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이 당락을 결정할순 없어도 참가자에 대한 인상을 좌우할 순 있다.
지금의 정준영에 대한 어느 일방의 감정은 전적으로 이 심사위원들 탓이 크다.
나는 첫 생방의 정준영 무대를 보고 깜놀했는데
그건 예선때부터 봐온 느낌대로 역시 너란 인간은^^에서 그래도 설마 첫 생방에서 이렇게까지?로 이어지는
패기찬 신인의 탄생에 대한 환호였다.
그런데 이에 대해 싸이는 기대치를 들어 예상외로 짠 평을 내놓았다.
그래도 이건 싸이가 정준영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고 그의 말마따나 기대를 품게 하기에 이해할만한 것이었지만
사실 이때부터 첫단추가 잘못 꿰어졌다.
그 무대에서 정준영은 자신만의 매력을 마구마구 뿜었지만 이를 그냥 쉽게 스타성이란 한 단어로 지나쳐버림으로써
지금도 비난소재가 되고 있는 실력은 없고 스타성만 있는 인물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이에 정준영은 다음 무대에서 정반대 분위기의 베드오브로즈를 선곡했고 이또한 너무나 훌륭하게 마치 저번과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반전을 보여주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또한 최악의 혹평으로 이어졌다.
응급실에서 정준영에게 딱 맞는 곡이다, 소프트락이 정답이다고 한 윤건은
응급실과 비슷한 창법과 분위기로 연출된 이 곡에서는 오히려 너무 딱 맞는 곡을 골라서 얄밉다고 하였다.
게다가 이승철은 모창가수라는 모욕까지 선사하였다.
나는 지금도 어째서 비슷한 두 무대가 이렇게 극과 극의 심사평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윤건과 이승철은 알까. 아마 그들도 자신의 지난 심사평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두 무대로 정준영은 외모와 같은 스타성만 있고 음악성은 별로인 참가자로 대중에 각인되고 말았다.
이런 이미지로 진행된 다음 무대의 삑사리는 거의 결정타였는데 사실 이것으로 떨어졌다면 아쉽기는 해도 억울하진 않는 실수였다.
그런데 나는 그 많은 삑사리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이 내세상에서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고 심지어 감동을 받기까지 했는데, 그건 아마 앞의 영상부터 이어진 정준영의 진정성-그렇게도 심사위원들이 요구하는- 때문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는 꾸준히 자신의 무대에 변화를 주고 있었고 누구보다 그 회의 주제에 충실한 참가자였다. 학력도 없이 돈도 없이 앞으로도 돈 안될 락커의 길을 가려는 그가 수도 없이 들었을 세상을 모른다는 충고들 속에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만큼 고백이라는 주제에 어울리는게 있을까. 그렇게 때문에 이 진솔한 고백 앞에 삑사리따위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삑사리는 삑사리대로 놔두더라도 이런 진심을 보아준 심사위원이 있었다면 아마 지금의 평가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음악을 음학으로 아는 우리의 고고한 심사위원들은 이런 능력따윈 갖지 못하여 정준영은 그야말로 형편없는 실력자로 폄훼되고 마는 지경까지 이른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고 지난날을 모두 드러낸 고백이 음악을 멀리한다는 되도 않은 평가로 되돌아왔을때, 나는 모창가수라는 말을 들을때보다 이때 정준영의 얼굴을 더욱 잊을 수 없다.
그 황당함, 그게 아닌데 하는 뭔가 말하고 싶어 하는, 심지어 분노로 가득찬듯한 그 표정을 어찌 잊겠는가.
음악을 대하는 더없는 진지함과 자신의 선택에 대한 무한한 확신 앞에 음악을 멀리 한다라니...
순도100%짜리 진정성을 앞에 두고 정작 그것을 보지 못하다니...
그래서일까. 되돌아보면 정준영은 한번도 합격자발표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이 악마 슈스케는 그를 예선부터 매회마다 끝까지 벼랑으로 몰고가 한번도 쉽게 합격을 말해주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정준영은 때론 무심한 듯 때론 즐기는듯 견뎌왔는데 그 클라이막스가 나는 이때라고 생각한다.
그는 고개를 숙일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혀 심사평을 수긍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미 그는 그런 사람임을 보여주었다.
자유분방함으로 합숙에 맞지 않을거라는 반복적인 편견앞에 차라리 변명같아 입을 닫아버린 그였다.
보여지는 모습으로 멋대로 단정짓고 진짜가 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가 할 수 있는건 스스로의 고귀함을 잃지 않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고개를 떨구고 눈을 감고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던 같은 처지의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그는 오히려 갈수록 더 도도해졌다.
모두 그의 탈락을 예상한 그때 조명 속에서 혼자 빛나던 그 눈빛과 앙다문 입술, 표정 표정 표정들.
탈락이 가까와올수록 오히려 더 크게 치켜뜨고 어딘지 응시하며 타오르던 그 눈망울.
그래 떨어뜨릴려면 떨어뜨려라, 나는 멈추지 않을테니. 어서 내 이름을 불러!
여기까지 그래도 정준영을 조금이라도 안다고 생각한 나지만 역시 그는 나보다 한수 위였다.
드디어 심사위원들 덕분에 공공의 적이 되었을때 오히려 마이스타일은 여전히 록이고 그깟 삑사리가 별거냐는 태도로 안녕이라니,
윤미래의 그 황당한 웃음, 윤건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러나 한방 먹은듯한 그 넋나간 얼굴, 이승철의 미워죽겠는데 미워할수 없다는 항복선언. ㅎㅎㅎ. 천하무적 정준영의 탄생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지금 이승철이 정준영과 맺어졌다는 얘기가 들리는데 사실이라면 이거야말로 정말 너무 통쾌하지 않은가.
