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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三 章. (整理), 마무리 직전에 할 일
( 一 )
나이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노쇠한 노파는 족쇄에 매여 죽기
만을 기다렸다. 가족들이 간혹 던져 주는 옥수수나 만두 한 쪽
이 먹을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그것 또한 이틀에 한 번도 좋
고 사흘에 한번도 좋았다.
자신의 벳속으로 나온 자식과 다섯 며느리가 있었지만 노파를
봉양하고자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노파 또한 그런 점을
섭섭해 하지도 않았다. 마을에 남은 몇 안 되는 늙은이들처럼
빨리 죽기만을 학수고대했다.
나이가 들면 빨리 천상에 갈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고산족
(高山族)의 풍습이었다. 오히려 빨리 죽지 못하고 생명을 연장
하는 노인들은 생전에 죄악이 많아 천상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당연히 푸대접은 심할 수밖에 없었다.
단비하는 이들의 생활이 이해되지 않았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세상에 급한 것이 하나
도 없었다. 질병에 걸린 환자가 있으면 오히려 즐거워하는 사
람들. 천인(天人)으로부터 선택받은 영혼이란 생각 때문이었
다.
일수천명이란 외호처럼 신에 달한 의술도 이곳에서는 무용지물
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의원은 필요했다.
사람사는 곳인 이상 목숨에 대한 애착이 없지 않았다.
특히 자식에 대한 사랑은 절대적이었다. 아무리 신의 선택을
받은 영혼이라 할지라도 그들 곁을 빨리 떠나는 것이 반가울
리 없었다.
또한 죽을병과 그렇지 않은 병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의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축적된 경험에 의한 판단
이었다. 죽을 사람은 신의 선택을 받았으되 그렇지 않은 사람
은 신의 경고로 받아들였다.
단비하는 홀옷 한겹만을 걸치고 오돌오돌 떨고 있는 노파의 황
문혈(荒門穴)에 침을 꽂았다. 극도로 쇠약해진 육체라 침을 사
용하기에는 부적합했지만 생명이 촌각에 달린 문제라 어쩔 수
없었다. 노파에게는 강한 자극이 필요했다.
등뒤로 부락민들의 따가운 눈총이 전해졌다.
노파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람신공 중 일초를 전개해야만 했
다. 오십여 명의 부락민 전부가 달려들어도 상대할수 없는 거
인이란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함이었다.
이들의 풍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죽어 가는 사람
을 방치해 둘수는 없었다.
"끄응!"
노파는 미약한 신음을 토하면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 침이 전
해 주는 자극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약해진 육체였다. 하루쯤
푹 쉬고 나면 맑은 정신으로 돌아올 것이다.
"뜨거운 물을 가져 오시오."
응답이 없었다. 부락민들온 호가심 어린 눈동자로 초라한 모옥
안을 힐끔거릴 뿐 누구하나 나서서 수발을 들어 주지 않았다.
"당신...뜨거운 물을 가져 와."
"나, 나는..."
"가져 와!"
고함을 빽 지르자 그제야 슬금슬금 움직였다. 역시 이들도 죽
음이 두려운 것온 마찬가지였다. 검을 뽑아 절 대신인 양 숭앙
받던 고목을 베어 낸 결단이 옳았다.
현재 단비하는 절대적인 폭군이었다. 그의 말이 곧 모든 것이
었다.
말을 듣지 않는다고 죽일 리 없건만 고산족들은 그렇게 받아들
이지 않았다. 신이 하늘에 남긴 유일한 몸체인 고목을 단숨에
베어 내지 않았던가. 그런 사람이라면 사람 목숨을 개미 목숨
처럼 끊으리라. 단비하는 쓴 웃음을 지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당문을 지척에 놔두고 고산족과
씨름이나 하고 있으니, 복수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개인들
을 한인(韓人)처럼 개화(開化)시키는 것도 중요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노파의 발목에 채워진 족쇄를 보는 순간, 처절하게 살았던 어
린 시절의 편린이 떠오른 탓일 게다. 세상 사람은 누구나 행복
을 누릴 권리가 있다. 속박당할수도 억압될 수도 없는 기본적
인 인권. 의술을 모른다면 모르겠으되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을
외면하지 못했다.
