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기 주소를 클릭하면 조선일보 링크되어 화면을 살짝 올리면 상단 오른쪽에 마이크 표시가 있는데 클릭하면 음성으로 읽어줍니다.
읽어주는 칼럼은 별도 재생기가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1년 평가 연속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에 적용할 공천 규칙을 확정했다.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후보자의 도덕성 기준을 대폭 강화한 게 핵심”이라고 했다. 음주 운전, 가정 폭력, 아동 학대 전력자와 투기성 다주택자는 ‘예외 없는 부적격’으로 심사 기준을 높였고 학교 폭력, 파렴치·민생 범죄, 직장 내 괴롭힘·갑질은 부적격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공천 심사 때 10% 감점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도덕성 강화’란 말이 무색하다. 민주당이 4년 전 만든 21대 총선 공천 룰엔 “형사범 중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현재 (상급심) 재판을 계속 받고 있는 사람을 부적격 처리할 수 있다”는 규정(11조 3항)이 있었다. 이번 공천 룰에선 이 조항이 통째로 사라졌다. 1·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아도 공천받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뇌물과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재판 중 가장 진행 속도가 빠른 선거법 재판은 총선 전에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최근 1년은 모든 것이 ‘이재명 방탄’을 위한 것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작년 대선에서 지고 석 달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가 불체포특권을 확보했다. 그러자마자 당대표에 올라 총선 공천권까지 확보했고 민주당 의원 모두가 이 대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민주당 비대위는 이 대표가 기소돼도 당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당헌을 고쳤다. 이 대표가 당선된 뒤 당헌을 고치면 민망하니 그 전에 비대위가 총대를 멘 것이다. 이 대표 한 사람을 위해 당헌도, 공천 규칙도 다 고친다.
이 대표 취임 후 민주당은 지금까지 8개월 넘게 하루도 빼지 않고 국회를 열고 있다. 이 대표 체포 동의안은 부결시키고 여당 의원 체포 동의안은 통과시켰다. 이 대표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를 없애는 소급 입법, 이 대표 사건 검사와 판사를 ‘법 왜곡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법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이 준 다수 의석을 방탄용으로 쓰고 있다. 이런 정당에 이재명 한 사람만을 위한 공천 룰 변경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