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월 9일 개헌관련 특별담화 이후 1월 31일 국무조정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헌법개정추진지원단이 구성되어 대통령 임기 4년 1차 연임 개헌을 중심으로 한 시안이 작성되었고, 지난 3월 15일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첫 공청회를 마쳤다.
공청회 사회를 맡았던 필자로서는 그 모두 발언에서“개헌의 성사 여부를 떠나 지난 16대 대선공약이면서 이번 제17대 국회 구성 이후 정계·언론계·학계에 거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대통령 임기 4년 1차 연임과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시키는 개헌구상이 구체적 모습으로 나타났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3개의 임기일치 방법 중 제1안 즉 이번 제17대 대통령선거와 제18대 국회의원 선거는 금년 12월과 내년 4월에 그대로 하고 다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2012년 2월에 동시선거를 실시하는 방안에 찬성하면서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개헌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자 한다.
5년 단임, 선진경제 창출에 제도적 장애
첫째, 다음 정부가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의 선진경제 달성을 위하여 절대 필요하다. 소위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론에 의하면 다음 대통령 첫 임기에 효율적인 국정운영으로 성장 전략을 완성시키지 못하면 선진경제로의 진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기 4년의 대통령이 국회와 함께 책임지고 국정운영을 하고 잘 했을 경우에는 다시 4년을 밀어 주는 시스템이 되어야 중장기 계획을 포함한 책임있고 효율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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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개정추진지원단은 헌법개정시안에 대한 공론화와 여론수렴을 위해 지난 3월 15일 정부 중앙청사에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홍보지원팀> |
헌법개정추진지원단은 헌법개정시안에 대한 공론화와 여론수렴을 위해 지난 3월 15일 정부 중앙청사에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홍보지원팀>
그래서 다음 대통령을 잘 뽑아 결국 8년 정도 맡길 수 있어야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대통령 5년 단임과 국회의원 임기 4년의 엇갈리는 시스템으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우선 다음 대통령은 2010년 6월 중간평가적인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재선될 수 없는 대통령의 임기 후반 레임덕에 들어가고, 임기 채 1년도 못 남긴 시점에서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2012년 4월)는 중간 평가적 성격도 약하고 대통령의 임기 말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기 때문에 결국 임기 5년 단임으로는 국가경영을 효율적으로 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 된다는 것이다.
즉 1987년에 만들어진 현행 헌법상 5년 단임 조항은 장기집권을 막고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자는 시대적 사명을 다 했지만, 다음 정부가 선진경제를 창출하기에는 오히려 제도적으로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다음 정부가 맞이하는 시대상황이 개헌을 반드시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기일치 통해 상시화된 정치혼란 탈피해야
둘째,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일치로 국정운영의 효율성 높여야 한다. 현행헌법 하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일치하지 않아 수시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여소야대ㆍ정치적 갈등과 혼란이 상시화 되었고 그것이 마치 민주정치의 본령인양 착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여대야소로 책임 있고 효율적인 민주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면 보다 더 바람직한 것이다.
예컨대 금년 말 대통령이 당선된 정당에서 내년 4월 국회선거에서 다수를 차지한다면 힘 있는 정부여당이 구성되어 책임 있고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하고 4년 후에 국민이 다시 평가하므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치의 수준으로 보아 4년마다의 규칙적인 국민의 선택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또한 그 사이 중간평가적인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독재화의 우려는 전혀 기우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하원의원 선거가 2년마다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통령을 중간평가하고 있지만 그것은 여러 가지로 사회경제적 여건이 여유 있는 경우이고 그 외의 대부분의 나라는 임기를 일치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도 최근 개헌을 하여 대통령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줄여 하원의 임기와 같게 하고 효율적인 정부구성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여대야소, 여소야대 그 어느 것이든 국민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이고 우리 국민도 그런 수준에 충분히 도달했다고 본다.
차기 정부 개헌주장, 실기(失機)한 개헌 될 것
셋째, 이번 대선후보자들이 개헌공약을 하고 다음 정부에서 개헌을 한다는 것은 다음 정부에 불필요한 부담만 주고 이미 실기(失機)한 개헌이 될 것이다.