굳이 비싼 약재를 구할 필요도 없었다.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겨울이면 겨울 나름대로 자연은 계절의 특성에 맞는 약
재를 공급해 주었다. 들에, 산에, 개천가에 있는 곤충 식물들
이 모든 것이 약재였다.
적진현(適鎭縣)까지 오는 동안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을 볼 때
마다 간단한 처방전을 적어 주었다. 굳이 손목을 잡고 진맥할
필요도 없었다. 질병을 파악하는 데는 손끝으로 전해져 오는
맥박이 확실하지만 안찰(眼察)도 증요했다. 거의 모든 사람이
라 단언해도 좋을 만치 질병이 있는 사람들은 안색부터가 달랐
다.
무조건 베푼 호의였다. 그런 행동이 받아야 준다는 각박한 관
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는 기이한 행동처럼 비쳐졌다. 일수
천명이란 외호는 의술이 신에 달했기 때문이 아니라 인의(人
의)가 깃들인 행동 때문이리라. 단비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여, 여기 물..."
단비하는 물그릇을 받아 노파의 입 속에 흘려 넣었다.
감려(龕:혼인할 여자)로 선택된 황옥(黃玉)은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오색으로 물들인 옷을 입었다. 머리에도 화사한 장식을
했고 얼굴색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두덥게 분을 바른 다음 연
지 곤지를 예쁘게 발랐다.
이제 방년 열여섯.
조상들의 유골이 안치된 납골당(納骨堂)에 들어가 이십 세 미
만의 청년 여섯 명과 교접을 치러야 한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청년을 고르면 그녀의 일생이 정해진다.
남편을 고르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단 한번의 선택이었다.
물론 상대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단지 육감적으로 전해지는
감촉만으로 골라야했다.
고산족은 일부다처제(一夫多妻制)였다. 상대에게 이미 아내가
두어명 있을 수도 있고 마을에서 제일 모자라는 인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이 되든간에 그것은 그녀의 운명이었다.
고유의 전통 의상을 입고 납골당으로 향하던 황옥은 앞을 가로
막는 그림자에 의해 발길이 멈춰졌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없더냐?"
"이, 있어요."
황옥은 부지불식간에 대답하고 말았다. 길을 가로막은 사내에
게서는 마음을 숨길 수 없는 위압감이 풍겨 나왔다. 그는 하늘
처럼 떠받들던 고목도 베어 낸 사람이지 않은가.
바로 단비하였다. 정말 눈뜨고는 볼 수 없는 풍습에 자제심이
무너져 나선 것이다.
무당은 단비하를 저주했다. 신벌을 받아 하루가 가기 전에 죽
을 거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신이 몸 속에 강림(降臨)한 듯 눈
동자가 하얗게 뒤집혀지고 목소리가 걸걸해져서 퍼부은 저주였
다. 그러나 나흘이 넘도록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
"누구냐?"
"이, 임후성(林厚晟)."
그녀는 마치 혼이 빠진 여인처럼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했다.
혹시나 사랑하는 정인과 짝을 맺을 수 없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교접을 치르는 일은 대수롭지 않았다. 부족의 여인이라면 누구
나 치르는 관례였기에 거부감 같은 것은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사랑하는 임후성과 짝을 맺고 싶었다. 그도 오
늘의 행사에 참여하지만 캄캄한 골방에서 비음 한마디없이 치
르는 관계 속에 그의 몸을 선택해 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
다.
"돌아가라. 앞으로 이런 비인간적인 풍습은 용납 못 한다."
"하지만...신벌이 내리면..."
"돌아가라!"
그녀를 부축하며 뒤따라오던 가족들은 꽁꽁 얼어붙은 듯 발걸
음을 옮기지 못했다. 그들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
졌다. 딸의 유일한 잔칫날에 악마가 나타난 것이다.
"오늘은 딸 아이의 배필을 정하는 날..."
"임후성이를 불러 와라!"
쩌렁 일갈이 터져 나왔다. 그소리는 어둑해진 겨울 산 중턱을
몸서리치게 만들었다.
임후성을 찾아나설 필요도 없었다. 그 역시 오늘의 행사에 참
여하기 위해 목욕 재개하고 깨끗한 의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같
온 목적을 가진 다섯 명과 함께 납골당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걸어나와 엉거주춤하게 섰다.