왜 오디션프로는 참가자의 굴욕을 강요하고 심사위원은 그렇게 고압적인건가.
왜 참가자는 심사위원의 권위에 절대 복종해야 하는가.
한번쯤 이런 시스템을 조롱하는 참가자가 등장하길 기대하였지만 이렇게 가장 극적인 방식일줄은 상상도 못했다.
슈퍼컷을 외치며 그렇게 떨어뜨리려던 참가자를 이제는 합격시키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위치로 만나게 된 이승철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통쾌하지 않은가.
만약 자기가 코치한 무대서 정준영이 떨어진다면 이승철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을것이고 그렇다고 합격시키자니 뱉은 말이 있고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승철로선 이런 난감할데가 없을 것이다.
가요계의 황제가 기껏 오디션 참가자 것도 그렇게 까던 참가자에게 밀리다니 생각만해도 통쾌하다.
나는 이번 시즌에서 이승철이 큰일을 같이 할 인물은 아니라고 느꼈는데
그건 슈스케는 자기 맘대로라고 마치 지금의 슈스케를 자신만이 만든 양 의기양양하다
전회보다 수준이 못하다, 인기투표다란 비난이 거세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은 아무 책임없다는 듯이
새로운 심사방식을 제안하고 나서는 데서 그 도량이 조금은 보였기 때문이다.
정 심사방식을 바꾸고 싶으면 시즌 끝나고 관계자들에게 할 것이지 마치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듯
대중을 향해 시즌중에 이런식으로 표명하는건 그의 말마따나 슈스케 역사와 함께한 사람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아마 코치하는 내내 이승철은 정준영의 존재감에 압도돼있을 것이다.
이제 내 생각은 가요계가 거대기획사체제로 이미 구조화된 상태에서 더이상 제2의 서태지는 불가능하지 않을까에서 정준영이 이걸 가능케 할지도 모른다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물론 음악성으로 정준영이 서태지에 한참 못미치는 것도 사실이고 일개 가수가 시대를 들었다놨다 하는 시대도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러니 이건 분명히 오버다.
그러나 어떡하나. 왠지 그럴수 있을것같단 기대가 마구마구 피어나는데.
서태지는 자신의 캐릭터와 방식으로 대중을 납득시키고 이끌어 스스로 시스템이 되었는데 지금 정준영이 이걸 시작하고 있다.
여기 올라와있는 수많은 응원의 글들을 보라.
어디에 음악은 듣지도 않고 얼굴만 빠는 빠순이가 있나.
모두 그의 목소리, 발성, 표정, 감정, 제스처, 태도, 고집, 유머, 인성 등에 반한 사람들이다.
심사위원들이 보지 못한 진정성을 처음부터 보아준 사람들이고
변화없다 할때 그만의 매력을 발견해낸 사람들이며
고음에 내지르지 못한다 할때 그가 가진 음색에 매료된 사람들이다.
정준영이 그래도 내 스타일은 락뿐이라고 선포했을때, 삑사리 좀 냈다 어쨀래라며 지난 일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했을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래 넌 그런 인간이지라고 인정하는 것 뿐이었다.
그 다음엔?
인정하면 그걸로 끝이다. 니 멋대로 해라 나는 지지할테니밖에 더 있는가.
무릇 스타란 이런 것이다.
자신의 스타일과 매력으로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이끌 수 있는.
나에게 이런 가수는 서태지 이후 처음이다.
그런데 심지어 생일도 서태지와 같다. 2월21일. 이걸 발견했을때 그 희열이란. 아오~ 넌 내 운명이야!
지금 내 컴 바탕화면은 응급실 심사평을 들으며 혀를 내밀고 하늘을 보며 호탕하게 웃는 정준영의 얼굴로 되어있는데 그전엔 물론 서태지였다.
그전부터 바꾸고 싶었지만 차마 서태지에 대한 의리때문에 못바꾸고 있다 응급실에서 드디어 참지못하고 바꾸고 말았다.
(미안. 태지야.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니가 하도 안오니까 나도 맘 줄데가 있어야되지 않겠니. 게다가 얘는 너랑 비슷하단 말이야. 그러니 넘 섭섭해하지마. 언제라도 돌아오면 다시 미쳐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깐. 그니깐 빨랑 와.)
그러니 51% 운명론자인 내가 지금 할 일은 우승 따윈 운명에 맡기고 새로운 슈퍼스타의 탄생과 앞으로 그가 펼쳐나갈 미래를 지켜보는 것 뿐이다.
아주 아주 즐겁게 말이다.
동참할자는 동참하고 죽어도 싫은자는 또 그렇게 가는 것이다.
원래 인생이 그렇다.
드라마가 완성되고 있다.
첫댓글 세영아 너 정준영이 광팬이제?
무슨말인지 잘모르겠고
지금나는5학년이고이제6학년을바라보는데.......
너는지금몇학년??????
아무턴 너열정이부럽네ㅋ
글쎄.. 광팬이라고 하기엔 모자람이 많지만 윗글(40대 남자분이 글)에서 "그의 목소리, 발성, 표정, 감정, 제스처, 태도, 고집, 유머, 인성 등에 반한 사람들" 에 속하는 한 명임에는 분명하구나.^^ 누구를 좋아하는 감정엔 나이가 없다고 본다. 그 대상을 얼마나 잘알고 있느냐에 차이일 뿐이야. ㅎㅎ
난 유승우 팬이었는데,, 유승우가 탈락해서
오늘 부터 로이킴 투표할꼬얌.음.음.
나도 로이킴에 한표...
아뭏튼 우리 친구들은 좀 독특해... 나이를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