 왕국이 건국된다. 이를 앵글로색슨 칠왕국이라고 한다. 그리고 남은 색슨 족은 독일의 작센 족이 되고 여기서 니더"작센"과 "작센"이란 명칭이 생겼다.
같은 종족인데 영어로는 '색슨 족(Saxons)', 독일어로는 '작센 족(Sachsens)'이라고 읽는다고 보면 된다. 그들은 현재의 니더작센에서 작센까지 확장을 하면서 저지독일어권을 형성하게 된다. 독일의 통합이 어려웠던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각 영방국가들의 세력이 하나로 통제하기 힘들 만큼 강하고 기풍도 사납기 때문이라는 것을 간과하기 어렵다. 신성 로마 제국과 스페인을 모두 호령했던 근세 유럽의 제왕 카를 5세에게조차도 작센과 그 이웃뻘 헤센에서 들고 일어난 반란군은 여간 골치가 아니었다.
앵글로색슨이 영국의 동쪽에서부터 원주민들을 대부분죽이거나 쫓아내 잉글랜드를 차지하고, 쫓겨난 켈트계 주민들이 웨일스나 콘월 등에 정착했다는 식의 역사관이 오랫동안 지배적으로 받아들여져 왔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게 나눠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연구결과에 따르면 잉글랜드 주민의 혈통 중 앵글로색슨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적으로는 1/3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근데 이걸 '앵글로 색슨은 소수의 지배층이고 켈트족이 대다수다!'로 왜곡하면 곤란하다. 잉글랜드에서 켈트족 혈통은 이보다도 더 적고 영국인들 대다수는 혼혈인이다. 심지어 켈트족의 혈통이 그나마 보존됐다는 아일랜드마저 순수한 켈트족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색슨족이 소수 지배층이었고 켈트족들이 대다수였다면 이주민의 혈통이 1/3은 커녕 이에 훨씬 못미쳤을 것이고 이주민들이 오히려 원주민에 동화됐을 것이다. 즉, 잉글랜드 내에서 먼 고대의 원주민, 켈트족, 로마인, 앵글로색슨, 데인족, 노르만 간에 이뤄진 광범위한 혼혈의 결과가 오늘날의 토착 잉글랜드인의 인종적 구성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앵글로색슨족은 그리 많지 않으며 영국은 다민족 국가라고 생각하면 된다.
10세기 이후
어쨌거나 대륙에서 브리튼 섬으로 흘러든 앵글로색슨족은 10~11세기경이면 순조로이 잉글랜드 통합을 완료하고 독자적인 왕조를 개창한다. 그러나 이 무렵부터 스칸디나비아의 바이킹이 남하해오면서 사실상 덴마크의 간섭을 받는 속령이 되었고, 이후 바이킹 자체적인 내분 및 '참회왕' 이라 불리운 앵글로색슨 출신 에드워드의 후계자 없는 사망으로 대혼란기에 빠진다. 이를 틈타 정복왕 윌리엄의 노르만 족이 잉글랜드를 침공하여, 에드워드의 뒤를 이은 앵글로색슨족의 마지막 왕 해럴드 2세를 끔살시키고 새 왕조를 개창한다.
그러나 노르만 족은 앵글로색슨 족에 동화되었고 이들은 중세 이후 대륙 세력이 근대까지 종교와 영토 싸움 등으로 치고받는 사이 섬 안에서 독자세력화해 민족주의를 태동시켰고, 이에 따라 앵글로색슨족도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첫 민족'으로 규정되었다. 이들 중 일부가 섬 밖으로 나가 미국과 캐나다 건국의 핵심 세력이 되었음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이 두 국가는 '앵글로 아메리카'라는 이름으로 동질적 그룹에 묶이게 되었다. 또한 영국 밖으로 나간 다른 무리의 앵글로색슨족 그룹들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원주민을 몰아내거나 혹은 원주민들과 상생하여 개척함으로써, 그들의 본거지인 브리튼 섬에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거대한 대륙과 섬들을 앵글로색슨족의 새로운 본거지로 삼게됐다.
어쨌거나 19세기 대양을 제패한 영국과 21세기인 현재 세계 제1 초강대국 미국의 가장 주도적 세력이며, 이들의 언어인 영어가 세계공용어로 자리잡아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이 이걸 배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고, 서쪽으로는 카리브 해의 섬들부터 동쪽으로는 한반도 남반부에 이르기까지, 북쪽으로는 노르웨이로부터 남쪽으로는 아프리카 희망봉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많은 민족과 국가들이 앵글로색슨족의 문화에 강하게 영향을 받고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서로마 제국 멸망 이후 등장한 여러 부족 중 가장 성공한 세력이자 최후의 승자라 보아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여담으로 켈트족과 라이벌 기믹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아일랜드인에게는 과거 자신들을 식민지배하고 학살한 원수들. 지금도 잉글랜드와 아일랜드의 경기는 각종 스포츠에서 제일 가는 앙숙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앵글로섹슨족과 켈트족 서로 섞인경우도 상당히 많은데 특히 이들이 이민으로 건너간 미국이 대표적.
당연하지만, 현재 영국의 국민적 영웅인 아서왕은 원래 이들의 적대자였다. 물론, 현대 영국인들은 고대 브리튼족+켈트족+로만 브리튼족(라틴족)+앵글로색슨족+데인족(덴마크+노르웨이)+노르만 계열 핏줄이 마구 뒤섞여 구분조차 불가능하다. 지배층은 바뀌어도 거기 살던 사람들을 다 죽이고 민족 교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아서왕 시기에도 이미 영국은 브리튼족, 켈트족, 라틴족이 혼혈로 섞여 살 때고 아서왕은 그들의 영웅이었다. 당연히 현대 영국인들의 조상이기도 하므로 영웅으로 여기는게 이상할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