"이여인을 사랑하느냐?"
"무, 물론입니다."
"아내로 맞아 들이겠느냐?"
"그렇지만 관습을 따르지 않으면 신벌이..."
"네 여인을 다른 사내가 품어도 좋단 말이냐?"
"다, 다들 그렇게..."
"만약 네 여인이 다른 사내를 택한다면?"
"그건 신이 계시해 준 배필이니 따라야지요."
임후성이라는 사내는 말을하는 가운데 용기를 얻었는지 말투가
또렷해졌다. 그는 자신들의 풍습에 강한 자부심을 가졌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비통에 잠긴 사람이 본다면 혀를 내두를
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부족민 전부가 그런 생각이었다.
단비하는 어이가 없었다. 당사자들이 관계없다는데 어쩔 것인
가. 세상 모든 질병을 다 고치는 신의가 있다 할지라도 사람들
마음속에 깃들인 영혼만은 고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상식선에서는 야만적인 결혼 풍습이지
만 그들 나름대로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리라.
"와아!"
부족민들이 함성을 질렀다.
악마가 물러섰다.
악마와 당당히 말하고 그를 물러서게 한 임후성은 용기있는 젊
은이. 신이 선택한 젊은이로 부각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신이
선택한 젊은이라도 납골당에 들어가 의식을 치뤄야 한다.
그래야 황옥을 배필로 맞이할수 있다.
결국 그는 황옥의 지적을 받지 못했다. 황옥이 선택한 사내는
이미 아내가 세 명이나 있는 사내였다. 그녀는 조금의 미련도
없는 양 거처를 옮겼다.
자신만의 방도 없이 다른 세 여인과 함께 한 방을 써야만 했
다. 그것이 하늘의 뜻이었다.
행낭을 꾸렸다.
치료하던 노파는 퇴색해 버린 눈동자를 들어 하염없이 바라봤
지만 의미없는 일이었다. 영원히 살 것도 아닌 바에야 이대로
떠나는 것이 순리였다.
노파는 자신이 떠난 다음 죽음에의 길을 다시 걸어가리라.
처음부터 다시...배고픔과 추위와 갈증에 시달리다 죽어야 하
는 고통을...치료받은 만큼의 고통을 다시 겪어야 한다. 정말
신벌일지도 모른다.
한때나마 세상의 모든 질병을 다 고칠 것 같던 자만심이 우스
웠다.
하지만 일수천명이란 외호를 받았던 잠시간의 외도(外道)는 행
복했다. 난생 처음으로 보람있는 일을 했고 그만큼 즐거움도
돌아왔다. 아무 목적 없이 타인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었다.
"당문주는 용서할 수 없지. 그만 징계한다면...물러서자. 한적
한 곳에서 촌민들과 어울려 살아가자."
떠나가는 단비하의 뒤에 부락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악마야, 꺼져!"
악담과 함께 돌맹이가 날아왔다.
아마 철없는 어린아이가 던진 돌일 게다. 다 큰 어른들은 볼품
없이 초라한 철검 아래 목숨을 버리기 싫을 테니까.
쉬익! 따악!
돌맹이는 정확히 등에 맞았다.
잠시 묵직한 긴장이 흘렀다.
악마가 변심하여 돌아서서 검을 휘두른다면 어쩌나 싶었겠지.
하지만 단비하가 묵묵히 걸어가자 용기를 얻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돌맹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욕지거리와 함께 던져대기
시작했다.
따악!
머리에 맞았다.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들을 욕할
마음은 전혀 없었다. 이 돌들은 잠시나마 그들의 풍습에 관여
했던 자신이 받을 몫이었다.
따악! 따악...!
결국 그들의 신이 승리했다 하고 물러갔다.
악마는 피를 흘리면서도 아무 소리 못하고 물러갔다.
단비하는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무도심창 조양 진인...
삼절 진인의 흑심을 아는 사람을 고른다면 단비하와 조양 진인
을 빼 놓을 수 없으리라. 그들은 같은 피해자였다. 조양 진인
은 직접 당한 사람이고 단비하는 꼭두각시처럼 이용당하다 팽
개쳐진 사람이었다.
'많이 변했군.'
조양진인을 본 첫 느낌이었다.