우선 다음 정부에서 개헌논의를 해서 4년 1차 연임 개헌이 된다 하드라도 그 당시 대통령에게는 적용될 수 없기 때문에(헌법 제128조 제2항) 다음 대통령은 5년 단임으로 끝나고 그 다음 대통령부터 적용된다.
그렇게 되면 개헌의 취지는 반감되고 이미 실기한 개헌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이번에 개헌을 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다음 정부의 국민소득 3만 달러 수준의 선진한국을 창출하고자 하는 역사적 사명을 뒷받침 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번 대선후보자들이 개헌공약을 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고 부담스런 점이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에 개헌이 안 되면 다음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5년 단임의 짧은 기간동안 선진경제 창출에 올인 해야지 한가하게 개헌논의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일단 개헌논의가 시작되면 영토조항·경제조항 등 이념논쟁과 의원내각제를 포함한 통치구조 전반에 관한 문제, 각종 기본권 조항 등 최소 1년 이상은 온 나라가 떠내려 갈 것 같은 소용돌이를 겪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대통령 임기 4년 1차 연임을 중심으로 지금 논의되고 있는 원-포인트 개헌을 크게 넘어서는 합의를 이루기가 어렵기 때문에 바로 지금이 개헌 적기라는 것이다. 더욱이 다음 정부에서야 말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무리 없이 일치시킬 수 있는 20년 만에 찾아오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개헌 논의는 대통령선거와 무관
넷째, 이번 개헌제안이‘정략적 발상’이라는 불필요한 경계심을 버려야 한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개헌제안으로 다음 대통령이 다시 되겠다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또한 노 대통령이 후원하는 자를 다음 대통령으로 밀겠다는 전략과도 별 관계가 없어 보인다.
왜냐하면 4월 상순 경 개헌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6월 초순쯤에 국회의결을 거쳐 늦어도 7월 초순쯤에는 국민투표까지 마치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약 3개월간 개헌 의제로 정국을 주도한다는 것인데 그것과 이번 대통령선거와는 따지고 보면 거의 무관하다고 할 것이다.
오히려 이번 대선에서 유리한 지위를 혹시 빼앗길까봐 일체 개헌에 대하여 함구령을 내린 한나라당의 경우가 더 정략적일 수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토론과정을 통하여 개헌안에 대하여 충분한 이해를 하여 과연 소득 3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하여 어떠한 국정운영 시스템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결론을 얻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훌륭한 대통령만을 뽑는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가 따라줘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유력 대선후보자들이 각자 대통령이 되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이 말하고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국민은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유력 대선주자들, 개헌논의에 세심한 관심 필요
다섯째, 노무현 대통령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어리석은 편견을 버려야 한다. 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등 실정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한자리 숫자로 추락한 상황에서 개헌을 제안할 자격이 없고, 한·미 FTA, 실업·양극화 해소, 부동산, 북한핵문제 등의 해결에 남은 임기 전념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냉철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즉 국민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현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다음 정부의 효율적 국정운영 시스템에 관한 개헌 문제라는 것이다. 사실 이번 제17대 국회는 여러 가지로 국민의 기대에 못 미쳤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각 당이 정략적으로만 움직여서 결국 국민의 공감대였던 개헌은 전혀 논의조차 못하고 지금 대선에만 눈이 팔려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개헌제안은 큰 의미를 갖는 것이며 큰 업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다. 설령 노 대통령이 다른 여러 가지 정책이 실패하였다 하더라도 그래서 이것마저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더욱이 어불성설이다. 다른 현안들과 함께 얼마든지 처리될 수 있고 되어야 하는 일이다.
공연히 노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으로만 몰아 부칠 것이 아니라, 현명한 국민이라면 개헌을 반드시 성사시켜 다음 대통령의 효율적 정부운영을 준비하고 노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드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 임기 5년 단임 조항은 평화적 정권교체의 역사적 소명을 다 했고, 따라서 4년 1차 연임조항으로 개정하여 보다 책임 있고 효율적인 국정운영 시스템으로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선진경제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데 학계·정계·언론계 등에서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저할 것 없이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개헌을 하고, 다음 정부에서의 개헌논의로 인한 혼란을 막아 줘야 한다. 현재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이미 정부가 개헌시안까지 구체화하였기 때문에 조용히 국회에서 의결하고 절차에 따라 국민투표를 거치면 되는 것 아닌가. 그야말로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국가발전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이관희 경찰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장)