깨끗한 도복에 온후한 얼굴을 간직했었는데...지금의 조양 진
인은 걸인과 다를 바 없었다. 누더기처럼 해진 옷, 봉두난발한
머리, 아귀처럼 꿩고기를 뜯어먹는 모습...청성파의 청성오수
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여기는 어쩐 일입니까?"
"히히힛!"
조양 진인은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웃어댔다. 겉모양을 봐서는
영락없이 미친 사람이었다. 하지만 단비하는 조양 진인의 투명
하도록 맑은 동공을 봤다. 내력이 절정에 달한 사람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사람이 신과 관계를 맺는 일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범인(凡人)이 볼수없는 것을 보고 듣는 사람들.
그러나 다시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 세인들은 그들을
일컬어 미쳤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독특한 세계가 있
고 행복을 느낀다는 점은 한인들과 하등 다를 바 없었다.
신의 영역을 두드린 사람 중에는 현실로 돌아온 사람들도 있었
다. 그들은 두 부류로 나눠졌다.
첫째는 알기는 알되 신의 조정을 받는 사람. 신의 계시를 받았
다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했다.
둘째는 진리를 터득한 사람들...이들이 진정한 선각자(先覺者)
였다. 그들의 정신은 자유롭고 얽매임이 없으며 마음과 행동이
일치했다.
조양진인의 안색은 극히 평화로웠다. 마음에 짐이 티끌만치도
없는 사람이었다. 팔만 사천 번뇌(煩惱)를 훌훌 털어 버린 자
유인의 모습이었다.
"저의 행동을 보셨습니까?"
"흠! 꿩고기 좀 먹겠나?"
"하하하! 도인이 꿩고기를 다 드시고...도결(道訣)을 새롭게
해석 하셨습니까?"
"히히힛...!"
조양 진인은 언제 권했냐 싶게 꿩고기를 뜯어먹었다. 아예 줄
생각이 없는지 통째로 들고서. 실로 생각이나 행동을 종잡을
수 없었다.
"어! 살점이 하나도 없네."
아귀처럼 뜯어먹은 것은 잊었는가? 뼈다귀만 남은 꿩다리를 보
고 입맛을 쩝쩝 다시며 아쉬워했다.
"히히힛! 이것도 변화(變化)야. 네놈은 억울해 할 것 없어. 내
뱃속에 들어와 살이 되었으니까. 너는 죽었어도 영원히 죽지
않는 거야. 적어도 내가 죽을때까지는 말야. 히히힛!"
그는 꿩다리를 보고 실실 웃으며 마치 살아 있는 사람에게 이
야기하듯 대화를 나눴다. 그러더니 갑자기 실성한 사람처럼 꿩
다리로 단비하의 머리를 후려쳤다.
따악!
경쾌한 격타음이 터져 나왔다. 막으려는 마음은 있었지만 도저
히 막을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이건 말도 안 돼.'
단비하는 눈을 부릅떴다.
아미산 천지봉을 오르내리며 부단히 신법을 익혔다. 다른 것은
몰라도 신법이나 보법만은 자신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습이
라고는 하지만 당해도 너무 쉽게 당하고 말았다.
"만물이 변화한다. 변화가 없다면 이미 죽은 것이야. 변화 중
에 가장 바람직한 것은 대립되는 것을 움직이는 것. 정(靜) 속
에 동(動)이 있고 동(動) 속에 정(靜)이 있어. 나무를 봐라 가
만히 서 있나? 하지만 뿌리에서 끌어올린 영양분을 공급하는
일은 한시도 쉬지 않는다. 이게 정중동(靜中動)...바람을 봐
라. 쉬임없이 움직이는가? 하지만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공기
의 흐름뿐 양적인 변화는 하나도 없어. 이것이 동중정(動中
靜)...히히힛!"
오묘한 내용이었다. 아마 그가 깨달은 진리 중에 하나일 게다.
"정중동이 되었든 동중정이 되었든 다 괜찮아. 히히히! 내가
없으면 너도 없는 거지.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미워할줄도 알아
야해. 미움이 없는 사랑은 극히 위험하지. 화를내면 안된다는
형식에 얽매인 사랑...미워하다 보면 오히려 사랑이 더 깊어
져. 반대로 증오한다면 사랑하는 마음도 있는거야. 원수라고
무조건 죽이라는 법은 없어. 용서하고 또 용서하는 것도 분명
한 복수...히히힛! 나간다."
꼭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원수를 용서하라 아비를 죽인 원
수를 용서하라. 안될 말...하지만 조양 진인은 자신의 말을 몸
소 실천했다. 삼절 진인을 용서하지 않았는가.
조양진인은 미련없이 옷을 털고 일어섰다.
휘적휘적 걸어가던 그가 갑자기 눈을 뭉쳐 힘껏 던졌다. 그리
고 길가에 있는 노송을 발로 툭 차서 잔설을 흩날리기도 했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깡충깡충 뛰기도 했고 낄낄거리며 웃기도
했다.
그는 사람이었다. 구름이었다. 밝은 태양이었고 가지 많은 노
송이었다. 그는 자연의 일부였다.
적진현에서 새로운 세계를 목격하고 나오는 길에 우연히 만난
조양 진인...그 만남이 살아 생전 그와의 마지막 만남이 될 줄
은 꿈에도 몰랐다.
* * *
갈홍아와 이경화는 성도에 들어섰다.
성문을 지나 넓이 사장에 이르는 돌다리를 건너던 갈홍아는 발
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흐르는 실개천을 바라봤다.
- 사천에 살았지만 성도에는 처음이야. 뭐, 구경할 만한 것 있
어?
- 없어.
-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어. 멋대가리 하고는...
단비하와 나눴던 대화가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바로 이 자리
였다. 혹시 당문도들을 만날까 봐 후미진 폐가를 골라 쉬었지
하지만 후위대주는 찾아왔어.
기억의 편린들은 마음 아프게 되새김되었다.
단비하는 남쪽에서 올라오고 자신들은 동에서 서쪽으로 움직였
다. 도저히 만날수 없는 상황인데도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주
루마다 두리번거리기 몇 번이던가.
"우선 객사(客舍)를 정해야지."
"아니...성도에...아는 곳이 있어?"
"어머! 잘됐다. 누구 집이야?"
"가 보면 알아."
이경화는 자세한 말을 피하고 부지런히 걸음을 옮기는 갈홍아
를 따라갔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에 묵직하게 걸리는 예감
은...
두시진쯤 걸었을까? 성도에서도 한참 떨어진 외딴 마을로 들어
서는 순간 묵직하던 예감이 현실로 다가왔다. 갈홍아의 마음에
사랑을 심어줬던 현장이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갈홍아가 다가선 곳은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은 평범한 농가였
다. 주인이 오래 전에 비워 둔 집인양 마당에는 찬바람만 불었
다.
"여기서...묵었었구나."
"응."
기나가는 말로 대답을 한 갈홍아는 벌써 마당안으로 들어섰다.
흔들거리는 문짝을 바로잡고 행랑에 고이 간직했던 납면차를
올려 놓고, 그릇을 닦고, 마당을 쓸고...갈홍아는 즐거운 듯
콧노래까지 부르며 흥겹게 일했다.
새로운 면모였다. 선머슴처럼 괄괄한 성격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경화는 그런 모습이 그녀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아낙처럼 근심 한 점 없이 살림
에 몰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우물을 고치는 일은 사내들이나 할 일이었다. 지붕을 손질하는
일도 사내가 할 일이었다. 장작을 패는 일 또한 사내의 몫이었
다. 갈홍아는 모든 일에 능숙했다. 마치 일을 하기 위해 태어
난 여자처럼 검을 수련할 때도 독술을 연마할 때도 보지 못했
던 환한 미소가 얼굴 하나 가득 피어올랐다.
황혼이 서녘 하늘에 걸릴 무렵. 폐가나 다름없던 농가는 제법
살 만한 곳으로 변했다.
그런 다음에도 갈홍아는 쉬지 않았다.
장작을 지펴 불기를 넣는다. 밥을 짓는다. 부산하게 돌아다녔
다.
"힘들지 않아? 좀 쉬어 밥은 네가 할게."
"아냐, 이런 일은 내게 어울려. 시간 나면 운공이라도 한 번
더 해. 단비하에게 짐이 되려고 온 것이 아니잖아. 조금이라도
도와 주려면 검을 한시도 놓아서는 안돼."
"그건 갈매도 마찬가지잖아."
"아니야. 단비하는 나를 귀찮아했어. 이번에도 보자마자 쫓아
버릴걸! 호호호! 내 걱정하지 말고 언니 몫이나 잘 챙겨."
이경화는 갈홍아의 말에서 씁쓸한 여운을 맛봤다. 가슴이 시리
도록 아프게 다가오는 비련(悲戀)이었다. 이제는 확실해졌다.
갈홍아는 목숨을 걸고 단비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단비하를 대신해 죽을수도 였는 여자가 갈홍아라는 것을.
마을 아낙들이 찾아왔다.
그녀들은 각기 밑반찬이 될 만한 것을 가져 왔다. 갈홍아는 그
녀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마치 그녀들 가운데 한 사람인
양 자연스러웠다.
'나는...나는 저렇게 사랑할 수 없어.'
단비하의 사랑을 얻지 못한다면 죽을 생각까지 했다. 그래서
울화병에도 걸렸고 식음을 전폐하기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였다. 단비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궂은 일을 할 자신이 있었
다. 하지만 갈홍아를 보면서 자신의 사랑이 자꾸만 초라해 보
였다.
두 여인은 서로 상대의 사랑이 지고해 보였다. 갈홍아는 이경
화처럼 이경화는 갈홍아처럼 사랑할 수 없었다. 그건 그 사람
만의 독특한 사랑방식이란 걸 그들은 알지 못했다.
"와아! 홍아도 여자는 여자군그래. 그래도 이건 너무한데? 어
떻게? 저런 면을 보이지? 어이, 멍청이, 원래 저런 여자야?"
"나, 나도 모르겠는데."
웃음 소리조차 잃어버린 독사우공의 목소리였다. 그는 너무도
놀란 변화에 입을 다물 줄 몰랐다.
"그건, 그렇고...저 아이들은 편안한 잠자리를 구했는데 우리
는 어디서 자지?"
"응? 정말이네! 이것 참 한데 잠을 잘 수도 없고, 하루 이틀도
아니잖아?"
"흠! 저 산으로 갑시다."
사망산검은 농가의 뒷면에 있는 야트막한 야산을 가리켰다.
높이라고 해야 백 장 정도나 될까? 그러나 수목들이 울창하고
어딘지 깊이가 있어 보이는 산이었다.
"산에 가서 뭐 하려고?"
"멍청이 동굴이라도 찾아들자는 말 아냐. 그렇게 말귀를 못 알
아 듣는 놈이 어떻게 무산파 장로 자리는 차고 앉았니?"
"뭐야?"
"자자 자짓하다가는 겨울밤을 길에서 보내겠습니다. 어서 서두
릅시다."
독사우공과 사두열목이 다투는 목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그들
이 지켜보던 농가에는 호롱불이 지펴졌고 두 여인이 다정히 앉
아 식사하는 모습이 그림처럼 비쳐졌다.
단비하는 마을로 들어서는 순간 자신이 거처하던 농가에서 연
기가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많고 많은 곳 중에 농가를 찾아온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은자
가 없어 객사에 들지도 못했고, 겨울이라 노숙을 할 수도 없었
다. 오는 동안에는 지닌 바 의술을 베풀어 숙식은 해결할 수
있었지만 성도에서까지 의술을 베풀 수는 없었다. 그리하면 당
장 당문도들의 촉각에 걸려들 것이다.
당문도들과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겠다는 마음도 큰 이유 중에
하나였다. 천지봉에서 개발한 독분이 있으니 자신은 있지만 애
꽃은 살상은 피하고 싶었다.
아버지를 죽인 원흉 당문주만 소리없이 제거하고 온거할 참이
었다. 그렇다고 당문도들이 추적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었다. 전에 발각된 농가는 그래서 더욱
안전한 곳이었다. 그런데 밥을 짓는 연기가 솟아오르다니 사람
이 살고 있다는 증거였다.
'난감하게 되었군.'
단비하는 내친 걸음인지라 농가로 다가가 안을 기웃거렸다.
순간,
쉬익! 쉬익...!
'이경화!'
사망산검이 절정에 달한 듯 찌르고 베고 후려치는 동작이 무척
부드러우면서도 단절됨이 없었다.
'많이 늘었군.'
남의 검법을 평가할 만큼 검에 조예가 깊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세상 만물의 이치가 다 같기에 의술에 눈뜨면서부터 보는
눈이 나아졌을 뿐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검을 들고 맞선다면
몇 합이나 버릴지 알수 없지만 필패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언니, 들어와서 식사해."
분명 갈홍아의 음성이었다. 이제 분명해졌다. 갈홍아와 이경화
가 이곳에 거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또 누가 있을까? 아니
무슨 일로 여기에 있는 것일까?
"오늘은 무슨 음식을 만들었어?"
"호호호! 이제는 음식까지 가려? 주는대로 먹기나 해."
"나는 갈매가 만들어 준 밥이 제일 맛있더라."
"정말이야?"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니? 나중에 단공에게 꼭 말해 줄게."
"언니는...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들어와."
단비하는 발길을돌렸다.
두 여인이 나누는 대화로 모든 게 짐작되었다. 이경하와 갈홍
아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만날수
없다. 이들마저 영원한 도망자로 만들 수 없다.
'위험하더라도 성도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겠군'
쉬익!
복면인들외 검공은 무척 신랄했다.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합공
을 수련한 듯 독과 검의 조화가 돋보였다.
농가에서 물러나 마을을 벗어나는 순간 갑자기 공격해 온 삼
인. 엉겁결에 사 초를 받아 냈다. 그런 다음에야 복면인들의
정체를 파악했다. 삼 인 중 한 명이 동의(動椅)에 앉아 있지
않았더라면 천지봉에서 만든 절독을 하독할 뻔했다.
휘이익...!
"하하하! 선배님들께 인사가 늦었습니다."
단비하가 가람신법 비(飛)를 펼쳐 전권(戰圈)에서 벗어나며
밝은 웃음과 함께 포권지례를 취했다.
"어! 어떻게 우리를 알아봤지?"
"에이구! 야, 사두(蛇頭)! 그러니까 너는 오지 말라고 했잖
아?"
"으잉! 그럼 나 때문에 발각되었단 말야?"
"그걸 말이라고 하냐?"
"허허허! 자네의 무공이 크게 늘었군."
사망산검 이철진은 복면을 벗으며 반갑게 맞았다.
그들은 단비하의 무공 성취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당문
과 싸워야 하는 입장은 잘 알지만 섶을 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웠다.
그렇다고 전력을 다해 합공을 펼칠 수는 없었다. 이 자리에 모
인 삼인이 전력을 다한다면 그 누구도 쉽게 피할수 없으리라.
근래 들어 이철진은 사망산검에서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했다.
그것은 중(重)과 유(柔)의 조화였다. 무공 성취도가 높아짐에
따라 순간적으로 뻗는 일검 속에서도 중유의 조화를 구별해 낼
지경에 오른 것이다. 검에 관한한 사부인 경운진인의 경지를
넘어섰다고 단정해도 좋았다.
거기에 독사우공과 의형제를 맺은탓에 자연히 도와검의 조화를
연구하게 되었다.
무산파 최고의 고수 독사우공과 비홍사에 연연하지 않고 사충
전의 모든 독공을 집대성하기 시작한 사두열목의 독술 그리고
이철진의 합공은 무림사에 일대 획을 그을 만큼 무서운 절학이
되었다.
칠분(七分)의 힘으로 전개한 합공. 그것조차 받아 내지 못하리
라 장담했다. 그러나 단비하는 사 초나 피하고 유유히 물러섰
다. 숨돌릴 틈도 없이 전개해 오는 듯과 검을 피하며 암습자의
신분을 파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사 초는 눈 깜하할
사이에 불과했으니까.
그러나 삼 인은 자신들이 지옥 문턱에 들어섰다 나왔음을 알지
못했다. 거리를 두고 독을 전개해야 된다는 불문율을 깬 유일
한 사람이 바로 앞에 있는 단비하란 사실도 몰랐다. 천만다행
이었다.
"신법 하나만은 자신 있습니다."
"허허허! 그런가? 참 미독환사는 만나 보지 못했나?"
"전 장로님요? 만나 보지 못했습니다만."
"낄낄낄! 대형은 언제나 걸음이 굼뜨다니까."
"멍청아, 이러고 있지 말고 빨리 가자. 오늘온 제발 따뜻한 밥
좀 먹어 보자. 아휴! 산속에서 찬바람 맞으며 잤더니 몸이 다
찌뿌드드하다."
"낄낄낄! 오랜만에 뱀대가리가 옳은 소리 하는구먼. 가자, 밥
먹으러. 빨리 가지 않으면 그 계집들이 홀라당 먹어 치울 거
야."
"저, 저는..."
사양하려고 했다. 그녀들을 만나서 득 될 게 없었다. 더욱이
두여인과의 관계는 서먹하기만 했다.
이경화의 끝없는 순정. 하지만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그녀
마저 피의 소용돌이 속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은 순수한 호의
때문에 갈홍아와는 더욱 더 만날수 없었다.
본의든 타의든 육체적인 관계를 가진 것은 사실이었다. 더러운
년이라고 욕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깨끗한 여
인을 그렇게 매도해 버릴 수는 없었다. 아니 정작 자신이 모
습을 드러내면 먼저 피할 사람은 그녀였다.
당문주 당기룡 한 사람에게만 정신을 집중해도 필승의 자신이
없는 시점에서...아무리 생각해도 만나서는 안될 것 갈았다.
"저는 가볼 곳이 있어서..."
"응? 이 꼭두새벽에? 밥도 안 먹은 놈이 식은 소리하고 있네.
아, 이놈아! 범 무서워 산에 못 가냐?"
"와! 오늘은 멍청이가 옳은 소리를 꽤 하네. 그런데 멍청아.
즐거운 고민도 행복에 속하냐?"
"어휴! 정말이 뱀대가리를...너는 주책없이 낄 데 안낄 데 구
분도 못하냐?"
"내가 왜?"
"같이 가세. 사실 우리도 자네 올 때를 기다리면서 산속에서
밤을 지새웠다네. 휴우! 남녀간의 정분은 시간이 해결해 줄 걸
세. 우선은 당문을 상대하는 일이 급선무 아닌가? 갈이 가서
문제를 논의해 보세. 아무래도 한사람보다는 여러 사람이 나을
거야."
이철진은 단비하가 무엇 때문에 망설이는지 짐작하고도 남았
다. 갈홍아 또한 단비하에게 연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
고 있는터...더욱이 이경화가 다른 사람이라면 적절한 조언도
해줄수 있겠지만 자신의 딸인 이상 함부로 말할수 없었다.
갈홍아와 이경화는 식사를 하다 말고 갑자기 들이닥친 일행을
보고는 입을 딱 벌렸다. 더욱이 일행 중에 단비하가 있음을 보
고는 와락 안기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오랫동안 소
식 한 장 없었던 야속한 임. 서러움이 봇물 터지듯 솟구쳤지
만 그것도 참아야 했다.
"야! 뭐들 하고 있어? 배고파 죽겠다."
독사우공의 거친 말이 오히려 만남을 부드럽게 유도했다.
"우, 우선 앉으세요."
"빨리 밥해 가지고 올게요."
두여인은 콩닥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갈홍아는 오랜만에 납면차를 끓였다.
없는 살림에 단비하를 생각하면서 거금을 주고 샀던 차. 영원
히 끓여 줄 수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다시 끓이고 있다니 그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더 이상은 바라지 않았다. 아니 바라고 싶
었다. 망가진 몸일지라도 안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럴 염치가 없었다. 나머지는...나머지는 이경화의 차지였다.
눈물이 흘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못하
는 기구한 운명...
'그래. 나도 이제 정리할 때가 되었어.'
당철휘의 얼굴을 떠올렸다.
이상했다. 아무리 떠올리려 애를 써도 생각나지 않았다. 희미
한 얼굴 윤곽은 떠오르지만 어떤 모습인지 알수가 없었다.
그 얼굴에는 증오를 심을 수가 없었다. 증오 자체가 남아 있지
않았다. 세상에는 그런 인간도 있구나 하는 정도. 하지만 증오
를 심어야 한다. 그리고 찾아가야 한다. 단신으로 당문을 찾아
가면 죽기밖에 더하겠는가.
'오늘밤 떠나자 당문까지는 네 시진 거리...푸훗! 내일 아침이
면 시체가 되어 있겠군.'
휘이잉...!
차디찬 바람이 뻥 뚫린 가슴에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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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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